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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사랑의 입자

 ‘정명숙 당신은 한 마리 보라색 나비’라는 캘리그래피와 왼쪽 상단에 화려한 보라색 나비가 그려져 있는 조그만 액자가 내 작업실 눈높이에 걸려있다. 지난 3월 코스타리카에 갔을 때 5일을 함께 보내고 마지막 날 밤에 식당에서 가이드가 즉흥적으로 그려준 특별한 선물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어떻게 그분은 그 많고 많은 색 중에 보라색을 또 그 많은 생명체 중에 나를 나비라고 표현했을까.  
 
보라색 나비를 구글로 찾아보았다. 보라색은 귀족과 황실을 상징하며 사랑을 많이 받는 고귀한 색으로 인식되어 있고 직관력, 통찰력, 상상력, 자존심, 관용, 우아함, 품위, 화려함을 상징하며 신비스럽고 개성 있는 색이라고 나와 있다. 나비의 생물학적 특성으로는 변신, 상징적 의미로는 인연과 행복, 죽음과 영혼, 부활과 변신, 자기 개성화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분의 직관력과 순간적인 표현이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웠다. 참고로 남편은 ‘늘 푸르른 숲처럼 상쾌한 당신’이라는 글을 받았다.  
 
살면 살수록 인간의 다양성에 경외감을 갖는다. 한때는 인간의 하드웨어인 신체적 특징에 놀란 적이 있다. 키(1~2m), 몸무게(30~500kg), 피부색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한 종(species)인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르는 것이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에 들어서는 지구 위에 사는 인간의 소프트웨어인 정신적 삶이 너무나 다르고 인지적 세계가 특히나 다르다는 사실을 배워가고 있다. 같은 시대, 거의 같은 생활환경과 조건에서도 우리는 모두 다르게 보고, 듣고 인식한다. 
 
플라톤은 인간이 지식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파이드로스(Phaidros)’에서 전생을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이번 생이 결정된다고 한다. 전생에 진리를 많이 탐구한 영혼은 이번 생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미술가나 음악가로 살아간다. 전생을 좀 부족하게 살아낸 자는 이번 생에 왕족, 정치가 혹은 철학자가 된다. 새로움을 창작해 내는 미술가, 음악가의 삶을 가장 높은 단계라 여겼다. 이미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같은 시대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영감을 얻고 직관력과 창의력을 이용한 예술가들의 삶은 인정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토록 서로 다른 호모 사피엔스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 것일까. 때로는 점으로, 선으로, 면으로 혹은 공간으로 만나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이 세계도 결국 꼭 붙잡아 주는 응집력이 없으면 흩어지고 흘러가고 지나간다. 이 응집력이 바로 사랑의 입자가 아닐까. 사랑의 입자가 자장의 원리에 따라 끌고 당기고 밀어낸다. 그때 공명현상이 일어난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강력하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할 때 이 공명현상은 최고점에 이른다. 부부애, 자식애, 우정 등은 사랑의 입자가 가장 강하게 끌린 현상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사랑의 입자의 끌림에 의해 가까워지고 멀어지고를 반복한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리듬을 타고 우리 인간관계는 변화해간다. 그 공명의 순간들이 때로는 길게 때로는 짧게 나의 삶에 등장했던 중요하고 귀한 사람들이다.  
 
지금까지는 사랑의 입자 작용으로 끌리면서 공명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자연현상이라고 믿어왔다. 이제는 이 자연현상을 우리가 조절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노력하고 싶다. 그리고 이 조절과 변화를 위해서 한 마리 보라색 나비가 되어 경이롭고 아름다운 우주를 향해 날아가고 싶은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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