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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오늘은 오페라 아리아로 산책하러 나가 보려고 합니다. 이민자로 산다는 것이 뭔지, 먹고 사는 것이 뭔지 통 생활에 여유가 없어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하다가 실로 오랜만에 수필을 쓰는 것 같습니다.   작곡가 푸치니는 많은 오페라를 작곡했는데 투란도트는 그의 유작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아리아 Nessun Dorma는 참으로 아름다운 노래로 많이 불렸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투란도트는 고대 중국의 공주 이름인데 공주는 절세미인입니다. 그러나 차갑고 냉혹한 얼음 공주로 나옵니다. 이제 공주가 결혼해야 하는데 맘에 차는 사람이 주위에 도무지 없습니다. 그래서 공주는 전국에 공포해서 멋진 남자를 찾습니다.   공주가 낸 수수께끼 세 개를 다 맞추면 그 청년과 결혼하겠다. 그러나 만일 맞추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공포합니다. 용감한 청년들이 많이 도전했지만 모두 맞추지 못하고 참수형을 당합니다. 그들의 목이 거리에 많이 걸려 있습니다. 이런 공포 속에서 용감히 등장하는 왕자 칼리프. 칼리프는 공주의 수수께끼 세 개를 다 맞춥니다. 약속대로라면 공주는 칼리프와 결혼해야 합니다. 그러나 공주는 거절합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이때 왕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내가 수수께끼를 하나만 내겠습니다. 공주가 맞추면 내가 사형당하고 맞추지 못하면 나와 결혼해야 합니다. 내 이름이 무엇입니까. 단 이 밤이 새기 전에 맞추어야 합니다.” 이에 공주는 시녀들에게 선포합니다. 아무도 잠들지 말라. 이 밤이 새기 전에 왕자의 이름을 알아 오라. 만일 알아오지 못하면 모두 죽이겠다.   이때 부르는 왕자의 노래가 Nessun Dorma 입니다.   아무도 잠들지 말라. 아무도 잠들지 말라. 그러나 공주의 수고는 헛될 뿐.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네. 오직 나만 알고 있을 뿐.   이 밤이 가고 새벽이 오면 나는 승리하리라. 나는 승리하리라.   진짜 멋진 아리아입니다. 이 아리아 배경으로 여성 합창이 정말 아름답게 울려 퍼집니다.     이제 새벽이 오면 우리는 다 죽는구나. 우리는 다 죽는구나.   이 오페라에서 공주는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이것을 식언이라고 합니다. 자기가 한 말을 자기가 먹어서 없던 말로 해버렸습니다. 또 공주는 힘의 논리를 폅니다. 공주는 힘이 있고 왕자는 없으며 공주에게는 생사여탈권이 있으나 시녀들에게는 없습니다. 한쪽은 정의는 있지만 힘은 없고 한쪽은 정의는 없지만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왕자는 공주의 불의에 당당하게 저항합니다. 작곡가는 이 모습을 남성의 최고 음으로 표현했습니다.     시녀들은 이제 날이 밝으면 죽어야 합니다. 정의 편에 서 있지만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녀들은 비록 죽음이 앞에 있지만 저항 세력을 응원하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릅니다. 정의를 위하여 싸우는 투사의 노래와 너무나 아름답게 조화를 이룹니다.   Nessun Dorma는 이렇게 호소합니다.     힘없는 정의가 이긴 역사는 없다. 그러나 불의에 저항하는 정의는 있고 이를 지원하는 여성의 절규가 있다. 저항과 절규는 아름답습니다. 이 아침 이 노래를 들어 보세요. 나는 승리하리라고 외치는 남성 최고 음을 감상하시며 오늘도 승리의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중간 부분에 있는 여성의 합창(절규)을 놓치지 마세요. 이강민 / 관세사삶의 뜨락에서 공주 왕자 칼리프 오페라 아리아 아리아 배경

2024-02-01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어린 왕자]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어린 왕자’   김건흡 MDC시니어센터 회원   〈어린 왕자〉는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작품으로, 소혹성 B613호에 사는 어린 왕자가 여러 별을 여행하면서 겪은 일들을 엮은 동화다. 이 작품에는 삶에 찌들고 허황된 욕망과 탐욕만을 좇으며 순수함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많은 생각할 것을 가져다주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한때 분명 어린이였던, 그러나 어린이임을 잊고 사는 우리들에게 〈어린 왕자〉는 우리의 과거 모습을 우화의 형식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의 장을 열어 준다. 알게 모르게 철학을 담고 있는 〈어린 왕자〉는 사실 어른들의 이야기다. 이 책은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하여 비행기를 고치던 중 어린 왕자를 만난 어느 조종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느 작은 별에 어린 왕자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디에선가 씨앗 하나가 날아와 싹을 틔우고 자나가더니 마침내 꽃을 피웠다. 평소 무척 외로움을 느끼던 어린 왕자는 곧바로 이 꽃을 사랑하게 되어 정성을 다해 돌보아주었다. 하지만 꽃은 무척 거만하고 까다로웠다. 바람막이를 해 달라, 유리덮개를 씌워 달라, 요구하는 것도 많고 불평 또한 많았다. 이에 실망한 어린 왕자는 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다른 별로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6개의 행성에서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고, 일곱 번 째로 지구, 그중에서도 사막에 도착한다. 사막은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이었다. 그런데 사막에서 만난 뱀이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 틈에 섞여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사막이라는 물리적인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도시에 있어도 다른 사람들과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다면 그곳은 사막과 같은 곳이다. 책 속의 화자인 조종사 역시도 어린 시절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을 봐 왔고, 이런 사람들에겐 보아뱀이나 원시림, 별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카드놀이나 골프 ,정치, 넥타이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어린 왕자도 앞서 6개 행성에서 사람들을 만났지만, 여전히 사막 과 같았을 것이다. 이렇게 사막과 같은 세상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사막에서 조종사와 어린 왕자는 오아시스처럼 알아가기 시작한다.     어린 왕자는 5천 송이가 넘는 장미꽃들이 있는 정원에 다다른다. 분명 자신의 별에서 만난 꽃은 자기와 같은 꽃이 없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냥 수많은 장미꽃 중의 하나라는 생각에 슬퍼졌다. 어린 왕자의 꽃이 이 사실을 안다면 상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여우가 나타나서 ‘길들인다’는 것에 대해서 말한다. 왕자가 말한다. “이리 와서 나하고 놀자. 난 아주 슬프단다,”여우가 대답했다.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지지 않았거든.”잠시 생각해 본 후에 왕자가 다시 물었다. “길들여진다는 게 뭐지?”“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여우가 다시 말한다. “네가 나를 길들이면 내 생활은 해가 돋은 것처럼 환해질 거야. 난 어느 발소리하고도 다른 발소리를 알게 될 거다.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이 되어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런데 그토록 절절한 관계가 오늘의 인간 촌락에서는 퇴색해 버렸다. 서로를 이해와 타산으로 이용하려 든다. 정말 각박한 세상이다. 나와 너의 관계가 없어지고 만 것이다. ‘나’는 나고, ‘너’는 너로 끊어지고 말았다. 이와 같이 뿔뿔이 흩어져 버렸기 때문에 나와 너는 더욱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인간 관계가 회복되려면 ‘나’와 ‘너’ 사이에 ‘와’가 개재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될 수 있다. 다시 여우의 말을 들어보자. “사람들은 이제 무얼 알 시간조차 없어지고 말았어. 다 만들어 놓은 물건을 가게에서 사면 되니까. 하지만 친구를 팔아 주는 장사꾼이란 없으므로 사람들은 친구가 없게 됐단다. 친구가 갖고 싶거든 날 길들여 봐.”   길들인다는 뜻을 알아차린 어린 왕자는 그 장미꽃 때문에 보낸 시간이 자기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하게 된 것임을 알고 이렇게 말한다. “내 장미꽃 하나만으로 수천수만의 장미꽃을 당하고도 남아. 그건 내가 물을 준 꽃이니까. 내가 고깔을 씌워주고 바람막이로 바람을 막아준 꽃이니까. 내가 벌레를 잡아준 것이 그 장미꽃이었으니까. 그리고 원망하는 소리나 자랑하는 말이나 다 들어준 것이 그 꽃이었으니까. 그건 내 장미꽃이니까.”그러면서 자기를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영원히 자기가 책임을 지게 되는 거라고 했다. “너는 네 장미꽃에 대해서 책임이 있어!”   그렇다. 현대인은 바쁘게 살고 있다. 시간에 쫓기고 일에 밀리고 돈에 추격당하면서 정신없이 산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피로 회복제를 마셔가며 그저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전혀 길들일 줄을 모른다. 그래서 한 정원에 몇 천 그루의 꽃을 가꾸면서도 자기네들이 찾는 걸 거기서 얻어내지 못한는 것이다. 그것은 단 한 송이의 꽃이나 한 모금의 물에서도 얻어질 수 있는 것인데.     튀르키예의 저항시인이었던 나짐 허크메트는 ‘신과의 인터뷰’라는 시에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신의 이름을 빌려 이렇게 조소한다.“사람들의 어떤 점이 가장 신기한가요?”신이 대답했다. “어린 시절이 지루하다고 서둘러 어른이 되는 것, 그리고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려고 갈망하는 것, (중략)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버리는 것, 그리하여 결국 현재도 미래도 살지 못하는 것,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는 결코 살아본 적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   어린 왕자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어떤 별에서 어린 왕자는 우리를 보고 웃고 있을 것이기에. 우리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마다 모든 별들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양 한 마리가 하늘 어디에선가 장미꽃 한 송이를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 어린 왕자처럼 걱정할 때마다 우리도 처음에는 아이였음을.... 또 우리 삶 속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기억할 것이다. 지금 우리 세상에서 ‘관계’라는 것은 너무나 힘들고 어렵다. 어린 왕자도 어려움을 겪었다. 왕자가 살던 행성에서 왕자가 장미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장미가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왕자가 장미를 처음 보고 한 말은 “참 아름답군요.”였다. 즉 왕자는 장미의 외면을 보고 사랑에 빠진 것이다. 장미꽃은 내면으로는 나약하고 사랑을 갈구하고 순진한 존재이지만, 외면적으로는 자존심 때문에 허세를 떨고 강한 척을 한다. 장미라는 존재는 겉으로는 심술을 부렸지만, 그 심술 뒤에는 애정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사랑은 깨질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서로가 너무 어렸고, 진정으로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장미의 정원에서 왕자는 쇼크를 받는다. 내가 사랑한 장미들이 이곳에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길들인다’라는 것은 누군가를 자신의 마음에 통재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타인에게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나의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이고, 그 사람을 위해 헌신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80억 명 중 한 명이다. 우리는 평범한 존재이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우리의 역할은 그 누구로도 대체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우리가 누군가에게는 하늘의 별이 될 수 있고, 사막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가 아무 것도 아니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누 군가가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준다는 것은 내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어린 왕자〉는 나에게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는 말은 평범하다. 누구나 절감하는 삶의 근본 문제가 아닌가.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사회적 관계 속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각 개인은 ‘선택의 여지없이’ 존재의 두 층위에서 살아간다. 하나는 ‘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다. 온전히 착하게 사는 것은 나·우리의 영역에서 동시에 잘 사는 것이다. 그래서 유태인 랍비이자 철학자였던 마틴 부버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태초에 관계가 있었다.”고.   〈어린 왕자〉라는 책을 처음 내게 소개해 준 벗은 한평생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벗이다. 이 책을 대할 때마다 거듭거듭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벗은 나에게 하나의 운명 같은 것을 만나게 해주었다. 지금까지 읽은 책도 적지 않지만, 〈어린 왕자〉에게서처럼 커다란 감동을 받은 책은 많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나한테는 단순한 책이 아니라 하나의 경전이라고 한 대도 조금도 과장이 아닐 것 같다.           김지민 기자어른 왕자 장미꽃 하나 장미꽃 때문 사실 어른들

2023-02-13

[역지사지(歷知思志)] 해리 왕자의 ‘스페어’

영국에서 요즘 가장 화제인 책은 해리 왕자가 쓴 『스페어(Spare)』다. 출간 첫날인 1월 10일(현지시간) 40만 부가 팔렸다. 이는 비소설 부문 역대 1위 기록이라고 한다. 이 책의 인기 비결은 상당한 수준의 폭로 덕분이다. 자신의 성생활이나 마약 경험뿐 아니라 아버지인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의 재혼이나 형 윌리엄 왕세자와의 물리적 충돌 등을 상세하게 담았다. 가족에 대한 공격적 내용이 적잖다. 이런 의도는 제목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다. ‘스페어’는 ‘대체재’ ‘예비’ 등을 의미하는 단어다. 해리는 자신의 존재가 형 윌리엄의 비상시를 대비한 대체품 같은 대우를 받고 자랐다고 토로했다.   장자 상속제는 동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왕족이나 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맏이 외에는 스스로 기회를 창출해야 했다. 사제가 되어 종교계 지도자가 되거나 신대륙 개척이 대표적이다.     그래도 근대 이전엔 스페어들에게도 기회가 적잖았다. 예를 들어 조선 27명의 왕 중에서 정상적으로 장자가 왕위를 계승한 경우는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경종 7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의료 기술의 발달 등으로 변수가 적어져 장자 외에 왕위가 돌아가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었다. 또한 과거처럼 종교계나 신대륙을 도모하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해리 왕자는 왕실 이야기를 팔아서 부를 창출하는 스페어의 현대적 모델을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유성운 / 한국 문화부 기자역지사지(歷知思志) 스페어 해리 해리 왕자 장자가 왕위 종교계 지도자

2023-02-01

[잠망경] 아리스토텔레스와 투란도트

대학 시절 한 여대생과 사랑에 빠졌었다. 어느 날 그녀가 “우리 이젠 그냥 친구로 지내요” 한다. ‘플라토닉 러브’ 관계 비슷하게 지내고 싶다는 것.   양파에 식초를 뿌려가며 짜장면을 먹으면서 마주 앉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호되게 설레던 나에게 플라토닉 러브는 아주 이상한 외래어였다. 문학청년 티를 내며 시(詩)에 대하여 호들갑을 떨지 말았을 걸 그랬지.   플라톤의 저서 ‘The Republic, 공화국’(BC 380)에 나오는 ‘시인(詩人) 추방론’을 읽었다. 그는 진리의 원형질, ‘이데아’와 그것을 모방하는 현상계와 현상계를 재차 모방하는 예술가들, 특히 시인들이 공화국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했다. 족쇄를 찬 노예들이 관람하는 동굴 벽의 그림자놀이의 프로듀서들이 예술가라는 사연이다. 동굴 밖에 건재하는 ‘이데아, Idea, 이념(理念)’에 도달하는 것을 훼방 놓는 예술가들!   음악에 대해서도 그는 말이 많았다. 어떤 음계법은 자제력, 용기 같은 덕성을 강화하고 어떤 음계는 애처로움, 연약함을 야기한다는 둥, 흥분을 일으키는 모종의 관악기는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건전 가요’를 주창했다. 내가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나훈아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들으면 그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것이야.   미켈란젤로, 다빈치와 어깨를 나란히 한 르네상스 3대 천재 화가 라파엘로의 바티칸 궁전 벽화 ‘아테네 학당’을 응시한다. 플라톤이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가리키고 있다. 머나먼 천상을 기리는 이상주의자와 지상의 이슈에 급급하는 현실주의자의 차이가 극명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 플라톤과 뜻을 달리하여 “정치는 철학이 될 수 없다”고 저서 ‘정치학’(BC 350)에서 설파하면서 자칫 독재로 빠지기 쉬운 군주정치에 반하여 다수가 운영하는 정부를 선호했다. 플라톤은 사유재산 금지, 공동거주, 공동육아를 주장했고 사회주의의 원조라는 비판을 받는다. 권력의 사유화는 왜 금지하지 않았는가?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시학’(BC 330)에서 “시는 역사보다 진실하다”라 일갈한다. 그는 플라톤이 꺼리는 ‘나쁜 음악’마저도 카타르시스를 통하여 유용하다고 가르친다. 슬플 때 슬픈 음악을 들으면 슬픔이 가시듯이.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아리아 ‘네순 도르마, Nessun Dorma, 모두 잠들지 못하리’를 격한 남성 합창으로 들었다.   남성 혐오증이 심한 투란도트 공주는 청혼자가 세 개의 수수께끼 풀지 못하면 죽여버린다. 러시아 왕자 칼라프가 그녀의 수수께끼를 다 맞춘다. 테스트를 패스했지만 그녀는 이름도 모르는 왕자와의 청혼을 거절한다고 아버지에게 선포한다. 칼라프는다음 날 아침까지 자기 이름을 공주가 알아내면 목숨을 바치고 그러지 못하면 약속을 지키라는 조건을 내세운다. 그리고 내일의 결말을 다짐하며 ‘네순 도르마’를 목청껏 뽑는다. 비장한 카타르시스의 발로다.   투란도트는 왕자의 이름을 알아내려고 그를 짝사랑하는 노예를 심하게 고문한다. 노예는 자결하고 왕자가 성급하게 덤벼들어 투란도트와 짙게 키스한다. 차가운 마음이 사라지면서 정염의 불길이 솟는 공주는 왕자와의 약속을 지키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제시하는 세 개의 수수께끼를 풀고 국민과 사랑의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취임식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린 네순 도르마가 우리의 장래를 위한 카타르시스가 되기를 기원한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아리스토텔레스 투란도트 투란도트 공주 스승 플라톤 러시아 왕자

2022-05-17

성범죄자 엡스타인 전세기 명단에 클린턴·트럼프·앤드루 왕자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개인 제트기에 세계 유명인사들이 대거 탑승했었다는 증언이 미국 법정에서 나왔다.   엡스타인의 개인 제트기 조종사로 25년간 일한 로렌스 비소스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연방지법에서 증언자로 나서 당시 항공기의 탑승자 중 일부를 공개했다.   그가 밝힌 탑승자 중에는 빌 클린턴·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영국의 앤드루 왕자 등이 포함됐다. 특히 앤드루 왕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온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도 제트기에 탑승했다고 비소스키는 증언했다. 앤드루 왕자는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또한 이 비행기에는 할리우드 배우 케빈 스페이시, 명 바이올린 연주자 이츠하크 펄먼, 미 상원의 조지 미첼, 존 글렌 의원 등도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비소스키는 이들이 엡스타인의 성범죄와 어떤 형태로든 연관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비행 중에는 조종실의 문이 항상 닫혀 있었으며, 성적인 행위를 목격한 적은 없다고도 덧붙였다.   비소스키는 당시 비행기에 '로리타 특급'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로리타는 여성 아동에 대한 변태성욕을 상징하는 단어다.   이날 비소스키의 법정 증언은 엡스타인의 전 여자친구이자 성범죄 공모 혐의를 받는 길레인 맥스웰의 재판에서 이뤄졌다.   영국 태생으로 미국·프랑스 시민권을 보유한 맥스웰은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미성년자를 모집해 소개하는 등 엡스타인의 아동 성범죄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비소스키는 맥스웰과 엡스타인의 관계에 대해 "비즈니스라기보다는 개인적인 관계였지만, 로맨틱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며 "손을 잡거나 포옹하는 장면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했다.   재판에는 엡스타인의 범죄 피해자가 '제인'이라는 가명으로 증언대에 나서기도 했다. 이 여성은 14살 때 엡스타인에게 학대를 당하던 당시 맥스웰이 여러 차례 같은 공간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제인은 1994년 여름 캠프에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하는 부유한 독지가'로 엡스타인을 소개받았으나, 학자금을 약속한 그가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밝혔다.   맥스웰은 지난해 7월 체포돼 브루클린 연방교도소에 수감 중이며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해 왔다. 그의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최고 80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BBC는 전망했다. 엡스타인 본인은 지난해 8월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합뉴스〉  클린턴 성범죄자 앤드루 왕자 엡스타인 본인 도널드 트럼프

2021-12-01

매건 시아버지 팔짱 끼고 입장…파격의 연속

'모든 것이 바뀐 하루(A day when everything changed).' CNN방송은 지난 19일 영국 런던 근교 윈저성의 왕실 전용 예배당인 세인트 조지 교회에서 열린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배우 메건 마클의 결혼식을 이런 제목으로 소개했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6위인 해리 왕자보다 3살 연상에 한 차례 결혼한 적이 있으며 흑백 혼혈인 마클은 여권 신장을 위해 활동해왔다. 보수적인 영국 왕실에 '메건 효과'가 밀어닥치면서 전 세계에 생중계된 결혼식에서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파격이 속출했다. 결혼식은 신부 입장부터 달랐다. 마클의 아버지 토머스 마클은 파파라치에게 사진을 판매했다는 논란에 이어 심근경색 수술로 결혼식에 불참했다. 마클은 예배당에 혼자 들어서 누구의 에스코트도 받지 않고 복도를 따라 걸었다. 중간 지점에서 해리 왕자의 아버지 찰스 왕세자의 팔짱을 끼고 입장했다. 찰스 왕세자가 해리 왕자에게 마클의 손을 잡고 건네주는 절차도 없앴다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 왕실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BBC는 전했다. 왕실 결혼에서 왕자에게 신부가 '복종하겠다'(obey)는 서약을 해왔는데 이런 표현도 사라졌다. CNN은 "마클이 이 절차를 통해 왕실의 규범에 도전할 준비가 돼 있는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임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11살 때 힐러리 클린턴 장관 등에게 편지를 보내 여성을 '부엌데기'라고 표현한 광고를 바꿔놓았던 마클은 유엔의 여성 인권 성 평등 캠페인에 참여해왔다. 해리 왕자도 형 윌리엄 왕세손과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2011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윌리엄은 신부가 입장하는 내내 앞만 보고 서 있었다. 하지만 해리는 마클 쪽으로 몸을 돌리고 입장하는 신부와 눈을 맞추거나 미소를 보이는 등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 군복을 입을 때 면도를 말끔하게 해야 하지만 그는 결혼식에서 평소처럼 턱수염을 기른 채로 참석하겠다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BBC가 보도했다. 결혼식 주례는 영국 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맡았지만 혼혈인 마클을 고려해 최초의 흑인 미국 성공회 주교인 마이클 커리 신부가 설교를 했다. 지방시 드레스 5m 면사포 마클은 프랑스 럭셔리 패션 하우스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디자인한 단아하고 심플한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마클의 드레스는 양어깨가 드러나는 보트 네크라인 스타일에 7부 소매 아래로 갈수록 A라인으로 퍼지는 스커트다. 두 겹으로 붙인 실크 원단으로만 만들어 우아함을 강조하는 대신 5 길이로 길게 늘어뜨린 면사포에서 화려함을 표현했다. 마클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면사포에는 영연방으로 분류되는 코먼웰스 국가들에서 자라는 식물의 수를 놓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신데렐라 같은 동화 속 웨딩드레스가 아니라 마클이라는 한 여성을 당당하게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머리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보석 금고에 보관돼 있던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썼다. 여왕 메리 1세가 사용했던 밴드 스타일의 티아라다. 윈프리·클루니·베컴 등 초대 해리 왕자와 마클은 결혼식에 정치인을 초대하지 않았다. 대신 지인 600여 명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부부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부부 엘튼 존 등이 참석했다. 윈저성 뜰에는 일반 시민 1200여 명이 초대돼 결혼식을 참관했다. 이날 윈저에 모인 10만명 이상의 인파는 결혼식 후 마차를 타고 거리를 돌며 감사 인사를 한 부부를 축하했다. 해리 왕자에게는 '서섹스 공작' 작위가 부여됐다. 경호 비용을 포함해 최대 4350만 달러가 것으로 추산된 결혼 비용은 신부 측 부담이 관례지만 영국 왕실이 낸다. 패션산업과 소매점 등에 영향을 미쳐 이번 결혼식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1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마켓워치는 예상했다. 김성탁 특파원·윤경희 기자

2018-05-20

엄마 반지 끼워주며, 이혼녀와 약혼한 해리 왕자

미국 배우 메건 마클과 사랑 결실 영국 여왕, 찰스 때와 달리 허락 언론 "왕실이 과거에서 벗어났다" 성공회 최고 성직자가 주례 가능성 해리 "엄마, 이 기쁜날 함께 있었으면 달보다 높이 껑충껑충 뛰었을 것" "틀림없이 달보다도 높이 껑충껑충 뛰어오르셨을 거예요. 아마 메건과도 가장 좋은 친구가 됐을 겁니다. 이렇게 기쁜 날이면 정말 어머니와 함께 있던 때가 떠오릅니다."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릴 것이라고 발표하는 날, 왕자는 장난기 많은 아들들이 왕실에 갇혀 있지 않기를 원했던 어머니 다이애나를 그리워했다. 영국 해리(33) 왕자가 약혼녀인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36)과 내년 봄 결혼 소식을 알리며 27일 BBC와 한 인터뷰에서다. 해리 왕자는 마클에게 청혼하면서 끼워준 반지를 소개했다. 반지에 박힌 다이아몬드 세 개 중 가운데는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캔 원석을 가공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지인의 소개로 마클을 만난 해리 왕자는 한 달 뒤 보츠와나 캠핑 여행으로 그를 초대했다. 해리 왕자는 "별 아래에서 5일 동안 함께 머물렀는데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양옆의 다이아몬드 2개는 다이애나의 소장품에 있던 것이다. 황금색 링과 매치된 이 반지는 해리 왕자가 직접 디자인했다. 해리 왕자는 "우리의 여정에 어머니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어머니의 다이아몬드를 썼다"고 설명했다. 마클도 "뵐 수 없지만 해리를 통해 느끼게 되는 어머니(다이애나)가 우리 결혼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해리의 과거와 우리에게 중요한 보츠와나가 연결돼 있으니 완벽하다"고 말했다. 해리의 형인 윌리엄 왕세손도 약혼하면서 케이트 미들턴에게 다이애나의 반지를 선물했다. 다이애나가 1981년 찰스 왕세자와 약혼하며 받았던 블루 사파이어 반지다. 해리와 마클은 BBC 인터뷰에서 프러포즈에 이르는 16개월간의 러브 스토리를 공개했다. 해리 왕자는 이달 초 자신이 거주하는 켄싱턴궁의 노팅엄 코티지에서 청혼했다. 두 사람은 함께 닭고기구이 요리를 만들고 있었고, 해리 왕자가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마클은 해리 왕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예스'라고 말해도 될까"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마클을 만나기 전 해리 왕자는 그가 출연한 드라마를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마클에게도 영국 왕실은 머나먼 존재였다. 하지만 해리 왕자는 "마클을 처음 본 순간 별들이 일렬로 빛나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마클은 "해리와 세상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다양한 일들과 세상의 변화를 일으킬 열정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마클은 유엔에서 성 평등과 여성 권리 신장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2주일을 만나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런던 켄싱턴궁 등에서 사랑을 키워 왔다고 한다. 마클은 결혼 후 배우 활동은 접을 예정이다. 하지만 "뭔가를 포기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과 올바른 장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마클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등 왕실 가족과 수차례 만났고 윌리엄 왕세손 부부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응원했다고 한다. 해리 왕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애완견들이 33년간 나만 보면 짖곤 했는데 마클에게는 꼬리를 흔들었다"는 말도 했다. 마클은 한 차례의 이혼 경력, 또 어머니가 아프리카 출신이란 이유로 해리 왕자와 교제를 시작한 이후 인신공격을 받기도 했다. 당시 마클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 달라고 공개 요청했던 해리 왕자는 "우리는 젊은 세대가 세상을 왜곡된 관점이 아니라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독려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들은 특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이혼녀'와의 결혼을 허락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영국 왕실이 과거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일찌감치 달라졌지만 유독 왕실만은 그동안 보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혼에 대한 전통적 가치에 집착하느라 빚어진 스캔들과 비극도 여럿이다. 1936년 미국인 이혼녀 심프슨 부인과의 결혼을 위해 즉위 11개월 만에 동생에게 왕위를 넘긴 에드워드 8세, 53년 16세 연상의 이혼남이자 아버지 조지 6세의 시종무관이었던 피터 타운샌드에게 청혼을 받은 뒤 2년여간 영국 전체가 발칵 뒤집히는 소동 끝에 "결혼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던 마거릿 공주(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동생)가 대표적이다. 96년 찰스 왕세자와 고(故) 다이애나비의 이혼, 이혼녀 커밀라 파커 볼스와 찰스의 재혼 역시 엄청난 스캔들이었다. 찰스와 커밀라의 결혼식은 교회에서 열리지도 못했다. 영국 국교회 수장이기도 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결정 때문이었다. 윈저 시청에서 열린 결혼식에 여왕은 참석하지도 않았고, 결혼식 이후 윈저궁 내 왕실 전용 예배당에서 열린 '축복 예배'에만 참석했다. 영국 국교회가 "교회에서 재혼할 수 있다"고 공식 허용한 건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그마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라는 조건을 달았다. 영국 왕실 작가인 클라우디아 조셉은 로이터통신에 "여왕은 찰스 왕세자와 커밀라 파커 볼스가 결혼할 때 딜레마에 빠졌을 것"이라며 "찰스 왕세자가 아들인 해리를 위해 길을 터준 셈"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두 사람의 결혼식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영국 성공회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의 주례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서울=홍주희 기자

2017-11-28

해리 왕자, 마크리와 내년 결혼

영국 해리 왕자(33)와 할리우드 여배우 매건 마크리(36)가 27일(현지 시간) 약혼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영국 왕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해리 왕자는 이달 초 런던에서 마크리와 약혼했다"며 "결혼식은 내년 봄 치를 예정이며 이후 두 사람은 런던 켄싱턴궁에 살림을 차릴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 왕자와 지난해 여름부터 마크리와 교제를 시작해 이달로 16개월째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 교제 초기 비밀에 부쳐졌던 이들의 관계는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됐다. 두 사람은 교제 사실을 대중에 알리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언론의 관심을 감당해야 했다. 특히 한 차례 이혼한 적이 있는 데다 어머니가 아프리카계인 마크리에게 '이혼녀'라거나 '흑인 피가 섞인 혼혈'이라는 일부 대중의 인신공격이 집중됐다. 해리 왕자가 지난해 직접 나서서 영국 언론을 향해 "여성혐오적 공격과 인종차별을 중단해달라"고 호소까지 했을 정도였다. 고 다이애나비의 둘째 아들인 해리 왕자는 아버지 찰스 황태자, 형인 윌리엄 왕세손, 2명의 조카에 이어 왕위계승 서열 5위다. 2005년부터 10년간 군에 복무하며 아프가니스탄에 두 차례 파병되기도 했다. 2002년 미국 TV 드라마로 데뷔한 마크리는 법정드라마 '슈츠(Suits)'로 명성을 얻은 배우다. 2011년 영화감독 트레버 엥겔슨과 결혼했다가 3년 뒤 이혼했다. 해리 왕자와 마크리는 지난해 5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상이군인 행사 '인빅터스'에서 처음 만났다. '인빅터스'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했던 해리 왕자가 상이군인을 돕기 위해 창설한 연례 행사다. 당시 드라마 촬영차 토론토에 머물고 있던 마크리가 이 행사에 참석하면서 만남이 성사됐다. 이후 마크리는 런던을 오가며 해리 왕자와 교제해왔다. 이기준 기자

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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