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오늘은 잔칫날
벽에 붙은 달력 떼다 보니 막장이다 아니 낼 모래가 마지막 날 이예요 해마다 아쉬운 그 날들 창밖으로 흘러가는 구름들이 만만개 꽃송이 같다 성탄절을 맞아 치장해 놓았던 울긋불긋 반짝이는 트리 마저 아쉬워 ‘연말이래요’ 손 흔들고 있다 덩달아 뒤척이던 겨울나무들도, 낙엽 떨구며 골목에 수를 놓고 있다 이젠, 새해가 오고 있는 거다 잠자던 묵은 나뭇가지들이 기지개 펴고 날아오르는 까치들처럼 푸른 하늘에 손 흔들고 있다 숨을 크게 쉬어 봐요 힘차게 새해를 이어주는 바람의 고리 넉넉한 웃음, 화사한 차림으로 겸허하게 춤추는 파도 자락 사랑 가득한 이곳에서 우리 행복의 소리질러 봐요 추억이 된 미움의 앙금 털어 내고 고운 빛깔로 힘차게 합창하는 위안의 길목 아름다운 삶이었다고 먹구름진 옛일 벗어 던지고 환하고 맑은 찬란한 진주알로 덩이덩이 꽃 가꾸며 살기로 해요 소리를 질러봐요 “오늘은 잔칫날” 엄경춘 / 시인문예마당 잔칫날 먹구름진 옛일 만만개 꽃송이 자락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