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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한국을 보는 중국 “국면 조성 기대”

빙판길, 차는 조심스레 멈춰섰다. 휘날리는 눈발 속 천안문이 보였다. 광장 맞은편 거대한 중국 국가박물관이 위압적으로 기자들을 맞았다. 이젠 익숙해졌지만 공항 못지않은 몸수색 뒤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지난 14일 중국 국무원이 내외신 기자, 각 부처 대변인, 국제기구 대표, 싱크탱크 전문가를 불러 신년 인사회를 열었다. 코로나 이후 4년 만이었다. 500여 명가량 참석했는데 서방 기자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CNN에서 1명 참석했고 불편한 보도를 자주 냈던 BBC 기자는 불참했다. 일본 기자도 많이 보였다.   스탠딩 형식으로 음료를 손에 들고 다니며 대화를 나누는 자리, 적극적으로 찾아가 얘기를 들어봐야 했다. 먼저 요소수 이슈가 터진 국가발전개혁위 대변인을 찾았다. 발전개혁위는 우리나라로 치면 기재부 격으로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부서다. 한국의 중앙일보 기자라고 인사하자 호의적으로 맞았다.   그는 최근 한·중 관계에 대해 묻자 “중·한은 뗄 수 없는 이웃”이라며 “양국이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라고 말했다. 양국 간 경제 협력이 중요한 시점이란 설명이었다. 중국 요소수 수출 통제가 당국 방침인지에 대해선 “국내 수요에 따라 대응하는 것일 뿐 특정 국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내 상황이 변수라면 한국을 고려해 수출을 푸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수입선 다변화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마이크 앞에서의 단호함과 달리 온화한 성품이란 인상이었다. 한·중·일 정상회의 전망에 대해 그는 “왕이 외교부장이 밝힌 입장에 답이 다 들어있다”면서도 “조만간 국면이 조성돼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미 샌프란시스코 APEC 회담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조율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사전에 분위기 조성이 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전한 바 있는데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한·중관계는 예전 같지 않다. 사드, 홍콩 사태, 코로나를 거쳐 올림픽 판정 시비, 역사·문화 논란에 이르기까지 감정을 악화시키는 문제가 켜켜이 쌓여왔다. 반일감정보다 반중감정이 더 높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중국이 인접 국가인 것도,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 관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 당국자들을 만나면서 외교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소통이 갈등의 해법이란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양국간 분위기 전환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다. 실리적 차원에서 한·중 관계의 해빙 국면을 끌어낼 카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성훈 / 한국 중앙일보 베이징 특파원글로벌 아이 중국 한국 국가발전개혁위 대변인 외교부 왕원빈 요소수 수출

2023-12-20

[중국읽기]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막은 진짜 이유

다시 요소수다. 화학비료 연료인 인산암모늄도 위험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 수출 통제로 한국 산업은 또 긴장 모드다. 중국의 진짜 의도는 뭘까. 올해 3월 5일 리커창 당시 총리가 전인대(의회)에 보고한 ‘2023년 정부 업무 보고’를 다시 본다. 답은 거기에 있었다.   보고는 올해 중국이 추진할 주요 산업 정책 방향 3개를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발전과 안전의 병행(發展和安全幷擧)’이다. 산업정책을 짤 때 국가 안전(안보)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뜻이다. 미·중 경쟁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   중국 언론은 희토류 산업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중국은 작년 초 ‘중국희토류그룹(中國稀土集團)’이라는 국유기업을 발족시켰다. 중국알루미늄·중국우쾅(五鑛)·간저우(?州)희토류 등 기존 3개 자원개발 회사에서 희토류 부분만을 떼어내 만들었다. 여기에 2개의 연구 기관이 참여한다. 국가가 희토류 생산 및 공급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수출입 분야 정부 개입은 더 커진다. 요소수든, 인산암모늄이든 국가 안전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준다고 판단되면 정부는 수출 통관을 막는다. 갈륨·마그네슘·흑연 등에서 확인된 일이다. 자원 무기화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2023 정부 업무 보고’가 제시한 또 다른 산업 정책은 ‘공급망 강화 및 보완’이다. 보고는 “산업 서플라이 체인을 점검하고, 우수 자원을 핵심 기술 개발에 투입해 공급망의 빈틈을 채우겠다”고 했다. 국가가 산업 공급망 관리에 팔을 걷어붙이고 달려드는 모습이다.   3번째 정책 흐름은 ‘신형거국체제(新型擧國體制)’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기업·학계(연구기관)·시장 등을 잇는 국가 혁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보고는 “신형거국체제로 핵심 기술 개발의 글로벌 조직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 3개 정책 방향의 핵심은 산업과 안보의 결합이다. 국가 안전에 영향을 주는 품목은 정부가 나서 수출을 통제하고, 공급망을 새로 짜고, 개발 자원을 몰아준다. ‘전시 경제 체제’를 방불케 한다. 이 체제에서 요소수는 작은 품목일 수 있다. 그들에게는 사소한 품목이 우리에게는 ‘멘붕’급 충격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너무 안이하다. 여야는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막겠다고 만든 ‘경제안보 공급망 지원법’을 정쟁으로 미루고 미루더니,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지난 8일 부랴부랴 통과시켰다. 그러니 전쟁하듯 달려드는 중국의 산업 전개에 여지없이 또 당한다. 한우덕 / 한국 중앙일보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중국 요소수 산업 공급망 희토류 산업 수출입 분야

2023-12-11

[독자 마당] ‘일엽지추’

‘일엽지추(一葉知秋)’라는 말이 있다. 낙엽 하나로 가을이 왔음을 안다는 뜻이다.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알 수 있다는 속담도 있다. 떨어진 나뭇잎 하나로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일지 모른다. 그러나 조그만 일 한 가지로도 때론 큰 일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극동을 대표하는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이다. 중국은 큰 나라이고 한국과 일본은 작은 나라다. 중국은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자랑한다. 중국인들은 땅이 크기 때문에 자기 나라에서 안 나는 것이 없다고 자랑한다. 맞는 말이다.     개인이나 국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주 해결이다. 의식주의 해결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동물이나 원시인들은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했다.     그러다가 산업화가 되면서 분업이 이뤄졌다. 나 같이 농사를 지을 줄도 모르고 사냥을 할 줄도 몰라도 살아 남을 수 있게 됐다. 그저 돈만 조금 벌면 마켓에 가서 먹을 음식이나 필요한 물건을 살 수가 있다.     중국은 스스로 문명과 과학을 발전시켰다. 일본은 가장 일찍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여 과학을 증진시켰다.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을 보면서 발전해 나갔다.     세계에서 외환보유고가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과 일본이다. 이들은 원한다면 외국에서 무엇이든지 사올 수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꼭 필요한 물건은 가능한 한 직접 생산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요소수다. 극동 3국 중에서 요소수가 떨어져서 곤혹을 치르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왜 한국은 요소수 부족 현상을 예측하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했을까. 한국은 지금부터라도 꼭 필요한 물건은 목록을 작성해 최소한은 자체 생산해야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이 이번 한국의 요소수 대란에는 적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서효원·LA독자 마당 일엽 요소수 대란 이번 한국 자기 나라

2021-11-28

끝 안 보이는 요소수 대란 전국이 불안…사재기·판매사기도

끝 안 보이는 요소수 대란 전국이 불안…사재기·판매사기도 정부·지자체 대책 마련 고심…소방서에는 기부 미담 사례 잇따라   (전국종합=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좀처럼 해결 가닥이 잡히지 않는 요소수 대란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경유 차량에 쓰이는 요소수 대란의 끝이 안 보이자 8일에는 화물차량, 항만 등 일반 운송 업계는 물론 쓰레기 수거, 통학버스 등 일부 공공 영역과 일반 승용차 운전자들로부터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심지어 요소 비료마저 일부 공급 부족 현상을 빚으면서 농업계마저 걱정에 휩싸였다.   ◇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곳곳 요소수 비상     경기 의정부에 사는 P씨는 지인으로부터 "근처에 요소수 판매라고 써 붙인 주유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 급하게 차를 몰고 갔지만 허탕을 쳤다. P씨는 "SUV에 넣을 차량용 요소수를 구하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부러 차를 몰고 갔지만 이미 요소수가 바닥난 상태였다"며 "해결 기미가 안 보이는데 어디서 요소수를 구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쓰레기 수거 차량 같은 공공 영역에서도 요소수 부족에 따른 서비스 차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청소 차량은 총 3천236대로, 이 중 쓰레기 수집·운반 차량(2천286대)의 절반가량(1천171대)이 요소수가 필요한 차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쓰레기 수집·운반 차량은 대부분 대행업체가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확보한 요소수 물량은 약 3주 정도 사용량밖에 안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수출입 물동량의 70%를 감당하는 부산항 등 운송 부문의 위기감은 더 크다. 화물차운송사업자협회는 전국적으로 3천대 이상의 컨테이너 차량 가운데 20%가 최근 요소수 부족으로 멈춰있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주유소에 간혹 한 번에 1천ℓ 정도의 요소수가 들어와 평소 거래하던 차량에만 공급하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이 일주일만 더 지속하면 컨테이너 차량 절반가량이 움직일 수 없게 되면서 문제가 심각해진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제주에서는 일부 학교나 어린이집 통학용 차량의 운행 중단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중학교(특수 학교 등 포함)용 통학버스 87대 중 학부모회가 임차해 운영하는 58대는 현재 지원 대상도 아니고 전체 통학버스에 대한 여유 요소수도 다음 달 동이 날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공용차량에 대한 요소수 수요를 조사해 지원해 주기로 했지만, 통학버스는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고 말했다. 요소수뿐만 아니라 요소로 만드는 요소 비료도 벌써부터 공급 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 제주에서는 1인당 요소 비료 구매를 20포 가량으로 제한했지만 현재 재고가 바닥난 상태여서 내년 농사를 준비하는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 정부·지자체 단속에도 매점매석·판매사기     정부는 중국이 요소에 대해 수출전 검사를 의무화하면서 사실상 수출 제한에 나선 데 따른 이번 요소수 대란에 대응해 호주와 베트남 등에서 긴급 수입 물량을 확보하는 등 대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물량은 아직 미미하다. 예컨대 호주에서 들여오기로 한 2만7천ℓ는 하루 사용량의 몇%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고 베트남과 협의 중인 물량은 약 1만t으로 더 적다. 지난해 기준 차량용 요소수는 하루에 600t 정도 사용됐고, 월간 2만t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불안감을 노린 판매 사기나 매점매석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과에 따르면 현재 요소수 판매 관련 사이버 사기 범죄가 이날 기준 34건 접수됐다. 경찰은 "사이버사기에 대한 책임 수사관서를 지정해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피해 규모가 큰 다액 사건은 시도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살펴보도록 하는 등 엄정하게 단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지자체도 요소수 매점매석과 불법 유통 행위에 대해 강력한 단속에 돌입했다. 경기도는 이날 도내 31개 시군 부단체장이 참석하는 긴급 영상회의를 열고 필수 차량을 제외한 경유차량 사용을 자제하고 노선버스 등 대중교통의 운행 차질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비상 수송대책도 논의했다. ◇ 소방서에는 요소수 기부 행렬 이같은 불안 상황에서 소방관서 등에 요소수를 기부하는 미담 사례도 잇따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경기 평택소방서에는 화물차를 탄 한 남성이 오성 119 지역대에 차를 세우고 요소수 다섯 상자를 내려놨다.   소방관들이 나와 감사의 말을 전하려 했지만 이 남성은 "멈추지 말고 전진해 주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광주 광역시 광산소방서 청사 소방차 차고 앞에도 한 시민이 빵과 우요, 간식 등과 함께 10ℓ 요소수 한 통을 두고 갔다. 울산 울주소방서에도 이날 새벽 범서119안전센터 앞에 부부로 추정되는 남녀가 10ℓ짜리 요소수 7통을 놓고 갔다. 요소수 외에 별도 메모나 편지는 없었다. 전날 오후에는 안성시 죽산면 소재 죽산119안전센터에 익명의 남성이 방문해 "소방서를 위해 써달라"며 역시 요소수 5통(50ℓ)을 전달한 뒤 자리를 떴다. 지난 7일 충남 보령소방서 신흑 119 안전센터에도 한 남성이 요소수 50ℓ와 디젤용 연료첨가제 10ℓ를 두고 갔다. 소방 관계자는 "공공의 안전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기부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신속한 출동과 품질 높은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jhch79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판매사기 요소수 차량용 요소수 요소수 대란 요소수 물량

202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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