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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입자의 회전

산업혁명을 거치면서도 우리는 물질의 가장 기본 단위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그러다 19세기 말엽에야 전자의 존재를 알아낸 인류는 원자의 모습이 전자가 마치 약식 속에 박힌 대추나 잣처럼 무작위적으로 군데군데 위치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던 중 어떤 천재 과학자가 우연히 원자핵을 발견했고 주위에 있는 전자와 반대 전하를 갖기 때문에 원자는 전기적으로 안정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원자도 마치 태양계의 모습처럼 중앙에 단단하고 큰 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공전하고 있는 상상을 했다. 한술 더 떠서 그의 제자가 전자도 태양 주위의 여러 행성처럼 자기가 속한 궤도를 공전할 것으로 추측했다.     그 무렵 원자핵 속에서 중성자가 발견되었고 원자는 핵자를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그 주위를 층층이 공전하는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엄청난 발견을 했고 이미 그런 구조의 태양계에 익숙해 있던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믿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전자가 아무리 작다고 해도 엄연히 질량을 가졌는데 뉴턴의 운동 법칙을 따르지 않았다. 게다가 이유 없이 사라졌다가 갑자기 다른 궤도(양자도약)에 나타났고, 심지어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정보를 공유(양자얽힘)했다.   고전물리학은 뉴턴의 운동 법칙이 토대여서 궤도를 바꾸려면 힘이 작용해야 하고, 아인슈타인은 이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것은 절대로 없다고 못 박았기 때문에 전자의 성질이 고전역학에 어긋났다. 과학자들은 왜 고전물리학이 미시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지 알려고 했다. 드디어 양자역학이란 새로운 물리학이 태동했다.     그러나 연구가 거듭될수록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상처를 받자 과학자들은 억지를 부렸다. 기존 물리학으로 새로운 현상을 설명하기 힘들어지자 갖은 편법을 써서 똑같은 결론을 얻으려고 했다. 고전 물리 법칙을 총동원하고 기상천외한 잔머리를 굴려 새로운 양자역학에 억지로 맞춰나갔다.     현대판 원소주기율표 격인 표준모형으로 자연계의 기본 입자와 그들의 힘과 질량에 관계되는 기본적인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모두 17개의 기본 입자로 구성된 표준모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입자는 자기 고유의 전하량, 색깔, 질량, 그리고 회전값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 등장하는 회전(스핀)은 사실 억지춘향이다. 그렇게 해야 고전물리학으로 양자역학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표준모형은 아직도 불완전하며 여전히 우리는 앞으로 발견될 중력자라는 마지막 입자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 물리학은 외계 은하 속의 초신성 밝기와 우주의 나이를 추측할 만큼 발달했다. 그래도 양자역학을 완전히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해도 해도 안 되자 과학자들은 스핀(회전)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그 방향까지 들먹거리며 짜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지금 우리는 미시세계와 블랙홀까지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물리학이 요구되는 전야에 와 있다. 일부 천재 과학자들이 입자의 회전 현상으로 그나마 풀리지 않던 물리학을 구차하게 연명했지만, 사실 입자는 회전목마처럼 스스로 돌지 않는다. 그래서 양자역학의 대가인 볼프강 파울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무도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입자 회전 기본 입자로 회전 현상 사실 입자

2022-07-01

[삶의 뜨락에서] 사랑의 입자

 ‘정명숙 당신은 한 마리 보라색 나비’라는 캘리그래피와 왼쪽 상단에 화려한 보라색 나비가 그려져 있는 조그만 액자가 내 작업실 눈높이에 걸려있다. 지난 3월 코스타리카에 갔을 때 5일을 함께 보내고 마지막 날 밤에 식당에서 가이드가 즉흥적으로 그려준 특별한 선물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어떻게 그분은 그 많고 많은 색 중에 보라색을 또 그 많은 생명체 중에 나를 나비라고 표현했을까.     보라색 나비를 구글로 찾아보았다. 보라색은 귀족과 황실을 상징하며 사랑을 많이 받는 고귀한 색으로 인식되어 있고 직관력, 통찰력, 상상력, 자존심, 관용, 우아함, 품위, 화려함을 상징하며 신비스럽고 개성 있는 색이라고 나와 있다. 나비의 생물학적 특성으로는 변신, 상징적 의미로는 인연과 행복, 죽음과 영혼, 부활과 변신, 자기 개성화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분의 직관력과 순간적인 표현이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웠다. 참고로 남편은 ‘늘 푸르른 숲처럼 상쾌한 당신’이라는 글을 받았다.     살면 살수록 인간의 다양성에 경외감을 갖는다. 한때는 인간의 하드웨어인 신체적 특징에 놀란 적이 있다. 키(1~2m), 몸무게(30~500kg), 피부색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한 종(species)인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르는 것이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에 들어서는 지구 위에 사는 인간의 소프트웨어인 정신적 삶이 너무나 다르고 인지적 세계가 특히나 다르다는 사실을 배워가고 있다. 같은 시대, 거의 같은 생활환경과 조건에서도 우리는 모두 다르게 보고, 듣고 인식한다.    플라톤은 인간이 지식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파이드로스(Phaidros)’에서 전생을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이번 생이 결정된다고 한다. 전생에 진리를 많이 탐구한 영혼은 이번 생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미술가나 음악가로 살아간다. 전생을 좀 부족하게 살아낸 자는 이번 생에 왕족, 정치가 혹은 철학자가 된다. 새로움을 창작해 내는 미술가, 음악가의 삶을 가장 높은 단계라 여겼다. 이미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같은 시대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영감을 얻고 직관력과 창의력을 이용한 예술가들의 삶은 인정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토록 서로 다른 호모 사피엔스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 것일까. 때로는 점으로, 선으로, 면으로 혹은 공간으로 만나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이 세계도 결국 꼭 붙잡아 주는 응집력이 없으면 흩어지고 흘러가고 지나간다. 이 응집력이 바로 사랑의 입자가 아닐까. 사랑의 입자가 자장의 원리에 따라 끌고 당기고 밀어낸다. 그때 공명현상이 일어난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강력하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할 때 이 공명현상은 최고점에 이른다. 부부애, 자식애, 우정 등은 사랑의 입자가 가장 강하게 끌린 현상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사랑의 입자의 끌림에 의해 가까워지고 멀어지고를 반복한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리듬을 타고 우리 인간관계는 변화해간다. 그 공명의 순간들이 때로는 길게 때로는 짧게 나의 삶에 등장했던 중요하고 귀한 사람들이다.     지금까지는 사랑의 입자 작용으로 끌리면서 공명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자연현상이라고 믿어왔다. 이제는 이 자연현상을 우리가 조절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노력하고 싶다. 그리고 이 조절과 변화를 위해서 한 마리 보라색 나비가 되어 경이롭고 아름다운 우주를 향해 날아가고 싶은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사랑 입자 보라색 나비 호모 사피엔스들 입자 작용

2022-06-24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표준모형

우리가 사는 세상은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를 포함한 여러 행성이 공전하고 있다. 그렇다고 배워서 직접 관찰해서 얻는 지식은 아니더라도 그런 모습의 태양계를 추측하고 있다.     20세기 초반에 원자의 비밀이 벗겨지기 시작했는데, 중앙에 단단한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겹겹이 공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치 우리에게 익숙한 태양계의 축소판이었다. 우리 머리카락 한 올에 그런 원자가 수백 만개가 들어가고, 그 원자는 다시 핵과 주변의 전자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충격이었지만, 이미 태양계의 구조에 익숙한 우리는 쉽게 이해하고 믿었다.   직접 볼 수는 없으니 상상의 공간을 그려본다. 작디 작은 원자를 확대해서 잠실 종합운동장만큼 키웠다고 가정했을 때, 원자핵은 운동장 한가운데 놓인 구슬 정도 된다고 한다. 원자가 잠실 운동장만 하다면, 원자핵은 구슬 크기이고, 전자는 겨우 좁쌀 반의 반 톨 정도밖에 안 된다. 엄청나게 작은 전자는 관중석 가장 바깥에서 빛의 속도에 가깝게 구슬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그 큰 운동장에서 구슬과 좁쌀을 빼버리면 공간만 남는다. 쉽게 말하자면 원자는 텅 비어있다는 말이다.   몇 년 후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았다. 우리는 원자가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배웠다. 1969년에 양성자와 중성자 속에서 무엇인가 더 작은 하부 구조가 발견되었다. 쿼크라고 부르는 입자였다. 시작이 반이라더니 그 후 200가지가 넘는 소립자가 앞다퉈 세상에 소개되었다. 바야흐로 입자물리학 시대가 열렸다.     쿼크는 총 6가지였는데 세 개가 이리저리 모여서 양성자도 되고 중성자도 되었다. 그 중 두 종류 쿼크와 아까 말한 전자가 결합하여 우주의 기본 원소가 되었다.   그런데 쿼크는 단독으로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관찰할 수는 없으며, 쿼크 세 개가 모이면 투명하게 되어 보이지 않게 된다. 기독교 삼위일체 하나님을 직접 볼 수 없다거나, 빛의 삼원색을 합치면 햇빛처럼 투명해지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참 신기한 현상이다.   표준모형은 17개의 입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주의 구성과 움직임을 설명하는 최신 이론이다. 표준모형에는 전자를 포함한 12개의 기본 입자와 그와 상호작용을 하는 4개의 매개 입자가 있다. 19세기 말에 등장한 원소주기율표에는 그때까지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발견될 빈칸이 있었고, 과학이 발달하며 차근차근 메워졌다.     역시 그런 빈칸을 가지고 시작한 표준모형도 하나 둘 채워지더니 1964년에 예측되어 2012년에 발견된 힉스 입자를 끝으로 완성되었다. 마지막 입자를 힉스라고 이름 지은 사람은 이휘소 박사다. 빅뱅 직후 힉스 입자는 기본 입자에 질량을 전달하고 사라져버렸다가 138억 년 만에 실험실에서 발견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표준모형에 빠진 것이 있는데 바로 중력이다. 과학자들은 이미 그 상상의 입자 이름을 중력자라고 지어놓고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입자는 입자 충돌기란 기계 설비 안에서 발견되는데 더 크고 강력한 기술이 개발되면 언젠가 발견될 중력자까지 포함하는 표준모형의 종결자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이 참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표준모형 원자가 양성자 원자가 잠실 힉스 입자

2022-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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