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K-예능과 유행어의 세계
한국어 학습자나 한국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을 만나서 한국어를 배우게 된 동기를 물어보면 의외의 대답에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드라마나 케이 팝은 예상 답안입니다만,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다는 대답도 꽤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예능 역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예능이야 말로 진짜 한국 생활을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합니다.예능은 기본적으로 코믹함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한국 예능을 보고, 실컷 웃고 하루의 피곤함이나 스트레스를 날린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의 무엇이 외국인에게 웃음을 준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웃을 일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감정이 예능을 통해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드라마와 달리 예능은 몇 년을 계속 방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 런닝맨 등은 그야말로 긴 세월을 함께해 왔던 프로그램입니다. 젊은 학생의 경우에는 인생의 대부분이 이런 예능의 역사와 겹칩니다.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동반자일 겁니다.
한국의 예능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야외에서 촬영되는 체험형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비교적 자유로운 대사가 가능해집니다. 실내의 촬영이어도 드라마 등과는 달리 대사가 자유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예능의 대사가 실제적이라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맞습니다. 아무래도 드라마는 작가의 글을 따라 이야기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구어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드라마 대사처럼 멋있는 대사를 주변에서 듣기 어려운 것은 드라마는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신에 예능은 살아서 숨 쉽니다. 물론 예능에도 작가가 있고 기본적인 대사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순발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의 말투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능의 언어가 다른 방송 프로그램의 말에 비해서 훨씬 자연스러운 이유입니다. 가끔은 삐 소리가 날 정도로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방송에 부적합하다는 말이지요.
예능을 보면 수많은 유행어가 등장합니다. 어떤 유행어는 일부러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예능인이나 개그맨들의 소원 중의 하나는 유행어를 만들어서 널리 퍼지는 것입니다. 유행어 하나면 평생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가끔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어떤 특이한 말을 계속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른바 유행어로 밀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유행어 되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유행어는 운도 좋아야 하고, 시대적 분위기도 타야하며,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쉽게 따라할 만한 것이어야 합니다. 남의 말이나 표현을 따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겁니다.
예능은 유행어의 보물창고이기도 합니다. 많은 유행어가 예능에서 시작되어 세상으로 퍼져 나갑니다. 그것은 예능이 세상의 모습을 가장 가깝게 담고 있고, 일상생활어를 제일 편하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유행어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예능인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유행어는 말 그대로 유행어입니다. 즉 유행어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지만 유행어는 그야말로 사회의 유행일 뿐 살아남으면 어휘부 속에 남고 아니면 유행으로 사라지는 것입니다.
유행어를 가르치는 것은 그런 점에서 어렵습니다. 유행어와 관련된 한국어 교재가 적은 것도 그러한 이유입니다. 교재로 만들어 놓았는데 유행어가 사라져 버리면 쓸모가 없어집니다. 유행어는 짧으면 그 해만 사용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길게 사용되어 사전에도 들어갈 정도가 되면 유행어라고도 할 수 없는 일반 어휘가 되고 맙니다. 유행어는 그래서 세대 차이를 보여 갈등의 원인도 되고, 의사소통의 밀접함과 끈끈함의 도구가 됩니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예능과 유행어를 가르치는 것은 한국인의 삶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한국인과 지금 쓰는 말로 의사소통하고, 이해하는 지름길이 됩니다. 한국 예능을 통해서 한국인의 삶과 문화와 실제 사용하는 언어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기대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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