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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자녀 대학 적응시키기] "네가 열지 않은 음료수는 먹지 말고 버려라"

자녀의 대학 진학은 당사자만의 해당 사항이 아니고 가족 전체의 관심 사항이다. 대학은 자녀가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첫 번째 기회다. 부모는 자녀가 대학에 가서 학업 장애를 겪거나 술이나 마약을 시도하거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다. 학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을 모아 봤다.   ▶고교생활 제대로 잘 마무리 해야=지금 진학을 앞둔 자녀들은 기숙사에 들어갈 짐을 싸거나 제출해야 하는 양식을 마무리하는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대학 신입생이 되기에 앞서 몇 가지 집중해야 할 것이 남아 있다. 우선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시니어를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졸업식도 포함된다. 이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때이니 마음껏 즐기고 잘 마무리하는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수년 전 이런 시절 SNS에서 동급생들을 조롱하고 폭행해 하버드의 진학을 취소 당한 사례가 실제 있었다. 고교시절을 잘 마무리 해야 하는 순간임에도 방종이 극에 달했던 사건이다.     ▶대학생활에 대해 대화 나눠야=불과 한 두 달이면 기숙사에 입주하는 무브 인 데이를 갖는다. 그에 앞서 부모와 자녀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학이 고교와 학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술과 마약은 대학에서 사회적인 순간의 한 장면일 수 있다.  부모는 자녀가 직면할 수 있는 일과 안전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자녀와 솔직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자녀가  마약이나 술이 있을 수 있는 하우스 파티 및 행사에 참여하기로 선택하게 될 경우 친구들과 꼭 함께 있고 자신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자신의 음료수가 방치되지 않도록 미리 가르쳐 줘야 한다. 어떤 부모는 극단적으로 '자신이 열지 않은 음료수는 먹지 말고 버리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또한 학부모에게 학업 성취와 대학 수업의 어려움에 대해 논의하고 학기 동안 얼마나 자주 전화로 대화할 지와 같은 의사 소통의 기준과 기대치를 제시하도록 조언한다.     ▶스스로 해결하도록 도와야=자녀가 교수와의 갈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 자기 스스로를 믿고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러한 문제 해결 기술을 배우는 것은 성공적인 대학 생활과 졸업 후 사회 생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교육 전문가는 많은 부모들이 이전 세대의 모습보다 더 긴 시간을 자녀의 일에 많이 관여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려했다. 자녀가 더 많은 독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들어주는 데 초점을 두라는 것이다. 함께 토론하면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격려해야 한다.   ▶실수가 일어나도록 허용해야=부모를 떠난 자녀는 대학 생활에서 필수적으로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대학생들은 과제를 놓치거나 수업 시간에 늦잠을 잘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책임을 지고 이어지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이러한 실수로부터 배울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부모는 자녀가 작은 것에서 실패하고 큰 실망에서 스스로를 회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 때때로 학부모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어려운 일은 자녀가 실패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것에서 성공할 수 있다.     ▶학구적 여정을 존중해줘야=대학 신입생은 다양한 과정을 수강하여 자신의 관심사를 탐구하는 시기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는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서로 다른 비전을 가질 수 있다. 전공 문제 , 코스 선택, 심지어 진로에 관한 자녀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부모가 경험에 의한 정보로 몇 가지 지침을 제공하고 통찰력을 공유하는 것이 대화의 일부가 되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자녀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또한 부모의 정보가 구닥다리일 수도 있으므로 새로운 세상에 나선 자녀를 많이 신뢰하는 것이 맞는 부모의 자세다.     ▶집을 방문하는 것을 제한해야=향수병(homesick)은 신입생들 사이에서 흔한 감정 상태다. 부모가 자녀를 집에 오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지만 특히 캠퍼스 근처에 사는 경우 자녀가 자주 방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녀가 휴식 시간에 집에 돌아가더라도 캠퍼스의 나머지 부분은 계속되고 있으므로 자녀가 사람들과 관계를 구축하는 기회를 잃어 나중에 따라잡기가 어려워 질 수 있다. 향수병에 대한 단기적인 응급처치보다는 장기적으로 큰 게임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대신 가을 방학, 추수 감사절 또는 겨울 방학 등에 첫 번째 방문 일정을 잡게 하고 향수병을 해결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학생 클럽에 참여시키거나 자원 봉사를 하는 등 캠퍼스 행사에 참가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너무 많은 학생이 캠퍼스에 연결되지 않고 가족에게 전화를 걸고 향수병을 느낀다"면서 "가족들은 그들을 잡고 집으로 데려와서 '이봐, 우리가 돌봐 줄 게'라고 말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에게 실제로 해야 할 질문은 '이번 주말에 캠퍼스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니? 월요일에 그것에 대해 듣고 싶다'고 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캠퍼스에 참여하고 예산 짜고 밤샘 피해야     신입생이 저지르는 8가지 실수   대학 신입생이 향수병에 걸리거나 캠퍼스에서 길을 잃거나 룸메이트와 갈등을 겪거나 의욕 없는 그룹 프로젝트 구성원을 만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8가지 실수를 피해야 한다.     1. 처음부터 기숙사 밖 생활   많은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적어도 첫 해에는 캠퍼스에 거주하도록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캠퍼스 외부 숙소를 선택할 수 있더라도 캠퍼스에 머무르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캠퍼스 생활은 신입생들의 2학년 진학율과 참여도를 높인다.     한편 고교 친구와 함께 사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있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수면 습관과 청결 습관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정말 좋은 것은 모르는 룸메이트를 사귀고 캠퍼스에 있는 것이다. 그래야 사교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2.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감   첫 학기가 시작된 지 불과 몇 주만에 더 많은 신입생들이 더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고,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초기  어려움을 모두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SNS와 달리 친구를 사귀고 대학 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하룻밤 사이에 또는 심지어 몇 주만에 이뤄지지 않는다. 학생들은 대학 생활이 최고의 4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4년의 삶이든 기복이 있을 것이다. 오히려 학생들은 연결되지 않거나 처음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학에 적합하지 않거나 잘못된 위치에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대학에서는 시간을 갖고 사교적인 속도를 유지하고 시간을 들여 편리함보다는 공동의 관심사를 통해서 진정한 우정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또래 상호작용 피하기   개학 첫 몇 주동안 제공되는 수많은 캠퍼스 행사와 활동이 있으므로 자기 방에서 벗어나 사람들과 연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런 방법 중 하나가 참여하는 것이다. 연극, 사진, 정치, 종교 또는 지역 사회 봉사에 대한 열정이 있든 관계없이 캠퍼스에는 클럽 또는 교내 스포츠 행사 등 참여할 행사가 많다. 그러나 참여의 폭보다 깊이가 중요하다. 활동 박람회 기간 동안 몇몇 클럽에 가입하고 회의에 참석해보고 그 다음 실제로 어떤 클럽에 관심이 있는지, 한 학기 또는 한 해 동안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마땅한 클럽은 몇 개인지 결정해야 한다.     4. 수업 빼먹기   학생들은 수업을 한 번 빼먹으면 그들에게 큰 문제가 되겠지만 곧 괜찮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부담 없이 수업을 한번 빼먹으면 결국 맨날 빼먹게 되고 수업을 안 들으면 정말 잘하기가 불가능해진다. 학생들이 수업에 참석하지 않으면 뒤처지고 과제를 놓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학교나 교수는 출석 정책을 가지고 있다. 학기 중 일정 수의 수업을 빠지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성적이 감점된다.     5. 시간 관리 소홀   신입생들은 대학을 시작할 때의 긴장과 흥분에 사로잡혀 코스 활동을 놓칠 수 있다. 학생들이 누락된 과제를 제출하라는 교수의 알림을 기다리고 있더라도 대학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따라서 학업, 과외 활동, 일 및 사회 생활 간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때때로 친구들과의 수다방이나 클럽 모임을 건너뛰고 공부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늦은 제출을 피하려면 캘린더에 마감일을 잘 적어놔야 한다.     6. 밤샘하는 습관     대학 생활에 대한 영화와 TV의 묘사에는 학생들이 시험을 위해 벼락치기를 하거나 과제를 마치기 위해 밤새도록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밤샘 습관을 들이지 말라고 경고한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 부족은 알코올 중독과 유사한 운동 및 인지 장애를 유발한다. 학생들이 잠을 적게 자면 시험을 잘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공부시간을 조금 줄이고 잠을 조금 더 자면 시험을 더 잘 볼 수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잠자리에 드는 등 건강한 수면 일정을 수립하고 특히 저녁 늦게 카페인, 설탕, 알코올을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7. 도움을 요청하지 않음   처음으로 시험에 떨어졌거나 수업에서 길을 잃은 느낌이 들었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부끄럽거나 겁이 날 수 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교수 또는 조교에게 연락하고 답을 얻어야 한다. 수업이 너무 어렵고 학기 초라면 지도 교수와 상의하여 더 잘 맞는 수업을 찾아야 한다. 대학은 또한 일반적으로 학생들을 위한 작문 센터와 개인 교습 세션을 제공한다. 또한 장애자 서비스, 기본적인 필수사항, 거주 생활, 식사 및 기술 서비스를 포함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8. 잘못된 돈 관리   휴일, 학용품, 학생 단체 회비, 외식이나 콘서트 참석과 같은 사교 활동을 포함해 대학에 다니는 동안 수많은 추가 비용이 있다. 학기 시작 전에 예산을 세워야 한다. 많은 학생이 때때로 우버 이츠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 많은 돈을 쓴다는 것이다. 예산에 유의해야 한다.  장병희 기자신입생 자녀 대학 적응시키기 음료수 기대치 대학 수업 대학 생활 대학 신입생

2023-06-04

[기고] 음료수로 세계를 정복한 코카콜라

1886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존 펨버튼 박사는 자신의 약국 뒤뜰에서 코크 잎 물에 설탕, 포도주 한 방울을 혼합한 음료를 팔기 시작했다. 원래 이 음료는 신경안정제로 사용되었으며 부인병, 두통 등에  효과가 있었다. 이것이 세계 음료 시장을 장악한 코카콜라의 시작이었다. 지난 1993년 이미 코카콜라가 판매되는 국가는 195개에 달했다. 당시 유엔 가입국 184개보다 많았다. 세계적으로 초당 약 4만 개가 소비될 정도였다.     코카콜라가 세계 음료 시장을 정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비밀의 제조기법, 두 번째는 광고전략, 셋째는 치밀한 정치관계 활용, 넷째는 기업 철학이다.     코카콜라 제조법은 여전히 비밀이다. 펨버튼 박사는 약국에 드나드는 손님들에게  더운 여름철에는 얼음을 넣어서  시원한  맛으로 인기를 얻었으며 그는 조제법을 약간의  돈을 받고 팔아넘겼다. 이를 넘겨받은 사람들이 더 개발한 것이 코카콜라다. 콜라의 제조법은 두 명의 화학자만이 알고 있으며 암호명 7-X 라는 이름으로 금고에 비밀리에 보관돼있다.   코카콜라의 맛이 아무리 좋아도 기발한 광고가 아니었으면 오늘날의 성공을 가져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대표적 광고 전략은 유명인사의 보증 선전이다. 유명인사들이 직접 코카콜라를 들고 즐기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이 음료수가 마치 기적의 물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2차 대전 당시 코카콜라 CEO와 직원들은 군부대를 찾아다니며 콜라를 공급했다. 1970년대 미국의 불경기로 코카콜라도 판매고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때 코카콜라는 공익광고를 시작했다. ‘미국을  다시보라’라는 광고를 통해 미국은 여전히  훌륭한 나라이며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나라라고 광고했다. 카우보이에서 자유의  여신상, 바비큐를 굽고 있는 중산층 모습까지  미국의 긍정적인 면을 광고에 담았다.     미국 대통령 중 아이젠하워는 코카콜라 광이었다. 케네디,  존슨 역시 마찬가지였다. 독일의 헐무트 콜 총리도 좋은 홍보 대상이었다.   동서냉전이 시작되면서 코카콜라도 어려움을 겪었다. 동유럽 공산국가에서는 자본주의 상장이라며 코카콜라 수입을 막았고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진보 정당들도 착취자의 상품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프랑스에서는 포도주와 탄산수 산업이 위협을 받자 코카콜라 수입을 금지하는 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법은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시행되지 못했다.     코카롤라는 90년대 말 성장 정체 현상을 보였다. 미국시장은 포화상태를 보였고 아시아와 남미 등 해외시장도 규제 강화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코카콜라 경영진은 “다른 나라의  정치 경제적 조건과 관계없이 우리 제품을 팔 수 있어야 한다”며 적극적인 판촉에 나섰다. 코카콜라의 가치를 앞세우는 전략이었다.     요즘 많은 전문가는 콜라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종류의 청량음료(Soft Drink)와 주스,차 등 경쟁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도 이런 시장 변화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생산제품과 기업문화의 변화를 시도했다. 오만과 지나치게 격식을 따지던 내부조직의 문제점 개선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한  것이다.  김기천 / LA 카운티중소기업자문관기고 코카콜라 음료수 코카콜라 제조법 코카콜라 수입 코카콜라 경영진

2022-09-23

[열린 광장] 천천히 써야 써지는 볼펜처럼

어디든 다운타운은 자동차와 사람으로 넘쳐난다. 오랜만에 찾은 로스앤젤레스의 다운타운도 그랬다. 붐비는 자동차의 행렬, 사람들의 잰 발걸음, 빽빽한 빌딩 숲을 헤집고 건물을 세우는 건축 현장의 활발함이 다운타운을 가득 메웠다.   다운타운에서 일하는 지인을 방문하고 점심을 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다운타운에서는 어디를 가든 주차하기가 어렵다기에 식당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다. 신호등 몇 개만 지나면 금새 갈 수 있다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지만, 다운타운의 번잡한 길을 지나는 데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더구나 그분의 발걸음은 왜 그리도 느린지, 분주함에 익숙한 나는 중간중간 멈춰서서 그가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러기를 몇 번 하다 보니 이제 나도 그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걷고 있었다.     걷는 속도가 느려지자 놀랍게도 또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높은 빌딩 사이로 푸른 하늘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인사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의 칙칙함 속에서 생명의 기운 가득 품은 가로수는 바람과 햇살을 한껏 머금은 채 춤을 추어댔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는 젊은이들의 흥겨운 몸짓, 짧은 점심시간을 맞추기 위해 빠르게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에는 저마다의 삶을 멋지게 살아가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더구나 천천히 걸으면서 나누는 대화에는 한 이민자가 지나왔던 진솔한 삶의 여정이 고즈넉이 녹아 있었다. 그 느긋함은 식당에서도 이어졌다. 우리 일행을 자리에 앉히고는 한참 만에 음료수 주문을 받은 직원은 다시 한참을 기다리게 하고서야 음식 주문을 받으러 왔다.     예전 같으면 짜증이 앞섰을 텐데 어차피 마음을 비우고 느린 걸음으로 찾아온 식당에서 바쁜 티를 낼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오히려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옆에서 재촉하는 이들의 어수선함이 눈과 귀를 거슬리게 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만한 점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운전대를 잡으니 끊겼던 필름이 다시 돌아가는 것처럼 멈췄던 세상이 또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속도를 줄였다.     뒤에서 달려드는 자동차가 추월하도록 슬쩍 자리를 내주고, 옆에서 끼어드는 차가 편하게 들어오도록 속도도 살며시 줄여주었다. 자동차의 속도를 조금 줄였을 뿐인데도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세상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에 저런 건물이 있었구나, 저 광고판은 언제부터 있었지?’ 늘 다니던 길에서 만나는 낯선 풍경을 뇌까리다 보니 어느새 집이다. 가끔은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가야 보이는 세상을 접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그날의 감상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볼펜을 들었다.     늘 쓰던 볼펜인데 아무리 써도 나오지 않았다. ‘속에는 까만색 잉크가 가득한데 왜 써지지 않을까?’ 두덜대면서 볼펜을 이리저리 재빠르게 움직여 봤지만 역시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끌쩍거리는데 어느 한순간 볼펜이 지난 길에 검은색 줄이 뚜렷이 나타났다. 볼펜을 아주 천천히 움직였을 때였다.     오늘도 조금만 천천히 살아보자. 천천히 써야 써지는 볼펜처럼, 걷기도 천천히, 운전도 천천히, 생각도 천천히 하다 보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이 선명하게 펼쳐질 것이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열린 광장 볼펜 한순간 볼펜 콘크리트 건물 음료수 주문

202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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