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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의 끝, 무자비하여라

그만의 독창적인 색깔, 때로는 극단적으로 그로테스크한 표현이 트레이드 마크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딸 케이틀린 크로넨버그 감독의 데뷔작. 스타일리시한 공포영화 장르의 획기적 변화를 이룬 ‘셔더(Shudder)’가 제작사라는 사실만으로도 영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예상된다.     영화의 시기는 지구의 종말이 가까이 와 있는 듯한 가까운 미래. 녹아내리는 빙하로 해수면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고 해를 거듭할수록 허리케인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으며 매해 반복되는 기록적인 폭염과 걷잡을 수 없는 산불 등의 환경문제는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주변의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죽어 나가는 게 일상. 생태 붕괴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세계 지도자들이 한 곳에 모이고 인류는 급기야 멸망을 피하기 위해 인구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다다른다. 각 국가는 국민에게 ‘안락사 프로그램’을 권장한다. 내 가족, 나의 이웃이 나를 위해 죽어줄 것을 바라는 세상!   부와 명성을 얻고 얼마 전 은퇴한 셀럽 뉴스맨 찰스 요크(피터 갤러거·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는 부인과 함께 안락사 프로그램에 자원하기로 결정하고 네 명의 자녀들을 디너 테이블에 불러모은다. 그러나 부인이 도망가버리는 순간 우아하게 자녀들과 이별을 고하려던 찰스의 계획은 엇나가기 시작한다. 자녀들과 언쟁을 벌이는 동안 찰스의 안락사를 집행할 요원들이 도착한다.     가족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혼란이 야기된다. 타자의 자비를 원하면서 각자의 악이 드러난다.       과연 인간은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존재들일까?     안락사는 죽음의 고통을 받는 사람에게 자비(humane)를 베풀어 그의 삶을 끊어주는 행위를 말한다. 영화는 그 일을 정부에 맡긴다. 군인들이 거리에 서 있고, 확성기를 통해 정부의 메시지가 들려온다. 정부는 가짜 뉴스라며 시민들의 메시지를 통제한다. 개인의 자유는 없다. 황폐함 속 질서는 파시즘에 근거한다. 안락사를 집행하는 기관 D.O.C.S.가 휘두르는 힘은 막강하다. 그 어디에도 자비는 없다.     지구는 여전히 생태 파괴의 원인 제공자들이 부를 누리고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삶은 그에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위기가 한 가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악몽 그 자체이다. 영화 ‘휴메인’의 무자비한 세계관은 환경문제에 게으른 인간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며 경고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이상기후 휴메인 안락사 프로그램 영화 분위기 공포영화 장르

2024-04-24

환상적 서사에 기발한 연출…형식 깨고 장르 섞다

2023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가여운 것들(Poor Things)’은 지난주 거행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11개 부문에 후보 지명을 받았다. 에마 스톤이 예상대로 ‘라라랜드’(2016)에 이어 그녀의 2번째 오스카상을 수상했고,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등의 프로덕션 부문을 휩쓸었다.     ‘가여운 것들’은 스코틀랜드 문학의 르네상스를 연 소설가 알라스데어 그레이(Alasdair Gray)가 1992년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무척 방대한 지식과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 소설은 기이한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더 페이버릿, 2018)를 만나 다시 한번 괴상하고 이상한 영화로 부활한다.   소설에서 작가는 19세기 한 의과대생의 회고록을 빼돌려 재편집, 20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자신의 소설로 재출간하는 전지전능한 작가로 등장한다. 그는 여기서 자신의 창조물과 갈등을 빚는 내용의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괴테의 ‘파우스트’의 등장인물들을 곳곳에서 패러디한다.     원작의 환상적 서사와 란티모스의 기발한 연출이 조화되어 다시 태어난 영화 ‘가여운 것들’의 세계관은 가히 전방위적이다. 란티모스 특유의 기괴함과 불편함이 그대로 살아있고 형식 파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를 혼용한다. 원작의 사회적 메시지를 유려하고 유머스럽게 담아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God이 숨어있는 이름의 Godwin, 아름답다는 뜻을 지닌 이름의 Bella가 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 의대생 맥스 맥캔들스는 외과의사 고드윈 백스터(윌렘 데포) 박사의 조수가 된다. 고드윈의 곁에는 벨라(에마 스톤)라는 이름의 아리따운 여인이 있다. 맥스는 곧 빅토리아라는 이름의 임산부가 남편의 학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했고 고드윈 박사가 태어나지 않은 태아의 뇌를 벨라(빅토리아)에게 주입, 되살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죽었다가 부활한 벨라는 서서히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존재가 되어간다.     맥스는 벨라와 사랑에 빠진다. 벨라는 성인의 몸에 태아의 뇌를 지니고 어눌한 말투,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녀의 의식에는 그 시대 다른 여성들처럼 성적 억압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드윈 박사는 맥스에게 벨라와 결혼하라고 요청한다. 벨라는 이를 받아들이지만 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날로 커져만 간다. 그녀는 방탕한 변호사 던컨 웨더번(마크 러팔로)과 함께 도망친다. 그녀를 놓아 주기로 결정한 고드윈은 벨라보다 느리게 성숙하는 젊은 여성 펠리시티에게 또 다른 실험을 시작한다.     벨라와 던컨은 리스본을 시작으로 장대한 여정을 떠난다. 벨라의 언어와 지식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업그레이드되고 그녀의 성적 자유에 많은 남성들이 희생양이 된다. 벨라의 통제가 어려워지자 던컨은 그녀를 유람선에 밀입국시킨다. 벨라는 배에서 마타와 해리를 만나 철학에 입문하고 던컨은 그녀의 성장을 멈추려고 시도하지만 더 이상 그녀를 통제할 수 없다. 그는 술과 도박에 빠진다.   알렉산드리아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목격한 벨라는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선원들에게 던컨의 돈을 맡기지만 곧 그들에게 속았음을 알게 된다. 남은 여행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 벨라와 던컨은 마르세유에서 내려 파리로 향한다.     파리의 매음굴에서 일하는 벨라. 분노한 던컨은 무너지고 벨라는 그를 버린다. 매음굴에서 그녀는 스위니 부인의 지도를 받고 또 다른 매춘부인 투아네트와 친구가 된다. 벨라는 사회주의에 매료된다. 성차별, 제국주의, 빈부격차, 계급사회, 신의 유무, 여성참정권, 노동권 등의 사회적 이념들을 체득한다.     한편 불치병에 걸린 고드윈은 맥스에게 벨라를 찾아오라고 부탁한다. 맥스는 수용소에 갇혀있는 던컨을 통해 벨라를 찾는 데 성공한다. 고드윈과 화해한 벨라는 맥스와 결혼하여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 그러나 벨라를 되찾으려는 던컨과 빅토리아의 전남편 알피 장군이 나타난다. 그제야 벨라는 자신의 전생 빅토리아에 관하여 알게 된다.   알피는 벨라를 가둔다. 그러나 벨라는 위기를 모면하고 알피를 제압한다. 고드윈 박사는 벨라와 맥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둔다. 벨라는 고드윈의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결심하고 염소의 뇌를 알피의 머리에 이식한다.     영화 ‘가여운 것들’의 최고 얘기거리는 단연 에마 스톤의 쉬지 않고 변화하는 엄청난 연기력이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생명으로부터 종국에는 자신의 엄마가 되어 지식의 쾌락을 흡입하고 마녀가 되어 돌아온 벨라의 분노에 찬 지성을 스톤은 미친듯이 연기해 낸다.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또렷해지는 그녀의 딕션과 발걸음에 담겨 있는 벨라의 캐릭터에 상상 이상의 몰입을 보이는 그녀의 연기는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충격적이기까지 했던 그녀의 수위 높은 섹스 신은 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백지상태에서 세상을 탐구하며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에 섹스는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한다. 종종 그 파격적 장면들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벨라의 몽환적 모험의 여정에는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연상시키는 형식, 인간의 장기, 뼈, 성기 등을 묘사하는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이 많다. 그러나 그 표면의 한 꺼풀을 벗겨내면 란티모스 감독의 여성에 대한 통찰과 애정을 보게 된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장르 형식 고드윈 박사 환상적 서사 외과의사 고드윈

2024-03-20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오컬트 미스터리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가 신선한 소재와 스토리로 관심을 끌며 2024년 극장가 최고의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 〈파묘〉는 어렸을 적 100년이 넘은 무덤의 이장을 지켜본 장재현 감독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됐다. 장재현 감독은 “그때 오래된 나무관에서 느꼈던 두려움, 궁금함, 호기심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을 언젠가 작품에 담고 싶었다”고 기획의 계기를 밝혔다. 그는 파묘라는 신선한 소재에 동양 무속 신앙을 가미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오컬트 미스터리를 완성했다.   독특한 소재에 이어 흥미로운 스토리 역시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어올린다. 미국 LA에서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하며 긴장감을 더한다. ‘묫바람’이 미국에 있는 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설정은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는 발상으로 호기심을 높인다.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서 시작된 파묘, 그리고 그곳에서 나온 ‘험한 것’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을 전하며 오컬트 장르의 정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더불어 〈파묘〉에 등장하는 최고의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들의 협업은 과학과 미신 사이의 미묘한 줄타기를 보여주며 재미를 더한다. 장재현 감독은 “〈파묘〉는 깊이 있는 서사를 가진 〈사바하〉와 캐릭터 위주의 영화 〈검은 사제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영화”라고 소개하며 서사에 녹아 든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활약을 강조했다. 땅을 찾는 풍수사, 원혼을 달래는 무당, 예를 갖추는 장의사, 경문을 외는 무당까지, 과학과 미신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의 팀플레이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전달하며 장르적 재미를 끌어올린다. 각각의 직업들은 묘를 이장할 때 맡은 역할로 나뉜다. 풍수사는 토지를 생물학적으로 분석하며 땅의 오행을 판단하고 장의사는 이장할 무덤의 유골을 수습하며 예를 갖춘다. 무속인 역시 원혼을 달래는 무당과 경문을 외는 무당으로 나뉘어 굿을 하는 등 전문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익숙한 듯하지만 어딘가 새롭고 낯선 이들의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소용돌이치는 파묘의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강렬한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미스터리 오컬트 오컬트 미스터리 오컬트 장르 풍수사 장의사

2024-03-19

[음악으로 읽는 세상] 우연성의 음악

20세기에 등장한 현대음악 장르 중에 ‘우연성의 음악’이 있다. 작곡가가 미리 만든 음악이 아니라 연주자에 대한 기본 지시 외의 음향·연주·행동 등 모든 게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불확정성 음악’이라고도 한다. 이 분야의 선구자는 미국 출신의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였다. 그는 작곡가가 연주자에게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지 않고도 언제나 재생산이 가능한 음악을 가장 이상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창작자에게서 독립해 독자적인 길을 갈 수 있는 음악, 창작자의 품을 떠난 후에도 계속해서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그는 우연의 요소를 도입했다.   존 케이지가 1951년 발표한 ‘상상적 풍경 제4번’이 있다. 이 작품의 연주(?)에는 12개의 라디오가 필요하다. 지휘자의 신호에 따라 연주자들이 라디오를 켜고 각기 다른 주파수에 바늘을 맞추면 라디오에서 뉴스에서부터 대담·드라마·클래식·팝·광고까지 온갖 소리가 흘러나온다.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연주자들은 음량을 크게 하기도 하고 작게 하기도 하며, 라디오를 껐다가 다시 켜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다양한 소음이 만들어진다.   이게 음악이라고? 그걸 어떻게 음악이라고 할 수 있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자. 우리 삶에서 우연에 입각하지 않은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가 태어난 것 자체가 이미 우연 아닌가.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즉, 어느 나라, 어느 지역, 어느 시기, 어느 부모 밑에서 태어나는가 하는 것도 모두 우연이다. 그렇게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수많은 우연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어쩌면 우연은 우리 삶을 한마디로 설명해주는 가장 확실한 단어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세상일이 온통 우연투성이일진대, 음악이라고 ‘우연히’ 만들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우연성 음악 음악 창작자 현대음악 장르 불확정성 음악

2023-11-13

부부 화가 2인전 '자연에서부터'

한국화 장르의 이단아로 불리는 추니 박(한국명 박병춘) 작가가 미주지역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지난 2월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A 아트 쇼에 참가한 EK갤러리를 통해 선보인 박 작가의 작품은 동양적인 필법과 구도에 서양적인 색감 혼합으로 한국화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평을 받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박 작가는 1996년 첫 개인전을 연 후 지난 27년 동안 43회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 많은 전시를 통해 풍경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해체하고 구성하는 작업을 해왔다.     7개월 만에 미주지역을 다시 찾은 박 작가는 오는 21일부터 내달 11일까지 LA 한인타운 내 EK갤러리에서 역시 화가인 아내 지오 최 작가와 함께 ‘자연에서부터(From Nature)’라는 기획 아래 각각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 작품은 한국 사계절에서 영감을 얻은 풍경화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추니 박 작가의 ‘시즌스 오브 메모리’ 개인전에는 200호 이상 5점, 100호 이상 5~6점 등 대작 포함 총 40여점이 전시된다. 1층에는 작가가 2018년 존뮤어 레드우드 국립공원을 방문해 영감을 받아 그린 레드우드 수묵화와 호주 울룰루를 다녀와 그린 대작이 전시된다.   박 작가는 “그동안 연구해온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인다”며 “LA 거주하는 교민들에게 한국의 변화하는 K 아트와 현대화된 한국화 현주소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자연에서부터(From Nature)'라는 기획 아래 아내 지오 최 작가는 제16회 개인전 ‘마이 드림 마이 플레이어’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작 28~3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개막식은 21일 오후 6시다.     ▶주소:1125 S. Crenshaw Blvd. LA     ▶문의:(323)272-3399 이은영 기자부부 자연 한국화 현주소 한국화 장르 풍경화 작품

2023-10-15

[문화산책] 예술 장르 사이의 소통

통섭(統攝)이라는 낱말과 개념에 관심이 모인 적이 있었다. 학문 사이에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벽을 칸막이를 걷어내고 건강하게 소통을 해야 우리의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상생(相生)의 진리다.   통섭이라는 낱말을 꺼내서 불을 지핀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과학이나 경제 등 사회 각 분야의 소통과 인문학의 보급이 시급하다고 한다. 최 교수는 통섭이란 낱말을 자기가 찾아낸 줄 알고 스스로 대견해 했는데, 알고 보니 신라시대 원효 스님께서 이미 설파하신 섭리였다고 고백한다. 통섭의 역사가 그렇게 길고 근본적이라는 이야기다.   그 뒤로 우리 사회에서 통섭이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상당히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다.   사실, 통섭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분야는 예술계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 벽은 상당히 완고하고 옹졸했다. 시인이 소설을 발표하면 안 되고, 조각가가 그림으로 개인전을 열면 영역 침범이고, 외교관이 시를 써서 시집을 내면 업무태만이고…. 뭐 그런 식으로 답답했다. 얼마 전 세상 떠난 성악가 박인수 교수는 유행가를 불렀다고 국립오페라단에서 쫓겨나는 웃픈 일을 겪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은 현대사회에 와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분야마다 제 밥그릇 챙기기 싸움에만 몰두하는 바람에 벌어진 것들이다.   긴말 할 것 없이, 다양한 예술 장르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장벽과 칸막이를 하루빨리 걷어내야 한다. 옛날에는 그랬으니, 되살리면 된다. 그렇다고, 갑자기 르네상스시대로 돌아가 팔방미인이 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각 분야가 문을 열고 서로 주고받으면서 돕고 자극을 주고 격려하면 한결 풍성하고 튼실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가령, 문학과 미술, 미술과 음악 사이의 격의 없는 소통 같은 것….   동양의 전통에서는 그림과 문학의 근원은 본디 하나라고 생각했다. 글과 그림의 말뿌리(語源)는 같다는 생각, 시서화일체(詩書畵一體)…. 그러니 서로 통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 특히 선비들의 문인화(文人畵)에서 그러했다. 오늘의 현실에도 되살리고 싶은 바람직한 전통이다. 화가가 시를 쓰고, 시인이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지어 부르고….   실제로 그렇게 소통한 좋은 예는 많다. 가령, 김환기 화백의 대표작인 전면점화 첫 작품의 제목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다. 친한 친구인 김광섭 시인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이다. 또 ‘항아리와 시’라는 작품에는 서정주 시인의 ‘기도 1’ 전문을 써넣기도 했다.   좋은 미술 작품의 바탕에는 시가 있다. 추상미술의 대표적 작가인 잭슨 폴록의 작품 중에도 시적인 제목이 붙어 있는 작품이 뜻밖에 많다. 밤의 소리, 달의 여인이 원을 자르다, 달의 그릇, 비밀의 수호자들, 열 속의 눈, 청색의 무의식, 어떤 과거, 매혹의 숲, 도깨비불의 발광, 바다의 변화, 라벤더 미스트, 가을의 리듬, 거미집에서, 메아리, 검은 흐름, 달의 진동 등등….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 소설가인 헤르만 헤세는 훌륭한 화가이기도 했다. ‘데미안’ 등으로 우리와 친숙한 그는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하나임을 몸으로 증명해준 고마운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림 그리기를 통해 자신의 문학 세계도 발전했으며 자신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림 그리기 없이, 나는 지금의 작가가 될 수 없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내가 쓰는 문학도 한 단계 발전되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뿐만 아니라 내 마음의 깊이도 깊어짐을, 내가 예술을 보는 안목도 깊어짐을 알 수 있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예술 장르 예술 장르 미술 작품 그림 그리기

2023-04-17

[문화산책] 예술 장르 사이의 소통

통섭(統攝)이라는 낱말과 개념에 관심이 모인 적이 있었다. 학문 사이에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벽을 칸막이를 걷어내고 건강하게 소통을 해야 우리의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상생(相生)의 진리다.   통섭이라는 낱말을 꺼내서 불을 지핀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과학이나 경제 등 사회 각 분야의 소통과 인문학의 보급이 시급하다고 한다. 최 교수는 통섭이란 낱말을 자기가 찾아낸 줄 알고 스스로 대견해 했는데, 알고 보니 신라시대 원효 스님께서 이미 설파하신 섭리였다고 고백한다. 통섭의 역사가 그렇게 길고 근본적이라는 이야기다.   그 뒤로 우리 사회에서 통섭이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상당히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다.   사실, 통섭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분야는 예술계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 벽은 상당히 완고하고 옹졸했다. 시인이 소설을 발표하면 안 되고, 조각가가 그림으로 개인전을 열면 영역 침범이고, 외교관이 시를 써서 시집을 내면 업무태만이고…. 뭐 그런 식으로 답답했다. 얼마 전 세상 떠난 성악가 박인수 교수는 유행가를 불렀다고 국립오페라단에서 쫓겨나는 웃픈 일을 겪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은 현대사회에 와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분야마다 제 밥그릇 챙기기 싸움에만 몰두하는 바람에 벌어진 것들이다.   긴말 할 것 없이, 다양한 예술 장르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장벽과 칸막이를 하루빨리 걷어내야 한다. 옛날에는 그랬으니, 되살리면 된다. 그렇다고, 갑자기 르네상스시대로 돌아가 팔방미인이 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각 분야가 문을 열고 서로 주고받으면서 돕고 자극을 주고 격려하면 한결 풍성하고 튼실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가령, 문학과 미술, 미술과 음악 사이의 격의 없는 소통 같은 것….   동양의 전통에서는 그림과 문학의 근원은 본디 하나라고 생각했다. 글과 그림의 말뿌리(語源)는 같다는 생각, 시서화일체(詩書畵一體)…. 그러니 서로 통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 특히 선비들의 문인화(文人畵)에서 그러했다. 오늘의 현실에도 되살리고 싶은 바람직한 전통이다. 화가가 시를 쓰고, 시인이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지어 부르고….   실제로 그렇게 소통한 좋은 예는 많다. 가령, 김환기 화백의 대표작인 전면점화 첫 작품의 제목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다. 친한 친구인 김광섭 시인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이다. 또 ‘항아리와 시’라는 작품에는 서정주 시인의 ‘기도 1’ 전문을 써넣기도 했다.   좋은 미술 작품의 바탕에는 시가 있다. 추상미술의 대표적 작가인 잭슨 폴록의 작품 중에도 시적인 제목이 붙어 있는 작품이 뜻밖에 많다. 밤의 소리, 달의 여인이 원을 자르다, 달의 그릇, 비밀의 수호자들, 열 속의 눈, 청색의 무의식, 어떤 과거, 매혹의 숲, 도깨비불의 발광, 바다의 변화, 라벤더 미스트, 가을의 리듬, 거미집에서, 메아리, 검은 흐름, 달의 진동 등등….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 소설가인 헤르만 헤세는 훌륭한 화가이기도 했다. ‘데미안’ 등으로 우리와 친숙한 그는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하나임을 몸으로 증명해준 고마운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림 그리기를 통해 자신의 문학 세계도 발전했으며 자신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림 그리기 없이, 나는 지금의 작가가 될 수 없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내가 쓰는 문학도 한 단계 발전되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뿐만 아니라 내 마음의 깊이도 깊어짐을, 내가 예술을 보는 안목도 깊어짐을 알 수 있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산책 예술 장르 예술 장르 미술 작품 그림 그리기

2023-04-13

B급 감성의 미학, B급 영화를 장르로 만들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인글로리어스바스터즈’, ‘장고’, ‘원스어폰 어타임 인 할리우드’까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들 중 어느 것 하나 가벼이 여길 영화는 없다. 그러나 2003년 타란티노가 ‘잭키 브라운’ 이후 6년 만에내어놓은 ‘킬 빌’은 그의 다른 영화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몇 가지의 특색을 지닌다. 격렬한 논쟁이 필요하겠지만, ‘킬 빌(Kill Bill)’을 그의 베스트로 꼽는 의견들 또한 많다.       2편까지 합치면 무려 4시간이 넘는 이야기, 그러나 자신을 죽이려 했던 5명을 찾아내서 복수를 한다는 단순한 플롯,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타란티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일단 악당 빌을 묘사하는 독특한 연출 방식 때문일 것이다. 수수께끼의 인물 빌은 냉정함을 잃지 않는 숙련된 킬러이지만 그의 내면에는 때로는 인간미마저 느껴지는 묘한 신비감이 있다. 타란티노는 70년대 드라마 ‘쿵후’의 데이비드 캐러딘을 캐스팅해 악당의 자질을 한 차원 높여 놨다.     분별되지 않는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 ‘킬 빌’의 세계관은 복수의 언저리에서 형성된다. ‘킬 빌’의 복수의 방정식은 K드라마 ‘더 글로리’를 연상시킨다. ‘킬 빌’은 블랙맘바(우마 서먼)라는 이름의 신부(bride)가 결혼식 날 자신을 살해하려 했던 악명 높은 암살 조직의 보스이며 옛 애인 빌과 그 일당들을 찾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복수를 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타란티노 특유의 차별성은 죽음에 대한 비가역적 접근에 있다. 그녀 자신 죽임을 당했으면서 복수의 주체로 부활하는 설정이다. ‘더 글로리’의 문동인이 복수를 다 이룬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다시 유여정과 삶을 꾸려나가는 스토리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불랙맘바는 무덤에 묻혔다가 다시 살아난다.     타란티노는 이 당시 도가 사상에도 심취해 있었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복수라는 축은 죽음의 세계관과 맞물려 있다. 신부는 끝내 복수를 하고 환호로 흐느낀다. 키도(Kiddo, 블랙맘바의 다른 이름)는 빌을 보내준다. 엄마 사자(Mommy, 블랙맘바의 또 다른 이름)는 새끼 사자를 다시 만난다. 자아를 찾아가는 한 여자의 서사는 다분히 도가 사상과 맞닿아 있다.   카펫에 누워 퍼덕거리는 물고기와 퍼덕거리지 않는 물고기는 삶과 죽음에 대한 완벽한 이미지다. 삶과 죽음은 다르다. 그러나 타란티노는 삶과 죽음을 분별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처리한다. 블랙맘바의 서사가 신화로 승화하는 신성한 의식과도 같다.       ‘킬 빌’은 타란티노의 색깔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영화이다. 쿵후와 이소룡 오마주, 사무라이 정신 등 동양의 무술과 만화에서나 볼 법한 과장된 액션들이, 일본에 대한 그의 동경심과 함께 전체를 덮고 있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OST ‘Bang Bang’, 바로 이어지는 두 여성의 격투신과 어린아이가 들어오자 싸움을 멈추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 등 시작부터 끝까지 그 어느 장면 하나 예사롭지 않은 데가 없다. B급 감성으로 채워진 그 당시의 대표적 B급 영화로 이후 B급영화가 하나의 영화 장르로 떠오르는 계기가 된다.       타란티노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는 기막힌 음악 선택이다. ‘킬 빌’은 장면을 음악으로 연결하는 그의 천재적 감각이 정점에 오른 영화이다. 피가 뿜어져 나오는 유혈 낭자한 칼부림에도 쾌감이 터지고 살인의 죄책감에도 통쾌함이 동반된다. 음악의 힘, 타란티노의 연출력이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그가 오늘날 가장 중요한 감독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상기되는 대목이다.       Vol. 2가 1년 후에 개봉을 하지만 완성도 면에서 Vol. 1을 능가하지 못했다. 사무엘 L. 잭슨이 카메오 출연을 하고 1편의 유혈 낭자 가득한 잔학함이 줄어든 대신 서만의 모성애 연기가 들어선다. 줄거리보다 ‘복수는 절대 아름다울 수 없다’는 주제를 풀어가는 잔혹성과 사무라이 정신이 맞물려 펼쳐지는 격투 장면들에 몰입하다 보면 4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킬 빌’에서 서만이 창조해낸, 이소룡을 연상케 하는 노란색 트레이닝복의 금발 여성 이미지는 이후 세계적 유행을 불러왔다. 이전 작품 ‘펄프 픽션’에서 구축한 타란티노와 서만의 케미는 ‘킬 빌’에서 신화로 진화한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감성 미학 영화 장르 이후 b급영화 타란티노 감독

2023-03-24

[그 영화 이 장면] 유령

이해영 감독의 ‘유령’ 앞에 붙은 ‘스파이 액션’이라는 장르 카피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1933년 경성을 배경으로 비밀리에 활동하던 항일 조직의 이야기를 다룬 ‘유령’의 전반부는 첩보 장르의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준다.     하지만 스파이 색출을 위해 고립된 호텔에 다섯 인물이 갇히면서 장르의 톤은 서서히 액션으로 바뀌어가고, 급반전의 모멘트가 등장하면서 영화의 장르 강도는 급상승하기 시작한다.     그런 면에서 ‘유령’은 액션의 지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데,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무라야마 쥰지(설경구)와 박차경(이하늬)의 격투 신이다.   총독부 통신과 감찰관인 쥰지와 암호 전문 기록 담당인 차경은 같은 부서에 근무하며 함께 스파이로 의심받고 있지만 입장은 크게 다르다.     조선은 독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독립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사람. 그들의 대결은 개인의 싸움이 아니라 가치관의 충돌인 셈인데, 말 그대로 ‘몸으로’ 부딪힌다. 흥미로운 건 여자와 남자의 싸움이지만 그 성차는 전혀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대등한 피지컬을 지닌 두 사람의 대결이며, 주고받는 파워는 상당하고, 한순간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처절한 승부이며, 한 사람이 죽어야 끝나는 상황이다. 이처럼 ‘유령’의 액션은 젠더의 전형성을 거부하며, 후반부로 갈수록 기존의 장르 관습을 뒤엎고, 결국은 불꽃놀이 같은 액션 대폭발이 이어진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 영화 이 장면 유령 스파이 액션 액션 대폭발 첩보 장르

2023-01-20

[그 영화 이 장면] 사랑은 비를 타고

전설의 뮤지컬이 재개봉된다. 스탠리 도넨과 진 켈리가 공동 연출하고 켈리가 주연을 맡은 ‘사랑은 비를 타고’(1952)다. 올해 70주년이 되는 이 영화는 ‘라라랜드’(2016)나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뮤직비디오처럼 최근까지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뮤지컬 장르의 모든 것이자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 없는 완벽한 엔터테인먼트다.   진 켈리와 도널드 오코너의 춤과 당시 신인이었던 데비 레이놀즈의 풋풋한 매력이 잘 어우러진 이 작품은 흥겨운 음악과 수많은 명장면의 연속이다. 특히 진 켈리가 ‘싱잉 인 더 레인(Singin’ in the Rain)’을 부르며 거리에서 춤추는 대목은 영화사를 통틀어 손에 꼽을 만한 장면이다. 문 앞에서 키스를 나눈 연인은 집 안으로 들어가고, 진 켈리는 거리에 홀로 남았다. 그의 몸과 마음은 로맨스의 여운으로 가득 차 있고, 그 에너지를 발산하듯 비 오는 거리에서 춤을 춘다. 우산 하나와 오로지 배우의 개인기로 만들어진 이 장면은 약  3분 30초 동안 이어지는, 영화사상 가장 행복한 러닝타임이다. 마치 모든 것을 성취한 듯, 억누를 수 없는 감정으로 단순하면서도 섬세하게 조율된 춤을 추는 진 켈리는 퍼포먼스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원래는 세 명이 함께할 예정이었지만 진 켈리가 솔로를 고집했는데, 컨셉트는 단지 ‘빗속에서 노래하며 걷는다’ 정도였다고. 촬영 당시 그는 39도 고열에 시달렸다고 한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 영화 이 장면 사랑 뮤지컬 장르 퍼포먼스 이상 도널드 오코너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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