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이 아침에]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

“로렌 엄마가 돌아가셨대.” 딸아이는 가장 친한 친구 엄마의 죽음을 허망한 목소리로 알려왔다. 이웃에 살던 로렌과 딸은 같은 중학교에 다니면서 친해졌다. 아침에는 우리 집에서 두 아이를 학교까지 태워줬고, 집에 올 때는 로렌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로렌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멀리 이사 갔다. 로렌의 부모가 일하는 마켓이 토팽가이기에 진작에 이사를 하였어야 했는데, 로렌이 대학 갈 때까지 기다렸단다. 대신에 그동안 로렌 부모는 토런스에서 토팽가까지 매일 그 먼 거리를 출퇴근해야 했다. 샌타모니카를 지나 말리부로 이어지는 태평양 연안 도로에서 우들랜드힐스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 동네가 토팽가다.     로렌의 부모도 여느 한인 이민자들처럼 토팽가에 있는 마켓에서 성실히 일했다. 그 가게는 일 년 열두 달 문 닫는 날이 없었다. 추수감사절에도, 성탄절에도, 새해 첫날에도 그 마켓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바깥출입을 삼갈 때도 그 가게에만 가면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부지런히 일한 덕에 집도 장만했고, 로렌도 대학생이 되어 조금 삶의 여유를 누릴 만 하게 되었는데 암이 발견됐다. 수술을 받기에 너무 늦었다고 했다. 병원에 몇 번 들락거리는 사이에 손쓸 틈도 없이 로렌 엄마는 남편과 두 아이를 두고 황망하게 하늘나라로 떠났다.     장례 예배의 집례를 맡았다. 가족들은 장례식장에 그리 많은 사람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장례를 조촐히 치르길 원했다. 그러면서 혹시 토팽가에서 가게 손님들 몇 명이 올 것 같은데,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막상 장례 예배가 시작되자 예배당은 토팽가에서 온 가게 손님들로 가득 찼다.   장례 예배 중간에 혹시 고인과의 기억을 나눌 분이 있으면 나누어 달라고 부탁했다. 여러 사람이 나와 고인과의 추억을 나누었다. 그들은 대부분 로렌 엄마가 일하던 마켓의 손님들이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로렌 엄마의 미소를 잊을 수 없다고 했고, 자신들을 손님이 아니라 가족으로 대해주었다고 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그들이 고마웠다. 토팽가에서 장례 예배가 드려지는 로즈힐까지 한 시간 넘게 달려와서 평생 열심히 일만 하다 떠난 한 이민자의 삶을 기억해 주는 그들이 너무도 고마웠다. 그들에게 가족을 대신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당신들 때문에 그녀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알게 되어 감사하다고 했다.     로렌 엄마가 일하던 토팽가는 태평양 연안에 살던 아메리칸 인디언 부족의 언어로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는 뜻이다. 토팽가가 샌타모니카 산맥 중간에서 태평양 바다를 마주 보고 있기에 그런 멋진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마흔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로렌 엄마에게 토팽가는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만이 아니라, 삶과 죽음이 만나는 곳은 아니었을까? 아니 우리가 사는 바로 그 자리가 삶과 죽음이 만나는 경계일지도 모른다. 삶은 영원하지 않고, 언제든 죽음으로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 경계를 지나는 발걸음은 조심스러워야 마땅하다. 인생의 가장 큰 신비인 삶과 죽음을 사이에 두고 걷는 길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도 삶과 죽음의 경계인 인생길을 잘 걸어야겠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이 아침에 바다 로렌 엄마 태평양 바다 대부분 로렌

2024-01-31

[특별기고] 대화만이 이해로 가는 유일한 길

필자는 36년 전 퍼시픽 센추리 인스티튜트(PCI) 설립에 참여했다. 광대한 태평양 지역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해의 가교’ 역할을 하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다음 세기는 ‘태평양의 세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 예상처럼 이제 태평양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태평양 지역 국가·국민 사이에 상호이해의 폭은 넓어졌는가? 아니면 오히려 분노와 공포, 불신으로 인해 위험한 충돌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울러 그동안 PCI가 주도적으로 지원했던 노력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아니면 헛수고였는지도 궁금하다.     지난달 LA 베벌리힐스 호텔에서 열린 PCI의 연례 ‘빌딩 브리지 어워드(Building Bridges Award)’ 시상식장에서 스스로 던졌던 질문들이다.     ‘빌딩 브리지 어워드’는 태평양 지역 국가를 위한 가교 역할을 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한 개인과 단체에 주는 의미 있는 상이다. 올해는 탁월한 학문적 업적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한국의 이화여자대학교가 단체 부문에서, 그리고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가 개인 부문에서 수상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으로, 또 전 PCI 의장으로 많은 업적을 남겼다.   성대한 식장에 앉아 문득 생각했다. 이건 그저 쇼에 불과한 것일까? 현실에선 적대적 무시와 종종 오만하기까지 한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게 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그동안 이룩한 발전과 성숙을 후퇴시키진 않을까?   식장에서 그레그 전 대사의 수상 소감을 주의 깊게 들으며 그의 핵심적인 지론을 다시 떠올렸다. 서로를 모르는 상황에서 잠재적인 적대 관계에 빠지면 상대방을 악마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악마화는 충돌의 가능성만 높일 뿐이다. 그런 악마화를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대화다. 대화를 통해서만 서로 무지에서 벗어나 이해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잠재적인 적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설령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상대라 생각되더라도 마찬가지다.     물론 상대방 역시 당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한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비로소 협력이 가능하다.   현재 태평양 지역 상황을 보면 매우 유동적인 요소들이 많다. 중국의 적극적인 확장 전략, 북한의 핵무기 개발, 북한 핵무기에 대한 한국의 우려, 일본의 재무장, 남중국해에서의 갈등, 타이완의 미래, 미국·영국·호주 3국의 군사 및 정보 협력 강화, 역사문제를 둘러싼 갈등, ASEAN 국가들의 부상, 기후변화의 충격 등 다양하다.   따라서 지금은 이 지역 모든 국가가 대화 채널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다. 또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쉽게 악마화해 버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서로 얘기한다는 것은 부드럽게만 진행되어야 하는 것도, 항상 합의로 마무리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대화는 원하는 것(want)과 필요한 것(need)을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 충돌을 피해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번 PCI 이사들의 모임에선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한반도 핵 문제와 이를 둘러싼 국제적 상황 등에 관해 미주중앙일보와 릴레이 인터뷰를 했다.     핵 문제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로버트 칼린, 로버트 갈루치가 인터뷰에 응했고, 역시 PCI 이사인 글렌 포드는 특별기고를 통해 의견을 전했다. 인터뷰와 기고문은 한글과 영문으로 동시 게재됐다.     이들의 주장은 두 가지 결론으로 귀결된다. 첫 번째는 남북 모두 상대방과 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한국의 독자 핵무기 보유에 대한 우려다.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시도는 핵무기 확산 위험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제와 국제적 위상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리하여 필자는 ‘이해의 가교’ 역할이라는 PCI의 설립 목적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 우리가 서로 외면하고 악마화하는 데 매몰된다면, 위대한 태평양의 세기는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외부의 힘에 의해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줄 해법으로 인도해 주는 게 대화인데, 이를 지속하지 못했기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영어 원본 칼럼 보기   ◇스펜서 H. 김     항공우주 제품 제조판매사 CBOL Corp 대표. PCI 공동창립자이자 미국 외교협회 회원. 2006~08년 부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APEC 기업인자문위 미국대표로 활동. 2012~13년 하버드대 애쉬센터(Ash Center) 레지던트 펠로.   스펜서 H. 김 / PCI 공동창립자특별기고 대화 유일 태평양 지역 핵무기 개발 현재 태평양

2023-03-22

영 김 의원, 한인 최초 하원 소위 위원장 선출

영 김 연방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사진)이 3일 연방하원에서 한미 외교 현안을 다루는 외교위원회 산하 인도·태평양소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됐다.   한미 관계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대만과의 민감한 외교 쟁점 등을 다루는 주요 의회 직책인 인도·태평양 소위 위원장을 한인 의원이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 김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17대 의회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외교 문제를 ‘아시아·태평양·중앙아시아·비확산 소위’에서 다뤘으나 이번 118대 의회에서는 그 명칭이 ‘인도·태평양 소위’로 변경됐다.   재선인 영 김 의원은 “미국의 국가 안보는 우리 삶의 방식을 보장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아메리칸드림을 보호한다”며 “이를 위해 미국은 동맹의 신뢰를 확보하고 적에게는 두려움을 줘야 하며 우리 지도자들의 강력하고 결단력 있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외교 정책 결정은 미국의 미래를 결정하고 미국이 세계 무대에 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 김 의원은 “세계 인권 증진, 자유를 사랑하는 국가들에 대한 지지 활동, 동맹국과의 자유 무역 강화 등을 위해 겸허한 마음으로 이 중요한 소위 위원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포부를 강조했다. 이어 한미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맡아 한미 동맹 발전을 위해서도 더욱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마이클 매콜(공화·텍사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영 김 소위 위원장과 함께 이 지역(인도·태평양)에서 중국 공산당의 강압과 공격적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될 것을 기대한다”며 인도·태평양 지역 내 외교 인력과 미군에 대한 지원,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미국 행정부에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 출신인 영 김(한국명 김영옥) 의원은 197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하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친한파 정치인 에드 로이스 전 하원의원의 보좌관으로 20년 넘게 일하며 정치력을 키웠다.   그는 연방의회 입성 이후 하원 외교위에서 활약하며 한미의원연맹 부활에 앞장서는 등 한미 관계의 가교를 자임했다.   117대 의회에선 아시아·태평양 소위(현 인도·태평양 소위) 공화당 간사와 중국 태스크포스(TF)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회기 영 김 의원은 한국전쟁 당시 가족과 헤어진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의 상봉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 등에 중점을 두고 의정 활동을 전개했다.   아울러 대만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기타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무기 인도를 촉진하는 법안, 중국 내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인권 지원법 등의 처리도 주도했다.위원장 한인 하원 외교위원장 태평양소위원회 위원장 태평양 외교

2023-02-03

‘태평양 건너 언덕 위에서’ 출간…이명렬 작가의 첫 산문집

이명렬 작가가 첫 산문집 ‘태평양 건너 언덕 위에서(선우미디어)’를 출간했다.     작가는 은퇴 후 지금까지의 삶, 신앙, 부모님을 회고하고, 자신의 삶의 철학을 소재로 써온 글들과 서예작품과 그림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 씨는 “대학 시절 기차로 통학하며 글을 쓰곤 했다”며 “보잉에서 거의 40년간 방위업체 원가계산일을 하다가 55세부터 붓글씨를 배웠다”고 밝혔다.     첫 산문집 ‘태평양 건너 언덕 위에서’에는 이씨가 20대 유학생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첫발을 디딘 이야기, 유학생의 삶, 한인과 미국인의 견해 차이, 은퇴하며 회사 문을 떠나는 이야기 등 산문 57편, 시 41편, 영문작품 6편, 그림과 서예작품이 담겨있다.     산문집은 1부 상심자 차를 마시며, 2부 기차 통학, 3부 태평양 건너 언덕 위에서, 4부 로마의 휴일, 5부 Age is Beauty, 6부 또 올게요[시 時], 7부 English Esaay로 구성됐다.     이 씨는 작가의 말에서 “ 그동안 마음속의 작품들을 만들며 희열을 느끼기도 울기도 했다”며 “이 글들이 지난날의 일기장이기도 하면서 내일을 바라보는 마음의 준비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상업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다 1970년대 미국으로 유학 와 보잉사에서 37년 근무 후 은퇴했다.  글·사진=이은영 기자태평양 이명렬 태평양 건너 이명렬 작가 이야기 유학생

2022-12-18

[J네트워크] 아베, 미국 인도·태평양 정책 설계자

미국 정부가 아시아 정책을 설명할 때 반복해서 쓰는 핵심어가 몇 개 있다. 우선, 이 지역을 아시아라 하지 않고 ‘인도·태평양(인·태)’으로 부른다.     지난 2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을 집대성한 문건은 ‘인도·태평양 전략’이란 이름으로 발표됐다.     미국이 지난 5월 도쿄에서 발족한 경제협의체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다. 자유롭고 개방된, 평화와 번영,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 항행의 자유 같은 표현도 있다. 중국을 견제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옹호한다는 의미다.   뜻밖에도 이런 용어와 개념의 ‘원조’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다. 2007년 8월 인도 의회에서 한 연설 ‘두 바다의 교차점’이 출발점이다.     아베는 1655년 무굴제국 왕자가 쓴 동명 저서를 인용해 “태평양과 인도양은 자유와 번영의 바다”로서 경계를 허물고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옛 표현인 ‘아시아·태평양’에 속한 중국을 빼고,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 인도를 넣는 ‘인도·태평양’ 개념을 설계했다.   인·태 개념을 미국 정부가 정책으로 채택한 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말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개념을 발표했다. 아베가 인도 연설을 한 지 10년이 지난 뒤였다.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 문구를 아베로부터 “빌려왔다”고 전한다.     트럼프 정책 지우기에 열중한 바이든 행정부도 인·태 전략만큼은 유지했을 뿐 아니라 더욱 키웠다. 역시 아베가 영감을 제공한 미국·일본·인도·호주 4국 협의체 ‘쿼드’는 트럼프 때 시동을 걸어 바이든 때 정상회담으로까지 발전했다.   일본과 미국이 의기투합한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의 부상과 위협을 억제할 필요성 때문에서다. 미국이 아시아 문제에 직접 나서는 데 한계가 있는 현실도 한몫했다.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를 선언하면서 대외정책 중심축을 아시아로 옮기기로 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중동과 유럽에 매달리느라 여력이 없는 미국,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희토류 분쟁으로 중국의 위협을 체득한 일본의 국익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내 것을 추구하되 내 것만 추구해선 이룰 수 있는 게 없다. 인·태 개념은 국익을 극대화하고, 일본을 글로벌 선도 국가로 올려놓겠다는 한 정치가의 신념과 의지, 지략이 빚어낸 결실이라고 본다.     아베를 잃고 안타까워하는 워싱턴 사람들을 보며 넓게, 멀리 보고 다른 나라와 윈윈하는 판을 짤 수 있는 지도자를 한국은 가졌는지 돌아보게 된다. 박현영 / 워싱턴특파원J네트워크 미국 태평양 태평양 정책 아베 인도 태평양 전략

2022-07-17

[독자마당] 올바른 정신상태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역으로 해석해 보면 정신이 건강해야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일본의 진주만공습으로 시작된 태평양 전쟁은 미군 11만명, 일본군 174만명 전사로 끝이 났다. 화력의 차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일본군 사망자 수가 미군의 열 배가 넘는다.     왜 그랬을까? 학자들에 의하면 전쟁에 임하는 미군과 일본군의 정신 자세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군은 천황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고 생각했고 미군은 되도록 살아서 집에 가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최근 한국에서 발행한 일가족 3명 사망 뉴스를 접하고 마음이 편치 않다. 아직 젊은 가장이 부인과 딸을 차 뒷좌석에 태우고 바다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 남자는 암호화폐 투자가 실패로 끝나자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아내와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나는 혹시 한국의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가 가장이 가족을 데리고 사망했을 경우 가장뿐만 아니라 가족도 자살로 분류해 생기는 오류 때문은 아닌가 의심해본다.     위에 언급한 일가족의 경우도 가장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이지 아내와 딸은 타살된 것이다.  왜 이 남자는 죄 없는 부인과 딸까지 저승으로 강제 동행했단 말인가.     지금은 21세기다. 시대가 바뀌면 사람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또 아내와 자녀는 소유물이 아니다.     아내와 자녀들은 세상에 남겨 두어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 정신상태를 올바르게 고쳐야 한다.  서효원 / LA독자마당 정신상태 태평양 전쟁 암호화폐 투자가 사망 뉴스

2022-07-11

[시론] 대서양-태평양 연계로 아시안 안보 강화

21세기 국제 질서를 규정하는 세 흐름이 있다. 먼저 힘의 이동. 지난 20년간 미국과 서방이 이끈 단극화 세계가, 인도·중국 등 비서구 국가 및 한국·인도네시아 같은 중견국이 큰 역할을 하는 다극화 세계로 바뀌고 있다.     두 번째는 중국·러시아·이란 같은 강대국이 실지회복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강압을 행사하는 국제정치로의 복귀 흐름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예다. 세 번째는 테러, 글로벌 금융 위기, 코로나 팬데믹처럼 비국가적 요인으로 세계적 혼란이 커지는 흐름이다.   이런 흐름을 통제하려는 세계 정상들의 노력이 최근 다양한 회의에서 이어지고 있다. 28일 개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는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 등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 정상들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선 동맹국 간 연대의 과시로, 아시아 지역에 주는 상징성도 크다.     평화롭던 유럽 한복판에서 러시아가 벌인 잔혹한 전쟁으로 국수주의적 독재자가 얼마나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지 세계는 알게 됐다. 대만 해협, 동·남중국해,태평양 연안, 심지어 히말라야에서까지 불안을 야기하는 중국 시진핑 주석이나 미사일 도발의 빈도·강도를 높이는 북한 김정은이 좋은 예다. 시진핑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 등의 대러 제재 동참을 보며 아시아의 미 동맹국에 무력을 쓸 경우 나토 동맹도 그냥 있지 않을 수 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나토 정상회의가 중국을 봉쇄하려는 냉전식 동맹의 부상을 의미한다고 우려한다. 시진핑이 거듭 주장하는 바다. 그러나 아시아 정상들의 참석 결정 한참 전인 지난 2월 시진핑과 푸틴이 종일 만난 뒤 ‘한계 없는’ 파트너십을 공표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시진핑의 암묵적 지지 하에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중국은 대러 금융제재에 발을 빼고 러시아 에너지를 구매하고 있다. 외교적 지지도 스스럼없이 보낸다. 중·러의 전략적 연합이 미국의 유럽· 아시아 동맹국을 뭉치게 했다.   이런 범 대서양-태평양 동맹 간 연계 강화는 역내 안보를 더 강화한다. 유럽이 아시아 안보에 관심을 더 두면 힘으로 대만을 통일하고 남중국해의 영토권을 밀어붙이려는 중국의 셈법을 복잡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태평양과 대서양 동맹에 더 의존할수록, 중국의 공세에 함께 맞서면서도 안정적인 미·중 관계를 요구하는 동맹국들의 목소리는 힘을 더 얻는다.   이번 나토회의에서 동맹국들은 전례 없는 국제 연대를 과시했지만, 완벽하게 결속한 블록은 아니란 점은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이 계속 삐걱대고, 터키와 헝가리가 겉돌고, 프랑스와 미국 내 반 나토, 반 유럽 정서도 있다.     그러나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은 대연합의 방향으로 가고 있고, 이는 불확실한 국제 질서를 그나마 안정시키는 요인이다.   이게 다는 아니다. 일주일 전 베이징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브라질·인도·중국·남아공의 정상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은커녕 언급도 안 했다. 모디 인도 총리는 5월 말 쿼드 정상회의에 열성적으로 참석했다. 인도·태평양 내 중국의 강압성에 분명한 시그널을 보낸 회의다. 인도는 무기와 에너지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많은 인도 국민은 러시아가 반서방을 대표하는 개도국으로 여기고 있다. 나토 회의에 참석한 민주 국가 간 마찰보다 인도·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이 더 크고, 나토보다 브릭스의 응집력이 약해서 점차 인도가 대러 의존도를 줄여갈 것 같다.     하지만 브릭스 인구는 전 세계의 40%나 된다. 향후 지정학은 명확한 블록이 아닌 다자적 협의체나 그룹별 승부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민주주의와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인도 같은 국가들을 다룰 때의 기민성까지 함께 갖춘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외교력이 더 절실한 시점이다. 마이클 그린 /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키신저 석좌시론 대서양 태평양 아시아 동맹국 해태평양 연안 태평양 지역

2022-06-28

[J네트워크] 미국이 중국 ‘대토벌’ 나섰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국엔 ‘전략적 기회’가 된다는 말이 있다. 미국의 대중 압박이 약화해 중국으로선 숨 쉴 공간을 갖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과연 그런가.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한 지 4개월 가까이 되지만 미국의 압력이 줄긴커녕 ‘대토벌’에 나선 듯 ‘종합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는 중국 싱크탱크의 분석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지난달 말 중국인민대학 중양금융연구원 주최의 ‘중·미 포럼’에서 발표된 연구 보고서의 결론이다.     보고서는 당초 경제무역에서 시작한 미국의 대중 압박이 이젠 이데올로기 요소를 가미하며 말로는 ‘종합 위협’, 실제론 ‘대토벌’ 양상이라고 분석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5대 부문에서 전략 경쟁을 펼치고 있다. 첫 번째로 미국은 중국을 포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무역 그룹’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두 번째는 금융을 통한 중국기업 때리기로 미국에 상장된 중국개념주 250여 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8개가 6차례에 걸쳐 상장폐지 임시명단에 올랐다. 세 번째는 이데올로기 분야로 자유와 인권· 민주 등 가치관 외교를 내세워 중국을 무차별 공격 중이다. 네 번째는 살라미 전술로 대만 문제에서 중국을 도발하고 있다. 다섯 번째는 군사 과학 기술 영역에서 철저한 중국 봉쇄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앞으로 미·중 간엔 세 가지 힘겨루기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는 고강도 힘겨루기로 미·중이 전면적인 군사대결로 나아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중강도 힘겨루기로 각종 디커플링이 발생한다. 과학기술과 경제 영역은 물론 인문교류까지 중단되는 상황이 다. 세 번째는 저강도 힘겨루기로 미국이 ‘중국 위협론’을 내세우며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상황이다.     결국 미·중 관계는 단시간 내 개선될 리 없다. 중국으로선 ‘미·중 관계 긴장 상태’라는 양국의 뉴노멀에 적응하며 무역과 금융 등 각 분야에서 중국 중심의 질서 구축에 노력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요 골자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중 관계 흐름을 분석하고 있으나 중국 자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미·중 관계 악화 분석에 있어 시진핑 체제가 갖는 문제를 지적하지 못하는 점이다.     중국은 늘 미국이 산적한 국내 문제를 가리기 위해 또는 패권 유지를 위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현 권위주의 체제가 보여주는 문제점이 미국에서 당파를 초월한 중국 억제 정책을 낳고 있는 점은 설명하지 못한다. 원인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 보니 대책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 그 결과는 미·중 갈등의 계속일 것이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J네트워크 미국 중국 태평양 경제무역 우크라이나 사태 연구 보고서

2022-06-13

[시론] 중국 압박하는 미국의 'IPEF' 구축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한 구상을 언급했다. 지난 2월에는 백악관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으며 그 중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을 위해 IPEF를 구축할 것임을 밝혔다. 그 이후 미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가 IPEF와 관련해 개략적인 설명을 해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 최종형식, 협상방식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미-ASEAN 기업인협의체’가 공동 주최한 ‘인도-태평양 콘퍼런스’가 지난주 워싱턴에서 개최되었다. 이 콘퍼런스에 참석한 사라 비앙키 USTR 부대표는 IPEF가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 ‘공급망 복원력’ ‘인프라와 탄소감축’ ‘세금과 반부패’ 등 4개의 분야로 구성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참가국들은 4개 분야 모두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며 다만 선택한 분야에 대해서는 전체내용을 예외 없이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PEF의 분야 중 그나마 내용이 조금 더 알려진 분야는 무역분야다. USTR는 IPEF 무역분야에 노동, 환경과 기후변화, 디지털 경제, 농업, 규제의 투명성, 경쟁정책, 무역원활화 등과 관련한 수준 높고 구속력 있는 약속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IPEF 무역분야에서 시장개방은 다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미국은 중국이 과도한 정부보조금 지급, 강압적인 기술이전요구, 강제노동 동원 등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많은 국가들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중국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정책과 관행이 지속되면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다양한 규범과 원칙을 주도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지금까지 중국을 변화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중국은 본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 및 안보차원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지역과의 관계를 적극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날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제 중국의 변화를 촉구하기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중국의 부정적인 영향을 차단하고 자국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에게도 확실한 혜택을 주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이 국내 일자리와 투자기회 창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IPEF의 무역분야를 통해 새로운 방식을 설계하고 있다. 즉 무역과 관련된 여러 이슈에 대해 높은 수준의 규약을 제정하되 이들 규약에 회복력, 포용성, 그리고 지속성을 충분히 반영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규약이 평상시 무역정책의 관심 밖이던 취약하고 소외된 계층에게도 긍정적인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캐서린 타이 USTR 대표가 강조하는 ‘노동자 중심의 무역정책’이 IPEF 무역분야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IPEF의 참여국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 현재로서는 USTR과 상무부가 중심이 되어 한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 등과 IPEF에 대해 의견교환을 한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미국은 IPEF의 회원국과 관련해서도 포용성을 중요시하고 있어 일부 분야만 참여하는 회원국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도-태평양 지역에 무역과 관련해 높은 수준의 새로운 규범과 원칙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비중 있는 다수의 국가들이 참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IPEF 구축은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에게 긍정적인 진전이다. 그러나 IPEF에는 미국의 노동자, 중소기업, 농업의 이해관계 등이 중요하게 반영될 것이므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면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IPEF 참여는 경제안보 차원에서 우리나라에게 또 다른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측면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우리나라의 IPEF 참여를 결정하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 또한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태호 / 전 통상교섭본부장시론 중국 미국 태평양 지역 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태평양 콘퍼런스

2022-04-19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