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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교육구 ‘학생 성 정체성 부모에 통지’

학부모와 교육구가 ‘부모의 알 권리’를 두고 또 한 번 맞붙었다.   학생이 성별 변경을 원할 경우 부모에게 해당 사실을 통지하는 정책 채택을 두고 자정이 돼서야 투표가 진행될 정도였다.   홈스쿨 한인 학부모들의 모임인 ‘마마 베어(Mama Bear)’ 등을 비롯한 학부모 500여 명은 지난 7일 오렌지통합교육구(OUSD)에서 진행된 공청회에 참석했다. OUSD는 오렌지를 비롯한 애너하임, 가든그로브 등을 포함하는 교육구로 한인 학생들도 다수 재학 중인 교육구다.   이날 공청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이슈는 자녀의 성 정체성 변경 요청을 학부모에게 통지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였다.   이는 OUSD 뿐 아니라 가주 교육계에서 가장 논란이 극심한 정책이다. 최근 치노밸리교육구가 학부모의 알 권리를 위해 학생의 성전환 요구를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결정하자 가주 검찰이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고 사생활 보호법을 위반한다”며 교육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전국적으로 논란이 확산할 정도다.   OUSD 공청회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공청회에 나선 민디 신(38·풀러턴)씨는 “정책 투표 전 ‘1분 발언’이 있었는데 무려 122명이 나서서 부모의 알 권리를 지켜내기 목소리를 높였다”며 “결국 1분 발언만 두시간 넘도록 진행됐고 교육 위원들은 자정이 돼서야 학부모 통지 정책을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찬반 양측의 논쟁은 격렬했다.   학부모인 로사 오테로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그저 우리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 달라는 것”이라며 “성 소수자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부모로서 내 자녀의 상태를 알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학부모 제니 슬로언은 “지금 이들은 성 소수자와 같은 특정 그룹을 일종의 혐오의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며 “성전환 등을 원하는 아이들에게 공정하지 않으며 매우 불법적인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학부모 통지를 반대하는 교육 위원 3명은 투표를 거부하고 퇴장했다.   OUSD 교사들도 입장이 갈렸다.   카린 바론도 본타 교사는 “학생이 커밍아웃한다면 나는 그것을 학부모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라며 “커밍아웃한 학생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패트리샤 카바다 교사는 “부모에게 알려야 가족들도 함께 성 정체성의 문제를 의논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학생이 부모도 모르게 어둠 속에 있는 대신 가족이 그 학생과 함께 빛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문제는 또 한번 법적 싸움으로 비화할 수 있다. 이미 지난달 28일 학부모 통지 정책을 승인한 치노밸리교육구가 가주 검찰로부터 소송을 당했기 때문에, 정부의 칼날은 OUSD에게도 향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롭 본타 가주 검찰총장은 당시 치노밸리교육구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우리의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성소수자와 학생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는 것을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장열 기자학부모 자정 학부모 통지 학부모 제니 학부모 500여명

2023-09-10

“사람이 만날 때 혁신이 핀다, 그걸 보여줄 것”

한국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과 K브랜드의 미국 진출 무대가 될 ‘코리아 콘퍼런스(대표 제니 ·사진)’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코리아 콘퍼런스는 16일 LA마리나델레이 항구의 요트 위 선상 VIP 만찬과 17일 ‘베벌리 윌셔 호텔’에서 본 행사로 나뉘어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지난해 출범식 이후 정식으로 맞는 제1회 행사다. 코리아 콘퍼런스는 민간이 주도하며 한국 정부와 미주언론이 삼각협력해서 개최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에서는 LA총영사관이 한국을 대표하여 후원한다. 미주중앙일보는 올해도 단독 미디어 후원사로 코리아 콘퍼런스에 참여한다.   올해 코리아 콘퍼런스는 자문단, 후원사, 멘토, 참여 한국 스타트업들의 규모와 퀄리티 면에서 지난해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지난 28년간 UBS, 모건스탠리, JP모건 등을 거친 투자금융 전문가이자 업계 ‘큰 손’들의 연결 다리 역할을 맡아온 제니 주 코리아 콘퍼런스 대표 덕이다. 그를 만나 올해 정식 출항을 알리는 코리아 콘퍼런스의 혁신에 대해 물었다.     -코리아 콘퍼런스의 탄생 배경은.   “2004년부터 각 분야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주류인사 70~80명을 초청해서 베벨리힐스에서 연말 파티를 열어왔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인사들과 자유롭게 즐기는 자리였다. 그러다욕심이 생겼다. 각자의 영향력을 더 의미 있게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5번째 파티가 열린 2019년 손님 한 분이 내 목표가 이스라엘 콘퍼런스와 닮았다며 벤치마킹을 해보면 어떻겠고 제안했다. 3년 전 심어진 씨앗이 지난해 출범식으로 싹을 틔웠다.”   -이스라엘 콘퍼런스 무엇인가.   “2009년부터 LA 벨에어에서 열리고 있는 이스라엘 콘퍼런스에서는 유대인의 커뮤니티가 만든 국제적 행사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미국의 대기업들에 소개해 투자를 유치하는데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 체결된다. 이스라엘 정부와 첨단 기술, 유대인 네트워크가 똘똘 뭉친 결과다.”     -행사에 참석하고 싶은 한인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아쉽게도 올해 코리아 콘퍼런스는 프라이빗 행사로 열린다. 관계자, 멘토, 투자자, 벤처 캐피털 등 200여 명 정도만 초청해 소규모로 진행된다. 추후에는 규모를 키워 다른 엑스포 행사처럼 일반 대중에도 문을 열 계획이다.”   -본 행사 진행은.   “17일 오전 베벌리 윌셔 호텔에서 나와 후원사, LA총영사관의 축사와 함께 행사가 시작된다. 이날 8개 기업은 각자의 테이블을 맡게 된다. 이때 투자자들과 벤처 캐피털 관계자들이 모여 그들의 혁신에 대해 자세히 듣게 된다. 진중한 사업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오가는 자리다.”   -다른 콘퍼런스와 차별화 방식은.   “코리아 콘퍼런스는 진행 방식부터 차별점이 있다. 다른 엑스포 행사와 달리 참가 기업들은 ‘배틀’ 형식으로 무대에 오른다. 업체들은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한다. 이날 6명의 심사위원들은 발표의 콘텐츠, 재미, 프레젠테이션 등 3가지를 각 5점 만점으로 채점 후 가장 성적이 우수한 기업을 1위로 선정한다. 진중한 사업이 주제지만 딱딱하기만 한 것보다 재미와 자유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참고로 1위를 한 기업에는 특별한 상품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2등, 3등은 없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다. (웃음)”   -올해 참가하는 기업들은.   “올해 소개되는 업체들은 테크, 의료, 예술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 8곳이다. 지난해 코리아 콘퍼런스에서 소개된 후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 중인 시프트바이오(대표 이원용)와 대영채비(대표 정민교) 등 2곳과 올해 처음 참여하는 ‘뉴페이스’ 기업 6곳이다. 각자 기업이 다른 분야를 대표한다는 점도 코리아 콘퍼런스가 특별한 이유다. 떠오르는 별들이 무대에서 경쟁한다. 그야말로 ‘스타워즈’나 다름없다.”   -기업 선정 방식은 어떻게 되나.   “사업에선 ‘무엇을’도 중요하지만 ‘누가’가 제일 중요하다. 연말 파티에서 시작된 근본적인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 이전부터 오랫동안 봐 온 혁신 기업들 중에서도 그들의 영업 철학, 비전을 종합적으로 보고 결정한다. 혁신의 가능성은 사람이 만날 때 피어오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형성하고 믿음을 나누다 보면 성공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코리아 콘퍼런스는 믿음과 혁신이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운영진과 멘토를 소개해달라.   “올해 운영진을 맡은 멘토 중 2명은 카카오톡의 창립멤버인 이재범 어메이즈VR 대표와 넥슨의 전 대표이사 서민 큐브스피어 대표다. 총무는 차동준 만도 실리콘밸리 소장, CFO는 전창호 CPA, CIO는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 전문가인 로만 박 블랙마운틴벤처스 대표 등이다.”   -자문위원단도 화려하다던데.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업계 거물들이 코리아 콘퍼런스를 더욱 빛내줄 예정이다.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구단의 호세 펠리시아노 구단주, 우주항공업계 전문 글로벌 투자사 ‘오디세이’의 제이슨 코웨트 공동창업자, 글로벌 최상위 부유층을 위한 최고급 멤버십인 ‘이든 클럽’의 톰 로런스 회장 이탈리아 피렌체를 대표하는 메디치 가문의 로렌조 메디치 왕자, 인도네시아 국민 기업 ‘리포 그룹’의 마이클 리야디 고문, 이스라엘의 글로벌 벤처캐피탈 요즈마그룹의 아시아 총괄 이원재 대표 등이다.”   -기대하는 점은.   “코리아 콘퍼런스가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이라는 무대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물길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매년 혁신 기업들과 투자자들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이스라엘 콘퍼런스처럼 한국과 K브랜드의 상징적인 플랫폼이 될 것이다.” 우훈식 기자 woo.hoonsik@koreadaily.com인터뷰 제니 코리아 콘퍼런스 이스라엘 콘퍼런스 이스라엘 스타트업

2023-08-14

[수필] 추억은 힘이 된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9월이 되면 내 추억의 창고에서 먼지를 털고 어제 일인 듯 걸어 나오는 잊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나이 서른에 터스틴 시에 위치한 아파트 매니저를 하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나는 한 살이 안 된 막내를 유모차에 태우고 3살, 5살 된 아이들을 데리고 몬티고 아파트 앞을 지나 산책을 하곤 했다. 그때마다 아파트 매니저 멜라니는 잔디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그 집 아들과 우리 아들은 같은 유아원을 다니기에 멜라니와 나는 쉽게 친해졌다. 가끔 마켓도 같이 다녔다.     멜라니가 산책하는 나를 반갑게 불렀다. 부부가 오하이오에 계신 부모 곁으로 이사를 하기로 결정해서 아파트 매니저를 그만두려고 하는데 나를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남편과 의논해 보겠다고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우리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매니저 일을 맡기로 했다.       몬티고 아파트는 루미스 자산관리(Loomis Property) 회사가 관리하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인터뷰와 전과 조회를 마치고 2주 만에 정식 직원이 되었다.   26유닛을 관리하는 매니저의 특권은 아파트 앞쪽 3 베드룸 독채를 무료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나의 임무는 입주자 인터뷰와 월세를 받아 관리사무소에 전달하는 일이었다. 남편은 건물 관리를 맡았다. 잔디 깎기나 페인트, 모든 수리는 관리사무실에 연락하면 회사에서 직접 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 없이 2년간 매니저 일을 했다.     어느 날 아파트에서 타파웨어 파티가 열렸다. 호스트는 13호에 사는 제니였다. 제니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솜씨로 물건을 많이 팔았다. 나도 그날 파 넣는 플라스틱 통을 샀다.     그 일로 제니와 나는 가까워졌고 제니의 남편이 사진작가라는 것도 알게 됐다.     제니와 딸은 백인이고 남편은 흑인이었다. 제니 남편은 맘씨 좋은 신사였다. 출장을 다니는 일 외엔 가정적으로 보였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고 친절하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가 나와 막내딸을 모델로 사진을 찍고 싶어했다. 몇 번 거절하다 결국 승낙하였다. 그때 찍은 사진은 오렌지 몰에 전시돼 상을 받았다. 제목은 ‘엄마와 딸’이었다. 지나고 보니 소중한 추억의 사진이 되었다.   얼마 전 터스틴 시에 갈 일이 있어 옛날 그 아파트를 가 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44년이 지났지만, 기억이 또렷했다. 내 평생 첫 직장이었고 애정을 쏟아 일했던 곳이다. 입주자들을 관리할 때의 많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무 담 너머로 살짝 아파트를 들여다보았다. 우리가 살던 그 방에 지금은 누가 살고 있을까 궁금했지만, 집 주위는 고요하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입주자들이 이사 갈 때 버리고 가는 선인장이나 화초를 화분에 옮겨 올려놓던 벤치는 사라지고 없었다.     비 오는 날 거실의 벽난로 앞에서 남편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날들. 굴뚝을 타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가져온다고 믿고 있던 어린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면 정말 로맨틱했다.   오늘은 유난히 흑인 사진작가 부부가 생각난다. 그 부부는 얼마나 늙었을까. 아니 얼마나 잘 익어가고 있을까. 백인 아내는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던데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살고 있을까. 때로는 부부싸움을 하고 나와 울고 서 있던 제니. 그들 부부가 안고 있던 슬픔이 지금쯤 다 지나갔는지….   그 집의 애교쟁이 딸 캐롤라인도 보고 싶다. 인간사 새옹지마. 44년 전 직장이었던 몬티고 아파트 앞에서 기도했다. 부디 어려움이 있었더라도 잘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인생은 배낭을 메고 떠나는 여행 같은 것. 배낭이 가벼울수록 발걸음이 가볍다. 버려도 되는 것은 미련 없이 버리고 걸어가자. 다만 추억은 몇 짐을 가득 메도 힘이 된다. 엄영아 / 수필가수필 추억 배낭 아파트 매니저 아파트 앞쪽 제니 남편

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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