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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우연이 아니야

우리가 좋아하는 유행가에 ‘만남’이 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바람이었지.”
 
존 스타인벡 소설 ‘분노의 포도’에 이런 스토리가 있다. 자드 가족이 타고 캘리포니아로 가던 트럭이 하이웨이에서 고장이 났다. 베어링이 나가 부속이 필요했다. 그들은 한 폐차장을 찾아 차종에 맞는 부속을 구했다. 한 애꾸눈 남자가 야근 중이었다. 그는 주인 욕을 하면서 마음대로 뒤져 필요한 부품을 가져가라고 했다. 운 좋게 찾던 부속품을 구한 그들은 앉아서 잠깐 술을 마시며 담소했다. 애꾸는 기분이 좋아선지 이런 말을 했다. 얼마 전 이 동네를 배회하는 한쪽 다리가 없는 여자와 깊은 관계를 맺었다. 외눈박이 남자와 외족 여인의 밀애,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보통 인연이 아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에 나오는 이야기. 동네에 걸인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다리 밑에서 자고 가끔 남의 울타리를 뛰어넘기도 했지만 물건을 훔치는 등 나쁜 짓을 하지 않아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어느 날 사내 몇 명이 술에 취해 다리 밑에 있는 그녀를 찾아갔다. 그로부터 몇 달 후 거지 여인의 배가 불러왔다. 사람들은 누가 임신을 시켰느냐고 수군거렸다. 그녀는 남자아이를 낳았고, 카라마조프 아버지가 이 아이를 데려다 키웠다. 소년은 엄마를 닮아 정직하고 주인을 섬기었다. 이것 역시 완전한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안나는 당시 세인트피터즈버그 사교계의 뛰어난 미인이었다. 안나는 어렸을 때 나이 많은 귀족과 애정없는 결혼을 했다. 그녀는 어느 날 모스크바 기차 정거장에서 매력적인 한 젊은 장교를 만난 후 단숨에 사랑에 빠진다. 그녀가 꿈에서 찾던 바로 그 남자였다. 안나는 남편과 아들까지 버렸고, 남자는 출세를 보장하는 장교를 포기하고 두 사람은 이탈리아로 애정행각을 떠났다가 레닌그라드로 돌아온다. 얼마 후 이곳 유명한 극장에서 공연이 있었다. 안나는 남자에게 같이 가지고 한다. 남자는 “수많은 사람이 우리를 보고 수군거릴 텐데 어떻게 같이 가는가”하고 망설였다. 여인은 단호했다. “그렇게 자신이 없어요. 그러면 친구랑 가겠어요.”안나는 특석에 앉았다. 사교계 여인들이 쑥덕거렸다. 남자들은 안나의 미모에 넋을 잃었다. 안나는 중얼거린다. 여기 나보다 잘 생긴 여자가 있으면 나와 봐라. 내 애인보다 매력 있는 남자가 있으면 나와라. 안나는 당당했다. 그녀는 그들의 만남을 우연으로 믿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의 오랜 꿈이었다.
 
너새니얼 호손 소설 ‘주홍글씨’에 나오는 헤스터프린과 아서 딤스데일 목사의 만남도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랑 없이 나이 많은 의사와 결혼한 헤스터는 진정한 사랑을 갈구해 왔을 것이다. 그녀는 목사와 간통해 아이를 낳은 죄로 가슴에 A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옷을 입어야 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것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라기보다그들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소설은 허구이다. 그러나 허무맹랑한 스토리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위에 소개한 책들은 모두 시대상을 묘사한 소설이다. 뜬금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다. 시대가 그들을 만나게 했다. 우리가 고국을 떠나 여기서 만난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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