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쌉
“일주일 안에 네가 밈, 유행어, 신조어, 비문 없이 15분 이상 나랑 대화할 수 있다면 사귈게.”카카오웹툰 인기작 『양아치의 스피치』(문학동네 단행본)의 남자 주인공 이솔은 같은 학교 여학생 송이도에게 첫눈에 반한다. 자신의 훈훈한 외모를 믿고 자신 있게 “오늘부터 너랑 1일 하고 싶다” 고백한 이솔. 하지만 송이도의 대답은 ‘15분간의 바른 언어 스피치’ 제안이었다. 이솔은 대체 얼마나 불량한 학생이길래 송이도는 이런 조건을 달았을까.
평범한 고교생인 두 사람의 차이는 딱 하나. 이솔은 신조어와 비속어가 아니면 한 문장도 완성할 수 없는 언어 습관을 지녔고, 송이도는 정제되지 않은 생각과 말투를 싫어한다.
방금 전에도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채 미술관 유명작품 앞에 서 있었고 이때, 이솔의 그림 감상평 첫 마디가 “개쌉노잼!”이었다.
뜻풀이하자면 ‘노잼’은 No+잼(재미의 줄임말)이라는 뜻이다. ‘개’와 ‘쌉’은 모든 단어 앞에 접두어처럼 쓰이는 신조어로 둘 다 ‘완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개이득(크게 이득)’ ‘개슬퍼(너무 슬퍼)’ ‘쌉소름(완전 소름)’ ‘쌉인정(진짜 인정)’ 등이 대표적이다. ‘쌉가능(완전 가능)’은 영어 형용사 ‘파서블(possible·가능한)’을 붙여서 ‘쌉파서블’로도 쓰인다.
“신조어, 밈 사용이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라 (특정 세대만 이해하는) 신조어만 쓰다 보면 원래 내가 하려던 표현이 뭐였는지 잊어버리고, 그러다 보면 할 수 있는 말의 폭이 한정된 방향으로 줄어들어서 싫다”는 송이도의 대사는 이솔뿐 아니라 우리가 모두 생각해볼 문제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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