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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집으로 본 한국과 프랑스

점점 심각해지는 주택난
‘기생충’‘오징어게임’ 낳아

집세 인상 엄격한 프랑스
한국도 접근 방법 바꿔야

 최근에 내 친구 하나가 무척 힘들어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주인이 바뀌면서 집세를 두 배로 인상한다는 말을 몇 주 전에 들은 것이다. 그후 친구는 이사할 집을 부지런히 찾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 만나는 부동산 중개인마다 요즘 부동산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많아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았다는 말을 했다. 친구 내외는 현재 사는 집보다 더 비싸고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하든지, 살던 동네를 떠나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해 우리 가족도 같은 이유로 이사했다. 반전세로 살고 있던 집이 월세로 바뀌면서 갑자기 월세가 25%나 인상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예산에 맞는 집을 찾을 수 있었지만 지금 사는 집도 나중에 월세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오늘날에는 전 세계 어느 대도시든 적당한 가격에 살 집을 찾기가 어렵다. 서울의 경우 여타 도시들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2020년 7월에서 2021년 7월 사이에 한국 주요 도시의 평균 집값은 26.7%나 올랐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약 10억원에 달한다. 이미 심각한 문제였던 가계부채는 더욱 증가해 사실상 GDP에 맞먹는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응하여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8월에 금리 인상을 결정했고, 한국은 팬데믹 시대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첫 번째 선진국이 됐다.
 
집세는 비싸고 자가 소유가 부를 축적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사람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집을 사려고 한다. 한국에서 부동산이 이토록 인기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이웃 국가들보다 양질의 투자 대상이 적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첫 집을 마련하기 위해 기꺼이 큰 금액을 대출받으려 한다. 이런 경향은 청년들도 마찬가지여서, 젊은층이 특히 부동산을 소유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한국의 독특한 전세 제도 또한 부동산 투자를 촉진하는 요소다.
 
다행히 나와 내 친구는 아직 대출은 받지 않았지만, 주택난 문제를 곰곰이 살피다 보니 최근 큰 성공을 거둔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생각났다. 두 작품 모두 현대 사회 전반과 특히 한국 사회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두 작품에서 우리는 최상류층과 살아남기에 급급한 극빈층 간의 참을 수 없는 불평등을 목격한다.
 
‘기생충’에서 한 가족은 서울의 초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호화로운 저택에서 살고, 다른 한 가족은 장마철이면 빗물이 넘치는 반지하에 거주한다.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경우 다양한 연령층의 게임 참가자 수백 명이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무거운 빚을 지고 돈에 쪼들려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 삶을 견디느니 목숨을 건 위험한 게임에 뛰어드는 편을 택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한 이후 집값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다.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중과하고 2025년까지 주택 200만 채 공급을 위해 착수하고 있다. 또한 생애 첫 주택 구입시 취득세를 감면해 준다.
 
그러나 실상은 어떤 조치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프랑스의 경우 2020년에 집세가 1.1% 증가했다. 그에 비해 한국은 2021년 처음 석 달 사이에 집세가 6%나 증가했다. 프랑스 법률은 세입자가 새로 들어올 경우 집주인은 주요 시공비를 주인이 부담했거나 기존 집세가 과도하게 낮은 경우를 제외하면 표준임대지표(2020년의 경우 평균 0.8%) 이상으로 집세를 인상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한국에도 (프랑스보다 기준치가 높더라도) 분명히 이와 유사한 법이 있지만, 집행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허점투성이인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친구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다면 현재 집세가 합법적으로 두 배까지 인상된 근거는 친구가 임대차계약을 맺은 이후에 집주인이 바뀌었고, 그 집이 개인이 아닌 기업에서 관리하는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친구 남편 회사가 보증금을 부담해 주고 월세는 친구 부부가 부담한다) 법이 무력해질 수 있는 또 다른 실례로는, 많은 다주택자가 재산세 중과에 대응해 주택을 매매하기보다 가족에게 증여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가 주택문제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음 대통령에게도 주택난은 유례없이 시급한 문제일 것이다. 실패를 거울 삼아 이제는 접근 방법을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는 교훈을 얻었기를 바란다.

에바 존 / 한국프랑스학교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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