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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워라밸’의 균형이 아닌 ‘워라인’을 추구하는 삶의 가치창출

우리는 현재 만족하며 일하고 있는가?   미국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에 따르면, 2021년도에는 4780만명, 2022년 5060만명, 2023년에는 4450만명이 직장을 그만뒀다고 한다.     팬데믹 이후 많은 이들이 몰입도와 방향성을 잃어 무기력해지고, 정신적 및 육체적인 번아웃을 느껴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되찾기 위해 결국 퇴사를 결심했기 때문이다. 대퇴사 시대(The Great Resignation)와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 현상은 일의 만족도가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일과 삶의 깊은 연관성을 보여줬다.   만족하며 일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 만족하는지만 고민할 게 아니라, 지금 하고있는 일의 의미를 느끼는지 되새겨 보고, 진로에 대한 열정과 확신을 갖고 매일 발전·성장하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글로벌 서치 및 헤드헌팅 전문기업인 HRCap에서는 매주 2000여명의 글로벌 후보자들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고 코칭해 고객 기업에 추천해 이들의 이직을 돕고있다. 10명 중 4명의 후보자들은 직장과 업무에 만족하지 않아 퇴사를 결심하고, 더 큰 비중의 6명은 현직에서 만족하더라도 가치를 추구하며 이직을 고민한다. 이들이 찾는 가치는 성장 기회와 새로운 도전·미래지향적 기업 비전·사회적 책임과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조직 문화 등이다.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은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아닌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을 중요시한다. 일과 삶을 같은 관점에서 보며, 경계 없이 조화로운 생활을 만들려고 노력해 결국 일을 통해 삶의 에너지와 활력을 얻는다. 일과 삶을 시간적으로만 50대 50으로 나누려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을 단순한 노동이 아닌, 자아실현과 자기성장기회로 다룰 수 있는 것이다.   HRCap은 Work-Life Integration VALUE Tips을 통해 커리어코칭을 제공하고 있다:     Vocalize Priorities-집중시간에 우선순위 업무를 선정하고 공유한다. 본인이 하루에 제일 집중하며 효율적으로 일할 수 시간에 중요한 업무부터 처리하면 업무 해결과 에너지 및 시간관리를 더 잘 할 수 있다.     Act with Ownership-책임감을 가지고 일한다. 일을 단순한 노동으로 처리하지 않고 주인의식과 긍정적인 태도로 임해야 번아웃을 방지하고 사명감을 가질수 있다.   Learn to Adapt-그 어느 환경에도 융통성있게 적응한다. 본인에게 맞는 리듬을 찾아 삶과 일에 시너지를 낼 줄 알아야 한다.   Upskill for Growth-매순간 도전하며 학습과 배움을 추구한다. 시대의 변화와 기술 발전에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성장발전 기회로 여긴다면 경쟁력 갖춘 인재가 되며 가치로운 일을 할 수 있다.   Establish Boundaries-합리적이고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디지털 세계와 재택근무 환경에서는 목표 달성 및 삶과 일의 조화를 위해 반드시 개인 바운더리(Personal Boundary)를 규정하며 지켜야한다.       만약 HRCap 워라인 VALUE를 적용해봐도 워라인을 여전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면, 오히려 스스로 워라밸만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본인이 하는 일에 만족도와 적합성을 다시 살펴 보고 더 의미있고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는 진로를 재고민 해보는 것을 조심스럽게 권유해 본다.   스텔라 김  HRCap, Inc. 전무 (SVP, Head of Americas & Chief Marketing Officer)       ━   [Expert Column] Creating Value By Pursuing Work-Life Integration, Not Work-Life Balance   On Achieving Harmony between Work and Life through Work-Life Integration   HRCap Work-Life Integration VALUE Tips   Are we all truly satisfied with our work?   According to the U.S. Chamber of Commerce, 47.8 million employees quit their jobs in 2021, 50.6 million in 2022, and 44.5 million in 2023.   With the onset of the pandemic, many quit their jobs to recalibrate and seek purpose in life after suffering from disengagement and both mental and physical burnout. The Great Resignation and Quiet Quitting not only highlighted the direct impact of job satisfaction on life satisfaction but also demonstrated the deep connection between work and life.     What does it mean to work with fulfillment and satisfaction? Rather than only asking if we are content at our current organization, we must also deeply reflect on whether we find true meaning in our work, feel passionate about our career path, and experience both personal and professional development.     HRCap, a Top 10 Global Executive Search & HR Consulting firm, coaches and advises more than 2,000 global candidates weekly and strategically recommends them to our VIP clients for better-fitted career opportunities. We found that 4 out of 10 candidates leave their current jobs because they are unhappy with the organization and the work they do, while the greater 6 out of 10 still remain open to new opportunities to pursue greater value even though they are content with their current jobs. The values that these candidates seek include new challenging growth opportunities, a future-proofed corporate vision, and a diverse, yet socially conscious, corporate culture.   Those who focus on ‘value’ pursue Work-Life Integration, not Work-Life Balance. They see work and life from the same perspective and strive to create a harmonious blend between work and life, ultimately gaining greater energy and vitality from the work they do. By not focusing on ‘time’ to strike a perfect 50:50 balance between work and life, they are able to see work not as labor but as a means for self-actualization and personal growth.   HRCap has effectively offered career coaching with our Work-Life Integration VALUE Tips:   Vocalize Priorities – Tackle important tasks during the most productive hours. We can better manage our time and conserve our energy by completing priority tasks when we can best focus.   Act with Ownership – Take responsibility and maintain a proactive attitude. Instead of treating work as labor, we must take greater ownership with a sense of calling to prevent future burnout.   Learn to Adapt – Find unique rhythm and create synergy with flexibility. We must be willing to adjust to any environment.     Upskill for Growth – Remain intellectually curious and develop a growth mindset. We must challenge ourselves and seek continuous learning each day to gain a competitive edge in the ever-evolving market today.     Establish Boundaries – Set expectations and honor personal boundaries. With the current digital world and hybrid work environment, we must learn to say no firmly yet respectfully to remain on task and achieve our goals through work-life integration.   If we are still unable to achieve Work-Life Integration even with HRCap’s Work-Life Integration VALUE Tips, we are most likely focused on seeking Work-Life Balance instead. If so, I invite us to re-examine the work we do, reflect on our passion and purpose in life, and revitalize by considering a different career where we ideally pursue that Work-Life Integration.   Stella H. Kim, SPHR HRCap – SVP, Head of Americas & Chief Marketing Officer    전문가 칼럼 HRCap 에이치알캡 StellaKim 스텔라김 워라밸 워라인 조화 가치 HR 인사 컨설팅

2024-07-17

[기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고온이 유럽을 덮친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에는 폭염 비상이 걸렸고, 독일에서도 ‘오븐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의 중남부 28개 주에도 폭염 주의보가 내렸다.     대부분의 기후학자는 이러한 기후변화가 산업혁명 이후 생산력 극대화를 위해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해 이산화탄소를 과도하게 배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일부 생태학자들은 지난 80만년 동안의 지구 온도 편차 그래프를 제시하며 기후변화의 주원인으로 지구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을 꼽는다. 햇빛의 양 변화는 지구가 자전하는 방식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궤도 변화와 직접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다의 주기적 수온 변화 역시 기후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자들의 대립하는 이론들은 잠깐 제쳐놓고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볼 때, 기후변화가 환경 문제를 초래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환경 문제로부터 파생될 결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로서 끊임없이 자연과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기에 우리가 자연 바깥에 있다고 생각하면 결코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과 서로 얽혀 있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유익한 존재이기 때문에 환경 문제의 해결은 우리가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때만 가능하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자연을 완성된 아름다움으로 여겼으며,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필요 이상으로 갖는 것을 죄악으로 여겼으며, 우리의 필요에 따라 환경을 바꾸기보다는 우리가 자연의 일부분임을 깨닫고 그 질서에 순응하는 길을 선택했다.     예를 들면 그들은 약초를 캘 때도 처음 발견하는 일곱개의 약초는 손대지 않았다. 왜냐하면 약초들이 계속해서 번성하고 다음 일곱 세대가 그것을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서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자연에 영향을 미친다.     다코타 족 인디언의 인사말은 ‘미타쿠예 오야신!’이다.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 인사말은 매우 간결하면서도 심오하게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이해를 표현하고 있다.     이들은 기도나 대화를 마칠 때도 ‘우리는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는 모두 하나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즉, 우리는 모두 생명의 원에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사회 역시 유기체적으로 얽혀있다. 혼자 잘 사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회다. 내가 속한 사회가 무너지면 나도 무너진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간과하고 있다.     한자의 ‘人’은 두 사람, 곧 나와 너의 관계를 나타낸다. 혼자서는 올바로 서지 못하는 비스듬한 두 존재가 만나 서로 의지할 때 비로소 사람의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자하다는 뜻을 가진 어질 ‘仁’은 ‘천지 만물을 한 몸으로 여기는 마음가짐 혹은 그러한 행위’까지 내포하기에 공자는 ‘인’을 인간이 지녀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우리 자신이 처한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인’을 실천할 때 비로소 인간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이어령 교수는 ‘생명이 자본이다’에서, “이제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착취의 대상에서 배움의 대상으로 바뀌어야 한다.     생명이 이제는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창조적 자본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렇다. 우리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야 심각한 환경 문제를 해결해 나갈 길이 보인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기고 자연 조화 기후변화가 환경 자연 바깥 환경 문제

2022-08-01

[기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고온이 유럽을 덮친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에는 폭염 비상이 걸렸고, 독일에서도 ‘오븐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의 중남부 28개 주에도 폭염 주의보가 내렸다.     대부분의 기후학자는 이러한 기후변화가 산업혁명 이후 생산력 극대화를 위해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해 이산화탄소를 과도하게 배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일부 생태학자들은 지난 80만년 동안의 지구 온도 편차 그래프를 제시하며 기후변화의 주원인으로 지구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을 꼽는다. 햇빛의 양 변화는 지구가 자전하는 방식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궤도 변화와 직접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다의 주기적 수온 변화 역시 기후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자들의 대립하는 이론들은 잠깐 제쳐놓고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볼 때, 기후변화가 환경 문제를 초래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환경 문제로부터 파생될 결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로서 끊임없이 자연과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기에 우리가 자연 바깥에 있다고 생각하면 결코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과 서로 얽혀 있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유익한 존재이기 때문에 환경 문제의 해결은 우리가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때만 가능하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자연을 완성된 아름다움으로 여겼으며,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필요 이상으로 갖는 것을 죄악으로 여겼으며, 우리의 필요에 따라 환경을 바꾸기보다는 우리가 자연의 일부분임을 깨닫고 그 질서에 순응하는 길을 선택했다.     예를 들면 그들은 약초를 캘 때도 처음 발견하는 일곱개의 약초는 손대지 않았다. 왜냐하면 약초들이 계속해서 번성하고 다음 일곱 세대가 그것을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서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자연에 영향을 미친다.     다코타 족 인디언의 인사말은 ‘미타쿠예 오야신!’이다.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 인사말은 매우 간결하면서도 심오하게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이해를 표현하고 있다.     이들은 기도나 대화를 마칠 때도 ‘우리는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는 모두 하나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즉, 우리는 모두 생명의 원에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사회 역시 유기체적으로 얽혀있다. 혼자 잘 사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회다. 내가 속한 사회가 무너지면 나도 무너진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간과하고 있다.     한자의 ‘人’은 두 사람, 곧 나와 너의 관계를 나타낸다. 혼자서는 올바로 서지 못하는 비스듬한 두 존재가 만나 서로 의지할 때 비로소 사람의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자하다는 뜻을 가진 어질 ‘仁’은 ‘천지 만물을 한 몸으로 여기는 마음가짐 혹은 그러한 행위’까지 내포하기에 공자는 ‘인’을 인간이 지녀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우리 자신이 처한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인’을 실천할 때 비로소 인간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이어령 교수는 ‘생명이 자본이다’에서, “이제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착취의 대상에서 배움의 대상으로 바뀌어야 한다.     생명이 이제는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창조적 자본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렇다. 우리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야 심각한 환경 문제를 해결해 나갈 길이 보인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기고 자연 조화 기후변화가 환경 자연 바깥 환경 문제

2022-07-27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조화와 영감의 3악장 펼치며

나만 힘들 게 사는 줄 알았다. 죽자 사자 일하고 이리 뛰고 저리 머리 굴리고 종횡무진 숨막히게 사는 줄로 착각했다. 새집으로 이사 오고 깨달았다. 내 엄살은 어린아이 반찬 투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새 동네에 이사 오니 여기저기 공사 중이라 먼지와 소음으로 북새통이다.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꼭두새벽에 출근해 해가 저물 때까지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비가 오는 날 우산도 안 쓰고 흠뻑 젖어 각자 임무를 수행한다.     여태까지 공사장 인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 본 적이 없다. 땅 파고 지하 콘크리트 붓고 목제 프레임 올리고 청문 달고 지붕 올리고 벽돌 쌓고 전기공사에 배관공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2층 지붕 꼭대기에 올라가 곡예사처럼 겁도 없이 망치질한다. 한 팀이라도 낙오 되면 공사가 지연된다. 입주 할 날만 학수고대하는 집주인 입장에선 하루가 한 달이다. 흥분과 기대로 히루에도 서너 번씩 뼈대만 올라 간 집 보러 오고 또 온다. ‘어디에 살 건지 누구와 살 지는 하늘이 맺어준다’는 어머님 말씀 떠올리며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하늘 아래 기적처럼 솟아나는 집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막내가 첫 돌일 때 이사한 ‘등대집’은 내 청춘을 불태운, 작렬하는 태양 같이 뜨거운 시절이여서 흥분과 기대로 충만했다. 세상을 모두 가진 것처럼 행복으로 충만했다. 지금 새로 이사한 집은 기분이 전혀 다르다. 자랑할 것도 허무해 할 것도 없는 사람 사는 집이다. 인생의 남은 시간을 정리하며 묵은 둥치 잘라내고 잔 가지 치고 일필휘지로 써내려 갈 담백하고 진솔한 생의 작은 수첩이다.   미국에 사는 동안 세번 이사했다. 가방 한 개 달랑 들고 공항에서 픽업돼 도착한 집은 캐더링시 도시 청사(State house)였다. 미 육군 보급총사령관 관사로 사용 됐는데 패터선 사령관이 개인 저택에 살기로 결정해 보급사령관인 리사 아빠에게 배당됐다. 사령관 부인은 디자이너로 유명세를 떨치던 사람이였는데 오래된 구식 관사의 실내구조는 사치스럽고 요란한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백년 동안 위용을 자랑하던 캐터링 시의 도시 청사 건물은 육군에서 잘 보존해 작은 성을 방불케 했다. 3층 건물인 관사는 학교 기숙사처럼 크고 방이 많고 계단이 가팔라서 리사가 기어다니기 시작 할 무렵 작고 아담한 집으로 이사했다.   ‘초원의 집(Highland Meadow)’이라 팻말 붙은 집에서 청춘의 달콤한 사랑과 무지개 꿈을 키웠다. 리사가 심장판막재생수술을 받았고 식도암으로 리사 아빠를 잃었다. 모진 고난과 아픔도 청춘이 지닌 희망과 용기를 파멸시키지 못했다.     우서방 만나 ‘등대집 (Light house Trail)’으로 이사했다. 어머니 모시고 아이 셋 키우고 사업하며 회오리 바람 속에 장년을 불태웠다. 바로크 음악의 거장 비발디의 ‘사계’ 중에 바이올린 협주곡3번 G단조는 풍요로운 ‘가을’을 묘사한다. 가을의 1악장은 사냥꾼에 쫒기는 동물들의 긴박함이 3박자로 경쾌하게 펼쳐진다. 춥고 매서운 생의 마지막 장인 겨울이 오기 전 가을이 주는 계절의 환상과 기쁨, 생의 애절함이 찬란하게 묘사된다.     생의 가을에는 어떤 색깔이 펼쳐질까. 글이던 그림이던 펜을 들고 붓을 쥔 사람의 손에 달려있다. 아무도, 누구도 내 슬픔, 나의 사계절을 그려낼 수 없다. 지나 온 삶이 오직 내 몫이였던 것처럼 남은 시간도 오롯이 내 손으로 다듬고 추스려야 할 시간이다. 슬픔이던 환희던, 눈물 닦아줄 사람도 오직 나 일 뿐.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조화 영감 육군 보급총사령관 공사장 인부들 리사 아빠

2021-10-26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조화와 영감의 3악장 펼치며

나만 힘들 게 사는 줄 알았다. 죽자 사자 일하고 이리 뛰고 저리 머리 굴리고 종횡무진 숨막히게 사는 줄로 착각했다. 새집으로 이사 오고 깨달았다. 내 엄살은 어린아이 반찬 투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새 동네에 이사 오니 여기저기 공사 중이라 먼지와 소음으로 북새통이다.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꼭두새벽에 출근해 해가 저물 때까지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비가 오는 날 우산도 안 쓰고 흠뻑 젖어 각자 임무를 수행한다.     여태까지 공사장 인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 본 적이 없다. 땅 파고 지하 콘크리트 붓고 목제 프레임 올리고 청문 달고 지붕 올리고 벽돌 쌓고 전기공사에 배관공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2층 지붕 꼭대기에 올라가 곡예사처럼 겁도 없이 망치질한다. 한 팀이라도 낙오 되면 공사가 지연된다. 입주 할 날만 학수고대하는 집주인 입장에선 하루가 한 달이다. 흥분과 기대로 히루에도 서너 번씩 뼈대만 올라 간 집 보러 오고 또 온다. ‘어디에 살 건지 누구와 살 지는 하늘이 맺어준다’는 어머님 말씀 떠올리며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하늘 아래 기적처럼 솟아나는 집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막내가 첫 돌일 때 이사한 ‘등대집’은 내 청춘을 불태운, 작렬하는 태양 같이 뜨거운 시절이여서 흥분과 기대로 충만했다. 세상을 모두 가진 것처럼 행복으로 충만했다. 지금 새로 이사한 집은 기분이 전혀 다르다. 자랑할 것도 허무해 할 것도 없는 사람 사는 집이다. 인생의 남은 시간을 정리하며 묵은 둥치 잘라내고 잔 가지 치고 일필휘지로 써내려 갈 담백하고 진솔한 생의 작은 수첩이다.   미국에 사는 동안 세번 이사했다. 가방 한 개 달랑 들고 공항에서 픽업돼 도착한 집은 캐더링시 도시 청사(State house)였다. 미 육군 보급총사령관 관사로 사용 됐는데 패터선 사령관이 개인 저택에 살기로 결정해 보급사령관인 리사 아빠에게 배당됐다. 사령관 부인은 디자이너로 유명세를 떨치던 사람이였는데 오래된 구식 관사의 실내구조는 사치스럽고 요란한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백년 동안 위용을 자랑하던 캐터링 시의 도시 청사 건물은 육군에서 잘 보존해 작은 성을 방불케 했다. 3층 건물인 관사는 학교 기숙사처럼 크고 방이 많고 계단이 가팔라서 리사가 기어다니기 시작 할 무렵 작고 아담한 집으로 이사했다.   ‘초원의 집(Highland Meadow)’이라 팻말 붙은 집에서 청춘의 달콤한 사랑과 무지개 꿈을 키웠다. 리사가 심장판막재생수술을 받았고 식도암으로 리사 아빠를 잃었다. 모진 고난과 아픔도 청춘이 지닌 희망과 용기를 파멸시키지 못했다.     우서방 만나 ‘등대집 (Light house Trail)’으로 이사했다. 어머니 모시고 아이 셋 키우고 사업하며 회오리 바람 속에 장년을 불태웠다. 바로크 음악의 거장 비발디의 ‘사계’ 중에 바이올린 협주곡3번 G단조는 풍요로운 ‘가을’을 묘사한다. 가을의 1악장은 사냥꾼에 쫒기는 동물들의 긴박함이 3박자로 경쾌하게 펼쳐진다. 춥고 매서운 생의 마지막 장인 겨울이 오기 전 가을이 주는 계절의 환상과 기쁨, 생의 애절함이 찬란하게 묘사된다.     생의 가을에는 어떤 색깔이 펼쳐질까. 글이던 그림이던 펜을 들고 붓을 쥔 사람의 손에 달려있다. 아무도, 누구도 내 슬픔, 나의 사계절을 그려낼 수 없다. 지나 온 삶이 오직 내 몫이였던 것처럼 남은 시간도 오롯이 내 손으로 다듬고 추스려야 할 시간이다. 슬픔이던 환희던, 눈물 닦아줄 사람도 오직 나 일 뿐.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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