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외양간은 소 잃기 전에 고쳐야
LA시 규정에 따르면 주민의회는 비정치적 지구다. 영어로 ‘Neighborhood Council(주민의회)’이라 불려 ‘의회’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것 때문에 과거 일부 한인들이 주민의회를 마치 시의 하위 조직으로 오해해 대의원 선거가 필요 이상으로 과열됐던 적도 있었다.
주민의회는 LA시의 입법과 행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진 못한다. 그렇다고 한국의 ‘동네 사랑방’이나 ‘반상회’와는 엄연히 다르다. LA시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기구로서 LA시의회의 결의·결정 사항에 민의를 전달할 수 있다. 즉, 시의회의 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역할을 해 시 정부가 절대 홀대 할 수 없는 기구라는 것이다.
한인타운은 이미 주민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의 파장을 경험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한인사회를 들끓게 했던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신설 추진’이 좋은 예다. 당시 스캇 서 WCKNC 의장이 사임한 이후 제대로 된 주민의회 회의가 개최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주민의회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인 ‘커뮤니티 영향 보고서(community impact statement, CIS)’ 제출에 차질이 빚어졌고, 결국 어수선한 상황 속에 방글라데시 커뮤니티는 오랜 기간 준비해온 주민의회 신설을 추진하면서 한인타운은 두 동강이 날 위기에 처했었다.
주민의회가 지켜져야 하는 이유는 존재의 장점보다, 없을 때 주민들이 겪게 되는 불이익에 있다. 직접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사실상 그리 많지 않지 않지만, 제구실을 못 했을 때 그로 인해 주민들이 받게 될 손실은 막대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주민의회 공전 사태는 한인타운 주민들이 LA시와의 ‘소통창구’를 하나 잃게 된 것과 마찬가지다. 더구나 현재 LA한인타운은 시의원 공석 사태가 10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주민의회의 역할이 더욱 절실한 이때, 제 구실을 못해 주민들의 불이익 커지고 있다. 주민의회의 공전 사태가 장기화되면 피해는 오롯이 주민들의 몫이 된다. 지역 현안 개선을 위한 안건이 제시될 수도 없고, 지역 행사나 새로운 프로젝트 진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기능을 상실한 집단은 외면받기 쉽다. 주민의회의 기본 업무인 각종 개발, 조건부 판매 허가(CUP), 인프라 보강 등의 1차 심의에 대해서도 LA시는 더 이상 예민하게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결국 주민들의 목소리는 힘을 잃어갈 것이다.
임파워LA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선거 기준 WCKNC 지역 내 주민은 10만3364명으로, LA시의 주민의회 99개 중 가장 많다. 즉, 주민들의 의견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 중 하나라는 의미다. LA시가 한인타운 주민들의 목소리에 둔감해도 괜찮은 상황을 계속 방치해선 안 된다. 한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소통창구인 주민의회를 굳건히 지키는 것만이 방법이다.
지난 2018년 당시처럼 ‘소 잃기 직전에야 외양간 고치는 일’은 반복하지 말자.
장수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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