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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2)

지난겨울 모로코로 여행을 갔을 때였다. 당나귀가 짐을 나르는 좁은 골목 안의 작은 가게들은 물건을 팔고 사는 사람들로 붐볐다. 멜랑꼴리하고 구슬픈 노랫소리가 온 사방에 울려 퍼졌다. 하루에 다섯번 간격으로 들리는 이 노래는 기도시간을 알려주는 것이다.  장사하던 사람들은 물건 파는 것도 잠시 중단한 채, 자기가 있던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땅바닥에 머리가 닿도록 깊은 절을 올렸다. 나는 단순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항상 부러워했다. 남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엎드려 기도하는 그들에게서 가슴 뜨거워지는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왔다. “신앙이란 자기 자신의 유한하고 불확실한 지식을 초월하려는 정신의 개방이다.”라고 한 에디트 슈타인의 말을 다시금 되새겨본다.     물질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많은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내가 무엇이 되고자 하는 소망을 갖기 이전에, 무엇을 갖느냐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여유 없이 살아가기 때문이리라. 은퇴하고 난 뒤의 나의 생활도 더 바빠지고 있다. 우리는 삶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간다. 자연주의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그의 책 ‘월든’에서 “당신의 인생이 빈곤하더라도 그것을 사랑하라… 인생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그런 곳에 살더라도 마치 궁전에 사는 것처럼 만족한 마음과 유쾌한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단 한 순간만이라도 차분히 인생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성조 아브라함, 야곱, 요셉, 이집트 탈출, 바빌론 유배에서 예루살렘의 귀환, 로마제국의 기독교 탄압, 그리스도의 탄생, 그리고 십자가로 이어지는 2000년 전의 이스라엘의 이야기는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하느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사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습니다. 보이는 것을 누가 희망합니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 (요한 8, 24-25)     수녀님의 지도, 그리고 필요한 것을 미리미리 알아 챙겨주는 이해심 많고 에너지 넘치는 길잡이님의 사랑과 함께 12명의 자매님이 하느님 앞에서 가슴 졸이고, 망설이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때로는 수줍어하면서 지냈던 그 많은 시간은 밤하늘의 샛별처럼 빛나는 순간들로 남아있을 것이다.       10월도 중반에 들어선 가을의 끝이다. 온통 붉게 물들어가는 숲속을 걸으며 3년 전 가을, 백주 간 성경 통독을 위해 퀸즈의 베이사이드 성당으로 찾아갔던 그 첫날이 아직도 선명하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 “너도 떠나고 싶으냐?” 제자들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나에게도 들려온다. 주님 제가 당신을 떠나 어디로 가겠습니까? 우리는 모두 하느님 안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 이춘희 / 시인삶의 뜨락에서 기억 모두 하느님 자연주의 철학자 가을 백주

2024-11-05

[문장으로 읽는 책] 이토록 평범한 미래

‘버티고 버티다가 넘어지긴 다 마찬가지야. 근데 넘어진다고 끝이 아니야. 그다음이 있어. 너도 KO를 당해 링 바닥에 누워 있어보면 알게 될 거야. 그렇게 넘어져 있으면 조금 전이랑 공기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져. 세상이 뒤로 쑥 물러나면서 나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바로 그때 바람이 불어와. 나한테로.’ 무슨 바람이냐고 물었더니 ‘세컨드 윈드’라고 하더라구요. 동양 챔피언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흉내내서 젠체하는 거였는데, 나중에 그 ‘두번째 바람’이라는 말이 두고두고 생각이 나더군요.     김연수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의 신간 소설집 중 ‘난주의 바다 앞에서’의 한 부분이다. 삶의 시련 끝에 작은 섬마을에서 출판되지 않는 소설을 쓰는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세컨드 윈드란 ‘러너스 하이’처럼 “운동하는 중에 고통이 줄어들고 운동을 계속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는 상태.” 더는 바닥이 없다고 느껴질 때 불어오는 바람, 혹은 두 번째 삶을 뜻한다.   여자는 마을에 전해오는 조선 여인 정난주에 대한 동화 같은 얘기도 들려준다. 정난주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살아나자 하느님을 원망하며 ‘내가 죽어야 내 아들이 살 수 있으니 나를 죽게 해달라’고 울부짖는데, 이때 하느님은 올바르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주며 그 말씀을 들어주셨다는 얘기다. “제가 살아야 제 아들이 살 수 있습니다.” 고통스러울지라도 지금 이 순간을 끌어안는 경이로움에 대한 이야기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미래 세컨드 윈드 신간 소설집 이때 하느님

2023-12-27

[리얼 시니어 스토리] "제 삶은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은퇴한 내과 전문의이며 가톨릭 종신 부제인 김재동씨에게 올해는 특별하다. 지난 1943년 2월 16일 전북 순창, 지리산 입구 산골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만으로 80세가 됐고 1972년 뜻하지 않게 미국으로 와서 정착한 지도 5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그의 세 자녀가 마련한 '팔순 잔치'는 8명의 손주를 포함해 전 가족 16명이 함께 고국을 방문해  지난 4월 9일 54주년 결혼기념일에 서울 강남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그는 이제 80세인 시니어로, 은퇴한 의사, 또한 수필가, 가톨릭 교회 종신 부제(성직자)다.     "되돌아보면, 초등학교 1학년인 7살때 일어난 한국 동란으로 재산을 모두 잃고 인근 광주로 피난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5.16 장학생으로 학비 걱정 없이 의과 대학을 졸업하여 의사가 됐으며 미국까지 와서 40년간 위장 내과 개업의로 아픈 환자를 돌본 후 75세에 명예롭게 은퇴한 삶은 순전히 기적 같은 '하느님의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이 선배의 소개로 이화여대 미대 출신 부인 김수현씨는 만나 가정을 꾸린 것은 은총 중의 은총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연 과학을 공부한 단순하고 무미건조한 외골수 삶 속에서도 폭넓은 예술과 감성의 인문학이 접목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면서 "자연, 문학과 인간,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는 폭넓은 삶의 깨달음은 좋은 인생 반려자를 통해 주어진 축복이었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그는 바쁜 의사로 살면서도 문학에 열중해 책도 4권이나 출간했고 "하느님이 좋아" 가톨릭 부제로 살아온 복된 인생을 살 수 있었다.   이런 복된 결혼생활을 이웃에 전파하기 위해 최근 10여 년간 40대의 젊은 청춘을 ME(부부 사랑 운동)에 헌신할 수 있었고 후속 프로그램으로 결혼 적령기 자녀를 위한 배우자 찾기 캠페인 '청실홍실운동'도 정찬열(시인)씨와 주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닌게 인생이다. 이민자로 바쁘게 살다 보니 큰 아픔도 있다.     "이민자의 첫 자녀로 태어난 큰 아들이 긴 세월 동안 남모르게 고통과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한창 부모의 관심을 먹고 자라야 할 나이인 사춘기에 접한 약물로 수 년간 고생만 하다가 결국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최근 나이 50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많은 이민 가정에서 겪을 수 있는 고통이다. 다행히 큰 아들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갖고 떠났기에 영혼이 구원을 받으리라는 희망 하나가 큰 위안이 된다고 그는 말했다.     남은 둘째 아들과 두 딸은 큰 아들과의 '시행착오'를 통해 다행히 부모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잘 자랐다. 둘째 아들은 내과의사가 돼 약사 배우자를 만나 두 자녀의 아빠가 됐다. 각각 카운셀러와 약사인 두 딸은 모두 하버드 의대 출신 의사 배우자들과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부부의 일상은 5년전 은퇴 후 팔로스버디스로 이주하여 틈만 나면 바닷가를 거닐고 가끔 골프를 치며 건강에 힘쓰고 있다. 남은 인생을 좋은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살고 있다. 은퇴 전에 비해서 시간이 많은 편이어서 읽지 못했던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있다. 세상과는 유튜브나 카톡으로 소통하고 있다.     버켓 리스트는 아니지만 그의 관심사는 큰 아들처럼 아픔을 겪고 있는 주위의 약물 중독자와 정신 질환을 겪고 있는 이웃과 함께 하기 위해 김영철 목사가 주도하는 '가족 정신 건강 센터'를 지원하는 일이다. 직접 겪은 아픔이기에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돕고 있다.   그는 사후에 맞이할 하늘나라의 영원한 '천상영복'에 마음을 두고 있다. 신앙은 그에게 단 하나의  꿈이며 생명이고 가슴 설레이는 희망이다. 그런 꿈이 있기에 노년 생활이 더 아름답게 여겨져 오늘도 행복하다.     "꿈과 비전이 있는 한 인생은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나 가슴 설레는 축복이기 때문입니다." 장병희 기자리얼 시니어 스토리 하느님 은총 인간 하느님 가톨릭 부제 가톨릭 종신

2023-11-05

[삶의 향기] 우주만물은 ‘서로 안에’ 있다

적적한 시골이라 누가 찾아오면 귀인을 만난 양 반갑다. 며칠 전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귀농한 젊은 친구가 환하게 웃으며 시금치 한 단을 건네준다. 이거 제가 키운 거예유. 붉은 흙이 그대로 붙어 있는 풋풋한 시금치. 감사의 말을 건넬 사이도 없이 그 친구는 바쁜 일이 있다며 낡은 트럭을 몰고 씽~ 사라진다. 나는 손을 흔들어 배웅한 후 시금치를 다듬으며 그가 한 말을 곱씹어본다.   이거 제가 키운 거예유! 겨우 귀농 2년차의 서툰 농부인 그가 씨를 뿌리고 김을 매고 키웠으니 스스로도 얼마나 대견했을까. 하지만 그의 말은 반만 진실이다. 어디 저 혼자 시금치를 키울 수 있단 말인가. 햇볕, 공기, 물, 바람, 그리고 땅속 미생물의 수고는? 나중에 그 친구를 다시 만나면 고맙다는 말은 하겠지만,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문득 틱낫한의 시 한 편이 떠올랐다.   ‘해가 내 안으로 들어온다,/ 구름과 강과 더불어 내 안으로 들어온다./ 나 또한 강으로 들어간다.// 구름과 강과 더불어 해로 들어간다./ 우리가 서로 안에 들어가지 않는/ 그런 순간은 없다.’(‘서로 안에 있음’ 부분)   이 단순 소박한 시는 우주만물이 ‘서로 안에 들어가지 않은/ 그런 순간은 없’다고. 하지만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 갇힌 이들은 ‘서로 안에 있음’을 자각하지 못한다. ‘나와 너’를 따로 떼어 생각하는 분리의식에 사로잡힌 이들은 ‘나’라는 주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와 이웃, 나와 자연, 나와 하느님 사이에는 분리의 장벽이 세워져 있다.   이것이 세계가 직면한 위기의 뿌리. 사실 내 존재가 모든 타자로부터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망상에 다름 아니다. 어떤 수행자가 말한 것처럼 ‘꽃’은 ‘꽃 아닌 것들’ 없이 꽃일 수 없다. 꽃 아닌 것들, 즉 햇빛, 흙, 물, 바람, 공기, 곤충, 새 등이 없으면 꽃은 꽃으로 존재할 수 없다. 인간도 마찬가지. 나는 ‘나 아닌 것들’ 때문에 겨우 존재하는 것. 그러나 우리는 우주 안의 다른 존재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양 착각에 빠져 살아간다. 이런 착각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인간의 삶을 파괴하고 결국 지구 공동체마저 파괴하고 말 것이다.   태초에 세상을 창조하신 분과 ‘서로 안에 있’다는 자각 속에 살았던 예수. 그는 그러한 자각을 자신의 삶으로 구현하며 분리의식 속에 사는 사람들을 일깨웠다. 예수가 지구별에 머무는 동안 남긴 유언과도 같은 기도문에는 그러한 소명이 잘 드러나 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과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어서 우리 안에 있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 21~23)   그러니까 예수는 모든 존재의 원천이신 하느님과 자기 자신을 떼어서 생각할 수 없었던 것. 따라서 예수는 당신을 따르는 이들과도 ‘서로 안에 있음’, 즉 합일의 희열을 나누길 원했던 것이 아닐까. 신성한 원본(原本)이신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에게, 본래 모든 존재가 하느님과 하나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했던 것.   실낙원 이후 인간을 지배한 것은 합일이 아니라 분리의 관습. 이 오래된 분리의 관습이 깨지지 않는 한 인간은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없다. 예수의 가르침을 ‘복음’이라 하는 것은 그것이 인간을 분리의 관습 속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신의 관습, 즉 합일의식을 일깨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복음의 알짬은 결국 ‘서로 안에 있음’을 깨닫는 것.   모름지기 나무들 없이는 살 수도 없으니 나와 나무는 ‘서로 안에 있음’이고, 밥 없이는 살 수 없으니 나와 밥은 ‘서로 안에 있음’이며, 지구 온난화로 빙산이 녹아내린다는 저 북극이 미치는 기후변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있으니 나와 북극은 ‘서로 안에 있음’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우주만물이 서로 안에 있다는 또렷한 자각으로 우리가 산다면, 지상의 모든 차별, 미움, 증오, 학대, 다툼,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지 않겠는가.   자본주의가 야기한 지독한 이기심에 물들어 ‘서로 안에 있음’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이 부박한 시절. 어떤 신학자는 이런 우리의 처지를 “자비를 유배 보냈다”(매튜 폭스)고 일갈했다. 자비를 유배 보낸 뒤 우리 삶의 처지는? 돈, 편리, 속도의 악령이 우리의 혼을 널름 삼켜버렸다. 이제라도 우리는 깨어나야 한다. 악령의 꾐에 속아 분리의 가위질만 계속하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실과 바늘처럼 분리된 것들을 꿰매는 사랑과 합일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고진하 / 시인·목사삶의 향기 우주만물 농부가 원천이신 하느님 하느님 사이 아버지 아버지

2023-09-24

김정훈 라파엘 본당 신부 사제 서품 25주년

 덴버 성로렌스 한인성당은 지난 15일 김정훈 라파엘 본당 신부의 사제 서품 25주년을 맞아 은경축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김정훈 라파엘 본당 신부는 “어쭙잖게 하느님의 백성, 하느님의 교회, 하느님을 위해서 사제로 산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 세월을 지나면서 지금은 사제의 직분이 제게 얼마나 필요한 것이었는지를 절실히 깨닫는다. 돌이켜보면 하느님은 하느님 안에서 제 신앙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저의 성정을 아시는 하느님이 보통사람보다 못한 제게 신부로 지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신 것 같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25년이 지났다” 면서 “과연 축하를 받을 만한지 반성하고 죄송스럽다. 사제직은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더 좋은 신부, 더 훌륭한 신부님들도 계신데, 오늘따라 그렇게 살지 못한 마음의 짐이 커지면서, 여러분이 축하한다고 말씀하실 때마다 더 잘하라는 채찍질로 들린다. 오늘날까지 잘 참아주시고 인내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하느님을 필요로 하고, 교회를 필요로 하는 삶을 살아가시길 기도드린다”라면서 사제 서품 25주년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이 날 김 신부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그날, 아무런 마음 없이 저를 보내주시고 승낙해주신 부모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도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덧붙였다. 또, 김 신부는 사도 바오르의 코린토 1서에 대해 강론하면서 “사도 바오르가 자신의 삶으로 예수님을 증언하고 드러낸 것처럼, 사제인 저도 예수님을 증언하고 끌어내는 삶으로, 이왕이면 아름답고 생각만 해도 고마우신 하느님을 끌어내는 그런 사제로, 부족하지만, 다시 열심히 살아가겠다”며 스스로에게도 다짐하며 강론을 마무리했다. 이후 박찬인 미카엘 전 사목회장의 김 신부의 약력 소개, 임광익 클레멘스 전 사목회장과 김준섭 엘리야 현 사목회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임 전 회장은 “신부님의 은경축일을 축하드린다. 김 신부님은 사제가 되기 위해 무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신학대학, 군 복무와 사회복지시설 봉사 활동 등 다양한 현장체험을 하고 부제품을 받으셨고, 다시 1년 뒤에 사제품을 받았다. 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 사제품을 받으신 지 25년이 되었다.지난 26년간 매 고비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치유받고, 신부님 자신을 이겨내시어 오늘에 이르렀다. 저희로 말미암아 더없는 기쁨과 위안을 얻어 앞으로 금경축을 넘어 회경축까지 하느님의 사랑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도드린다.”고 축사했다. 또 김준섭 엘리야 현 사목회장은 “오늘은 김정훈 라파엘 신부님께서 사제 서품을 받으신 지 25주년이 되는 은경축일로, 우리 본당에는 아주 뜻깊은 날이다. 은경축일을 맞으신 신부님께 존경과 축하인사를 드린다. 신부님께서는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시는 해결사다.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신부님께서 사제직에 계시는 내내 선한 목자로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기도드리자.  신부님은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는 사제로서 양떼들을 잘 보살피실 것이다. 앞으로도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으로 어렵고 약한 분들에게 풍족히 나누어 주시는 사제로서 살아가시길 기도드린다. 사랑합니다”라고 축사했다.  미사 후 성도들은 친교실에 모여 케이크 커팅식과 함께, 성모회에서 준비한 점심 식사를 하면서 다함께 김 신부의 은경축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경진 기자김정훈 라파엘 신부 사제 김정훈 라파엘 교회 하느님

2023-01-20

"유대인에게 자식은 소유물 아닌 하느님이 준 선물"

홍익희(70) 전 세종대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유대인 전문가'다. 구약성경의 아브라함부터 현대의 월스트리트에 이르기까지 유대의 경제사를 파고들며 '유대인'을 조명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혁신적 기업들도 사실 유대인의 창의성에서 출발한 예가 상당수다. 지난 20일(한국시각) 한국 서소문에서 홍 교수를 만났다. 그에게 '유대인 창의성의 뿌리'를 물었다.     -왜 '유대인'에 관심을 갖게 됐나.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32년간 근무했다. 그중 18년은 해외근무였다. 콜롬비아.브라질.스페인.미국 뉴욕.파나마.멕시코.이탈리아 등 7개국에서 근무했다. 무역관 일을 하다 보니 가는 곳마다 시장을 들여다봤다. 그런데 유통과 서비스업의 핵심은 죄다 유대인들이 잡고 있었다. 콜롬비아는 한 줌도 안 되는 유대인 몇백 명이 그 나랏돈을 꽉 잡고 있더라. 뉴욕은 아예 유대인의 도시더라."     -뉴욕이 왜 유대인의 도시인가.   "역사를 보면 안다. 뉴욕은 유대인이 건설한 도시다. 지금도 뉴욕은 유대인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다. 금융이든 패션이든 뮤지컬 산업이든 유대인이 다 잡고 있다. 미국의 초대 국회와 초대 대통령이 선출돼 취임한 게 어디인지 아나. 월 스트리트다. 지금도 월 스트리트를 움직이는 힘은 유대인이다. 그래서 '유대인' 연구를 시작했다."     -유대인은 한 마디로 어떤 민족인가.   "한 마디로 '배울 점이 많은 민족'이다. 사람에 따라 유대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그런데 세계 금융과 서비스 산업을 주도하는 사람들이기에 우리도 알아두어야 한다. 그들과 경쟁하려면 그들의 장점을 알아야 하지 않겠나."     홍 교수는 "유대인의 힘은 교육에서 나온다"고 했다. 특히 유대인의 자녀 교육법에는 놀라운 통찰이 담겨 있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 한국의 부모들도 가슴에 새겨둘 만한 대목이 곳곳에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유대인의 자녀 교육은 성인식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했다. 남자아이는 13살 여자아이는 12살에 성인식을 갖는다.     -성인식이 왜 중요한가.   "자식을 소유물로 보는 한국의 부모도 있지 않나. 유대인은 다르다. 그들은 자식을 하느님이 주신 선물로 본다. 아이를 맡아서 기르다가 12살 13살이 되면 다시 하느님께 돌려드린다고 생각한다. 유대인 부모의 자식 교육은 성인식 때까지만 이루어진다. 우리로 치면 중학교 입학하는 나이까지다. 한국은 그때부터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부모와 자식 간 전쟁이 시작되지 않나."     -성인식 후에는 어찌 되나.   "그때부터는 아이를 '온전한 성인'으로 대한다. 부모가 개입할 여지가 없어진다. 성인식을 치른 아이는 이제 하느님과 독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부모는 자녀 교육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짐을 벗는다. 대신 성인식 전까지는 자녀 교육에 열과 성을 다한다."     -유대인 부모는 어떤 식으로 열과 성을 다하나.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는 반드시 모유 수유를 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유대인 기관이나 기업은 의무적으로 모유 수유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만약 유대인 엄마가 모유 수유를 하지 않으면 회당(유대교 집회 장소)에서 제적을 당한다. 유대 공동체에서 쫓겨나는 거다. 왜 그럴까. 유대인은 갓난아이가 엄마의 젖을 물면서 느끼는 믿음.신뢰.사랑의 느낌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아이와 엄마의 애착을 중시한다."     -유대인 아빠는 어떤 역할을 맡나.   "유대인이 결혼하면 1년간 집안 살림과 경제를 여자가 책임진다. 남자는 히브리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한다. 거기서 유대 전통과 유대교에 대해 배운다. 아빠가 아이에게 그걸 가르쳐야 하니까. 일종의 '아버지 학교'다. 아빠의 자녀 교육은 밥상머리에서 이루어진다. 유대인 아빠는 아이의 성인식 전까지는 절대 바깥에서 저녁 외식을 하지 않는다. 반드시 집에 와서 아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하느님 이야기 조상 이야기 아빠가 경험한 이야기 등이다. 이때 아빠는 답을 주지 않고 주로 질문을 던진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게끔 한다."   아빠의 자녀 교육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가 잠들기 전에 꼭 15분 이상 책을 읽어준다. 글자를 모를 때부터 말이다. 이 때문에 보통 아이들이 800~900단어를 인지할 때 또래 유대인 아이들은 1500단어 이상을 인지한다. 모두 밥상머리 교육과 베갯머리 교육 덕분이다.     -아이가 커서 유치원에 갈 때는 어떤가.   "유치원에 보낼 때는 꼭 다른 아이의 강점만 보라고 가르친다. '사람은 모두 강점과 허물이 있다. 강점은 속에 들어 있기 때문에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걸 찾기 위해 네가 친구보다 말을 적게 하고 친구의 말을 더 많이 들어라. 사람에게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두 개인 이유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로 하라'고 일러준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때 유대인 부모가 건네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가르침이 있다. "남의 험담을 하지 마라." 홍 교수는 "절대로 친구 험담을 못 하게 한다. 유대 속담에 '살인은 한 사람을 죽이지만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는 말이 있다. 험담하는 사람 험담 당하는 사람 험담을 듣고 말리지 않는 사람. 이렇게 셋이다. 그래서 유대인 사회에서는 절대 다른 구성원을 험담하지 않는다. 그래서 신뢰가 생긴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유대인 공동체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그럼 유대인 학교에는 따돌림이 없나.   "유대인 학교에는 '왕따'가 있을 수 없다. 유대인의 언어 히브리어에는 '자선'이라는 단어가 없다. 대신 '체다카'라는 말이 있다. 체다카는 공동체의 약자를 돌보는 일이다. 자선은 내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적 관용의 의미다. 체다카는 다르다. 유대인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도리로 받아들인다. 만약 공동체 안에 약자가 있으면 그가 자립할 수 있도록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도와야 한다."    설령 '외톨이'가 있다 해도 괴롭힘의 대상이 아닌 건가.   "그렇다. '외톨이'가 있다 해도 도움의 대상이지 괴롭힘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 그래서 유대인 학교에는 '왕따'가 없다."   이말 끝에 홍 교수는 "유대인은 베스트(Best.최고)를 지향하지 않고 유니크(Unique.독창성)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둘은 무엇이 다른가.   "아이의 성적을 보면 잘하는 과목과 못하는 과목이 있다. 한국의 교육은 베스트를 지향한다. 그래서 못하는 과목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아이를 학원에 보낸다. 유대인은 다르다. 못하는 과목의 성적을 끌어올리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가 잘하는 과목을 갈고 닦아서 세상에서 우뚝 서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베스트는 한 반에 한 명만 나오지만 유니크는 한 반의 모든 학생이 될 수 있다."     백성호 기자유대인 하느님 유대인 부모 유대인 아빠 유대인 엄마

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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