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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생긴 일

지난 4월 LA에 있는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LA 필하모닉 협연으로 차이콥스키 교향곡5번이 연주되고 있었다. 이 연주회에 참석했던 친구가 놀라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연주에 심취해 있는데 가까운 곳 발코니에 앉아 있던 어떤 여성의 신음하듯 외치는 고함에 자지러지게 놀랐다고 했다. 다른 관객들도 무슨 일인가 하고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단다. 친구는 그 소리가 환희의 절정에서 감정에 북받쳐 나오는 소리 같았다고 했다.   나는 호기심에 도대체 무슨 일었는가 궁금하던 차에 마침 관련 기사가 있어 읽어 봤다. 기사에는 당시 현장에서의 목격담 등 많은 흥미로운 내용이 들어 있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한 여성 관람객은  “그 일이 일어난 후 그녀를 보았는데 마치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옆에 있던 동반자처럼 보이는 사람은 그녀를 쳐다보면서 웃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외마디 외침은 참 아름다웠다”고 덧붙였다.   그 소란에도 연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고 한다. 기사에 따르면 그 후 더 이상의 소동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소리를 지른 여성이 누구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반면 오르가즘이라는 주장에 반대하는 관객들도 있었다. 그 여성이 잠깐 잠에 취했다 놀라 깨어나며 지른 비명이라거나, 건강 문제로 인해 응급 상황이 벌어진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관객들도 있다고 기사는 소개했다. 그녀 뒤에 앉아 있던 한 관람객은 그녀가 잠에서 깨면서 지르는 소리처럼 들렸다며 “그녀는 갑자기 동행한 파트너의 어깨에 기댔고 몸이 축 늘어진 것 같았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녀의 뒷줄에 앉아 있던 또 다른 관람객은 “그녀의 파트너와 또 다른 여인이 그녀 옆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에게 괜찮은지 물어보는 말을 들었다”며 그녀는 괜찮다고 대답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LA필하모닉의 온라인 프로그램 노트에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 5번 2악장(The second movement)에 대한 설명이 있다. ‘이 곡은 감미로운 주제의 러브 송(love song) 으로 인기가 많다. 차이콥스키의 능란한 관현약 편곡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 편곡이 센티멘탈에서 로맨스 곡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2악장의 주요한 멜로디는 추억에 잠기게 하는 호른(horn)의 솔로 연주에 이어 목관악기 연주가 따른다.’   기사에 따르면 음악회에 참석했던 한 클래식 애호가는 그 관객은 놀랍게도 교향곡의 극치에 때맞게 맞추어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이 음악 애호가는 “누구도 무엇이 정확하게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그 소리를 들었을 때, 기쁨을 표시한 소리로 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전음악 콘서트에서 놀라운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직접 목격하지 못해 장담은 어렵지만 나는 고전 음악을 즐기는 애호가가 곡의 아름다움이 극에 달 할 때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자기도취에 취해 소리를 지른 것일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10대나 20대의 젊은 여성들은 얼마든지 소리를 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가 소리를 지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오히려 소리를 지르지 싶을 때 참으면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 소리소리 지르곤 한다. “하나님 아버지 왜 이렇게 아름다워요. 나를 미치게 하는 당신의 놀라운 솜씨, 기가 막히네요. 아 아름다워라 아름다워라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이렇게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나면 속이 시원하고 후련하고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된다.   나는 음악회에서 소리를 지른 그녀가 부럽기까지 하다. 나이가 들면 체면이다 뭐다 하면서 점잖음을 뺀다고 참고 참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처럼 희로애락을 마음껏 발산하면서 살고 싶다. 그것이 건강해지는 비결의 하나가 아닐까. ‘어린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읊은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가 생각난다. 김수영 / 수필가수필 디즈니 콘서트 월트 디즈니 고전음악 콘서트 차이콥스키 교향곡5번

2023-06-08

[왜 음악인가] 공연을 중단한 지휘자

 오케스트라의 지휘대에 선 상상을 해보자. 지휘할 곡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 1악장은 4분의 4박자다.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첫 음을 시작하면 두 박자 후에 바이올린이 일제히 등장한다.  그런데 만일 바이올린 주자들의 연주가 잘못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욱 힘껏 박자를 젓는다? 모른 척하고 계속한다?   이달 7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파리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얍 판 츠베덴은 연주를 멈췄다. 그 후 처음부터 다시 했다. 연습도 아니고 청중이 있는 공연에서 음악을 멈추고 다시 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지휘자는 잘못된 지휘를 인정하는 수치를 견뎌야 하는 일이다. 영국의 음악 비평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1958년 지휘자 아드리안 볼트가 BBC 심포니의 연주를 중지한 후 처음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음악 무대에서는 생각보다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순간에 지나간 음(音)은 고치거나 덧칠할 수 없다. 그나마 혼자 연주할 때는 실수의 치명도가 낮다. 잘못했어도 만회할 수가 있다. 하지만 여럿이 연주할 때는 빠르게 판단할 리더가 필요하다. 바이올린 연주자 수십명이 한번 제각각 연주하기 시작하면 다시 맞추기 어려우니까.   리더가 잘못 판단하면 재앙이 된다. 2019년 러시아 모스크바. 세계적 대회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한 중국인 피아니스트가 결선에 올랐다. 그는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하기로 돼 있었는데, 지휘자는 순서를 반대로 알고 있었다. 사고가 일어날 조건은 충분했다. 연주 전 곡목을 알리는 방송은 지휘자만 알아들을 수 있는 러시아어로 나왔다. 오케스트라가 라흐마니노프를 시작했을 때 차이콥스키를 준비하던 피아니스트는 제대로 된 음을 연주하지 못했다. 상황 파악을 하고 오케스트라와 맞췄을 때는 첫 6마디쯤 놓치고 난 다음이었다.   당시 콩쿠르 측은 순서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 진행 요원을 징계했지만 문제는 지휘자에게도 있었다. 피아니스트가 아무 음도 치지 못하고 당황하며 지휘자를 바라봤지만 지휘는 계속됐다. 지휘자는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판단도 불가능했다. 콩쿠르 측은 참가자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고 했지만 참가자가 거부했고, 이 장면은 두고두고 콩쿠르의 오점으로 남게 됐다.   1958년에 아드리안 볼트는 BBC 심포니와 마이클 티펫의 교향곡 2번을 지휘하다 첫 2분을 조금 넘기고 연주를 멈췄다. 뒤로 돌아서서 청중에 “모두 나의 잘못”이라 한 후 처음부터 연주했다. 이 연주는 유튜브에서도 들을 수 있다. 이달 초 츠베덴과 파리 오케스트라가 다시 시작한 쇼스타코비치 또한 훌륭했다고 한다. 리더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으면 꼬여버린 연주로 남을뻔한 장면들이다. 김호정 / 한국 문화팀 기자왜 음악인가 지휘자 공연 지휘자 아드리안 바이올린 연주자 차이콥스키 콩쿠르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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