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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제인의 임무

부인에게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의 아름다운 면만 음미하는 행복한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풍경은, 바다가 외딴 섬을 둘러싸듯 부인을 에워싸고 부인의 삶을 이루었다. …그리고 더 깊고 아련한 사색의 친구는 해질 녘 허공에 솟아 있는 교회 첨탑이었다.  
 
이더스 워튼 『제인의 임무』
 
단편집 『제인의 임무』중 ‘맨스티 부인 방의 전망’에 나오는 문장이다. 부인은 이런 것들을 좋아했다. “이른 봄의 연둣빛만큼이나 눈 오는 날 저녁 차가운 유황색 하늘에 겹쳐 보이는 검은 나뭇가지를 좋아했다. 또 3월 햇살 아래 추위가 풀릴 때 쌓인 눈 사이로 하얀 흡묵지 위에 잉크가 점점이 찍힌 것처럼 땅이 조각조각, 드러나 보이는 모습도 좋았다. 그보다도, 날카롭게 갈라져 있던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잎이 나기 전 물이 올라 살짝 부푼 모습이 더 좋았다. 멀리 공장 굴뚝에서 피어오르던 연기의 구불구불한 꼬리도 자주 지켜보았는데, 공장이 문을 닫아 연기가 나지 않게 되자 안타까웠다.”
 
뉴욕 아파트에서 풍경을 내다보는 것 외에는 할 일도, 마음 둘 곳도 없는 늙고 외로운 부인에 대한 이야기다. 내면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단편 소설다운 반전의 재미가 있다. 이더스 워튼은 1920년, 마틴 스콜세이즈 감독 영화로도 유명한 ‘순수의 시대’를 발표해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인간 관계의 미묘함, 여성에게 억압적인 사회 관습, 인간의 허영심과 타락을 신랄하고도 유머러스하게 묘파한 작가다. ‘맨스티 부인 방의 전망’을 읽고 나서는 누구나 한번쯤 창밖 풍경을 내다보게 될 것 같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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