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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혜성

혜성(彗星 Comet)은 순우리말로는 꼬리가 달린 별이라고 해서 꼬리별, 혹은 화살처럼 난다고 해서 살별이라고 부른다. 인류는 우주가 질서 정연하다고 생각했다. 해와 달은 반복적으로 움직였고 밤하늘의 별도 사계가 바뀔 때마다 제 자리를 찾았는데 혜성은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졌기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길한 천체라고 여겼다.     그러는 사이 천문학이 발달하고 관측 자료가 축적되면서 혜성의 활동에도 어떤 규칙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영국의 에드먼드 핼리가 최초로 한 혜성의 움직임에 주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계산 끝에 그 혜성이 다시 지구에 근접할 때를 예상했지만 핼리는 그 전에 사망했다. 그가 죽은 후 1758년경에 정확히 그 혜성이 나타났고 후세 사람들은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 혜성에 천문학자의 이름을 붙였다. 그 유명한 핼리 혜성이다.   혜성 주위에는 코마라고 불리는 구름이 둘러싸고 있는데 이는 태양에 가까워져 올수록 혜성의 핵이 기화하여 생기는 현상이다. 코마는 우주 먼지와 얼음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작은 것들은 태양풍에 밀려 혜성의 꼬리처럼 보인다.     일반적인 혜성의 크기는 지름이 30km 이내지만 태양에 가깝게 접근할수록 그 꼬리가 길어져서 긴 것은 태양에서 지구 사이 거리의 4배 정도 되기도 한다. 혜성에는 꼬리가 두 개 있다. 얼음 덩어리였던 혜성이 태양계 안쪽으로 접근하면 태양의 열에 의해서 표면의 휘발성 물질이 기화하며 그 주위 먼지와 함께 혜성 주위를 에워싸는데 이를 코마라고 했다. 그런데 태양풍에 의해서 코마는 혜성 뒤로 밀리면서 먼지로 이루어진 꼬리 하나로 되고 그 옆에 생긴 다른 꼬리는 이온화된 기체가 빛을 내는 것이다.     태양계의 얼개를 보면 태양 주위에 총 8개의 행성이 공전하고 그 바깥에 카이퍼 벨트라고 부르는 소행성 집단이 있으며 그곳을 한참 지나면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이 약 1년 걸려 도착하는 먼 곳에 오르트 구름대가 있다. 카이퍼 벨트에 퍼져 있던 소행성이 어쩌다 목성이나 천왕성, 해왕성의 중력에 끌려 태양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혜성이다. 혜성은 그 주기가 200년 이하이면 단주기 혜성이라고 하고 더 긴 주기가 걸리는 것을 장주기 혜성이라고 구분한다. 아까 말한 핼리 혜성의 주기는 75~76년이므로 단주기 혜성에 속한다.     카이퍼 벨트에서 발원한 혜성은 단주기 혜성이지만 멀고 먼 오르트 구름대에서 시작하는 혜성을 장주기 혜성이라고 구분하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장주기 혜성은 몇 되지 않지만, 그 중 웨스트 혜성은 그 공전 주기가 50만 년이 넘는다.     혜성은 별똥별이라고 불리는 유성과는 완전히 다른 천체이지만 혜성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꼬리 부분의 조각이 우연히 지구의 공전 궤도와 겹치는 경우 지구가 이 지역을 지나갈 때 혜성이 흘린 것들이 지구의 중력에 끌려 들어와 대기권에서 산화되는 현상이 유성우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은 혜성에 포함된 다량의 얼음에서 왔을 것으로 추측했으나, 바닷물 속의 중수소를 비롯한 동위원소의 비율이 혜성 것과 다르고 오히려 소행성의 것과 일치하는 까닭에 지금은 물의 소행성 기원설이 더 유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혜성 장주기 혜성 혜성 주위 핼리 혜성

2023-10-06

[이 아침에] 살별의 노래

운명을 믿지 않는다. 맞장 뜰 생각도 없고 피해 갈 이유도 없다. 운명은 수천만개의 천체와 별들의 운행 속에 캄캄한 밤 포물선을 그리며 사라지는 살별의 흔적이다.  혜성(彗星, 살별)은 꼬리별이다. 태양계에 속하는 행성들은 작은 점이나 원형으로 빛을 내지만 살별은 긴 꼬리를 끌고 움직인다. 초기 태양계 외곽에서 존재하던 살별은 태양의 중력으로 태양계로 진입하는데 큰 질량을 가진 혜성을 만나면 궤도를 바꾸거나 다른 행성에 부딪혀서 부서지고 태양 밖으로 사라진다. 운명은 혜성처럼 진로가 없다. 살별의 빛나는 긴 꼬리도 먼지나 티끌일 뿐이다.       싱글러브 전 유엔사령부 참모장(예비역 소장)이 지난달 19일 100세로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1977년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에 반대하다가 35년간의 복무를 마치고 강제로 퇴역당했다. 한국의 군사원조를 중단하고 5년 내 주한미군을 철수하려는 미국의 계획은 그 뒤 백지화된다.   운명의 물꼬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터진다. 총장님 추천으로 미공보원장댁의 한국어교사 채용 인터뷰를 했는데 다른 대학에서 온 쟁쟁한 영문과 수재들을 제치고 내가 발탁된 것은 영어를 잘 못 하는 국어국문학과 학생이기 때문이다. “미국말 잘하는 사람 필요 없어요. 한국말 잘하면 됩니다.” 라우리 여사가 나를 선택한 이유다. 운명이라는 것은 고삐 풀인 말처럼 때로는 광야를 달린다. 미국공보원(USIS)은 미국문화원(American Cultural Center)으로 이름이 바뀐다.     앞이 보이지 않는 대학생활은 캄캄하고 지루했다. 친구들과 잔디밭에 뒹굴며 육영수여사께 ‘개교기념일 날 놀러오세요’라고 편지를 보냈는데 청와대에서 답신이 왔다. 일사천리로 진행돼서 ‘영부인 초청 대학생과의 대담’에서 사회를 맡았다.     운명이 달력에 동그라미를 친다면 그 날이다. 7월4일 미국독립 200주년 기념 파티에 양국정부의 귀빈들만 참석하는 잔치에 초대받는다. 라우리씨가 칠레 대사로 영전돼 ‘작별 인사를 한국말로 하고 싶다’고 해서 선생 자격으로 참석했다. 살별의 꼬리는 어디쯤에서 궤도를 바꾸게 될지도 모른다. 그 파티에서 제임스를 만난다. 그 해 8월15일 육영수 여사가 저격당하고 마지막 가까이 수행한 여대생이라서 정보부 보호(감시)로 애도방송에 출연, 대규모 집회에 연사로 등장한다,     싱글러브 장군을 처음 만난 것은 유신헌법 반대 운동 데모로 서슬이 시퍼렇던 때다. 학교는 등교하는 날보다 닫는 날이 더 많았고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항시 따라다녔다. 한국 사정은 미국이 더 잘 간파하고 있었다. 제임스가 긴급시 미8군 부대에 급히 숨을 수 있도록 출입증을 발급해 주었다. 바늘에 실도 꿰어보지 못한 내 ID카드의 직책은 재봉사, 언제든지 피신이 가능했다.   싱글러브 장군에게 한국요리를 대접한 것은 그해 가을이다. 눈이 어질고 깊었다. 제임스가 한국 여성상 빛내느라 내가 요리를 잘한다고 큰소리친 덕분에 전기밥솥 스위치도 안 눌러 본 솜씨로 관사에서 ‘장군을 환영하는 저녁 만찬’을 준비했다. 솜씨 좋으신 어머니가 만드신 요리를 접시에 담기만 했다. 장군은 김을 좋아했다.     몇 년 후 미국에 오고 방송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하는 장군의 목소리를 들었다. 영웅은 죽지 않는다. 잠시 태양 밖으로 사라졌을 뿐이다.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빛에 빳빳하게 잘 다려진 군복의 어깨에서 별이 반짝거렸다. 그의 별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영원한 별이 되어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빛나고 있을 것이다.  이기희 / Q7 Fine Art 대표·작가이 아침에 살별 노래 혜성 살별 초기 태양계 싱글러브 장군

2022-09-14

[J네트워크] 영화 ‘돈 룩 업’과 ‘설득의 무효함’

모두가 사실을 소유한 시대다. 누군가 당신을 설득하려 한다면, 반박할 재료가 한가득이다. 내 마음에 드는 정치인을 찾거나,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유튜버는 검색하면 금방 나온다.   사실을 의견으로 치부하며, 설득은 어림도 없다는 다짐으로 시작하는 대화. 지난해 취재 현장에선 이런 사람들을 유독 많이 만났다. 기자는 사실을 전달하는 직업인데, 사실로도 상대방의 마음을 열지 못하니 무기력해졌다. 미국 SF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은 “편견에 호소해 천 명을 움직이는 게 논리로 한 명을 설득하는 것보다 빠르다”고 했다.   이런 ‘설득의 무효함’은 올해 대선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양당 후보 모두 지지층만 단단히 결집하려는 모습이다. 후보들의 행보를 보면 반대 진영에 대한 설득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가끔 과감한 발언도 등장하지만, 곧 다시 주워 담는다. 그때마다 평론가들은 “내 진영의 지지자들은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던져보는 전술”이라 해석한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돈 룩 업(Don’t Look Up)'의 감독 아담 매케이도 비슷한 메시지를 던진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거대한 혜성이 6개월 뒤 지구를 멸망시킨다는, 특별한 것이 없어보이는 영화. 하지만 이 영화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메릴 스트리프, 제니퍼 로런스와 티머시 샬라메까지 잘나가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거대한 재난조차도 '공통된 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열하는 망가진 미국을 절실히 연기한다. 대중을 현혹하는 정치인들은 혜성이 떨어질 하늘을 올려다보지도 말라는 '돈 룩 업'이란 구호를 멸망 직전까지 외친다. 매케이 감독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린 더이상 서로 대화할 수도, 심지어 동의라는 것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말했다.   지금 우린 어떨까. 과거였다면 돌이킬 수 없을 수준의 의혹과 실언에도, 대선 후보를 결정한 사람들의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후보와 정당을 넘어서 이젠 진영 내 지지자들 모두가 각자의 진실을 들고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각개전투 중이란 생각도 든다. 사회 분열을 연구해 온 제임스 데이비슨 헌터 버지니아대 교수는 “우리는 서로를 실존적인 위협(existential threat)으로 바라보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돈 룩 업'에서 혜성을 발견한 천문학자 랜달 민디(리어나도 디캐프리오) 교수는 유명 토크쇼에 나와 이렇게 호소한다. “에베레스트 산 만한 혜성이 지구에 오는데, 우린 최소한의 합의도 못 하고 처 앉았으면 어떡해요. 어디가 망가진 거예요? 기회가 있었을 때 혜성 궤도를 틀었어야지.”     모두가 진실을 외치는 시대에 궤도를 틀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올해 우리는 지난해보다 나아질 수 있을까. 박태인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무효함 영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혜성 궤도 대선 후보

2022-01-09

[시선2035] 설득은 어림도 없다

 모두가 사실을 소유한 시대다. 누군가 당신을 설득하려 한다면, 반박할 재료가 한가득이다. 내 마음에 드는 정치인을 찾거나,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유튜버는 검색하면 금방 나온다.   사실을 의견으로 치부하며, 설득은 어림도 없다는 다짐으로 시작하는 대화. 지난해 취재 현장에선 이런 사람들을 유독 많이 만났다. 기자는 사실을 전달하는 직업인데, 사실로도 상대방의 마음을 열지 못하니 무기력해졌다. 미국 SF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은 “편견에 호소해 천 명을 움직이는 게 논리로 한 명을 설득하는 것보다 빠르다”고 했다.   이런 ‘설득의 무효함’은 올해 대선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양당 후보 모두 지지층만 단단히 결집하려는 모습이다. 후보들의 행보를 보면 반대 진영에 대한 설득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가끔 과감한 발언도 등장하지만, 곧 다시 주워 담는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돈 룩 업(Don’t Look Up)’의 감독 아담 매케이도 비슷한 메시지를 던진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거대한 혜성이 6개월 뒤 지구를 멸망시킨다는, 특별한 것이 없어보이는 영화. 하지만 이 영화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메릴 스트리프, 제니퍼 로런스와 티머시 샬라메까지 잘나가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거대한 재난조차도 ‘공통된 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열하는 망가진 미국을 절실히 연기한다. 대중을 현혹하는 정치인들은 혜성이 떨어질 하늘을 올려다보지도 말라는 ‘돈 룩 업’이란 구호를 멸망 직전까지 외친다. 매케이 감독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린 더이상 서로 대화할 수도, 심지어 동의라는 것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말했다.   지금 우린 어떨까. 과거였다면 돌이킬 수 없을 수준의 의혹과 실언에도, 대선 후보를 결정한 사람들의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후보와 정당을 넘어서 이젠 진영 내 지지자들 모두가 각자의 진실을 들고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각개전투 중이란 생각도 든다. 사회 분열을 연구해 온 제임스 데이비슨 헌터 버지니아대 교수는 “우리는 서로를 실존적인 위협(existential threat)으로 바라보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돈 룩 업’에서 혜성을 발견한 천문학자 랜달 민디(리어나도 디캐프리오) 교수는 유명 토크쇼에 나와 이렇게 호소한다. “에베레스트 산 만한 혜성이 지구에 오는데, 우린 최소한의 합의도 못 하고 처 앉았으면 어떡해요. 어디가 망가진 거예요? 기회가 있었을 때 혜성 궤도를 틀었어야지.” 모두가 진실을 외치는 시대에 궤도를 틀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올해 우리는 지난해보다 나아질 수 있을까. 박태인 / 한국 정치팀 기자시선2035 설득 어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혜성 궤도 대선 후보

202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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