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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력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는 달이다. 우리 인류는 얼마 전에 이미 달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런데 달까지 가기 위해서는 우선 날 수 있어야 하지만, 그저 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력가속도를 이기고 우주 공간으로 솟아야 하는데 비행기나 열기구로는 턱도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로켓 추진 엔진이다. 초속 11.2km로 솟구쳐야 지구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벗어날 수 있는데 이를 지구 탈출 속도라고 한다. 참고로 소리의 속도는 초속 0.34km이고 이를 마하 1이라고 하니 꼭 그렇지는 않지만, 계산상 지구 탈출 속도는 마하 33은 돼야 하고 그런 속도를 내려면 엄청난 연료가 필요할 것이며 그 무게 또한 상당할 것이다.     인간은 태초부터 하늘을 동경했다. 종교를 갖기 시작했을 때 하늘에는 전지전능한 하느님이 살고 천사들이 하느님을 보좌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상상했던 천사는 새처럼 깃털로 된 날개를 달고 있었다. 인류는 날개를 이용해서 날아보려고 수천 년을 노력했지만 불가능했다. 날기 위해서는 꼭 그런 모양의 날개가 필요하다는 고정 관념에 얽매였고 기껏 새나 곤충의 날갯짓을 흉내 내는 것이 전부였다.     유체역학에서 빨리 흐르는 유체는 압력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안 후 윗면이 더 볼록한 고정된 날개를 만들고 그 날개 앞에서 바람을 불었더니 날개 위쪽의 기압이 낮아져서 위로 떠 오르려는 힘을 발견했다. 바로 양력, 뜨는 힘이다. 1903년 미국의 라이트형제는 인류 최초로 동력 비행기를 만들고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 고작 12초 동안의 짧은 비행이었지만, 인류 최초의 조종 가능한 동력 비행이었다. 형제는 2년 후 조금 더 개량된 비행기로 근 40분 동안 40km를 날았다. 다른 경쟁자들이 더욱 강력한 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그들은 조종법의 개발에 힘을 기울였다. 그렇게 고정익 비행기가 탄생했고 나중에 회전날개를 장착한 헬리콥터가 나왔다. 2차대전이 끝날 무렵 프로펠러 엔진은 제트엔진으로 대체됐고 결국 달까지 갈 수 있는 로켓 엔진이 탄생했다.     인간이 창공을 날 수 있게 될 때까지는 수천 년이 걸렸지만 일단 하늘을 나는 법을 알자 단 66년 만에 우리는 지구 바깥 천체인 달에 첫발을 디뎠다. 양력을 발견한 것은 인류 역사상 불의 발견 후로 가장 획기적인 일이었다. 지금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다녀온다. 지금부터 겨우 백여 년 전에 나는 방법을 알아낸 인류는 그렇게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고, 달을 걷고, 조만간 화성을 지구화시켜 이주할 계획을 세웠다.     지구는 약 50억 년 전에 탄생했고 인류가 시작한 지는 약 35만 년이나 되었지만, 문명을 일군 것은 불과 5천 년 전의 일이다. 그렇게 지지부진 진화하고 발달하던 인류는 갑자기 몇백 년 전부터 눈에 띄는 성장을 했다. 전기를 상용화하면서부터다. 그리고 이제는 우주로 뻗어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양력, 즉 나는 법을 터득한 인류가 언제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모른다. 아직은 우리의 물리학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지만, 곧 그런 난관을 이기고 성간을 넘어서 은하 구석구석을 여행할 날이 올 것이고 결국 우리 은하 바깥 외부 은하에 도달할 날이 올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뜨는 힘, 즉 양력을 발견한 후 우리는 지구 밖으로 우리의 활동 무대를 확장하고 삶의 터전을 옮길 날이 머지 않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력 고정익 비행기 동력 비행기 지구 탈출

2024-11-08

[우리말 바루기] 갑진년(甲辰年)

2024년 새로운 태양이 희망을 머금고 힘차게 솟아올랐다. 음력 간지(干支)상으로 올해는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청룡)’의 해다.   간지상의 해는 10간(天干)과 12지(地支)가 순차적으로 배합해 만들어진다. 60가지 조합이 반복되므로 육십갑자 또는 줄여 육갑이라 부른다. 띠는 사람이 태어난 해를 12지가 나타내는 동물의 이름으로 이르는 것이다.   용은 12간지 중 유일하게 상상 속 동물이며 신비로운 이미지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용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는 일에서 적응을 잘 한다고 한다. 또한 정직하고 공정한 성향으로 주변 사람들에게서 존경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올해는 4년마다 찾아오는 윤년(閏年)이기도 하다. 윤년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시간과 보통 1년 365일로 돼 있는 달력의 시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오차를 줄이고자 4년에 한 번 1년의 날짜를 366일로 정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2월이 29일까지 있다.   갑진년, ‘푸른 용의 해’와 같은 간지상 개념은 음력으로 따진다. 따라서 정확하게는 아직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다. 설날(음력 1월 1일)인 오는 2월 10일에야 비로소 갑진년이 시작된다.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요즘은 대부분 양력으로 해를 구분하므로 음력으로 갑진년이 들어 있는 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우리말 바루기 간지상 개념 시간 차이 대부분 양력

2024-01-02

[우리말 바루기] ‘설’과 ‘구정’의 차이

설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설을 구정이라 부르기도 한다. 구정 선물세트, 구정 연휴처럼 ‘설’과 ‘구정’이란 말이 함께 쓰이고 있다.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설은 추석·한식·단오와 더불어 4대 명절의 하나로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이다. 설날은 정월 초하루, 즉 음력 1월 1일이다. 구한말 양력이 들어온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이날에 설을 쇠어 왔다.   그러나 설은 일제 강점기 시련을 겪는다. 일제는 우리 문화와 민족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우리 명절을 부정하고 일본 명절만 쇠라고 강요했다. 특히 우리 ‘설’을 ‘구정’(옛날 설)이라 깎아내리면서 일본 설인 ‘신정’(양력 1월 1일)을 쇠라고 강요했다. 이때부터 ‘신정(新正)’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구정(舊正)’이란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일본에는 음력설이 없다. 일찍부터 서양 문물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일본은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음력을 버리고 양력만 사용해 왔다. 이때부터 설도 양력 1월 1일로 바꿨고 지금도 양력설을 쇠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선 원래 ‘신정’ ‘구정’이란 개념이 없었다. 이들 이름은 일제가 설을 쇠지 못하게 하기 위해 설을 ‘구정’이라 격하한 데서 유래했다. 따라서 ‘구정’ 대신 가급적 ‘설’ 또는 ‘설날’이라 부르는 게 좋다.우리말 바루기 구정 구정 선물세트 구한말 양력 일제 강점기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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