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설 밑을 맞이하면서
올해는 음력 11월 1일과 양력 12월 1일이 겹치고, 음력 12월 1일이 양력 12월 31일이라 음력과 양력이 같은 달에서 만나는 기적(?)이 일어났다. 양력 12월은 북반구의 겨울이 시작되는 까닭에 ‘혹한의 달(the frosty month)’로 불린다.
12월은 성탄절이 있는 달이다. 초기 영어의 ‘Christes Maesse’에서 비롯된 ‘Christmas’는 서기 336년 로마 달력에 12월 25일로 기록된 이후 기독교의 큰 명절이 되었다. 이 성탄절은 1500년 종교개혁이 이뤄질 때까지 발전했고 신교 탄생에 크게 기여했다. 성탄절과 아울러 예수의 탄생을 축하기 위한 강림절(Advent)이 크리스마스이브 전 일요일까지 4주 동안 열리기도 한다.
양력 12월에는 일어난 일도, 태어난 유명인도 많다. 성가대 지휘자를 오래 한 탓인지 12월에 출생한 음악가 몇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프랑스의 작곡가 엑터 베를리오즈가 1803년 12월 11일 태어났으며,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는 1858년 12월 22일 출생했다. 그리고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 데이브 브르벡이 1920년 12월 6일에, 미국이 자랑하는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는 1923년 12월 3일 태어났다. 특히 오페라 가수인 칼라스가 부른 ‘고요한 밤, 거룩한 밤(Silent night, holy night)’ 노래를 감명 깊게 들은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리고 수많은 찬송가를 만든 영국의 찰스 웨슬리 목사의 생일이 1707년 12월 18일이다. 웨슬리 목사가 지은 성탄절 노래 ‘들으라, 천사 찬송하시네(Hark, the herald angels sing)’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정치인으로는 캐나다 총리를 세 번이나 역임한 윌리엄 L. M. 킹이 1874년 12월 17일 태어났는데 12월 17일은 나의 결혼기념일과 같아 잊을 수가 없다.
연말에 새길만한 동서양의 비슷한 명언도 재밌다. 히포크라테스의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Life is short, art is long)’는 말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하지만 장자의 ‘오생야유애, 이지야무애 (吾生也有涯, 而知也無涯)’라는 말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삶에는 한이 있지만, 앎에는 한이 없다’는 뜻이다. 한이 있는 걸 가지고 한이 없는 것을 좇으려 하다 보니 삶이 매우 어렵게 이어진다는 뜻이다.
또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He who truly knows has no occasion to shout”라는 말을, 노자는 ‘지자불언, 언자부지 (知者不言, 言者不知)’라는 말을 남겼다. 삶의 참뜻을 이해하는 사람은 말을 적게 하고,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세상의 이치를 깨닫지 못한다는 뜻이다.
윤경중 / 목회학박사·연목회 창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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