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결혼 여성 만나보니] "우리 결혼 할까요?…2만5000달러 주세요"
시민권자인 이정연(27·가명)씨는 약속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나타났다. 이씨는 “늦어서 미안하다"며 자기 소개를 했다. 이씨는 현재 대학원에 재학중이다. 결혼경험이 없는 미혼으로 단정한 옷차림에 적당히 화장을 한 미인형 얼굴이었다. 간단한 인사를 몇 마디 나눈 뒤 곧바로 ‘영주권’ 이야기가 시작됐다. 분위기는 매우 편안했지만 철저히 사무적인 대화들이 오고 갔다. 이씨는 이미 위장결혼을 위해 몇 번 '면접'을 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씨는 결혼을 ‘비즈니스’라고 표현했다. '위장결혼'이라는 말과 '계약결혼'이라는 말을 번갈아 사용했다. 그러면서 직업과 사는 동네, 미국에 온 시기, 가족 관계, 종교 등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개인 신상에 대해 말하는 게 불편했다. 이씨는 “계약이지만 서로 결혼시 어느 정도 조건적인 개연성이 있어야 영주권 인터뷰에서 의심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건을 따지는 대화들이 끝나자, 비용이 궁금했다. 이씨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일단 영주권 수속 서류 비용은 본인이 다 부담하셔야 되고요. 저에게는 2만5000달러 주시면 됩니다. 돈은 서류 넣을 때, 나중에 임시 영주권 받았을 때 두 번에 걸쳐 받는 걸로 하죠. 그리고 깔끔하게 현금으로 해요.” 그는 "임시 영주권은 6개월이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영주권까지 다 받고 서류상 이혼 시점까지 대략 3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주권 수속 과정에서 드는 ‘혹시나’하는 우려들을 얘기했다. 이씨도 "계약결혼이 처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차분했다. 이 문제로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이씨는 "정말 진짜로 결혼한다고 생각하시면 별문제 없어요. '계약결혼'했다고 생각할 필요 없어요." 대화는 1시간 가까이 이루어졌다. 대화가 끝날 무렵 이씨에게 기자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밝혔다. 이씨는 의외로 담담하게 얘기를 계속해줬다. 결혼 광고를 낸지 2주 만에 이씨는 3명의 남성들에게서 '만나자'라는 연락이 들어왔다고 했다. 왜 이씨가 광고를 내게 됐는지 궁금했다. 젊은 처녀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았다. 이씨는 “달리 대학원 학비를 충당할 방법이 없었다. 주변에 계약결혼 경험이 있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 나도 해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학업을 다 마칠 때까지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할 생각이 없다. 학업을 마치는 시기가 이혼 서류가 완성되는 시점과 맞기 때문에 잠깐 시민권 스폰서를 해주는 것은 괜찮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를 "서로 ‘윈-윈(Win-Win)’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신분해결을 위해 전화 오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 사람들도 안됐다"고 말했다. 그는 "신분 때문에 직업을 마음대로 못 구하다 보니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영주권을 따려는 안타까운 40대 가장의 사연도 있었다”며 “물론 위장결혼이 불법인지는 알지만 나는 ‘돈’을 얻고 그들은 더 이상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자유’를 얻기 때문에 꼭 나쁘게 만은 볼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헤어지는 길에 이씨가 기자를 보며 말했다. “꼭 계약결혼이라고 아직 단정 지을 수 없어요. 인생 누가 알겠어요. 계약으로 시작했지만 이러다 진짜 인연을 만날 수도 있는 거니까 모든 것은 ‘과정’이 다 끝나봐야 아는 거죠.” 장열 기자 ray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