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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테이퍼링 시작과 영향

자산매입 동결 아닌 점차적 축소
장애물 많은 투자환경 될 수 있어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달 사실상의 ‘제로 금리’ 상태를 유지키로 결정한 바 있다. 동시에 그간 유지해 왔던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수준도 축소키로 하고 그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른바 ‘테이퍼링’ 시간표다.
 
▶이제 어떻게 되나
 
연방 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는 그동안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며 본드 값을 견인했다. 채권 매입은 곧 시중의 통화량 증가를 의미한다. 돈이 많이 돌면 돈 가치는 당연히 떨어진다. 돈을 빌리는 비용도 떨어지게 된다. 이자가 역사상 최저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공격적인 통화정책 덕분이었다. 양적완화라고도 불리는 이 같은 정책은 시장의 안정성과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소비자와 개인 모두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았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경기를 위해 버틸 돈과 쓸 돈을 계속 풀어준 셈이다. 채권시장의 낮은 수익률은 곧 자동차나 주택 등 소비융자 이자율과 직결된다. 그만큼 소비지출에 활기를 줬다.  
 
테이퍼링은 이런 양적완화 규모를 점차 축소하겠다는 의미다. 11월부터 매월 150억 달러씩 채권 매입 규모를 줄여갈 계획임을 밝혔다. 예정대로라면 대략 내년 6월께까지 테이퍼링 절차는 모두 마무리될 것이다. 핵심은 테이퍼링이 연준의 자산매입 동결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단지 점차 줄여가는 것이다. 연준은 테이퍼링을 진행함에 있어 경기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의지도 있음을 천명했다. 또한 테이퍼링이 곧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왜 테이퍼링인가
 
연준은 크게 두 개의 주요 의무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인플레이션을 적정 수준에서 잘 관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완전고용을 꾀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경제는 아직 팬데믹 중 없어진 500만여개 일자리를 다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공급망 차질로 인해 인플레이션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이런 상황은 연준으로 하여금 매우 섬세한 균형감각을 유지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경제가 충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빨리 돈줄을 조여서도 안 되고, 너무 늦어서 고공행진 중인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이퍼링의 시작은 후자, 즉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 쪽으로 연준 정책의 무게중심이 넘어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단, 본격적인 긴축으로의 선회는 내년도 고용시장의 완전 정상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경제가 팬데믹 여파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는 확정적 데이터 역시 필요조건이다.
 
▶투자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연준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며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바는 장기 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회귀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점진적인 수순을 밟고자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정책 방향은 투자자들에게도 당연히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선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실상의 ‘제로 금리’ 환경은 주식시장에는 그간 엄청난 호재로 작용해 왔다. 금리가 낮은 만큼 채권이나 기타 고정자산 대비 주식형 자산의 가치는 훨씬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 주식은 지난해 3월 팬데믹 저점 이후 급등세를 이어왔다. S&P 500은 사상 최고치를 꾸준히 경신했다. 그러나 연준이 양적완화에서 물러서는 과정이 진행되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시장이 이를 가격조정으로 반영할 것이고 기대 수익률도 평균 수준으로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와는 달리 장애물들이 많은 투자환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기지 시장도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부문이다. 연준의 채권 매입 대상에는 소위 말하는 모기지 증권들도 포함돼 있다. 그간의 저금리 환경은 모기지 수요 증대와 집값 상승을 부추겨온 결정적 원인 제공자일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변화가 오면 모기지나 부동산 시장에도 부정적 여파가 올 수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가격은 올랐는데 연준의 돕는 손길이 거둬지면 모기지나 기타 대출금리가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그만큼 부동산 경기 위축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이 전혀 예상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연준은 꾸준히 이 같은 정책 방향 선회를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고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최근까지도 상승세를 이어 왔다. 물론, 연준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최근 들어 많은 전문가 사이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예상치 등도 변동성 상승을 유발할 것이다.
 
▶코로나 변이
 
최근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이미 양적완화 축소와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균형감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연준이 더 고민스러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팬데믹 재확산은 경기회복에 제동을 걸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지속할 경우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증시와 실물경제 모두에 결정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여러 차례 강조한 바대로 내게 맞는 전술형 분산 포트폴리오 활용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켄 최 아메리츠 에셋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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