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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첫 톨스토이 문학상 김주혜 작가 LA서 북토크

올해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수상한 김주혜 작가가 LA를 찾는다.     LA한국문화원은 내달 3일 오후 7시 패서디나 브로맨스 서점(Vroman’s Bookstore)에서 김주혜 작가 초청 ‘City of Night Birds’북 토크 행사(포스터)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Beasts of a Little Land)‘로 올해 톨스토이 문학상에서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Olga Tokarczuk)를 제치고 영광을 안았다.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운데, 한인 작가가 또 한 번 국제적 인정을 받아 화제가 된 바 있다.   김 작가는 한국에서 태어나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자랐다.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미술사 및 고고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작가로 활동 중인 현재는 영국 런던에 거주 중이다. 김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Beasts of a Little Land)’은 데이턴 문학 평화상(Dayton Literary Peace Prize) 최종 후보에도 오르는 등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번 행사가 열리는 브로맨스 서점은 남가주에서 가장 오랜 전통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서점이다. 김 작가는 행사에서 26일 출간되는 신작 ‘City of Night Birds’를 소개하고, 작가와의 대화, 질의응답 시간, 그리고 도서 사인회를 통해 관객과 소통할 예정이다. 진행은 보그(Vogue) 선정 2024 베스트 북(Best Book)에 오른 도서 ‘Mother Doll’의 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번역가로도 활동 중인 카티야 아페키나가 맡았다.   행사는 무료며 현장에서 도서도 구매할 수 있다.     ▶문의: 문화원 홈페이지(kccla.org)/브로맨스 서점 홈페이지(vromansbookstore.com)톨스토이 문학상 노벨 문학상 올해 톨스토이 김주혜 작가

2024-11-24

[음악으로 읽는 세상] 톨스토이와 베토벤

“그들은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를 연주했습니다. 첫 악장의 프레스토를 아세요? 아시냐고요? 으! 이 소나타는 정말 너무 무시무시합니다.”   톨스토이의 『크로이처 소나타』에 나오는 주인공 포즈드니세프의 대사다. 그는 아내가 투르하체프스키라는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를 연주했던 장면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크로이처 소나타’는 무시무시한 음악이다. 세상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상처받은 영혼의 음악이라고나 할까. 더블 스토핑으로 느릿하게 시작하는 도입부에서부터 이 음악은 섬뜩한 광기를 드러내고 있다. 듣는 사람의 감성을 신경질적으로 건드리며 질주하고 탄식한다.   포즈드니세프는 투르하체프스키가 음악을 통해 자기 아내를 정신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견딜 수 없는 불안과 증오와 질투를 느꼈다.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드는 음악의 최면적인 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두 사람의 이중주를 지켜보면서 마치 불륜 현장을 보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그의 눈빛은 신성한 결혼의 법칙을 무시하는 부도덕한 사회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었으며, 날카로운 맹수의 발톱처럼 폐부를 찌르는 바이올린 소리는 비명을 지르며 주인공의 복수심을 부추겼다. 질투심에 눈먼 주인공은 결국 아내를 살해하고 만다.   베토벤의 음악이 문제였다. 톨스토이는 ‘크로이처 소나타’와 같은 자극적인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런 음악은 사람을 잘못된 길로 인도할 우려가 있다면서 베토벤의 음악에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베토벤의 음악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이었는지도 모른다. ‘크로이처 소나타’를 들으며 인간의 도덕적 의지와 이성을 마비시키는 베토벤 음악의 최면적인 힘에 섬뜩함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톨스토이 베토벤 베토벤 음악 크로이처 소나타 바이올린 소리

2023-11-06

[김형석의 100년 산책] 내 청춘을 채워준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지난 달 3일에 톨스토이 권위자 박형규 교수가 92세로 작고했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를 번역한 러시아 문학 전문가였다. 그 부음 소식을 보면서, 한 번도 대면한 적은 없으나 러시아 문학의 동지 한 사람을 먼저 보낸 것 같은 허전함을 느꼈다.   내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은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학교 도서관에서 책 제목이 그럴듯해 보여서 읽기 시작했다. 상당부분 읽은 후에야 그 책이 장편소설이고,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유명한 소설가라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생각해도 철없는 모험을 했다. 다 읽고 난 후에는 재미에 끌려 『안나 카레리나』도 읽었다. 그 후에는 그 당시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를 차지한 『부활』까지 읽었다. 그다음에는 그의 사상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인생론과 종교관 등이다.   톨스토이 전문가 박형규 교수 타계   일본대학 예과 때였다. 서양사 교수가 “지난 여름방학 동안에 좋은 독서를 한 학생이 있으면 잠시 시간을 할애해 줄 테니까 누구 없느냐”고 제안했다. 그때 한 친구가 “김형석군의 톨스토이 강의를 추천한다”고 했다. 그래서 톨스토이 얘기를 시작했다. 20분 정도 지났는데, 동급생들이 흥미보다도 장난삼아 더 계속하라고 해 교수 강의 대신 톨스토이 강의를 했다.     그다음부터는 동급생들 간에 ‘톨스토이 전문가’ 비슷한 별칭이 생겼다. 그때가 생각났다. “박 교수보다 내가 20년이나 일찍 톨스토이 전문가였는데…”라는 사념이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지나갔다.   돌이켜 보면 톨스토이를 읽기 시작할 때부터 9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톨스토이와 인도의 간디는 내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그 두 사람의 정신적 영향은 나를 떠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나 자신도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전쟁과 평화』가 나에게 남겨 준 정신적 유산은 계란 속에 잠재해 있는 문학예술이라고 할까. 계란을 깨고 태어날 때까지는 나도 모르는 문학과 예술의 원천이었던 것 같다.   나의 글과 사상 속에 어떤 예술성이 있다면 그 샘의 근원은 톨스토이가 안겨 준 선물이다. 『전쟁과 평화』 속에는 톨스토이의 사상이 형상 모르게 잠재해 있다. 대자연 속의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게 한다. 그의 글에는 역사를 지배하는 어떤 섭리가 간직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톨스토이의 영향 때문에 러시아 소설과 철학책을 많이 읽었다. 영·독·불 문학보다 러시아 문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톨스토이를 떠나 도스토옙스키의 철학과 인간 문제, 종교관 전체와 만나게 되었다. 내가 중학생 때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설 주인공 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는 사람이 누구냐는 물음에 『죄와 벌』의 라스콜니코프라는 대답이 압도적이었다.   『죄와 벌』은 돌이킬 수 없는 죄를 범한 인간의 처참함이 어떤 것인지 일깨워준다. 매춘부의 방에 들렀던 라스콜니코프가 벽에 걸려 있는 십자가 앞에서 “나는 하느님은 모르겠으나 인간이 얼마나 비참한 존재라는 사실에는 무릎을 꿇는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인간적 삶의 수많은 근본 문제를 성찰하게 한다. 본능적 향락에 취해 있는 아버지, 정직과 정의를 믿고 사는 군 출신의 큰아들, 철학적 회의주의에 빠진 둘째 아들, 수도원에서 순수한 신앙적 양심을 믿고 자라는 셋째 아들, 세상과 인생을 비웃으면서 사는 혼외아들, 생각 있는 독자는 나는 그중에 누구인가를 묻게 한다. 인생의 피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던져준다.   내가 대학생 때는 독일 철학자 니체, 덴마크 기독교 사상가 키에르케고르, 도스토옙스키는 세상을 궁금해하는 젊은이들의 필독 저자들이었다. 2차 대전 때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패전을 앞두고 실의에 빠졌을 때 독일의 히틀러가 니체 전집을 보내주었을 만큼 니체의 ‘권력의지’는 독일적 성격을 지닌 철학자였다.   키에르케고르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그의 책들이 20세기 초창기를 전후해 독일어로 번역되면서 독일·유럽·일본·미국사상계를 휩쓸었다. 유신론적 실존철학의 선구적 역할을 담당했다.   니체와 키에르케고르가 끼친 영향   도스토엡스키가 남긴 파장도 엄청났다. 내가 1962년 하버드대에 머물렀을 때였다. 세계적 신학자로 알려진 P 틸리히 교수도 강의를 위해 5권의 책을 추천하면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언급하였던 기억이 떠오른다. 복잡한 인간사를 가장 다양하게 서술하였기 때문일 게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영국·프랑스·독일 다음에 러시아가 세계 정신무대에 진출할 것으로 의심하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러시아가 공산국가로 전락하면서 사상의 자유가 배제되고 인문학이 버림받게 되면서 정신문화는 황무지가 되었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문예부흥이 가능해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공산정권은 그 희망까지 허락지 않았다. 지금은 푸틴이 제2의 스탈린의 후계자가 되고 있다.   레닌·스탈린의 뒤를 추종했던 북한의 현실이 같은 불운을 떠안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은 제2의 모택동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등소평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오늘의 중국은 제2의 냉전시대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인문학과 휴머니즘의 단절과 붕괴가 그렇게 중대한 역사적 변화를 초래할 줄 몰랐다. 김형석 / 연세대 명예교수김형석의 100년 산책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톨스토이 전문가 톨스토이 강의 톨스토이 권위자

2023-04-28

[문장으로 읽는 책] 인생론-삶에 관하여

삶이라는 생존의 번잡함을 보면서 이 무의미한 혼란이 바로 인생이라고 확신하며 인생의 문 앞에서 서성이다 떠나는 것이다. 마치, 평생 모임이라고는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모임의 입구에서 밀치며 떠드는 흥분한 군중을 보고는 이것이 바로 모임이라고 생각하고 근처만 서성이다가 스스로 모임에 참가했다고 확신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산속에 터널을 뚫는 것,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것, 전기, 현미경, 전화기, 전쟁, 의회, 박애, 정당 간 경쟁, 대학, 학회, 박물관 …. 인생이라는 것이 과연 이런 것들일까?   레프 톨스토이 ‘인생론-삶에 관하여’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잘 몰랐던 작가, 톨스토이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50대 후반 정신적 변화를 겪으며 쓴 ‘인생론’은 철학자, 사상가로서 그의 면모를 보여준다.   원제가 ‘삶과 죽음에 관하여’였으나 집필하면서 변화만이 있을 뿐 죽음이란 없고, 죽음도 일종의 삶이라는 확신을 갖게 돼 ‘삶에 관하여’로 바꿨다. 그러나 이는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인간이란 ‘신성모독’ 논란을 낳았으며, 책은 출판이 금지되고 그는 러시아정교회로부터 파문됐다. 다분히 불교적 사유를 펼치는 그는 실증주의·경험주의. 유물론 등 당대 서구의 지적 흐름과도 거리를 둔다. “왜 사는지 이유를 모르는 채, 남들이 사는 대로 그저 살아야 하는가?”라고 끊임없이 묻는 그는 “진정한 인생은 구체적인 시간과 공간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며” “인생은 만인에 대한 사랑을 더욱 키우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양성희 / 논설위원문장으로 읽는 책 인생론 철학자 사상가 작가 톨스토이 전기 현미경

2022-09-19

[삶의 뜨락에서] 우연이 아니야

우리가 좋아하는 유행가에 ‘만남’이 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바람이었지.”   존 스타인벡 소설 ‘분노의 포도’에 이런 스토리가 있다. 자드 가족이 타고 캘리포니아로 가던 트럭이 하이웨이에서 고장이 났다. 베어링이 나가 부속이 필요했다. 그들은 한 폐차장을 찾아 차종에 맞는 부속을 구했다. 한 애꾸눈 남자가 야근 중이었다. 그는 주인 욕을 하면서 마음대로 뒤져 필요한 부품을 가져가라고 했다. 운 좋게 찾던 부속품을 구한 그들은 앉아서 잠깐 술을 마시며 담소했다. 애꾸는 기분이 좋아선지 이런 말을 했다. 얼마 전 이 동네를 배회하는 한쪽 다리가 없는 여자와 깊은 관계를 맺었다. 외눈박이 남자와 외족 여인의 밀애,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보통 인연이 아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에 나오는 이야기. 동네에 걸인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다리 밑에서 자고 가끔 남의 울타리를 뛰어넘기도 했지만 물건을 훔치는 등 나쁜 짓을 하지 않아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어느 날 사내 몇 명이 술에 취해 다리 밑에 있는 그녀를 찾아갔다. 그로부터 몇 달 후 거지 여인의 배가 불러왔다. 사람들은 누가 임신을 시켰느냐고 수군거렸다. 그녀는 남자아이를 낳았고, 카라마조프 아버지가 이 아이를 데려다 키웠다. 소년은 엄마를 닮아 정직하고 주인을 섬기었다. 이것 역시 완전한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안나는 당시 세인트피터즈버그 사교계의 뛰어난 미인이었다. 안나는 어렸을 때 나이 많은 귀족과 애정없는 결혼을 했다. 그녀는 어느 날 모스크바 기차 정거장에서 매력적인 한 젊은 장교를 만난 후 단숨에 사랑에 빠진다. 그녀가 꿈에서 찾던 바로 그 남자였다. 안나는 남편과 아들까지 버렸고, 남자는 출세를 보장하는 장교를 포기하고 두 사람은 이탈리아로 애정행각을 떠났다가 레닌그라드로 돌아온다. 얼마 후 이곳 유명한 극장에서 공연이 있었다. 안나는 남자에게 같이 가지고 한다. 남자는 “수많은 사람이 우리를 보고 수군거릴 텐데 어떻게 같이 가는가”하고 망설였다. 여인은 단호했다. “그렇게 자신이 없어요. 그러면 친구랑 가겠어요.”안나는 특석에 앉았다. 사교계 여인들이 쑥덕거렸다. 남자들은 안나의 미모에 넋을 잃었다. 안나는 중얼거린다. 여기 나보다 잘 생긴 여자가 있으면 나와 봐라. 내 애인보다 매력 있는 남자가 있으면 나와라. 안나는 당당했다. 그녀는 그들의 만남을 우연으로 믿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의 오랜 꿈이었다.   너새니얼 호손 소설 ‘주홍글씨’에 나오는 헤스터프린과 아서 딤스데일 목사의 만남도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랑 없이 나이 많은 의사와 결혼한 헤스터는 진정한 사랑을 갈구해 왔을 것이다. 그녀는 목사와 간통해 아이를 낳은 죄로 가슴에 A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옷을 입어야 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것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라기보다그들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소설은 허구이다. 그러나 허무맹랑한 스토리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위에 소개한 책들은 모두 시대상을 묘사한 소설이다. 뜬금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다. 시대가 그들을 만나게 했다. 우리가 고국을 떠나 여기서 만난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우연 애꾸눈 남자 외눈박이 남자 톨스토이 소설

202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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