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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 변이와 그리스 문자

 영국, 남아공, 인도 등에서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변이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됐을 때 미디어들은 그것을 ‘영국 변이’ ‘남아공 변이’ ‘인도 변이’라고 불렀다.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도 처음에는 ‘우한바이러스’ 또는 ‘중국 감염병’이라고 불렀다.  
 
모두 공식 학명이 붙여졌다. 영국 변이는 ‘B.1.1.7’, 남아공 변이는 ‘B.1.351’, 인도 변이는 ‘B.1.617.2’ 등이다. 그런데 그런 학명은 사용하기에 어렵거나 불편하다. 또 특정 국가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것은 그 나라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대두돼 세계보건기구(WHO)는 다른 방식을 채택했다. 그리스어의 알파벳을 붙여 이름을 정한 것이다. 영국 변이는 ‘알파(α)’, 남아공 변이는 ‘베타(β)’, 브라질 변이는 ‘감마(γ)’ 인도 변이는 ‘델타(δ)’ 등으로 명명한 것이다.
 
그 이름들은 그리스어의 알파벳이다. 학교 캠퍼스 내에서 이런 문자들이 흔히 쓰이고 있고, 또 ‘알파 플러스(Alpha plus)’, ‘델타 포스(Delta Force)’ 같은 말들이 이미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o)’이란 잘 쓰이지 않아 생소하다. 처음 나왔을 때 그것이 어느 나라 문자인지 잘 몰랐다. 그리스어 알파벳의 15번째 문자다. 순서대로 한다면 ‘오미크론’ 바로 앞의 문자는 ‘크시(ξ)’이다. 이 문자는 ‘시(Xi)’로 발음돼 WHO가 중국 시진핑 주석을 의식해 순서를 뛰었다는 비난도 받았다.  
 


신학 대학생 시절 헬라어(Greek)를 두 학기 열심히 공부했다. 헬라어는 고대 그리스어를 말한다. 문법을 한 학기 공부했고, 두 번째 학기는 원문 해석이다. 고대어라 단어의 어미 변화도 규칙적이지 않고 다양하다. 퍽 어려운 언어다. 하지만 그 덕택에 지금도 헬라어로 기록된 신약성서 원문을 읽을 수 있다. 물론 ‘렉시콘(헬라어 사전)’을 뒤적이면서다.
 
헬라어는 헬레니즘이 꽃을 피웠던 헬라 전성시대는 물론, 로마가 세계를 지배하던 때에도 라틴어와 함께 세계 공통어였다. 서적이나 서신 같은 문서들은 주로 헬라어로 쓰여졌다. 지식인과 상류층 인사들은 헬라어로 대화를 하기도 했다. 시저가 암살 당할 때 마지막으로 했다는 “브루투스 너도냐”라는 유명한 말도 원래 헬라어로 했다. 기독교의 경전인 신약성서도 헬라어로 쓰여졌다. 또한 고대 철학, 신학, 문학 서적 및 문서들도 대부분 헬라어로 쓰여졌다.  
 
헬라어는 헬라문명 시대에는 물론 로마와 중세시대까지 세계화된 헬레니즘과 함께 가장 고귀하고 명예스러운 문자이며 언어였다. 현대에도 학술용어에는 헬라어가 많이 포함돼 있어 관련 학자들은 헬라어를 공부해야 한다.
 
이렇게 헬라어는 인류 역사에서 영광과 명예를 오랫동안 누려 왔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인 지금은 변이 바이러스에 헬라어가 붙여져 불명예스러운 문자처럼 되어버렸다. 인류에게 공포 및 혐오의 공적(公敵)처럼 된 셈이다. 그리스 사람 중에는 그들 고유 언어의 알파벳이 바이러스 이름에 쓰여지는 것에 대해 심기가 불편해 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코로나는 언제 종식될까? 어떤 전문가는 ‘오메가’(ω-헬라어 알파벳의 끝 문자)까지 갈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전파력은 강하지만 치명률은 약해, 앞으로 일반 감기나 독감처럼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오미크론’을 끝으로 팬데믹이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택규 / 국제타임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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