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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령화 시대… ‘세계가 은퇴한다’

 “세계가 은퇴한다. 하지만 감당할 수 있을까?” 미국 연준(Fed) 의장을 역임한 앨런 그린스펀이 자서전에서 한 말이다.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 숫자는 2020년 7억3000만 명에서 2050년 15억5000만 명으로 약 8억 명이 늘어난다. 65세 이상 인구만 모여 사는 한국만한 나라 16개가 새로 생겨나는 셈이다.  
 
세계는 시간차를 두고 은퇴한다. 향후 30년간 세계적으로 고령 인구는 110 증가한다. 하지만, 동 기간 중 일본은 2000만 명 늘어나 불과 6 증가할 따름이다. EU 28개국은 40, 미국은 50 증가한다. 세계의 평균 증가율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다.  
 
그럼에도 평균 증가율이 높은 것은 한국, 중국, 인도와 같은 후발 공업국의 고령 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보다 130 증가하고 중국이 110, 인도가 150 증가한다. 더 놀라운 것은 증가하는 고령자의 숫자다. 주요 20개국(G20) 국가들이 동 기간 중 고령자가 5억2000만 명 증가하는 데 반해 중국과 인도는 3억2000만 명 증가하여 G20 고령 인구 증가분의 60를 차지한다.  
 


시간의 차이를 두고 세계가 늙어가다 보니 나라별로 증가하는 고령층의 연령대가 다르다. 앞으로 선진국은 후기 고령자가 증가하는 반면 후발 고령화 국가에서는 전기 고령자가 급증한다. 이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후기 고령자는 요양·치료에 지출을 많이 하지만, 전기 고령자는 육체적·정신적 활동이 활발하여 학습·여행·레저나 자산관리, 혁신 제품 등의 지출에 적극적이다.
 
이러한 고령화 단계 차이는 우리에게 기회를 준다. 지금 폭발하듯 성장하는 바이오테크, 디지털 헬스케어, 로보틱스, 메타버스 등과 같은 혁신 기술들을 세계 여러 나라가 고령사회에 접목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마다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 시기의 차이로 기술을 활용하는 데 차이가 있다.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20년 정도 일찍 고령화가 진행됐다. 고령화가 4차 산업혁명에 선행했다. 이에 따라 혁신 기술을 고령사회 초기부터 적용하지 못했다.
 
반면 한국은 고령화가 진행되는 초기, 다시 말해 전기 고령자인 액티브 시니어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기술혁신 시대를 맞이했다.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이 동행쯤 된다. 한마디로 고령 사회와 기술혁신이 오롯이 오버랩(overlap)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고령 사회 극복에 혁신 기술을 적극 적용해볼 만한 위치에 있다.  
 
중국은 한국보다 5~10년 정도 늦게 고령화가 진행된다. 1만 달러 수준인 중국의 소득은 2030년대에는 2만 달러에 진입하게 된다. 고령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때 구매력도 커진다. 고령자 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중국이 우리보다 한 단계 늦게 경제 발전한 것이 축복이 됐듯이 중국이 우리보다 한 단계 늦게 고령화에 진입하는 게 우리에게 축복이 될 수 있다.  
 
한국은 2006년부터 4차에 걸쳐 저출산·고령화 5개년 기본계획을 세우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왔다. 하지만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고령사회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우선순위에 있지 않은 게 아쉬운 대목이다. 변화에 대한 완화나 적응도 중요하지만 기술 혁신을 고령사회에 ‘전략적·적극적’으로 적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이는 꽉 막힌 교차로에 차원을 하나 높여 지하도로나 고가도로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나저러나 한·중·일은 고령화 대전(大戰)에서도 한판 겨루게 됐다.

김경록 /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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