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표준모형
20세기 초반에 원자의 비밀이 벗겨지기 시작했는데, 중앙에 단단한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겹겹이 공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치 우리에게 익숙한 태양계의 축소판이었다. 우리 머리카락 한 올에 그런 원자가 수백 만개가 들어가고, 그 원자는 다시 핵과 주변의 전자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충격이었지만, 이미 태양계의 구조에 익숙한 우리는 쉽게 이해하고 믿었다.
직접 볼 수는 없으니 상상의 공간을 그려본다. 작디 작은 원자를 확대해서 잠실 종합운동장만큼 키웠다고 가정했을 때, 원자핵은 운동장 한가운데 놓인 구슬 정도 된다고 한다. 원자가 잠실 운동장만 하다면, 원자핵은 구슬 크기이고, 전자는 겨우 좁쌀 반의 반 톨 정도밖에 안 된다. 엄청나게 작은 전자는 관중석 가장 바깥에서 빛의 속도에 가깝게 구슬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그 큰 운동장에서 구슬과 좁쌀을 빼버리면 공간만 남는다. 쉽게 말하자면 원자는 텅 비어있다는 말이다.
몇 년 후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았다. 우리는 원자가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배웠다.
1969년에 양성자와 중성자 속에서 무엇인가 더 작은 하부 구조가 발견되었다. 쿼크라고 부르는 입자였다. 시작이 반이라더니 그 후 200가지가 넘는 소립자가 앞다퉈 세상에 소개되었다. 바야흐로 입자물리학 시대가 열렸다.
쿼크는 총 6가지였는데 세 개가 이리저리 모여서 양성자도 되고 중성자도 되었다. 그 중 두 종류 쿼크와 아까 말한 전자가 결합하여 우주의 기본 원소가 되었다.
그런데 쿼크는 단독으로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관찰할 수는 없으며, 쿼크 세 개가 모이면 투명하게 되어 보이지 않게 된다. 기독교 삼위일체 하나님을 직접 볼 수 없다거나, 빛의 삼원색을 합치면 햇빛처럼 투명해지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참 신기한 현상이다.
표준모형은 17개의 입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주의 구성과 움직임을 설명하는 최신 이론이다. 표준모형에는 전자를 포함한 12개의 기본 입자와 그와 상호작용을 하는 4개의 매개 입자가 있다. 19세기 말에 등장한 원소주기율표에는 그때까지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발견될 빈칸이 있었고, 과학이 발달하며 차근차근 메워졌다.
역시 그런 빈칸을 가지고 시작한 표준모형도 하나 둘 채워지더니 1964년에 예측되어 2012년에 발견된 힉스 입자를 끝으로 완성되었다. 마지막 입자를 힉스라고 이름 지은 사람은 이휘소 박사다. 빅뱅 직후 힉스 입자는 기본 입자에 질량을 전달하고 사라져버렸다가 138억 년 만에 실험실에서 발견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표준모형에 빠진 것이 있는데 바로 중력이다. 과학자들은 이미 그 상상의 입자 이름을 중력자라고 지어놓고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입자는 입자 충돌기란 기계 설비 안에서 발견되는데 더 크고 강력한 기술이 개발되면 언젠가 발견될 중력자까지 포함하는 표준모형의 종결자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이 참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작가)
박종진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