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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9월의 찬가

해마다 9월이 오면 어느 시인의 전쟁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9월의 하늘에 자유가 춤춘다 / 피와 살이 남남으로 가른 세월 / 조용한 아침, 미친 탱크의 발광에 / 한강은 엎어져 누어가고 /  남산은 울음도 말랐어라 / 낙동강엔 물 대신 피가 흐르고 / 적은 마지막 인천에서 무릎 꿇었다 / 국군은 죽어서 말이 없는데 / 아, 중앙청에 태극기 얼마 만이던가’     다가오는 9월 28일은 6·25 전쟁 당시 북한군에게 점령당한 수도 서울을 90일 만에 한국군과 UN군이 탈환하고 우리 해병대 용사가 중앙청에 태극기를 꽂은 날이다. 그에 앞서 9월15일에는 유엔군 사령관 맥아더 장군의 지휘 아래 대규모 인천 상륙작전이 펼쳐졌다. 한국군과 유엔군은 인천 상륙작전 성공의 여세를 몰아 북진의 발판을 마련했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북한 인민군은 선제 기습의 이점과 전투력의 압도적인 우세를 바탕으로 사흘 만인 6월 28일 한강 이북 서울을 점령했다. 반면 전쟁 초기 단 한 대의 전차도 없이 사실상 맨주먹이나 다름없었던 국군은 필사적인 지연전을 벌이며 낙동강 방어선에서 결사 항전의 최후 방어태세를 갖추었다. 적은 최종 목표를 눈앞에 두고 아군의 방어선을 무너뜨리기 위해 무리하게 여러 차례 총공세를 감행해 피아간 처절한 피의 공방전이 계속되었다.     드디어 전세를 회복한 한국 해병대와 미군은 나란히 인천 지역에 교두보를 확보했고, 국군 1사단 17연대도 다부동 전투에서 반격 북상해 미 7사단과 함께 한강 도하 작전을 해 수도 탈환 작전에 일조했다.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쌓인 한국군에 대한 미군의 믿음과 신뢰는 휴전 이후 한미동맹의 근간으로 작용하고 있는 한미연합 작전 및 방위 체제, 즉 한미동맹 형성에 절대적 역할을 했다. 이것이야말로 전사에 길이 남을 협동작전이었다.     1950년 전쟁이 터지자 필자를 포함한 많은 10대가 어린 나이에도 나라를 지키고자 학도병과 소년병으로 입대했다. 그들의 용기와 희생도 기억해야 할 6·25 전사의 하나다. 그들의 헌신과 피눈물로 지켜낸 호국의 가치가 이 시대를 사는 청소년들에게,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젊은 세대들에게 올바르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행히 유엔군이 파병되었고 국군과 유엔군의 전력은 적을 압도하기에 이르렀으며, 특히 전선 전역에서 국군과 유엔군의 대규모 연합작전 성공은 전세를 뒤엎을 만했다. 곳곳에서 퇴로가 끊긴 적들은 중부 산악지역을 통해 38선 이북으로 퇴각하기 급급했다. 국군과 유엔군은 적 패잔병과 그 잔당을 소탕하며 여세를 몰아 그해 10월 첫날, 동부전선에서 육군 3사단이 38선을 돌파하며 북진의 행군이 시작됐다. 서부전선에 백선엽 장군이 이끄는 1사단 17연대가 적의 수도 평양을 점령하고 압록강까지 진격한 6사단 장병이 수통에 물을 담아 대통령께 드린 이야기는 한편의 감격스러운 드라마였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의 꿈인지 중공군의 개입으로 민족의 소원인 남북통일은 천추의 한을 품은 채 접고야 말았다. 그들은 한국전쟁에 뛰어들어 인해전술로 남의 땅에 숱한 피를 뿌려놓고 돌아갔다.     6·25전쟁에서 서울 수복이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역사적 전환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북한군에 빼앗겼던 수도 서울의 탈환은 그만큼 우리 국민에게 감격스럽고 역사적인 사건일 수밖에 없었고, 서울을 다시 찾았다는 것은 자유를 되찾았다는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 국가의 간성인 군은 적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재산을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모름지기 ‘평화를 사랑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교훈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찬가 인천 상륙작전 유엔군 사령관 국군 1사단

2023-09-12

[이 아침에] 부활의 찬가

5년 만의 한국 나들이다. 역시 봄은 한국이 최고다. 산기슭마다 연분홍 진달래가 만발하고 개천가엔 노란 개나리가 한창이다. 절로 기지개가 켜진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동토의 바위틈에서 진달래꽃이 눈에 뜨이면, 우리는 불원간 온 산야에 진달래꽃이 만발하는 봄이 찾아옴을 알 수 있다.                                       4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부활절도 마찬가지다.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의 부활이 언젠가는 우리 모두에게 찾아올 부활의 증표이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꿈과 희망을 잃는 순간 삶을 잃는다 했다. 인간은 육체뿐 아니라 정신도 성장하지 않으면 노화된다는 말이다.   성경에는 인간 수명이 120세로 나와 있다. 현대 의학자들의 견해 또한 그와 엇비슷하다. 그래서일까?  요즘 많은 이들이 ‘인생  백년 4계절’ 이야기를 많이 한다. 25세까지가 봄, 50세까지가 여름, 75세까지가 가을, 100세까지가 겨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내 인생의 계절은 지금 어느쯤일까?     각자의 계절을 알고 싶다면,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을 것 같다. 길을 걷다 들꽃이 눈에 들어오고, 모든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슴 설렌다면 당신은 인생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는 증거다. 혹시 걷잡을 수 없는 꿈과 열정으로 잠을 못 이룬다면, 당신의 계절은 신록이 무성한 여름이다. 굶주린 사람의 눈물어린 눈망울 앞에 연민의 정으로 걸음을 멈춘다면, 당신은 풍성한 과일을 맺는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것이다. 그리고 인생길을 되돌아보며 모든 삶이 은혜였음을 깨닫고 감사한다면, 그건 분명 인생의 계절 겨울 아니겠는가.   그런데 노년에도 꿈과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성장시키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도 그런 분들 가운데 한 분이다. 103세인 그는 요즘도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한다. 그분은 아직도 젊은이 못지않은 꿈과 열정으로 살고 있다. 사회 부조리에 분노하고, 지구 생태계를 걱정하고, 국민과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공정과 정직을 말씀하신다. 아직도 단정한 몸가짐에 부드럽고 따뜻한 음성, 확신과 신념에 찬 의연한 모습은 바로 꿈과 열정이 인간의 뇌세포를 젊게 만들어 준다는 살아있는 증거다.   4월의 부활절을 앞두고 오랫동안 소식 없이 지내온 의과대학 동창분이 카톡으로 글을 보내왔다. 대학 때 약간 한량(?)처럼 지내다 일 년 유급하여 같은 해에 졸업한 선배뻘 동창이다. 한데, 몇 년 전 만났던 그는 동창 중 가장 멋지고 젊은 모습의 새 사람으로 변모해 있었다.     그의 시 같기도 하고, 신앙고백도 같은 우정의 글이다. “사랑하는 벗이여! 너는 아는가? 눈보라 치던 겨울을 이기고/ 새하얀 눈이 녹아 흐르는 실개천에서/ 개울가에 눈뜬 갯버들에서/ 새하얀 눈 속에 부끄러운 듯 숨어 보이는 홍매화의 꽃망울에서/ 담낭이 개나리마다 노란 꽃순에서 머리위 가슴저리도록 맑고 푸른 하늘을 이고/ 향긋하게 불어오는 봄바람 맞으며/ 정다운 나의 친구야, 너는 아는가? 우리들 심령에 찾아드는 4월의 “예수 부활”의 기쁜소식 가슴에 안고 /우리 한번, ‘새사람’되어 /신바람나게 부활의 찬가 불러보자”   친구의 변화된 모습 안에서, 부활이 “올바르고 거룩한 진리의 삶을 사는 새사람(에페소서 4:24)”으로의 탈바꿈으로 선명하게 다가온다. 마치 나방이에서 아름다운 나비가 되는, 그 황홀한 신비처럼 부활절은 분명 우리 모두에게 가슴 설레는 꿈이며 희망 아니겠는가. 김재동 / 가톨릭 종신부제이 아침에 부활 찬가 예수 부활 계절 겨울 의과대학 동창분

20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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