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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부활의 찬가

5년 만의 한국 나들이다. 역시 봄은 한국이 최고다. 산기슭마다 연분홍 진달래가 만발하고 개천가엔 노란 개나리가 한창이다. 절로 기지개가 켜진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동토의 바위틈에서 진달래꽃이 눈에 뜨이면, 우리는 불원간 온 산야에 진달래꽃이 만발하는 봄이 찾아옴을 알 수 있다.                                    
 
4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부활절도 마찬가지다.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의 부활이 언젠가는 우리 모두에게 찾아올 부활의 증표이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꿈과 희망을 잃는 순간 삶을 잃는다 했다. 인간은 육체뿐 아니라 정신도 성장하지 않으면 노화된다는 말이다.
 
성경에는 인간 수명이 120세로 나와 있다. 현대 의학자들의 견해 또한 그와 엇비슷하다. 그래서일까?  요즘 많은 이들이 ‘인생  백년 4계절’ 이야기를 많이 한다. 25세까지가 봄, 50세까지가 여름, 75세까지가 가을, 100세까지가 겨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내 인생의 계절은 지금 어느쯤일까?  
 
각자의 계절을 알고 싶다면,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을 것 같다. 길을 걷다 들꽃이 눈에 들어오고, 모든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슴 설렌다면 당신은 인생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는 증거다. 혹시 걷잡을 수 없는 꿈과 열정으로 잠을 못 이룬다면, 당신의 계절은 신록이 무성한 여름이다. 굶주린 사람의 눈물어린 눈망울 앞에 연민의 정으로 걸음을 멈춘다면, 당신은 풍성한 과일을 맺는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것이다. 그리고 인생길을 되돌아보며 모든 삶이 은혜였음을 깨닫고 감사한다면, 그건 분명 인생의 계절 겨울 아니겠는가.
 


그런데 노년에도 꿈과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성장시키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도 그런 분들 가운데 한 분이다. 103세인 그는 요즘도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한다. 그분은 아직도 젊은이 못지않은 꿈과 열정으로 살고 있다. 사회 부조리에 분노하고, 지구 생태계를 걱정하고, 국민과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공정과 정직을 말씀하신다. 아직도 단정한 몸가짐에 부드럽고 따뜻한 음성, 확신과 신념에 찬 의연한 모습은 바로 꿈과 열정이 인간의 뇌세포를 젊게 만들어 준다는 살아있는 증거다.
 
4월의 부활절을 앞두고 오랫동안 소식 없이 지내온 의과대학 동창분이 카톡으로 글을 보내왔다. 대학 때 약간 한량(?)처럼 지내다 일 년 유급하여 같은 해에 졸업한 선배뻘 동창이다. 한데, 몇 년 전 만났던 그는 동창 중 가장 멋지고 젊은 모습의 새 사람으로 변모해 있었다.  
 
그의 시 같기도 하고, 신앙고백도 같은 우정의 글이다. “사랑하는 벗이여! 너는 아는가? 눈보라 치던 겨울을 이기고/ 새하얀 눈이 녹아 흐르는 실개천에서/ 개울가에 눈뜬 갯버들에서/ 새하얀 눈 속에 부끄러운 듯 숨어 보이는 홍매화의 꽃망울에서/ 담낭이 개나리마다 노란 꽃순에서 머리위 가슴저리도록 맑고 푸른 하늘을 이고/ 향긋하게 불어오는 봄바람 맞으며/ 정다운 나의 친구야, 너는 아는가? 우리들 심령에 찾아드는 4월의 “예수 부활”의 기쁜소식 가슴에 안고 /우리 한번, ‘새사람’되어 /신바람나게 부활의 찬가 불러보자”
 
친구의 변화된 모습 안에서, 부활이 “올바르고 거룩한 진리의 삶을 사는 새사람(에페소서 4:24)”으로의 탈바꿈으로 선명하게 다가온다. 마치 나방이에서 아름다운 나비가 되는, 그 황홀한 신비처럼 부활절은 분명 우리 모두에게 가슴 설레는 꿈이며 희망 아니겠는가.

김재동 / 가톨릭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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