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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칠 것인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미국에 주어진 선택지는 더는 좌우가 아니라 ‘위아래’임을 역설했다. ‘개인의 자유’라는 최상의 높은 길과 전체주의라는 최하의 바닥 길 중 하나를 선택할 시간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평화냐 전쟁이냐’라는 기만적 말장난이 아니라, 공격하는 적에 맞서 ‘싸우느냐 항복하느냐’를 선택하는 ‘운명과의 조우’를 직시하라”고 했다. 자유민주주의 쟁취는 보수(우파)와 진보(좌파)의 문제가 아니라 싸워 이겨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것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는 단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닌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와 싸우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사상적 이념에 함몰된 것이 아니라 강력한 군사력으로 사회주의보다 월등한 국가로 세워가는 것이다. 미국은 보편타당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요, 그러기에 어느 국가도 넘볼 수 없는 강력한 국가가 됐다.   그러나 한국은 통상 보수(우파)와 진보(좌파)가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념적 색채까지 덧입혀진 이분법으로 나뉘었다. 해방 전후의 역사가 말해 주듯이 사상적 이념에 의해 남북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사회주의 국가로 나뉘어 세워졌다. 대다수의 국민은 사상적 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분단이 되었고, 남한은 해방 후에도 계속되는 이념 논쟁에 좌파 성향이 뿌리내리며 대학가에선 북한을 추종하는 주사파까지 등장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오늘날 이념과 함께 보수와 진보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역대 진보 정권을 보면 북한에 유화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럴 때마다 ‘평화냐 전쟁이냐’는 말로 평화를 앞세우며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쟁을 겪어본 어느 누가 전쟁을 원하겠는가. 그러나 지금은 안보라는 이념적 사상도 보수와 진보로 엮어버렸다. 결국 대화 중에서 보수를 향해 ‘꼴통’, 진보를 향해서는 ‘빨갱이’란 말이 서슴없이 나오며 국민 분열에 한몫했다고 본다.     남북한은 분단국가로 북한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남한을 공격할지 모른다. 북한은 올해 들어 수차례에 걸쳐 동서해로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했다. 김정은은 이미 남한을 적대국으로 간주하고, 핵과 미사일로 호전적인 군사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부담하지 않으면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아주 부유한 나라를 미군의 자산으로 방어할 필요가 없다며 한국에 미군 주둔 비용 분담 확대를 압박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기에 이해가 된다. 그러나 지난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돈으로 해결될 한미안보 관계가 아님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6일 한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는 한반도에 미군을 인질로 붙잡아둬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이다. ‘인질’이라는 말은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은 아닌지 내심 불안하다.     주한미군이 ‘인질’이 된다면 한국 국민은 어떻게 되겠는가. 한국이 북한을 상대로 압도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무슨 말이며, 또 그만큼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것은 대체 무슨 의미인가.     더 위험한 발언은 핵까지 언급한 것이기에 한반도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걷잡을 수 없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또한 미국이 자국 도시들을 희생하면서까지 한국을 북한 핵 공격에서 보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그의 말은 또 무엇인가. 그것이 북한 핵시설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면 위험천만이다.   이처럼 국제정세는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한국 정치는 정쟁에만 매여 긴급한 안보에는 관심도 없는 모습이다. 특검에 대통령 탄핵까지 주장하는 야당이나 남 탓만 하는 여당을 보면 나라의 희망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지. 한마음이 되어도 부족한 마당에 긴급한 안보정책은 뒷전이니 서글퍼진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쟁취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싸워 이겨야 하는 것”이라고 한 말을 상기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칠 것인가.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외양간 자유민주주의 국가 자유민주주의 쟁취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2024-05-08

[이 아침에] “낮은 데로 임하소서”

요즘은 몸보다 마음이 더 추운 쓸쓸한 세상이다. 제 잘난(?) 맛에 남보다 더 많이 소유한 것을 뽐내며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개인주의, 물질주의의 세상이다. 가진 것 없고, 이룬 것 없는 사람들은 아예 기를 펼 수 없는 추운 세상이다. 주위 어디를 둘러봐도 위로받을 곳 하나 보이지 않는 외롭고 힘든 세상이니 말이다. 기술 문명의 혜택으로 먹고사는 것은 더 풍요로워지고 있는데 마음은 오히려 더 춥고 외롭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추운 계절인데도 12월은 ‘성탄’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마음 한구석에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어 좋다. 그것은 온 우주, 모든 것을 소유하신 만물의 주인께서 가장 ‘낮은 데’로 오셨다는 사실이 많은 위로가 된다. 더욱이 아무도 눈여겨 주지 않은 ‘나’를 찾아 인간이 되어 오신다는 꿈(?)같은 사실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징글벨 소리가 울려 퍼지는 성탄절이 다가오면 온통 축제다. 모든 이를 가슴설레게 하는 ‘성탄’의 신비 때문이다.   성탄은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이기에 죄의 아픔과 두려움으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어두운 나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한 줄기 밝은 구원의 빛이다. 우리네 처지보다 더 춥고 보잘것없는 외양간 오물 냄새가 진동하는 가난한 구유 안으로 영광의 하느님이 ‘낮은 자리’를 찾아 임하셨다는 사실이야말로 나에겐 완전한 위로며 힘이며 구원이다. 아니 대박 중의 대박이다.  이것 말고 세상에 그 무엇이 못나고 기죽어 사는 나를 인간답게 대접해 주고, 죄의 두려움으로 움츠러든 영혼에 구원과 힘과 따뜻한 용기가 되어 줄 수 있겠는가!       이 사실을 아는 한 주위에서 아무리 가진 것을 뽐내며 제 잘난 맛에 목에 힘주며 떵떵거리며 사는 겁주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가진 것 없고 내세울 것 없다 하여 기죽고 살 일만은 아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성탄은 나를 찾아오시는 ‘그분’을  만나는 것이며, 마음의 문을 열고 그분을 주님으로 받아 모셔 들이는 관계성이다. 문제는 그분(그리스도)을  어디서,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 이는 우리가 모두 풀어야 할 각자의 몫이다.  알고 보면,  하느님이 인간이 되어 이 세상에 오셨을 때 몸 풀 곳을 헤매는 가난한 부부를 딱하게 여긴 어떤 사람이 내어준 ‘외양간’이 바로 내가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장소며 구세주가 내 안에 들어오실 수 있는 내 마음의 문이다.  우리 주변의 딱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마음을 열 때, 그곳은 바로 하느님이 오시는 또 하나의 ‘외양간’이 될 수 있으며, 그곳이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영성 신학자요 사제인 헨리 나우웬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하버드 대학 교수직을 떠나 이름 없는 작은 양로원에 들어갔다. 그는 그곳에서 15년간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몸을 씻어주는 등 봉사하며 살다 세상을 떠났다. 그는 ‘마음에서 들려오는 사랑의 소리’라는 저서에서 “나는 하버드대학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하느님을 가난한 양로원에서 만날 수 있어 행복합니다”라고 고백했다 한다.  높은 명성 대신 낮은 데로 내려온 그의 삶이 성탄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김재동 / 가톨릭 종신부제이 아침에 마음 한구석 외양간 오물 개인주의 물질주의

2023-12-24

[기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칠 건가

지난 7일 세계 최고의 정보력과 방어망을 자랑하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로부터 기습 공격을 당했다. 수천발의 미사일과 침투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면서 6m 높이의 콘크리트 장벽과 철조망 설치했다.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달았고  2㎞마다 원격 조종 기관총이 설치된 무인 감시탑을 세웠다. 그런데 하마스의 동시다발적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최첨단 방어 시스템 ‘아이언돔’도 뚫렸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와 신베트가 하마스의 도발 계획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정보 작전 실패로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것이 큰 피해로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전쟁을 선포하고 반격에 나섰지만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현대전은 정보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보로 사전 방위태세를 갖출 수 있고, 선제공격도 할 수 있다.   이·팔 전쟁의 전황을 보면서 왠지 한반도의 불안감이 스치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필자가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것은 국민과 정치권이 좌·우로 갈라져 있기에 더욱 그렇다.     우려되는 것의 하나는 9·19 군사합의 이행이고, 또 하나는 종전협정 주장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맺은 9·19 군사합의에는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의 조항이 담겨있어 북한의 군사정보 탐지가 어렵다. 이·팔 전쟁에서 보듯이 정보전으로 판가름이 나는데 눈과 귀를 가리고 어떻게 방어할 수 있겠는가. 지금도 북한은 군사합의는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 발사, 한국 영공 무인기 침범 등 반복적으로 합의 내용을  위반하고 있지 않은가. 좌·우를 떠나 9·19 군사합의는 빨리 파기하는 것이 국가 안보태세를 확고히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미국과 연대해 확고한 선제 타격 태세를 갖출 때 우리 스스로가 평화를 지킬 수 있다.   또 하나는 종전협정 주장으로 분열된 민심을 바로 잡아야 한다. 6·25 전쟁 당시 유엔군의 참전으로 오늘의 한국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중·러가 유엔 무대에서 공공연히 북한을 두둔하는 상황 때문에 북한의 기습 도발이 있을 경우 유엔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지난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첫 공개회의를 개최했지만 러시아가 제안한 결의안에 하마스 규탄 내용이 빠져 서방 진영과 러시아·중국 간 갈등만 하다 빈손으로 끝났다. 유엔 안보리는 1300명이 사망한 하마스 공격에 대한 규탄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에 대한 입장도 내놓지 못한 채 빈손으로 회의를 끝냈다. 그러나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유엔사는 이미 73년 전 유엔안보리 결의 83호와 84호를 통해 창설된 조직이어서 정전(휴전)협정이 유지되는 한 한반도 유사시 별도의 안보리 결의 없이도 현재의 임무가 유효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종전협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북한이 핵무장을 강화하는 등 대남 적화 야욕을 포기하지 않는 한 유엔사가 해체되는 종전협정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김정은도 적화통일을 위해 하마스처럼 우리 군이 상상도 하지 못한 방법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시간에 전략적 기습을 감행할지도 모른다. 이스라엘의 정보 실패 사례를 교훈 삼고, 모든 국민이 확고한 안보태세로 북한의 도발 의지를 사전에 꺾는 것이 중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칠 일은 없어야 한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외양간 종전협정 주장 군사정보 탐지 군사합의 이행

2023-10-18

[기고] ‘소 잃고 외양간’ 타령만 할 것인가

지난 6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에 대한 국가애도기간이 끝났다. 해외에서도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전해왔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백히 가려야 할 때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 안전시스템 점검 회의를 열고 “각종 재난 안전사고에 관한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켜켜이 쌓인 구조적 문제점을 과감하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참사 관련 진상규명이 철저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국민 여러분께 그 과정을 투명하게 한 점 의혹 없이 공개하도록 하겠다”며 “그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기관리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훈련을 통해 수시로 시스템 작동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예견된 인재다. 안전 불감증 탓에 위험성을 간과하다 후회하는 철부지 같은 행동은 이번 기회에 끝내야 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 그토록 재난 대비 시스템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지만, 또다시 이에 버금가는 참사를 보며 필자만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위험 사태 발생 징조가 있었는데도 예방 조치에 발 빠른 대처가 미흡했다면, 이것은 직무유기다. 이태원 참사 후 용산경찰서 측은 부실 대응에 대한 흔적을 삭제하거나 은폐한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인파 집중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소속 경찰들의 사전 보고서 여러 건을 삭제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만 반복되어온 것이 아니겠는가.   대형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은 평소에도 자유롭고, 국제적인 분위기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 유행 이후 처음으로 거리 두기 없이 대규모 핼러윈 행사가 열리면서 축제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다 한순간 내리막길에 사람들이 몰리며 와르르 무너졌다. 이런 압사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 방지할 수도 있다. 크고 작은 사고를 많이 겪은 경험을 토대로 안전수칙에 따라 미리 일사불란하게 대비하는 것만이 유일한 예방일진데, 이에 대한 대비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재난 대비시스템을 구축하고, 대규모 인원이 몰릴 때를 상정한 인파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다면 이것이 인재가 아니고 무엇인가.   요즈음 휴대폰에 내장된 전자기기 시스템이 얼마나 편리하고 좋은가. 휴대폰을 통해 행사장 정보를 수시로 알리고, 최악의 상황이 감지되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예방할 수 있다. 평소에도 많은 인파가 모이는 곳이라면 관할 행정기관이 CCTV를 설치해 수시로 인구밀도, 통행 방향 등을 파악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긴급 안전관리 인원 투입, 출입 통제 같은 조처를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IT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과연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있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사고가 나면 정치권이나 사회단체들은 정부만 성토할 것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함께 국민의 안전 의식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함께 내야 한다.   윤 대통령은 “각종 재난 안전사고에 관한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켜켜이 쌓인 구조적 문제점을 과감하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국민은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 타령만 할 것인가!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외양간 타령 재난 대비시스템 국가 안전시스템 이태원 참사

2022-11-07

[기자의 눈] 외양간은 소 잃기 전에 고쳐야

LA시와 한인타운의 직접적인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이하 WCKNC)의 공전 사태가 9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한 현직 대의원은 “지난 16년 동안 겪어본 주민의회 중 역대 최악”이라며 개탄했다.   WCKNC는 지난 1월부터 대의원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이 커뮤니티 소식을 알 수 있었던 웹사이트 소유권 마저 타인에게 뺏기면서 선거 캠페인 홈페이지로 변모했다.  기술적 문제도, 비용 문제도 아니고 단순히 모이지 못해 벌어진 결과다.     LA시 규정에 따르면 주민의회는 비정치적 지구다. 영어로 ‘Neighborhood Council(주민의회)’이라 불려 ‘의회’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것 때문에 과거 일부 한인들이 주민의회를 마치 시의 하위 조직으로 오해해 대의원 선거가 필요 이상으로 과열됐던 적도 있었다.     주민의회는 LA시의 입법과 행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진 못한다. 그렇다고 한국의 ‘동네 사랑방’이나 ‘반상회’와는 엄연히 다르다.  LA시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기구로서 LA시의회의 결의·결정 사항에 민의를 전달할 수 있다. 즉, 시의회의 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역할을 해 시 정부가 절대 홀대 할 수 없는 기구라는 것이다.     한인타운은 이미 주민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의 파장을 경험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한인사회를 들끓게 했던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신설 추진’이 좋은 예다. 당시 스캇 서 WCKNC 의장이 사임한 이후 제대로 된 주민의회 회의가 개최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주민의회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인 ‘커뮤니티 영향 보고서(community impact statement, CIS)’ 제출에 차질이 빚어졌고, 결국 어수선한 상황 속에 방글라데시 커뮤니티는 오랜 기간 준비해온 주민의회 신설을 추진하면서 한인타운은 두 동강이 날 위기에 처했었다.     주민의회가 지켜져야 하는 이유는 존재의 장점보다, 없을 때 주민들이 겪게 되는 불이익에 있다. 직접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사실상 그리 많지 않지 않지만, 제구실을 못 했을 때 그로 인해 주민들이 받게 될 손실은 막대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주민의회 공전 사태는 한인타운 주민들이 LA시와의 ‘소통창구’를 하나 잃게 된 것과 마찬가지다. 더구나 현재 LA한인타운은 시의원 공석 사태가 10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주민의회의 역할이 더욱 절실한 이때, 제 구실을 못해 주민들의 불이익 커지고 있다. 주민의회의 공전 사태가 장기화되면 피해는 오롯이 주민들의 몫이 된다.  지역 현안 개선을 위한 안건이 제시될 수도 없고, 지역 행사나 새로운 프로젝트 진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기능을 상실한 집단은 외면받기 쉽다. 주민의회의 기본 업무인 각종 개발, 조건부 판매 허가(CUP), 인프라 보강 등의 1차 심의에 대해서도 LA시는 더 이상 예민하게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결국 주민들의 목소리는 힘을 잃어갈 것이다.     임파워LA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선거 기준 WCKNC 지역 내 주민은 10만3364명으로, LA시의 주민의회 99개 중 가장 많다. 즉, 주민들의 의견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 중 하나라는 의미다. LA시가 한인타운 주민들의 목소리에 둔감해도 괜찮은 상황을 계속 방치해선 안 된다. 한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소통창구인 주민의회를 굳건히 지키는 것만이 방법이다.     지난 2018년 당시처럼 ‘소 잃기 직전에야 외양간 고치는 일’은 반복하지 말자. 장수아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외양간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코리아타운 주민의회 주민의회 회의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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