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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한국에서의 백신접종 확인서 유감

백신증명서 외국인 차별
최근에야 해외접종 인정

민주주의 원칙과 어긋나
차별금지법 언제 빛보나

 팬데믹 초반부터 줄곧 말해왔지만 대한민국은 봉쇄령(lockdown)을 피하면서 방역을 한 최선의 사례를 보여준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아직도 몇몇 부적절한 조치가 존재한다.
 
여러분이 친구와 함께 프랑스로 여행을 간다고 해보자. 둘 다 프랑스와 한국에서 사용하는 백신을 맞았다. 또 같은 백신접종 증명서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박물관·식당 등 공공장소를 이용하는 입장객에게 건강상태 확인서를 요구한다. 백신접종을 완료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친구는 승인됐지만 당신은 거부당했다. 이유는 한 가지, 친구는 프랑스인이고 여러분은 한국인이기 때문. 어떻겠는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유럽의 건강상태 확인서는 유럽의약품청 인가를 받은 백신을 접종했다면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기에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실제로 일어났다.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한국인은 쿠브(COOV) 앱으로 증명서를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곳에서 같은 백신을 맞은 외국인은 한국대사관에 격리면제를 신청하지 않는 이상 같은 증명서를 받을 수 없었다.
 
한국인은 이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재한 외국인에게는 매우 큰일이었다. 첫째, 외국인은 실생활에서 심각한 불편함을 겪었다. 외국인은 백신접종 확인서가 없으면 카페·식당·체육관·박물관 등에 들어갈 수 없었다.
 


둘째, 어떤 의학적 근거도 없이 이런 불평등과 차별을 겪는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대한민국 정부가 해외 백신접종 증명서를 인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가짜 증명서가 존재하고, 위험성이 없지 않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각국 정부에 배타적인 정책을 지양하고 해외 백신을 동등하게 인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리고 같은 백신접종 확인서에 대해 왜 한국인은 승인을 받는가.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거짓말하고 서류를 위조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가정한 것인가. 이는 외국인 차별일 뿐 아니라 비효율적이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처하려면 부스터 샷을 맞아야 하는데, 외국인은 신청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영국 대사관을 비롯한 주한 외국대사관들이 곧장 이에 항의하고 나섰다. 몇 주가 지나도 만족스러운 답변을 받지 못하자 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EU대사관 등이 합세했다.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받은 외국인들이 “해외에서 접종을 받은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공공장소를 이용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공식 트위터에 주장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결국 해외 접종을 받은 외국인에게도 백신증명서를 발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이후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몇 주 전에 김해시는 어린이집에서 감염 사례가 발생하자 모든 외국인 아동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봄에는 다수의 외국인이 근무하는 공장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지자 경기도와 서울시가 모든 외국인 거주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일이 있었다.
 
법이 바뀌어서 다행이지만 여전히 나는 정부가 애초에 그런 차별적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이 유감스럽다. 많은 나라 대사들이 몇 주에 걸쳐 항의하고 협상한 끝에 불평등을 바로잡았다는 점이 애석하다. 민주국가인 대한민국답지 않은 처사였다. 한국은 종종 코로나19 관리의 롤모델로 일컬어지는데 위와 같은 사례들은 그 명성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다.
 
사실 팬데믹으로 세계 곳곳에서 인종적 편견과 불평등 조치가 악화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선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발생한 팬데믹 초기에 반아시아 차별이 급증했다. 현재 프랑스 대선 후보로 출마한 에리크 제무르는 도널드 트럼프의 프랑스 버전이라 할 만한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자다. 제무르는 인종 혐오적인 활동으로 처벌받은 바 있다.
 
한국은 이론상으로는 다문화적 사회로 나아가고 있지만 뿌리 깊은 단일민족 인식이 종종 인종적 편견과 차별을 낳기도 한다. 제도화된 차별을 방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한국이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많은 나라가 이미 오래전에 관련법을 통과시켰다. 민족, 인종, 성적 지향을 근거로 어떤 형태의 차별이라도 금지하는 법이다. 이런 법률은 15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고, 매우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법안임에도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달 앰네스티 등 몇몇 비영리단체가 “더 지체하지 말고 속히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입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국회에 촉구했다. 나도 이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에바 존 / 한국 프랑스학교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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