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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6시간만에 계엄 해제 선언…"계엄군 철수"

윤석열 대통령은 4일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 4시 27분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 담화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날 오후 10시 25분께 같은 방식으로 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만이다.   윤 대통령은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 선포했다"며 "그러나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표 이후 정부는 오전 4시30분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즉시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서 오는 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설명했다.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국무위원들이 성원이 될 때까지 대기하느라 실제 의결까지는 시차가 생긴 것이다.   앞서 국회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자 새벽 1시 본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해제하면서도 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와 탄핵은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담화에서 야당의 잇따른 국무위원·검사 탄핵과 내년도 예산안 강행 처리 등을 계엄 근거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없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 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며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대통령 계엄군 계엄 해제안 비상계엄 선포 용산 대통령실

2024-12-03

[문화산책] 사유의 방과 짙은 안개구름

지난해 한국 여행 때는 전국 여러 곳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녔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과 원주의 뮤지엄 산(SAN), 환기미술관, 제주도 도립 김창열 미술관 등이었다. 세계무대에 당당하게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가장 대표적 전시실로 내세우는 ‘사유의 방’은 국보로 지정된 삼국시대의 금동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두 분을 모시기 위해 만든 독립된 방이다. 오른발을 왼쪽 무릎에 가볍게 얹고 오른손을 살짝 뺨에 댄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 두 점이 특별히 설계된 넓은 공간에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사유의 방’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여진 것이다. 박물관의 소개를 한 구절 옮겨 본다.   “시공을 초월한 초현실의 감각을 일깨우며 반짝임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 1400여 년의 세월을 지나 우리 앞에 있는, 두 점의 반가사유상을 만나게 됩니다. 종교와 이념을 넘어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이 세상 너머를 바라보는 듯, 고뇌하는 듯, 우주의 이치를 깨달은 듯, 신비로운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반가사유상을 바라보는 동안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어나고, 치유와 평안이 다가옵니다.”   어둠을 통과하는 진입로, 미세하게 기울어진 벽과 바닥, 반짝이는 천장 등 추상적이고 고요한 전시 공간에서 반가사유상을 집중적으로 감상하게 된다. 두 분 부처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걸까? ‘신앙의 경지를 최고의 예술로 승화’시킨 것으로 평가되는 반가사유상은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한 깊은 고뇌와 깨달음을 상징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지난해 400만명을 넘었는데, ‘사유의 방’의 인기도 상당한 몫을 했다고 한다. ‘사유의 방’이 ‘불멍’의 공간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다. ‘불멍’이란 ‘불상을 멍하게 바라보는 일’이라고 한다. 짙고 아름다운 침묵 속에서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에 빠져들면,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나의 내면과 대화를 하게 되고 위로와 치유를 받는 것이다. 어찌 보면, 거칠고 황폐한 정신적 불모지에서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에게 오아시스 노릇을 하는 셈이다.   이에 비해, 원주의 뮤지엄 산(SAN)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SAN은 산(山)을 의미하기도 하고 Space, Art, Nature의 머리글자를 딴 명칭으로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이라는 뜻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미술관은 노출 콘크리트와 빛으로 대표되는 개성적인 건축물과 주변의 산, 물, 정원, 돌, 빛 등의 자연경관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작품이다. 그리고 다양한 미술작품, 정원과 산책로, 개관 5주년 기념으로 건설한 ‘명상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마침 내가 찾았을 때는 비가 알맞게 내렸다. 주위의 산들이 온통 자욱한 운무(안개구름)에 휩싸여, 정말 아름다웠다.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설계자인 안도 다다오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큰 행운이었다.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그 신비로운 풍경을 떠올리면, 엉뚱한 생각이 든다. 한국 사회는 지금 선거를 앞두고 시끄럽고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아슬아슬한 아수라장이다. 그래서 부탁하고 싶다. 터무니없이 목소리만 요란한 정치인들은 의무적으로 ‘사유의 방’을 찾아 ‘불멍’을 하고, 비 내리는 산허리를 감싸는 운무에 젖어보고, 이성을 제대로 되찾은 다음에 정치를 하기 바란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안개구름 사유 금동 반가사유상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환기미술관 제주

2024-02-22

주한미군 한인 뇌물수수 기소

한국 서울 소재 용산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한인 군무원이 뇌물과 송금 사기, 돈세탁 혐의로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맨해튼 연방검찰과 육군 형사사건 수사부(CID)에 따르면 한인 김영범(62)씨는 용산 기지 시설 관리 담당 군무원으로 일하며 각종 건물 관리에 필요한 자재와 용역을 수주하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40만 달러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CID 수사에 따르면 김씨는 2017년 5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용산기지 시설관리 및 디자인 총 책임자로 일하며 기지 내부의 각종 공사와 관리 업무 계약을 추진해 왔는데 방폭 도어, 방폭 밸브 등 주요 부품을 미국이나 중국의 특정 회사 제품 또는 특정 유통 업자와 계약하는 대가로 뇌물을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뇌물 수주 이후 돈 세탁을 위해 일부 가족들의 통장을 의도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은 현재 김씨에게 부과된 혐의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송금과 뇌물 혐의에는 각 혐의마다 5년 형이 선고될 수 있으며, 일부 돈세탁 혐의에는 최대 20년 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데미안 윌리엄스 연방검사는 “용산기지에서 벙커 등 군사시설을 보수 관리하면서 최고의 품질을 유지해야할 책무를 저버리고 뇌물과 사기로 납세자들을 배신한 김씨와 같은 범죄자는 반드시 검거해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연방지법 김영범 용산기지 시설관리 맨해튼 연방지법 용산 미군기지

2023-05-15

존 오소프 의원, 윤석열 대통령과 조지아 경제협력 심층 논의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 중인 존 오소프 연방 상원의원(조지아)이 5일 오후(한국시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한국과 미국, 조지아간의 우의를 다시한번 확인하며 상호 경제 협력을 다짐했다.    친한파로 지속적인 한미동맹 강화에 앞장서온 오소프 의원은, 2021년 연방 상원의원 당선 직후 첫 방한 당시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을 만난 바 있다.    5일 윤대통령과의 만남에서는 한국과 조지아 간 무역 및 투자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달 말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있다. 오소프 의원은 연초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윤 대통령의 국빈 초청 및 공식 만찬을 촉구했으며, 지난 3월에는 양당 상원의원을 이끌고 케빈 매카시 연방 하원의장에게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초청을 요청한 바 있다.   4일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방한한 오소프 의원은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CEO,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 등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경제회의를 가졌다.    특히 5일 박진 외교부장관과의 면담에서는 조지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가능한 지원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소프 의원은 6일(한국시간) 오전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오소프 의원이 방미 기간 중 윤 대통령의 애틀랜타 방문을 요청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윤지아 기자경제회담 대통령 용산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용산 전쟁기념관

2023-04-05

“동생 장재민 수사하라”…장재구 전회장 1인시위

장재구 전 미주한국일보·한국일보·서울경제신문 회장이 장재민 현 미주한국일보·서울경제신문 대표이사가 개인 재산 수십억 원을 해외로 불법적으로 빼돌렸다며 수사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8일(한국시간) 한국의 ‘법률방송뉴스’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장재구 전 회장 사진과 함께 장 전 회장이 동생인 장재민 회장의 수사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장 전 회장은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6일 오전 11시 본인이 1인 시위를 벌인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실제 이날 그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동생의) 95억원 해외도피 수사하라!!!’는 팻말을 설치하고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현장에서 “지난 2013년 한국일보·서울경제신문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장재민 회장이 국내의 개인 재산 95억 원을 회사 계좌를 이용해 미국으로 불법 반출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장 회장이 형사 사건을 빌미로 서울경제신문의 경영권을 불법으로 탈취하고 형제애마저 외면했다. 출소 후 새로 확인한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동생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심정으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덧붙였다.   고발장은 장재민 회장이 지난 2003~2010년 서울경제신문 이름으로 ‘주주외화차임금 상환’이라는 해외송금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17차례에 걸쳐 95억원 이상을 미국으로 송금한 의혹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회장은 “서울경제신문은 2010년까지 적자 상태로 어떤 명목으로든 미국에 보낼 자금 자체가 없다. 장재민 회장이 무슨 돈을 서울경제신문을 통해 미국으로 빼돌렸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서울경제신문 관련 회계 장부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은 장 회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장 전 회장은 이에 불복해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 서울고검은 지난해 12월 사건을 다시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법률방송뉴스는 장재구 전 회장의 1인 시위 소식을 온라인 기사로 보도한 뒤, LA한인사회 등에서 논란이 되자 하루 만에 삭제했다. 현재 해당 뉴스는 검색되지 않는다.   장 전 회장은 미주한국일보 창업 발행인이다. 그는 지난 2015년 한국일보와 서울경제신문에 대한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12월 성탄절 가석방으로 출소했다.장재구 장재구 회장 한국일보 서울경제신문 용산 대통령실

2023-02-08

"워싱턴 추모의벽 이외 풀러턴·용산에도 오류"

워싱턴 DC의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 건립된 추모의벽에 전사자 이름 일부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테드 베이커는 10일 “DC 추모의벽보다 한국의 참전기념비에 있는 오류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연구자로 ‘한국전 프로젝트(Korean War Project)’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테드와 할 베이커 형제는 용산전쟁기념관의 한국전 전사자 명비와 플러턴 오렌지카운티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도 같은 문제가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테드 베이커는 “두 기념비 모두 매우 오래되고 부정확한 미국 국방부 사망자 분석시스템(DCAS) 자료를 사용했다”면서 “국립문서기록관리보관소(NARA)법에 따라 DCAS에 한번 기록되면 수정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워싱턴 DC 추모의벽처럼 애초 잘못 기록된 오래된 데이터를 사용하면서 일부 전사자 이름에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테드 베이커는 용산전쟁기념관에 있는 미군 전사자 이름 가운데 1만9324명이 성이나 이름, 중간이름 등이 잘못된 것으로 추정했다.   할 베이커는 추모의벽에 있는 이름 오류와 관련, “전사자 이름 오류를 수정하고 추모의벽도 고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이들 형제를 인용해 추모의벽에 있는 미군 전사자 이름의 오류를 보도했다.   이와 관련, 추모의벽 건립을 담당했던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WVMF)의 제임스 피셔 전 사무총장은 “미국 의회가 정한 한국전 전사라는 법적 기준에 따라 건립됐으며 관련 권한은 국방부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추모의벽에 포함돼야 하는데 빠졌다는 항의가 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워싱턴 용산 이름 오류 한국전 전사자 한국전쟁 연구자

2023-01-10

[시론] 용산 미군기지 이전의 마무리 과제

한국 대통령 집무실의 위치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려는 건 아니다. 의견 표명 자체가 부적절할 수도 있지만 최근 상당수의 한국 언론과 외신이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주목했다.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으로 남산에서 한강까지 이어지는 용산 미군기지 부지가 비어 있으며 이곳이 용산공원으로 조성된다는 점에 집중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사업은 장기간 진행됐기 때문에 역사적 경과를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노무현·조지 W. 부시 정부 시절이던 2004년, 한·미 양국은 ‘용산기지 이전협정 이행합의서’에 서명했다. 2008년까지 서울에 있는 주한미군 대부분을 평택미군기지(캠프 험프리)로 이전하고 용산기지 시설과 구역 대부분을 한국 정부에 반환하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대규모 건설 및 이전에 드는 비용과 복잡한 과정을 미루어볼 때 4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게 금세 확연해졌다.   내가 신임 주한 미국대사로 서울에 부임했던 2008년 9월, 상징적인 도심 녹지공간으로 계획된 용산공원을 포함해 용산의 미래에 대한 구상이 이미 세간의 화젯거리였다. 용산기지 이전은 진행이 더뎠지만, 이미 한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이전 움직임이 있었다. 수십 년 동안 거의 변화 없이 외딴 초소에 있는 몇 채 안 되는 퀀셋 막사들로 구성된 다양한 크기의 미군 시설들이 폐쇄되었고 해당 부지는 지역 사회에 반환되었다.   점차 주한미군 주둔은 현대 한국과 현대적 한·미 동맹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그 기능과 위치가 통합되었다. 내가 주한 미국대사로 재직하며 보낸 최고의 날들 중 하나도 2011년 그 당시 국무총리, 부산시장과 함께 캠프 ‘하야리아’를 부산시민공원으로 전환하는 기공식에 참석한 날이다. 땅이 부족한 부산에서 이 공간은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녹색 휴식처가 되었다.   각각의 미군기지 반환은 규모에 상관없이 수많은 이해관계자, 정부 부처 및 관련 단체들, 지자체 등의 참여를 바탕으로 전통적 방식의 군사·외교적 협상을 훨씬 뛰어넘는 복잡한 토론을 거쳐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환경 복원은 오염 기준과 비용 부담 주체에 따라 여전히 가장 민감한 현안 중 하나다.   역사적인 각주 한 가지를 더 소개한다. 나는 1980년대 제임스 릴리 주한 미국대사 부임시절 미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릴리 대사는 서울에서의 다사다난한 재임 기간(1987~1989)을 기술한 회고록에서 용산 미군기지 이전의 첫걸음이자 어쩌면 잊힌 단계에 대해 소개했다.   릴리 대사는 1988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 직후 용산기지 내 주요 시설을 이전하는 데 본인에게 협조를 구했다고 언급했다. 서울올림픽이 다가오면서 특히 소련이나 중국은 물론 한국과 아직 국교 수립 전인 국가에서 찾아올 외국 방문객들이 한강을 건너면서 미군기지와 미군 전용 골프장을 직접 볼 수 있다는 데 한국 정부의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는 노 대통령의 제안이 ‘너무 야심차다’라고 생각했지만 한국인들이 미군 전용 골프장을 특히 ‘불쾌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그래서 골프장을 서울 외곽으로 이전하는데 동의하도록 미군 지휘관들을 압박했다.     이후 용산기지 내 미군 골프장 부지는 한국에 반환돼 용산가족공원으로 조성되었다. 릴리 대사는 미군 골프장 이전에 대해 “싹트는 민주주의,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국, 자주독립국가라는 1988년 대한민국의 변화된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서술했다.   한 세대가 지난 지금도 용산의 변신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인들이 용산의 미래를 만들어 가겠지만 미국은 그 과업을 완성하기 위해 협력해야 할 동맹이자 친구로서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 인내심은 물론 우선순위 선정, 정치적 의지와 기량, 타협 정신이 모든 면에서 필요하다. 캐슬린 스티븐스 / 전 주한 미국대사·한미경제연구소장시론 미군기지 마무리 용산 미군기지 용산기지 시설 용산기지 이전협정

2022-06-09

외교·안보·경제…새벽 0시부터 바쁜 일정

윤석열 대통령은 제20대 대통령으로서의 공식 임기를 시작한 10일 0시(이하 한국시간)부터 그야말로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의 법적인 권한과 역할인 통치권을 공식적으로 넘겨받게 되는 윤 대통령은 이날 0시에 용산 대통령실 ‘지하벙커’에서 합동참모본부의 보고를 받으며 집무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첫 업무로 합참 보고를 받는 것은 국내외 국군의 근무상황과 군사대비태세를 국가지휘통신망을 통해 가장 먼저 보고받음으로써 군 통수권을 행사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후 서초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한 뒤 오전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로 일정을 재개했다.   윤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도 참배 일정부터 동행했다. 윤 대통령 내외는 오전에 자택을 나서며 지역 주민들과 별도로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 대통령 내외는 참배 후 곧장 취임식이 열리는 여의도 국회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오전 11시쯤부터 취임식 본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발표하고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내빈 환송까지 약 1시간가량 머물렀다.   취임식이 끝나는 정오를 즈음해 용산 집무실로 이동해 외빈접견 일정을 소화했다.   미국, 중국, 일본을 비롯해 주요국 공식 외교사절단과 면담이 이어졌다. 새 집무실에서 열리는 첫 행사였다.   윤 대통령은 이후 여의도로 되돌아가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리는 경축행사에 참석했다.   이어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개최된 외빈초청 만찬까지 끊임없이 ‘취임식 외교’에 집중했다. 만찬에는 각국 외교사절단과 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   용산벙커서 군통수권 인수     O...윤석열 대통령은 10일 0시를 기해 제20대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 지하에 자리한 국가위기관리센터(지하벙커) 상황실에서 합동참모본부의 보고를 받으며 공식 집무에 돌입했다.   군 통수권 인수는 국가원수로서 법적인 권한과 역할을 넘겨받는 핵심 절차다. 역대 대통령들은 통상 취임일에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이나 자택에서 합참 보고를 유선상으로 받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이와 달리 이른바 ‘용산벙커’ 보고를 택한 것은 정권교체기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안보 공백 우려를 불식하고 북한의 무력 시위에 따른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위기관리센터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이 열리는 곳으로 원래 청와대 지하벙커에 있었으나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용산 청사에 새롭게 설치됐다.   윤 대통령에 대한 의전·경호 수준도 이날 0시부터 국가 원수로 격상됐다.       ━   만찬주로 전통주 선보여       O...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만찬장에는 국내에서 제조된 전통주 6종이 선보였다. 그동안 청와대 만찬장에는 해외 와인이나 알코올 도수가 높은 국내 증류주가 주로 쓰였다. 이번 만찬에는 도수가 약하면서도 전국 각지 농산물을 이용해 만들어진 한국 와인이 주로 선택됐다.   10일 오후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릴 만찬에는 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과 외국 사절단 대표, 5대 그룹 총수 등이 귀빈으로 참석한다.     공개된 만찬주는 ▶강원 홍천의 ‘너브내 스파클링 애플 라이트’ 와인 ▶경기 양평의 ‘허니문’ 와인 ▶제주의 ‘니모메’ ▶전북 무주의 ‘붉은진주 머루’ 와인 ▶충북 영동의 ‘샤토미소 로제스위트’ 와인 ▶경남 사천의 ‘3004’ 와인 등 모두 6종이다. 알코올 도수는 8~12도 사이다. 홍천의 사과와 양평의 꽃꿀, 사천의 키위 등 지역 농산물로 만든 우리 술이다. 6종 모두 전통주산업법에 따라 지역특산주로 인정받아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다. 정부가 지난 1998년부터 전통주를 중심으로 온라인 주류 판매 규제를 점차 완화해왔기 때문에 일반 온라인 쇼핑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쉽게 주문할 수 있다.     ━   보신각 타종과 함께 ‘첫 발’     O...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개시를 알리는 타종 행사가 10일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렸다.   조수빈 아나운서 사회로 진행된 타종 행사는 새 정부 출범을 축하하는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전날 밤 11시30분 아카펠라 그룹 ‘제니스’의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이어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의 인터뷰 끝에 10부터 0까지 표시하는 카운트다운 영상이 상영됐고 지지자들의 환호성 속에 첫 번째 종이 울렸다.   이날 타종에는 국민대표 20명이 참여했다. 지역, 세대, 직능을 비롯해 다문화, 탈북민, 귀화 국민 등 다양한 분야와 계층의 대표성을 고려해 선발한 대표들이었다.   이들은 5명씩 4개 조로 총 33회에 걸쳐 보신각 종을 쳤다. 33회 타종으로 도성 8문을 열었던 ‘파루(罷漏)'의 전통에서 착안했다고 한다.외교 안보 용산 대통령실 대통령 내외 참배로 일정

2022-05-09

[시론] 통합과 협력의 시대를 열자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을 놓고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안보 공백을 거론하며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계획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한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공약대로 “5월 10일 0시부로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가 있는 통의동에서 정부를 출범하며, 시급한 민생 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윤 당선인이 처음 한 공약이 아니다. 이미 문 대통령이 5년 전 국민에게 약속했던 일이다. 당시 대통령은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나와 광화문의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랬던 대통령이 안보 공백을 이유로 제동을 건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한반도의 안보는 북한과의 문제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올해 미사일을 10번 발사하는 안보위기 상황에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회의에 딱 한 번 참석했다.     그런데 북한이 방사포(다연장로켓포)를 발사했다고 갑자기 NSC를 소집하고 안보위기를 거론하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서욱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방사포 발사를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규정한 대통령 당선인의 주장을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럼 무엇이 안보위기인가.   현 정부는 김정은과 회담을 통해 9·19 남북군사합의를 이뤘다며 한반도 평화구도를 구축했다고 주장했다. 거기에 남북 평화공존의 완결판으로 종전선언을 강력히 추진했다. 그런데 안보위기를 조장하는 북한의 계속적인 도발에도 현 정부는 도발이라고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올 들어 유엔의 대북 규탄 결의안엔 세 번이나 불참했다. 특이한 것은 현 정부는 북한이 안보를 위협하는 주체라고 명확히 밝히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이 전술 핵무기를 실은 미사일 수백 발이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겨냥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 자체적으로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다. 유일하게 방어할 수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추가해야 하는데, 중국에 막혀 있다.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있는데도 중국과 북한을 자극하고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일으킨다며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에 가입하지도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도 들어가지 않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대책으로 한미동맹이 있지만 현 정부는 한미 연합 훈련을 완전히 껍데기로 만들었다. 지난 5년간 국방부는 ‘군사력 아닌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선언했다. 그리고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만 매달렸다.     강력한 한미동맹이 있기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를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사태를 보며 홀로 나라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한다.     현 정부와 차기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 속히 서로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과 협력을 통해 국가의 대계를 세우기 바란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시론 통합 협력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실 용산

2022-03-23

[시론] 통합과 협력의 시대를 열자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을 놓고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안보 공백을 거론하며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계획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한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공약대로 “5월 10일 0시부로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가 있는 통의동에서 정부를 출범하며, 시급한 민생 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윤 당선인이 처음 한 공약이 아니다. 이미 문 대통령이 5년 전 국민에게 약속했던 일이다. 당시 대통령은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나와 광화문의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랬던 대통령이 안보 공백을 이유로 제동을 건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한반도의 안보는 북한과의 문제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올해 미사일을 10번 발사하는 안보위기 상황에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회의에 딱 한 번 참석했다.     그런데 북한이 방사포(다연장로켓포)를 발사했다고 갑자기 NSC를 소집하고 안보위기를 거론하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서욱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방사포 발사를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규정한 대통령 당선인의 주장을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럼 무엇이 안보위기인가.   현 정부는 김정은과 회담을 통해 9·19 남북군사합의를 이뤘다며 한반도 평화구도를 구축했다고 주장했다. 거기에 남북 평화공존의 완결판으로 종전선언을 강력히 추진했다. 그런데 안보위기를 조장하는 북한의 계속적인 도발에도 현 정부는 도발이라고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올 들어 유엔의 대북 규탄 결의안엔 세 번이나 불참했다. 특이한 것은 현 정부는 북한이 안보를 위협하는 주체라고 명확히 밝히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이 전술 핵무기를 실은 미사일 수백 발이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겨냥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 자체적으로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다. 유일하게 방어할 수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추가해야 하는데, 중국에 막혀 있다.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있는데도 중국과 북한을 자극하고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일으킨다며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에 가입하지도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도 들어가지 않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대책으로 한미동맹이 있지만 현 정부는 한미 연합 훈련을 완전히 껍데기로 만들었다. 지난 5년간 국방부는 ‘군사력 아닌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선언했다. 그리고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만 매달렸다.     강력한 한미동맹이 있기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를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사태를 보며 홀로 나라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한다.     현 정부와 차기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 속히 서로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과 협력을 통해 국가의 대계를 세우기 바란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시론 통합 협력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실 용산

2022-03-23

[J네트워크] 용산

 ‘한성부 용산방’(1896년). 서울특별시 용산구의 행정구역상 첫 이름이다.    1231년 고려를 침공한 몽고는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병참 기지를 용산에 세웠다.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용산은 한강을 접해 수로를 통해 상륙한 후 남산·북한산을 넘어 고려의 수도인 개경(개성)을 공략하기 유리했다. 1882년 임오군란 진압을 위해 파병 온 청나라 군대와 1910년 시작된 일제강점기 내내 일본군이 주둔한 곳도 용산이다. 1945년 해방 후 2017년까지 미군도 머물렀다.    군사요충지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1970년대 들어 부촌으로 주목받았다. 1961년 군사정권이 들어선 후 당시 육군본부가 있던 한남동 일대가 권력의 중심지로 부상하자 재력가들이 몰렸다. 풍수지리상 최고 명당으로 부르는 배산임수 입지도 이유다. 북한산에서 남산을 거쳐 내려온 땅의 기운이 물(한강)을 만나 흘러가지 못해 복이 넘친다는 것이다.    2007년 서울시가 ‘단군 이래 최대 개발’로 불리던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비 30조원)을 추진한 적도 있다. 66개 빌딩 등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는데 보상 문제로 반발하던 철거민이 불에 타 사망하는 참사도 있었다. 결국 개발은 무산됐다.    대통령 집무실이 74년 만에 종로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공약 이행이다. 그런데 이전 장소를 바꿔 잡음이 많다.    용산 주민은 곳곳에서 진행 중인 개발 규제 강화와 교통 체증, 잦은 시위로 인한 혼잡을 우려한다. 국방부 이전 과정에서 생길 국가 안보 위협, 집무실 이전 비용이 낭비라는 지적에 무속 논란까지 있다. 풍수지리 때문에 이전 장소를 바꿨다는 것이다. 후보시절 윤 당선인과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무속·역술에 의존한다며 도사·스님·법사·무당 등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탓이다.    고립된 구조의 청와대를 벗어나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는 긍정적이다. 다만 임기 시작 전인 50일 안에 이전하겠다고 서두를 필요가 있나 싶다. 일반 가정집도 이사를 하려면 적어도 3개월 전엔 새집을 알아보고 이사 계획을 세운다. 하물며 국가지대사다. 논란과 우려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대비가 우선이다. 그래야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기 위한 이전이 ‘밀어붙이기식’ 강행이라면 그 취지가 퇴색한다. 최현주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용산 집무실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성부 용산방 용산 국방부

2022-03-21

미군 최초 한인여성 불교 군종…원불교LA교당 김일덕 교무

미국 육·해·공군을 통틀어 최초로 한인여성 불교 군종 장교가 탄생했다. 미 해군모집병과 LA지부에 따르면 원불교 LA교당의 김일덕교무가 해군 예비역(reservist) 불교 군종 대위로 임관했다. 미군 역사상 한인이 불교 군종에 임명된 건 처음이며, 김 교무의 임관식은 지난 6일 원불교 LA교당에서 진행됐다. 김 교무는 원불교 3대 종법사를 33년간 재임한 '대산종사(大山宗師)'의 손녀이기도 하다. 김일덕 교무는 "미 해군 전체에서 불교 군종장교가 소수인데 최근 미군이 군인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마음 챙김(mindfulness)'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추세"라며 "앞으로 군인들의 정신건강과 가족들의 상담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게 될 텐데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카고 태생인 김 교무는 원불교 노스캐롤라이나 교당 등에서 활동하다가 한국 원광대학교(원불교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난해 미국으로 돌아왔으며 다양한 문화적 경험이 장점으로 꼽힌다. 해안경비대(USCG) 제이슨 디핀토 중령은 "미 해군 내 불교는 소수 종파에 속하지만 김 대위가 가진 다양한 문화적 경험과 열정, 프로 정신 등이 해군 커뮤니티에 매우 유익하게 사용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그동안 9개월에 걸쳐 자격 심사, 신체검사, 국방부 인터뷰, 신원조회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 김 교무는 지난해 비즈니스 인맥 소셜네트워크인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미 해군으로부터 예비역 신청을 권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무는 "보통 군종장교는 중위부터 시작하는데 박사학위와 원불교 교무로서 10년 이상의 성직 경력을 인정받아 대위로 임관하게 됐다"며 "아직 자대 배치는 받지 않았으며 의사, 변호사, 성직자 등은 다른 장교와 달리 임관식을 한 뒤 장교훈련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미 해군 측에 따르면 현재 1100여 명의 군종장교가 해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기독교 목회자들이다. 해군 측은 "아시안 여성이 민간성직자로 활동하다가 9개월간의 긴 선발 과정을 거쳐 군종 장교로 임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특히 소수종파(불교)의 군종장교로서 김 교무의 군종장교 임관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군종장교는 47세 이하면 신청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 내 육·해·공군을 통틀어 불교 군종장교는 10명이 활동 중이다. 해군 내에서는 지금까지 2명이 불교 군종장교로 임명(현재 태국계 '아룬 시다' 대위 1명 활동)된 바 있으며 미군 내 불교 신자 군인은 전체중 약 1.5%로 추산된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2017-08-07

농성장 불길 번져 참변···용산 재개발지역 건물 옥상서

경찰이 농성중이던 용산 철거민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4명의 철거민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20일 오전(한국시간)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 4층짜리 건물에서 전날부터 점거농성중이던 철거민들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5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했다. 사망자중 한명은 진압에 나섰던 경찰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42분 10t짜리 기중기를 이용 경찰 특공대원들이 타고 있는 컨테이너 박스를 철거민들이 이틀째 농성중인 건물 옥상으로 끌어올려 본격적인 진압 작전에 돌입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진압이 시작된지 40여분만인 7시24분께 옥상에 철거민들이 설치한 5m 높이의 망루에 갑자기 불길이 치솟으면서 옥상 전체로 번졌고 망루는 1분도 안돼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철거민들이 농성을 시작하면서 대량으로 준비한 시너에 불이 한꺼번에 옮겨붙은 것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사망자 대부분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부상자도 다수 발생해 철거민과 경찰 17명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에 이송된 철거민 중에는 심한 화상을 입은 중상자도 포함돼 있어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9-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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