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문예마당] 고운님의 절규/어떤 만남/잡초와 노숙자 그리고

고운님의 절규

이한기
 
시커먼 하늘
온누리 잿빛으로 덮이고
십자가에 못박혀 매달린
고운님의 절규하는 모습
 
옆구리 창에 찔린 석류처럼
쏟아지는 붉은 피
고운님은 절규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늘도 노하여 고함치던 소리
오상의 흔적 남기신 고운님
하늘로 오르사 본좌에 앉으셨다
아! 울부짖으며 울부짖는다.
 
*오상 : 두손, 두발, 옆구리의 상처
 
종우 이한기.

종우 이한기.

이한기
- 국가 유공자
- 군사 평론가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어떤 만남

이설윤  
 
소리 없이 다가온 잿빛 그림자
저물어 해 질 무렵
엎드리는 두려움 속에
사랑의 언어로 가득 찬
당신의 침낭에 몸을 뉘었습니다
 
흔들리는 세상의 바람 속에서
지우고 다듬고 다시 그려도
실패의 연속뿐인
수많은 붓놀림 중
당신의 한 획은 완전합니다
 
태초가 어제 같은 오늘
다시 시작하는 아침이 되었습니다
알지 못하는 시련의 터널을 지난다 해도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꿈꾸는
그리움이 있어 좋습니다
 
창백한 그믐달이 걸려있는
하얀 감옥으로 찾아오신
숨 가뿐 만남이
깊은 바다를 밟고 일어선
언약의 하늘이 되었습니다
 
이설윤
- 1979년 도미
- 뉴욕 크리스천 월간지에 창작 활동
- 제3회 애틀랜타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 수상
 

잡초와 노숙자 그리고

석정헌 오성수
 
바쁜 일 대충 끝내고 따뜻한 차 한 잔 손에 들고 멍하니 내다본 창밖 비는 추적거리고, 극장 높은 담장에 가로막힌 답답함 우울을 더한다.
 
언제부터인지 가게 맞은편 따뜻한 태양 종일 내리쬐는 극장 비상구 계단 아래  노숙자가 자리를 잡았다. 허름한 큰 가방 하나 손에는 작은 누런 봉투 아마 술일 것이다.
 
한참을 죽은 듯 누워있더니 자리를 비웠다. 어슬렁어슬렁 돌아와 벽에 기대고 무너지듯 앉은 손에는 작은 봉투, 구걸한 돈으로 구입한 술일 것이다. 맛있는 표정으로 홀짝홀짝 몇 모금 마시고 두 다리 쭉 뻗고 차가운 벽에 기대어 세상 다 가진 얼굴로 해바라기 하든 노숙자 오늘 아침 출근길에 비는 내리고 차가운 날씨, 꿈쩍도 않기에 안타까운 마음 다가가 보니 숨은 쉬고 있다.
 
덮고 있는 이불 반쯤 비에 젖어 축축한데, 술에 취해 깊이 잠든 모양이다. 저 사람은 과거를 떼어 버렸을까? 아니면 간직하고 있을까? 머리맡의 작은 봉투 속 반쯤 드러난 술병, 추운 날씨에도 갈라진 바닥 틈새를 비집은 잡초, 그 강인함에 가슴이 울컥한다.
 
일어나면 찾아가지 않은 이불 하나 주어야겠다 생각하며 가게 문을 연다.
 
어제 구운 굴 파전, 미나리 전은 데우고, 된장찌개, 스토브 위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데, 갑자기 요란한 여러 대의 소방차 사이렌 소리, 문을 열고 빨리 대피하라는 소방관의 고함 소리 영문도 모르고 입은 채 뛰어나오니, 수많은 소방관과 멀리서 웅성거리는 인파, 노숙자에게 발로 툭툭 차며 일어나라 고함치는 소방관, 비에 젖은 이불 들고 벗은 발로 세상 바쁠 일 없다는 듯 비틀거리며 어슬렁어슬렁 옆 건물 쪽으로 가는 노숙자 지금도 술에 취한 모양이다.
 
며칠 전부터 시작된 하수도 공사로 파헤친 도로, 가스관을 파손시켜 온 동네가 가스 냄새로 코를 찌른다. 완전 무장한 수많은 소방관 어지럽게 움직이고 얇은 옷 하나만 걸친 나와 아내 추위에 떨고 있으니, 이웃 커피 가게에 일하는 종업원 자기 재킷을 벗어 아내에게 입어라 한다
고맙게 거절한 아내, 옆 건물에 24시간 문을 연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커피 한잔에 팬케이크 한 조각, 아침을 대신한다. 궁금하여 앉아 있지 못하고 나오니 가스회사 차가 땅을 파고 있는데 작업자가 열 명은 되는 것 같다. 가스 파이프는 고쳐 누출은 막은 것 같은데, 그러나 냄새는 아직도 온 동네를 진동한다.
 
추운데 이제 옷을 가지러 들어가면 되겠느냐고 청을 한다. 잠깐 기다리라 하고 상관과 의논을 하더니 같이 들어가자 한다. 얼른 들어가 두꺼운 옷과 전화기를 들고나와 자동차를 가져가려 하니 시동 걸 때 불꽃이 튀기 때문에 안된단다. 궁금한 마음에 멀리 가지도 못하고 그저 가게 근방을 왔다 갔다 한다.
두어 시간이 넘게 지나 소방차 한대만 남기고 모두 돌아간 것을 보니 이제 다 마무리된 모양이다. 들어선 가게 안은 아직도 냄새가 심하다. 추운 날씨지만 문을 활짝 열고 팬을 돌려 공기를 순환시켰다. 문득 생각난 노숙자 이불 하나 들고 찾아가니, 비에 젖은 이불 주차장 담장에 걸쳐 놓고 멍하니 서 있다.
 
이제 비는 그쳤지만 추운 날씨 땟국에 절은 젖은 옷에 벗은 발 5불짜리 하나 손에 쥐여주고 돌아서니, 벌써 마켓 쪽으로 간다. 빵이라도 사서 먹으면 좋으련만 아마 술을 사겠지. 어떻게 할 수 없는 안타까움 그저 멍할 뿐이다. 
 
귀 따가운 바람, 반쯤 비에 젖은 몸뚱이, 차가운 시멘트벽에 기대어 또 술을 마신다. 바닥 틈새를 밀고 나온 잡초와 계속되는 중얼거림의 노숙자 만족한 표정으로 스르르 눈을 감는다. 추운 겨울 금 간 바닥 틈 사이의 잡초와 노숙자 그나마 조금씩 자라고 있던 자아마저 성장을 멈추어버린 나, 멍하니 궂은
하늘 바라보다 살아있음에 머리 숙여 감사할 뿐이다.
 
오성수
- 시인
- 1982년 도미
- 월간 한비 문학 신인상 수상
- 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

배은나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