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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마지막 편지

혹시 유서를 써 본 적이 있으신지요. 아는 분의 부음을 전해 듣고 불현듯 어김없이 다가올 내 생의 마지막 날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엉뚱한 유서 얘기를 묻게 됐습니다.   저는 유서를 써 본 경험이 있습니다. 오래전, 2박 3일 일정으로 부부가 함께 성당에서 주관하는 피정에 참석했습니다. 둘째 날 저녁이었습니다. 진행자가 내일 아침까지 완성해 오라면서 ‘당신은 내일 죽게 됩니다. 배우자에게 유서를 쓰십시오’ 라는 주제를 벽에 걸었습니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아, 죽음이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이구나. 어느 날 이렇게 갑자기 떠나가야 하는 게 인생이구나.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죽는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방에 돌아와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어둠이 깊어지고, 시간이 흘러갈수록 정말로 내일 죽음이 찾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정이 아닌 사실이라고 생각하니,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 앞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진정하려고 해도 마음뿐이었습니다. 내가 죽다니.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죽어야 한다니. 살아온 날들이 한 장면씩 되살아나고 최선을 다해 살아오지 못한 많은 날이 참으로 후회가 되었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미워했던 이들까지도 회개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담아 마지막 편지를 썼습니다. 죽음이 임박하니 순간순간이 절박하고 간절했습니다. 일분일초가 아까웠습니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할 틈이 없었습니다.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다웠습니다.     갑자기 눈앞이 흐려왔습니다. 한없이, 끝도 갓도 없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얼마나 울었을까. 다시 곰곰 생각해보니, 내일은 내가 죽을 날이 아니었습니다. 아, 나에게 아직 생명이 남아있다니. 감사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새벽에 눈을 떠보니 곁에 아내가 잠들어있었습니다. 눈 뜨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인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나뭇잎이 바람결에 한들거리고, 여명이 가만가만 온 누리에 번지고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면서 새벽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습니다.   피정을 끝내고 나니, 모든 게 귀하게 다가왔습니다. 아내도, 아이들도. 친구도, 이웃도, 모두  새롭게 보였습니다. 나무도, 풀도, 나는 새도, 다 사랑스러웠습니다. 그것들을 얼싸안고 뺨에 비비고 사랑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자고 다짐했습니다. 적어도 피정을 끝내고 돌아온 한동안은 그런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무디어지더니, 시나브로 그때의 감정이 메말라갔습니다.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그 길을 누가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마음대로 올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갈 때도 순서 없이 떠나야 합니다. 언제 세상을 떠야 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당신도 나도 말 한마디 못하고 허둥지둥 가야 할지 또 누가 알겠습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나요, 늦지 않게 지금, 마지막 편지 한장을 써 보시면 어떨까요. 정찬열 / 시인이 아침에 편지 마지막 편지 유서 얘기 새벽 공기

2024-03-27

그곳에 살고 싶다 <12> 로렌스빌 (Lawrenceville)

둘루스·스와니 인접한 도시 한인상권 가깝고 교통 편리 ‘귀넷과기고’는 전국적 명성   ■ 개요 로렌스빌은 한인들의 보금자리인 귀넷카운티의 행정 수도다. 1821년 출범한 로렌스빌은귀넷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며,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에서도 두 번째로 오래된 도시다. 이 도시 이름은 미영전쟁의 영웅인 제임스 로렌스 제독에서 비롯됐다. 로렌스빌에는 귀넷카운티 정부가 있고 다운타운에는 지어진 지 130년이 넘은 법원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은 현재 사적지로 지정됐다.   ■ 교통 로렌스빌 면적은 13.1스퀘어마일(34㎢)이다. 애틀랜타에서 북쪽으로 I-85를 타고 35마일 정도 올라가면 로렌스빌이 있다. 둘루스, 스와니와 인접해 한인 상권과도 가깝다. 애틀랜타와 조지아대(UGA)를 연결하는 GA-316(일명 316번 도로)이 지나가 교통이 편리하다. 또 귀넷텍이나 조지아 귀넷칼리지 등의 대학으로 등교 또는 출퇴근하는 한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또한 한인들에게 일명 ‘처치로드’로 불리는 GA-120, 스넬빌을 연결하는 GA-124(시닉 하이웨이) 등이 관통한다. 로렌스빌에는 귀넷 카운티의 유일한 공항인 브리스코 공항이 있다. 자가용비행기 위주로 낮에만 운영하지만 가끔 상업용 비행기가 오가기도 한다.   ■ 인구와 소득 로렌스빌 인구는 2022년 기준 3만4281명으로 추산된다. 2010년 당시 2만8546명의 인구를 기록한 인구조사 이후 20.1%가 늘었다. 인구의 42.4%가 백인, 37.6%가 흑인, 6.1%가 아시안이다. 기타 인종은 9.7%다.   주민 중간 연령은 33.2세로 전국 중간 연령(39.1세)보다 한참 젊은 도시다. 주민의 23.1%가 학사 이상의 학위를 갖고 있다. 주민의 가구당 평균 소득은 6만6644달러이며 빈곤율은 20.1%로 높은 편이다.     ■ 주택 가격 부동산 정보사이트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로렌스빌의 주택 중간 가격은 37만5000달러다. 스퀘어피트당 가격은 167달러다. 지난 1년간 주택 가격은 29.4% 상승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로렌스빌 주택은 평균 호가보다 3.12% 높은 가격에 팔렸다. 이는 다른 타운들에 비해 저렴한 주택 가격과 양호한 학군을 갖추고 있어, 구매 가능한 주택보다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 학군 로렌스빌은귀넷 카운티 교육구 소속으로 19개 공립학교가 우수한 학교 평점을 보유하고 있다. 로렌스빌에 있는 귀넷수학과학기술고(귀넷과기고)는 조지아 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고다. 2009년에 설립된 이 학교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2022년 US 뉴스 앤 월드 리포드 선정 전국 최우수 고등학교 9위, 조지아 최우수 고등학교 1위로 선정됐다. 귀넷과기고는 차터스쿨로 학생들의 학비 부담이 전혀 없는 공립학교이면서도 사립학교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학교는 교육청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영돼 한인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귀넷 테크니컬 칼리지(일명 귀넷텍)와 조지아 귀넷 칼리지 등 2개 대학이 위치해 있다.   귀넷 테크니컬 칼리지는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로 최근 귀넷 카운티와 주변 지역 최첨단 교육 및 시설을 위해 여러 비즈니스 업계와 협력 중이다. 실제 일자리를 위한 실무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저렴한 학비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조지아 귀넷 칼리지는 2006년에 개교한 4년제 대학이다. 개교당시 118명의 학생으로 출발했지만 2019년에는 1만2000명 이상 학생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7000여명 학생이 재학중이며 500여명 교수가 40여개 전공을 강의한다.   ■ 기타 로렌스빌은귀넷 카운티의 정치와 행정 중심지이다. 로렌스빌 다운타운에는 법원이, 316도로에는귀넷 셰리프국과 구치소가 있다. 애틀랜타브레이브스의마이너리그 팀인귀넷 브레이브스의 홈구장 ‘쿨레이필드’가 있어 야구팬들이 즐겨 찾는다. 〈보충·정리=김태은 인턴기자〉 김태은 인턴기자로렌스빌 유서 로렌스빌 인구 기준 로렌스빌 로렌스빌 면적

2022-05-13

“동포사회 숙제하겠다 했는데..” 워싱턴한인들 애도

세상을 떠나기 48시간 전 워싱턴한인대표들과 마지막 간담회를 한 노회찬 의원 사망 소식에 워싱턴한인사회가 슬픔에 잠겼다. 사망 이틀 전 노 의원과 저녁식사를 함께한 동포들은 더욱 안타까워했다. 고 노회찬 의원은 20일 버지니아주 애난데일 설악가든에서 여야 정치인들과 함께 워싱턴동포간담회를 했다. 고 노회찬 의원 맞은편에 앉은 손경준 6·25참전 유공자 회장과 주로 이야기를 나눴다. 손경준 회장은 노 의원과 '국가유공자증'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손 회장은 “미국에 와서 미국시민권을 받은 한인들은 공로가 있어도 국가유공자증을 못 받고 있기 때문에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노 의원에게 설명했다”며 “이런 내용이 담긴 자료를 노 의원에게 전달하면서 ‘숙제니까 펴보라’고 말했고, 노 의원은 ‘예 알았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또 “그런데 노 의원 안색이 어두웠다. 말을 잘 안 하더라”고 말했다. 손 회장 오른쪽에 앉아있던 이요섭 식품주류상협회장은 “저는 아는 정치인이 노 의원 밖에 없어서 관심 있게 봤는데, 안색이 안 좋았고 피로해서 그런가 싶었다”며 “간담회가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이게 마지막이라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손 회장 왼쪽에 앉아있던 백성옥 메릴랜드한인회장은 “처음 본 분이었는데,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고 말이 없었다”며 “노동운동을 해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김동기 워싱턴총영사는 “기운이 많이 빠지신 것 같았고 말이 없었다”며 “손경준 회장과 참전유공자증과 관련한 얘기를 몇 마디 했다”고 말했다. 우태창 버지니아한인회장은 “워싱턴동포들의 민간외교 활동에 대해 수고가 많다며 격려한 분이 이렇게 돼 너무 안타깝다”며 “압박감이 있었는지 얼굴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황원균 민주평통 미주부의장은 “항상 웃고 즐겁던 분인데, 웃음이 없고 침묵하는 모습이었다”며 “저분이 왜 저러시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사이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인간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영천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은 “노 의원은 그날 말도 없었고, 어두웠다”며 “비보를 듣고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심재훈 기자 shim.jaehoon@koreadaily.com

2018-07-23

노회찬 유서 남기고 투신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모(49.구속기소)씨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 당사자인 정의당 노회찬(사진) 의원이 23일(이하 한국시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8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현관 쪽에 노 의원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해당 아파트 17~18층 계단에서 노 의원 외투를 발견했고 외투 안에서 신분증이 든 지갑과 정의당 명함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찾아냈다. 유서 내용은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노 의원이 드루킹 사건과 관련 신변을 비관해 투신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노 의원은 드루킹 측근으로 자신과 경기고 동창인 도모(61) 변호사로부터 2016년 3월 불법 정치후원금 5000만원을 받은 의혹을 받는다. 드루킹의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으로부터 2000만원의 강의료를 받은 의혹도 있다. 이와 관련해 노 의원은 "어떤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특검 수사에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18-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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