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시니어 스토리] "제 삶은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은퇴 내과 전문의 김재동
결혼 54주년·팔순잔치도
아들 추모하며 이웃돕기
그의 세 자녀가 마련한 '팔순 잔치'는 8명의 손주를 포함해 전 가족 16명이 함께 고국을 방문해 지난 4월 9일 54주년 결혼기념일에 서울 강남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그는 이제 80세인 시니어로, 은퇴한 의사, 또한 수필가, 가톨릭 교회 종신 부제(성직자)다.
"되돌아보면, 초등학교 1학년인 7살때 일어난 한국 동란으로 재산을 모두 잃고 인근 광주로 피난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5.16 장학생으로 학비 걱정 없이 의과 대학을 졸업하여 의사가 됐으며 미국까지 와서 40년간 위장 내과 개업의로 아픈 환자를 돌본 후 75세에 명예롭게 은퇴한 삶은 순전히 기적 같은 '하느님의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이 선배의 소개로 이화여대 미대 출신 부인 김수현씨는 만나 가정을 꾸린 것은 은총 중의 은총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연 과학을 공부한 단순하고 무미건조한 외골수 삶 속에서도 폭넓은 예술과 감성의 인문학이 접목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면서 "자연, 문학과 인간,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는 폭넓은 삶의 깨달음은 좋은 인생 반려자를 통해 주어진 축복이었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그는 바쁜 의사로 살면서도 문학에 열중해 책도 4권이나 출간했고 "하느님이 좋아" 가톨릭 부제로 살아온 복된 인생을 살 수 있었다.
이런 복된 결혼생활을 이웃에 전파하기 위해 최근 10여 년간 40대의 젊은 청춘을 ME(부부 사랑 운동)에 헌신할 수 있었고 후속 프로그램으로 결혼 적령기 자녀를 위한 배우자 찾기 캠페인 '청실홍실운동'도 정찬열(시인)씨와 주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닌게 인생이다. 이민자로 바쁘게 살다 보니 큰 아픔도 있다.
"이민자의 첫 자녀로 태어난 큰 아들이 긴 세월 동안 남모르게 고통과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한창 부모의 관심을 먹고 자라야 할 나이인 사춘기에 접한 약물로 수 년간 고생만 하다가 결국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최근 나이 50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많은 이민 가정에서 겪을 수 있는 고통이다. 다행히 큰 아들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갖고 떠났기에 영혼이 구원을 받으리라는 희망 하나가 큰 위안이 된다고 그는 말했다.
남은 둘째 아들과 두 딸은 큰 아들과의 '시행착오'를 통해 다행히 부모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잘 자랐다. 둘째 아들은 내과의사가 돼 약사 배우자를 만나 두 자녀의 아빠가 됐다. 각각 카운셀러와 약사인 두 딸은 모두 하버드 의대 출신 의사 배우자들과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부부의 일상은 5년전 은퇴 후 팔로스버디스로 이주하여 틈만 나면 바닷가를 거닐고 가끔 골프를 치며 건강에 힘쓰고 있다. 남은 인생을 좋은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살고 있다. 은퇴 전에 비해서 시간이 많은 편이어서 읽지 못했던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있다. 세상과는 유튜브나 카톡으로 소통하고 있다.
버켓 리스트는 아니지만 그의 관심사는 큰 아들처럼 아픔을 겪고 있는 주위의 약물 중독자와 정신 질환을 겪고 있는 이웃과 함께 하기 위해 김영철 목사가 주도하는 '가족 정신 건강 센터'를 지원하는 일이다. 직접 겪은 아픔이기에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돕고 있다.
그는 사후에 맞이할 하늘나라의 영원한 '천상영복'에 마음을 두고 있다. 신앙은 그에게 단 하나의 꿈이며 생명이고 가슴 설레이는 희망이다. 그런 꿈이 있기에 노년 생활이 더 아름답게 여겨져 오늘도 행복하다.
"꿈과 비전이 있는 한 인생은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나 가슴 설레는 축복이기 때문입니다."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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