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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한인 1세들이 해야 할 마지막 임무

‘한인 1세 성공신화’의 주인공 근황을 오랜만에 접했다.  한국 관련 서적과 자료 구매에 사용하라며 UC버클리 도서관에 100만 달러를 기부해 화제가 된 이종문 암벡스벤처파트너스 회장이다. 이 회장을 처음 만났던 것은 2000년쯤이다. 당시에도 그는 유명 인사였다. 40대 후반에 도미, 50대에 벤처기업 창업, 60대 중반 거액에 회사 매각,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박물관에 1600만 달러 기부 등의 이력 때문이다. 북가주에 거주하는 이 회장이 LA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뷰 요청을 했다. 시간이 없다며 거절하더니 이동 시간이라도 가능하겠냐는 답이 왔다. 그의 약속 장소까지 모셔다드리기로 하고 호텔로 찾아갔다.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이 회장은 책 한권을 내밀었다. 스탠퍼드 대학교수들과 공저한 ‘실리콘밸리 에지(Silicon Valley Edge)’라는 책이었다. 그러면서 “나와 인터뷰를 하려면 이 책 먼저 읽어봐야 한다”는 농담을 건넸다.     인터뷰 시간은 30분 남짓. 운전까지 해야 했던 상황이라 메모 대신 기억력에 의존한 인터뷰였다. 그런데 출발 10분도 지나지 않아 내심 놀랐다. 거침없는 달변에 뛰어난 기억력, 힘이 담긴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때 이 회장은 이미 70대 초반의 나이였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그의 성공담보다 실패 극복기였다. 사업이 망해 생활고로 두 번이나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었다고 했다. 형님(고 이종근 전 종근당 회장)이 부자인데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자존심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의 성공에는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 대목이었다.   그 후 이 회장이 나라은행(현 뱅크오브호프로 통합)의 이사장이 되면서 다시 만날 수 있었고, 몇 년 뒤 이사장에서 물러난 다음에는 한인사회와도 멀어졌다. 그런 그가 2007년 연방하원에서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 회장과의 20여 년 전 일은 한인 사회에 대한 기억도 소환했다. 1세들이 맹활약했던 당시와 지금의 한인 사회 모습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한인 1세들은 이제 하나, 둘 무대 중앙에서 내려오고 있다. 혹자는 이민 역사가 길어지면서 한인 사회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안정’이라는 말의 이면에는 ‘성장 동력의 약화’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듯해 반갑지만은 않다.      한인 사회의 정체성은 이 회장과 같은 1세들의 뚝심과 의지, 인내와 노력에 있다. 그들의 치열함이 지금 한인 사회의 토대가 됐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정체성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희석되는 것 같다.      물론 과거가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솔직히 1세들이 그야말로 팔팔하던 시절, 한인 사회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다투고 부딪히는 일이 늘 벌어졌다. 종종 법에다 호소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보였지만 열정과 에너지는 넘쳤다. 서로 방법은 달랐지만 목표는 공유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1세대 주인공들은 은퇴하는데 이들을 대체할 주연 배우들의 모습은 아직 잘 보이지 않는다. 1세와 2세가 서로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다. 세대 간 문화 차이, 의사소통의 문제 등등을 말하지만 이는 지엽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모자람 없이 자란 2세들에게 1세들이 경험했던 치열함을 따르라고 주문하는 것도 무리다.    ‘한인 사회’라는 울타리가 왜 중요한지 2세들에 알려주는 게 1세들의 마지막 임무가 아닐까 싶다. 그것이 정체성에 대한 인식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이다.   커뮤니티 차원의 이벤트도 필요하지만 자녀들에게 한인과 한인 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얘기를 들려주는 것도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한인 임무 한인 사회 한인 1세들 시절 한인

2023-03-30

[문장으로 읽는 책] 제인의 임무

부인에게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의 아름다운 면만 음미하는 행복한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풍경은, 바다가 외딴 섬을 둘러싸듯 부인을 에워싸고 부인의 삶을 이루었다. …그리고 더 깊고 아련한 사색의 친구는 해질 녘 허공에 솟아 있는 교회 첨탑이었다.     이더스 워튼 『제인의 임무』   단편집 『제인의 임무』중 ‘맨스티 부인 방의 전망’에 나오는 문장이다. 부인은 이런 것들을 좋아했다. “이른 봄의 연둣빛만큼이나 눈 오는 날 저녁 차가운 유황색 하늘에 겹쳐 보이는 검은 나뭇가지를 좋아했다. 또 3월 햇살 아래 추위가 풀릴 때 쌓인 눈 사이로 하얀 흡묵지 위에 잉크가 점점이 찍힌 것처럼 땅이 조각조각, 드러나 보이는 모습도 좋았다. 그보다도, 날카롭게 갈라져 있던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잎이 나기 전 물이 올라 살짝 부푼 모습이 더 좋았다. 멀리 공장 굴뚝에서 피어오르던 연기의 구불구불한 꼬리도 자주 지켜보았는데, 공장이 문을 닫아 연기가 나지 않게 되자 안타까웠다.”   뉴욕 아파트에서 풍경을 내다보는 것 외에는 할 일도, 마음 둘 곳도 없는 늙고 외로운 부인에 대한 이야기다. 내면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단편 소설다운 반전의 재미가 있다. 이더스 워튼은 1920년, 마틴 스콜세이즈 감독 영화로도 유명한 ‘순수의 시대’를 발표해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인간 관계의 미묘함, 여성에게 억압적인 사회 관습, 인간의 허영심과 타락을 신랄하고도 유머러스하게 묘파한 작가다. ‘맨스티 부인 방의 전망’을 읽고 나서는 누구나 한번쯤 창밖 풍경을 내다보게 될 것 같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임무 맨스티 부인 공장 굴뚝 미묘함 여성

2023-03-01

중국 여성 우주비행사 첫 우주선 밖 임무 수행 성공

중국 여성 우주비행사 첫 우주선 밖 임무 수행 성공 '선저우 13호 탑승' 왕야핑, 우주정거장 톈궁 건설 프로젝트 참여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한 우주비행사 왕야핑(王亞平ㆍ41)이 중국인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우주선 밖 임무 수행에 성공했다. 8일 관영 신화통신과 관영 중앙(CC)TV 등에 따르면 톈궁 건설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13호'에 탑승한 왕야핑이 전날 동료 우주비행사인 자이즈강(翟志剛ㆍ55)과 함께 우주선 밖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들은 우주정거장 핵심 모듈(module)인 '톈허'(天和)를 통해 밖으로 나와 약 6시간 30분 동안 머물며 로봇팔 위에 선실외작업대 등을 조립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는 자이즈강이 13년 전 중국 최초로 우주선 밖 임무를 수행한 이후 두 번째다. 왕야핑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중국인 여성 최초로 우주선 밖 임무를 수행한 인물로 기록됐다. 임무를 마친 두 우주비행사는 다음날인 8일 오전 1시16분 무사히 톈허로 귀환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선저우 13호는 지난 16일 오전 0시 23분(현지시간) 중국 서북부 간쑤(甘肅)성의 주취안(酒泉) 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長征)-2F 운반 로켓에 실려 발사돼 6시간 반 만에 우주정거장에 안착했다. 선저우 13호는 6개월간 우주에 머물며 톈궁의 조립 및 건설에 대한 핵심적 기술 테스트, 톈궁 건설에 필요한 각종 장치 설치, 과학 실험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chin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중국 우주비행사 여성 우주비행사 임무 수행 유인우주선 선저우

202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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