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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오 하늘이시여

죄 없는 꽃다운 목숨 158명, 그리고 부상자 156명. 이것이 얼마 전 한국의 수도인 서울 한복판의 폭 3.5미터 좁은 골목에서 벌어진 참사의 안타까운 결과다.     지금부터 50여년 전 이민 보따리를 풀고 난 직후 괴상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해 10월 31일, 괴상한 복장을 한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사탕과 초콜릿을 얻어가는 것이었다.       기독교 국가라는 미국에서 어찌 이런 행사가 아이들에게는 명철처럼 각인 되어 그날을 손꼽아 기다라며 사탕 얻는 날로, 즐거워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한국에서도 핼러윈 행사가 유행처럼 번져 20~30대 청년들이 파티하고 즐기는 날이 된 모양이다. 올해도 십수만명이 한 곳에 몰렸지만, 정부 기관이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참사가 벌어졌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아 하늘이시여!   구경 간다고 집을 나선 아이들이 길바닥에서 압사하다니, 부모와 가족들의 참담한 심정은 어떻게 필설로 표현할 수 있을까?   슬픔과 괴로움은 남은 자의 몫이다. 이번 참사로 졸지에 아들을 잃은 한 미국 청년의 아버지는 그 참담한 심정을 무수히 많은 뾰족한 것들이 가슴을 찌르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어찌 이분뿐이겠는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가족과 친구를 잃은 사람들의 그 비통한 심정을 어이 헤아릴 수 있을까?   안타까운 사연들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신부를 잃은 신랑의 절규, 친구의 손을 놓치고 혼자 살아남아 친구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잘못했다고 울부짖는 사람….어찌 그들이 잘못한 것인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그래도 다시는 이런 참사가 또 벌어지지 않도록  ‘외양간’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삼가 유족에게 위로를 보낸다.   노명자 / 풋힐랜치독자마당 하늘 친구 아버지 절규 친구 핼러윈 행사

2022-11-20

[시로 읽는 삶] 가만히 있자

산짐승은 몸에 병이 들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다/ 숲이 내려보내는 바람 소리에 귀를 세우고/ 제 혀로 상처를 핥으며/ 아픈 시간이 몸을 지나가길 기다린다// 나도 가만히 있자   -도종환 시인의 ‘병든 짐승’ 전문       꽤 오래전에 나온 시인데 읽다 보니 우리가 겪고 있는 이즈음의 상황과 겹쳐진다. 우리는 모두 돌기가 원활치 않은 바퀴에 끼인 것처럼 불편을 겪고 있다.    현대인들은 갖가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살아가는 일 자체가 강박감 아니냐고 하듯이 일상이라는 사소함에도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 더군다나 코로나라는 이겨내기가 어려운 상대를 만나고 보니 나 남 할 것 없이 병 아닌 병을 얻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여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두 군데 고장 난 곳 없는 사람이 별로 없다. 마음의 허약함을 호소하곤 한다. 삶이 다양하듯이 겪고 있는 병적 징후들도 다양하다.     “나도 가만히 있자”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은 조용한 절규 같기도 하다. 가만히 있는 것이 최상의 대책이라는 듯, 가만히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듯, 코로나 앞에서 낮은 포복으로 숨을 죽이고 있는 이즈음의 우리들이 이렇지 않은가.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 ‘절규’는 절망적인 심리상태를 역동적인 곡선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작가 생전에 붙인 제목은 ‘자연의 절규’라고 한다. “어느 날 저녁 친구 둘과 함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한쪽에는 마을이 있고 아래쪽에는 피오르드가 있었다. 나는 피곤하고 아픈 느낌이 들었다. (···) 해가 지고 있었고 구름은 피처럼 붉은색으로 변했다. 나는 자연을 뚫고 나오는 절규를 느꼈다. 실제로 그 절규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진짜 피 같은 구름이 있는 이 그림을 그렸다. 색채들이 비명을 질러댔다”라는 화가의 글은 매우 유명하다.   자연의 절규가 들리고 색채들이 지르는 비명을 들을 수 있는 심리상태란 어떤 것이었을까. 자연의 절규가 들린다는 건 아마도 심리상의 이상 증상일 것이다. 불안감에 시달렸다는 화가의 성장배경이나 미술사적인 해석은 젖혀두고 단지 자연이 내는 신음을 감지한다는 것에만 주목하고 싶다.   무심코 밟고 지나던 풀들도, 쇄골을 드러내고 있는 겨울나무도, 추위를 피해 웅크리고 있을 짐승들도 제 삶의 격랑으로 소리를 지르고 싶을 만큼 극한의 피로감을 견디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것들의 생존을 위한 발버둥은 그게 무엇이든 절박하고 진지하다. 사람인 우리에게만 수시로 복병이 나타나는 건 아닐 터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난감한 현실은 진즉에 자연의 절규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사람의 편리에만 집중한 탓이라는 것은 이미 공감대가 넓어졌다. 병은 무슨 병이 든 지 전조증상이 있기 마련이다.     봄이 오면 땅을 밀고 올라오는 새싹들처럼 스스로 체온이 오르는 때가 올 때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는 환호할 것이고 바람은 출렁일 것이다.     다만 회색 하늘에 무지갯빛의 플래카드를 걸어놓는 기지가 필요하다. 빨리 낫기를 바라며 아등바등하는 일도 허망하다. 어차피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치유의 능력이 생길 때까지 자연의 한숨 소리를 듣고 자연이 건네는 메시지를 해독하는 신경증을 겪으며 서두르지 말고 가만히 있자. 조성자 / 시인시로 읽는 삶 절규 같기 한숨 소리 겨울나무도 추위

2022-02-01

[문예마당] 고운님의 절규/어떤 만남/잡초와 노숙자 그리고

  ━   고운님의 절규   이한기   시커먼 하늘 온누리 잿빛으로 덮이고 십자가에 못박혀 매달린 고운님의 절규하는 모습   옆구리 창에 찔린 석류처럼 쏟아지는 붉은 피 고운님은 절규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늘도 노하여 고함치던 소리 오상의 흔적 남기신 고운님 하늘로 오르사 본좌에 앉으셨다 아! 울부짖으며 울부짖는다.   *오상 : 두손, 두발, 옆구리의 상처   이한기 - 국가 유공자 - 군사 평론가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어떤 만남   이설윤     소리 없이 다가온 잿빛 그림자 저물어 해 질 무렵 엎드리는 두려움 속에 사랑의 언어로 가득 찬 당신의 침낭에 몸을 뉘었습니다   흔들리는 세상의 바람 속에서 지우고 다듬고 다시 그려도 실패의 연속뿐인 수많은 붓놀림 중 당신의 한 획은 완전합니다   태초가 어제 같은 오늘 다시 시작하는 아침이 되었습니다 알지 못하는 시련의 터널을 지난다 해도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꿈꾸는 그리움이 있어 좋습니다   창백한 그믐달이 걸려있는 하얀 감옥으로 찾아오신 숨 가뿐 만남이 깊은 바다를 밟고 일어선 언약의 하늘이 되었습니다   이설윤 - 1979년 도미 - 뉴욕 크리스천 월간지에 창작 활동 - 제3회 애틀랜타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 수상     ━   잡초와 노숙자 그리고   석정헌 오성수   바쁜 일 대충 끝내고 따뜻한 차 한 잔 손에 들고 멍하니 내다본 창밖 비는 추적거리고, 극장 높은 담장에 가로막힌 답답함 우울을 더한다.   언제부터인지 가게 맞은편 따뜻한 태양 종일 내리쬐는 극장 비상구 계단 아래  노숙자가 자리를 잡았다. 허름한 큰 가방 하나 손에는 작은 누런 봉투 아마 술일 것이다.   한참을 죽은 듯 누워있더니 자리를 비웠다. 어슬렁어슬렁 돌아와 벽에 기대고 무너지듯 앉은 손에는 작은 봉투, 구걸한 돈으로 구입한 술일 것이다. 맛있는 표정으로 홀짝홀짝 몇 모금 마시고 두 다리 쭉 뻗고 차가운 벽에 기대어 세상 다 가진 얼굴로 해바라기 하든 노숙자 오늘 아침 출근길에 비는 내리고 차가운 날씨, 꿈쩍도 않기에 안타까운 마음 다가가 보니 숨은 쉬고 있다.   덮고 있는 이불 반쯤 비에 젖어 축축한데, 술에 취해 깊이 잠든 모양이다. 저 사람은 과거를 떼어 버렸을까? 아니면 간직하고 있을까? 머리맡의 작은 봉투 속 반쯤 드러난 술병, 추운 날씨에도 갈라진 바닥 틈새를 비집은 잡초, 그 강인함에 가슴이 울컥한다.   일어나면 찾아가지 않은 이불 하나 주어야겠다 생각하며 가게 문을 연다.   어제 구운 굴 파전, 미나리 전은 데우고, 된장찌개, 스토브 위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데, 갑자기 요란한 여러 대의 소방차 사이렌 소리, 문을 열고 빨리 대피하라는 소방관의 고함 소리 영문도 모르고 입은 채 뛰어나오니, 수많은 소방관과 멀리서 웅성거리는 인파, 노숙자에게 발로 툭툭 차며 일어나라 고함치는 소방관, 비에 젖은 이불 들고 벗은 발로 세상 바쁠 일 없다는 듯 비틀거리며 어슬렁어슬렁 옆 건물 쪽으로 가는 노숙자 지금도 술에 취한 모양이다.   며칠 전부터 시작된 하수도 공사로 파헤친 도로, 가스관을 파손시켜 온 동네가 가스 냄새로 코를 찌른다. 완전 무장한 수많은 소방관 어지럽게 움직이고 얇은 옷 하나만 걸친 나와 아내 추위에 떨고 있으니, 이웃 커피 가게에 일하는 종업원 자기 재킷을 벗어 아내에게 입어라 한다 고맙게 거절한 아내, 옆 건물에 24시간 문을 연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커피 한잔에 팬케이크 한 조각, 아침을 대신한다. 궁금하여 앉아 있지 못하고 나오니 가스회사 차가 땅을 파고 있는데 작업자가 열 명은 되는 것 같다. 가스 파이프는 고쳐 누출은 막은 것 같은데, 그러나 냄새는 아직도 온 동네를 진동한다.   추운데 이제 옷을 가지러 들어가면 되겠느냐고 청을 한다. 잠깐 기다리라 하고 상관과 의논을 하더니 같이 들어가자 한다. 얼른 들어가 두꺼운 옷과 전화기를 들고나와 자동차를 가져가려 하니 시동 걸 때 불꽃이 튀기 때문에 안된단다. 궁금한 마음에 멀리 가지도 못하고 그저 가게 근방을 왔다 갔다 한다. 두어 시간이 넘게 지나 소방차 한대만 남기고 모두 돌아간 것을 보니 이제 다 마무리된 모양이다. 들어선 가게 안은 아직도 냄새가 심하다. 추운 날씨지만 문을 활짝 열고 팬을 돌려 공기를 순환시켰다. 문득 생각난 노숙자 이불 하나 들고 찾아가니, 비에 젖은 이불 주차장 담장에 걸쳐 놓고 멍하니 서 있다.   이제 비는 그쳤지만 추운 날씨 땟국에 절은 젖은 옷에 벗은 발 5불짜리 하나 손에 쥐여주고 돌아서니, 벌써 마켓 쪽으로 간다. 빵이라도 사서 먹으면 좋으련만 아마 술을 사겠지. 어떻게 할 수 없는 안타까움 그저 멍할 뿐이다.    귀 따가운 바람, 반쯤 비에 젖은 몸뚱이, 차가운 시멘트벽에 기대어 또 술을 마신다. 바닥 틈새를 밀고 나온 잡초와 계속되는 중얼거림의 노숙자 만족한 표정으로 스르르 눈을 감는다. 추운 겨울 금 간 바닥 틈 사이의 잡초와 노숙자 그나마 조금씩 자라고 있던 자아마저 성장을 멈추어버린 나, 멍하니 궂은 하늘 바라보다 살아있음에 머리 숙여 감사할 뿐이다.   오성수 - 시인 - 1982년 도미 - 월간 한비 문학 신인상 수상 - 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 배은나 기자문예마당 노숙자 절규 인파 노숙자 아래 노숙자 노숙자 지금

202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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