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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몽상] 게임의 규칙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이렇게 살 떨리는 게임이 될 줄 몰랐다. 술래가 돌아볼 때 움직이면 ‘죽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징어 게임’에서 그랬다가는 정말로 죽는다.
 
황동혁 감독의 이 넷플릭스 시리즈는 아이들이 많이 했던 단순한 놀이를 살벌한 생존게임으로 탈바꿈시켰다. 최후의 1인은 456억원의 상금을 받지만, 확률로 따지면 참가자 99% 이상이 죽을 운명이다. 탈출구가 없진 않다. 참가자 과반이 동의하면 게임을 중단하는 규칙도 있다. 하지만 빚에 몰리고 사람에 쫓기는 참가자들은 기어이 게임판에 돌아온다.
 
“최근 남한의 문화예술관련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영화관 상영과 극장 공연 등이 침체 상태에 빠져들자 미국 인터넷 동영상봉사업체인 넷플릭스를 통해 처지를 개선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미국 기업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 엊그제 북한 선전 매체가 내놓았다는 주장이다. ‘오징어 게임’ 의 세계적 반향과 함께 국내에서 일고 있는 비판과도 통하는 데가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넷플릭스는 제작비 이외에 흥행에 비례한 수익 배분이 없다. 속편이든 리메이크든 지적재산권은 모두 넷플릭스가 갖는다. 이게 공평한지 따지기 전에 하나는 분명하다. 2013년 넷플릭스 첫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 때부터 이렇게 해왔다는 점이다. 한국 제작사가 이를 모르고 게임에 뛰어들었을 리 없다. ‘오징어 게임’이 거둔 엄청난 성공에 비하면 약 250억원이라는 제작비가 적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이 뛰어든 승자독식의 게임판과는 다르다.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끼는 건 ‘오징어 게임’의 창작과정이다. 연출자 황동혁 감독이 직접 대본을 썼다. 한국영화에 흔한 방식인데 드라마에서는 흔치 않다. 작가가 곧 감독이니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식의 통념도 경계가 무너진다.
 
감독은 상상력과 함께 개인적 체험을 곳곳에 녹였다. 주인공 성기훈이 사는 쌍문동은 그가 살던 곳이고, 참가자들이 입은 그리 예쁘지 않은 초록색 운동복은 그가 다닌 학교 체육복 색깔대로다. 살벌한 분위기에서 경쾌하게 흐르는 ‘장학퀴즈’ 음악, 거대한 감시인형 ‘영희’의 이름과 외모 등의 디테일은 감독 또래들의 공통 기억까지 불러낸다. 극 중에 나오는 딱지치기, 구슬치기, 뽑기, 오징어 게임 등의 놀이는 말할 것도 없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란 말이 떠오른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했던 걸로 기억한다며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인용한 말이다. 작품에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넷플릭스가 진작부터 창작자들 사이에 호평을 받은 큰 이유 중 하나다.

이후남 / 한국 문화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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