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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새로운 말과 문화번역

언어는 생명체와 같아서 늘 새로 태어나고 변화하고, 노쇠해지며, 사라지기도 합니다. 오래된 말은 자주 사용하지 않아서 어렵고, 새로운 말은 아직 배우지 않아서 어렵습니다. 번역에서 새말과 옛말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특히 새말은 계속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새로 생겼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세대 차이의 영향도 있습니다. 청소년이 새로 쓰는 말을 장년이나 노년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문명의 문제도 있습니다. 게임과 관련된 수많은 어휘나 표현을 게임에 관심 없는 사람이 알기는 어렵습니다. 경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새로운 경제 용어를 알기도 어렵겠죠. 기기에 관심이 없는 기계치들이 새로운 기계에 쓰이는 말을 알기 힘듭니다. 종종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말 중에도 모르는 말이 많습니다. 새로운 말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새말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새말 중에는 유행어도 있습니다. 물론 유행어가 모두 새말은 아닙니다. 유행어는 그 시기에 많이 쓰이는 말이기 때문에 사회와 문화를 반영합니다. 따라서 사회의 모습이나 문화를 모른다면 유행어의 이해는 더 어려워집니다. 과거에 유행어를 많이 생산해 내는 사람은 주로 연예인이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유행시킨 말이 세상을 돌아다녔던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텔레비전보다 다양한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유행어가 만들어지고 퍼집니다. 이러한 말들 중에는 새로 만들어지 말도 많습니다. 새로 만든 말이 재미있어서 유행어가 되기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유행어는 말 그대로 유행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전 속으로 채 들어오기도 전에 사라지고 마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유행어가 일시적으로 사용되었다가 사라지기도 하여 더 어려운 단어나 표현이 됩니다. 유행어가 새로운 말로 굳어져서 사전 속으로 들어오면 신어가 됩니다. 신어는 보통 사회화의 과정을 거친 말입니다. 일시적인 말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유행어나 신어는 한국의 콘텐츠에도 널리 쓰입니다. 한국 예능을 번역할 때 신어나 유행어를 모르면 번역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자막에 쓰이는 말 중에도 유행어나 신어가 많습니다. 어쩌면 콘텐츠를 향유하는 층이 가장 좋아할 만한 자극적인 표현이 유행어 속에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능을 번역하고자 한다면 더욱 신어와 유행어 공부를 해야 합니다. 또한 케이팝이나 케이 드라마에도 수많은 새말이 등장합니다. 한국 드라마와 한국 노래의 느낌을 잘 알기 위해서도 새말과 유행어를 잘 이해해야 할 겁니다.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유행어는 아무래도 말초적인 성격이 있고, 감정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채 걸러지지 않고 세상에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행어에 욕설과 같은 비속어가 많이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또한 유행어나 신어에 차별어가 있기도 합니다.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인종, 성적 취향을 비웃는 표현을 담기도 합니다. 자칫하면 유행어가 혐오의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유행어와 신어를 공부하되, 걸러내어야 할 차별어와 비속어는 잘 이해하여야 할 겁니다. 한국어를 공부했는데, 나쁜 표현을 잔뜩 알게 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닙니다. 물론 문화번역에 나쁜 말도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해는 하되 표현은 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번역을 통해 스스로가 성장하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문화번역 새말과 유행어 유행어 공부 새말과 옛말

2024-12-15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쌉

“일주일 안에 네가 밈, 유행어, 신조어, 비문 없이 15분 이상 나랑 대화할 수 있다면 사귈게.”   카카오웹툰 인기작 『양아치의 스피치』(문학동네 단행본)의 남자 주인공 이솔은 같은 학교 여학생 송이도에게 첫눈에 반한다. 자신의 훈훈한 외모를 믿고 자신 있게 “오늘부터 너랑 1일 하고 싶다” 고백한 이솔. 하지만 송이도의 대답은 ‘15분간의 바른 언어 스피치’ 제안이었다. 이솔은 대체 얼마나 불량한 학생이길래 송이도는 이런 조건을 달았을까.   평범한 고교생인 두 사람의 차이는 딱 하나. 이솔은 신조어와 비속어가 아니면 한 문장도 완성할 수 없는 언어 습관을 지녔고, 송이도는 정제되지 않은 생각과 말투를 싫어한다.     방금 전에도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채 미술관 유명작품 앞에 서 있었고 이때, 이솔의 그림 감상평 첫 마디가 “개쌉노잼!”이었다.   뜻풀이하자면 ‘노잼’은 No+잼(재미의 줄임말)이라는 뜻이다. ‘개’와 ‘쌉’은 모든 단어 앞에 접두어처럼 쓰이는 신조어로 둘 다 ‘완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개이득(크게 이득)’ ‘개슬퍼(너무 슬퍼)’ ‘쌉소름(완전 소름)’ ‘쌉인정(진짜 인정)’ 등이 대표적이다. ‘쌉가능(완전 가능)’은 영어 형용사 ‘파서블(possible·가능한)’을 붙여서 ‘쌉파서블’로도 쓰인다.   “신조어, 밈 사용이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라 (특정 세대만 이해하는) 신조어만 쓰다 보면 원래 내가 하려던 표현이 뭐였는지 잊어버리고, 그러다 보면 할 수 있는 말의 폭이 한정된 방향으로 줄어들어서 싫다”는 송이도의 대사는 이솔뿐 아니라 우리가 모두 생각해볼 문제다.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유행어 신조어 언어 스피치 학교 여학생

2023-07-31

[아름다운 우리말] K-예능과 유행어의 세계

한국어 학습자나 한국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을 만나서 한국어를 배우게 된 동기를 물어보면 의외의 대답에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드라마나 케이 팝은 예상 답안입니다만,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다는 대답도 꽤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예능 역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예능이야 말로 진짜 한국 생활을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합니다.   예능은 기본적으로 코믹함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한국 예능을 보고, 실컷 웃고 하루의 피곤함이나 스트레스를 날린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의 무엇이 외국인에게 웃음을 준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웃을 일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감정이 예능을 통해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드라마와 달리 예능은 몇 년을 계속 방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 런닝맨 등은 그야말로 긴 세월을 함께해 왔던 프로그램입니다. 젊은 학생의 경우에는 인생의 대부분이 이런 예능의 역사와 겹칩니다.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동반자일 겁니다.     한국의 예능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야외에서 촬영되는 체험형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비교적 자유로운 대사가 가능해집니다. 실내의 촬영이어도 드라마 등과는 달리 대사가 자유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예능의 대사가 실제적이라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맞습니다. 아무래도 드라마는 작가의 글을 따라 이야기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구어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드라마 대사처럼 멋있는 대사를 주변에서 듣기 어려운 것은 드라마는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신에 예능은 살아서 숨 쉽니다. 물론 예능에도 작가가 있고 기본적인 대사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순발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의 말투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능의 언어가 다른 방송 프로그램의 말에 비해서 훨씬 자연스러운 이유입니다. 가끔은 삐 소리가 날 정도로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방송에 부적합하다는 말이지요.     예능을 보면 수많은 유행어가 등장합니다. 어떤 유행어는 일부러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예능인이나 개그맨들의 소원 중의 하나는 유행어를 만들어서 널리 퍼지는 것입니다. 유행어 하나면 평생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가끔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어떤 특이한 말을 계속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른바 유행어로 밀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유행어 되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유행어는 운도 좋아야 하고, 시대적 분위기도 타야하며,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쉽게 따라할 만한 것이어야 합니다. 남의 말이나 표현을 따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겁니다.   예능은 유행어의 보물창고이기도 합니다. 많은 유행어가 예능에서 시작되어 세상으로 퍼져 나갑니다. 그것은 예능이 세상의 모습을 가장 가깝게 담고 있고, 일상생활어를 제일 편하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유행어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예능인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유행어는 말 그대로 유행어입니다. 즉 유행어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지만 유행어는 그야말로 사회의 유행일 뿐 살아남으면 어휘부 속에 남고 아니면 유행으로 사라지는 것입니다.   유행어를 가르치는 것은 그런 점에서 어렵습니다. 유행어와 관련된 한국어 교재가 적은 것도 그러한 이유입니다. 교재로 만들어 놓았는데 유행어가 사라져 버리면 쓸모가 없어집니다. 유행어는 짧으면 그 해만 사용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길게 사용되어 사전에도 들어갈 정도가 되면 유행어라고도 할 수 없는 일반 어휘가 되고 맙니다. 유행어는 그래서 세대 차이를 보여 갈등의 원인도 되고, 의사소통의 밀접함과 끈끈함의 도구가 됩니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예능과 유행어를 가르치는 것은 한국인의 삶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한국인과 지금 쓰는 말로 의사소통하고, 이해하는 지름길이 됩니다. 한국 예능을 통해서 한국인의 삶과 문화와 실제 사용하는 언어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기대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예능과 유행어 예능과 유행어 유행어 되기 한국 예능

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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