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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가격 올린 후 세일하는 ‘상술’

박낙희 경제부 부장

박낙희 경제부 부장

 연중 최대 규모의 할인 공세가 펼쳐지는 할러데이 쇼핑시즌이 개막했다. 팬데믹 영향으로 지난해 역대급 매출을 기록했던 업체들과 코로나 지원금, 추가 실업수당으로 총알을 마련하고 핫딜 사냥에 나선 소비자들의 기대 속에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를 맞이했다. 하지만 매출 실적도 핫딜 오퍼도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쇼핑 매출 총액이 블랙프라이데이는 89억 달러, 사이버먼데이는 107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각각 1억 달러씩 감소했다. 지난 2012년 이래 매출액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출 감소 이유로는 각 업체가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한 달 전부터 시작해 쇼핑객이 분산된 데다가 할인폭도 크지 않아 구매 욕구를 자극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물류 대란 탓에 재고 부족으로 구매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은 쇼핑객의 발길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에 매장을 찾은 쇼핑객 수가 지난해보다 48%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재택, 비대면 트렌드로 2년 가까이 ‘반 가택연금’을 경험한 쇼핑객들이 ‘백신 접종 완료’라는 외출허가증을 들고 연중 최대 쇼핑 시즌을 맞아 탈출하듯 쏟아져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견으로는 올해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의 온라인 매출 감소는 무엇보다 ‘핫딜 부재’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관심 있는 분야의 세일 정보에 밝은 편이어서 온라인 커뮤니티나 주변에 공유하는 것을 재미 삼아하다 보니 지인들로부터 쇼핑 조언 부탁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핫딜의 경우 조기 품절되기 때문에 핫딜 헌터들 사이에서는 ‘선 구매, 후 고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간을 다툰다. 평소 필요했던 물품이나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마련하기 위해 매년 블랙프라이데이엔 밤잠을 설치며 핫딜 사냥에 나서곤 했다. 덕분에 500달러짜리 카메라 렌즈를 98달러에 구매할 수 있었고, 면도기 등 일부 제품은 세일에 할인쿠폰까지 적용돼 공짜로 얻기도 했다.  
 
올해도 몇몇 제품들을 눈여겨보며 블랙프라이데이 한 달 전부터 가격 변화를 모니터링했다. 유료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없이도 고음질 스테레오 음악을 즐길 수 있는 HD 라디오의 90~100달러 선을 유지하던 평소 가격이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서서히 올라 130달러가 됐다. 그러더니 블랙프라이데이에 연중 최대 세일이라며 99달러에 판매하는 것이다. 워낙 세일을 잘 안 하는 품목인데다가 평소 가격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최소 30달러 이상 싸게 살 수 있으니 꽤 괜찮은 핫딜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구매 버튼을 클릭하면 할인이 아니라 평소 가격을 다 주고 사는 꼴이 된다. 이런 케이스는 다른 제품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BBC방송이 최근 소비자 보호 비영리단체 위치(Which.co.uk)가 조사한 블랙프라이데이 가격 실태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때 할인 판매된 제품들의 90% 이상이 6개월 전 가격과 같든지 또는 이전보다 더 비싸게 책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아마존을 포함해 6개 소매업체들에서 판매된 201개 제품 가운데 184개의 이전 가격이 더 저렴했다는 것이다.  
 
일부 업체들이 세일에 앞서 가격을 올린 후 특가 세일이라며 소비자를 현혹하는 행태가 발각돼 논란이 됐던 기억이 나는데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도 예외가 아님이 확실해졌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속담이 있지만, 지금은 두 눈 훤히 뜨고도 코 베이는 세상이 된 것 같아 씁쓸함이 몰려온다. 연중 최대 쇼핑시즌에 가격으로 장난치는 업체들에 맞서 소비자들이 무조건 지갑을 열기보다는 관심을 갖고 구매 전에 조사해 보는 센스가 필요한 때다. 

박낙희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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