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설’과 ‘구정’의 차이
설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설날은 29일이다. 한국에서는 27일부터 30일까지 공휴일로 쉰다. 이맘때 한국에서는 마트에 설 선물세트가 가득 진열돼 있고 사람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설 연휴 계획을 짤 때다. 설을 구정이라 부르기도 한다. 구정 선물세트, 구정 연휴처럼 ‘설’과 ‘구정’이란 말이 함께 쓰이고 있다.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설은 추석·한식·단오와 더불어 4대 명절의 하나로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이다. 설날은 정월 초하루, 즉 음력 1월 1일이다. 구한말 양력이 들어온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이날에 설을 쇠어 왔다. 전통적으로는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는 쭉 이어지는 축제 기간으로 이 기간 중에는 빚독촉도 하지 않았다는 말이 전해진다.
그러나 설은 일제 강점기 시련을 겪는다. 일제는 우리 문화와 민족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우리 명절을 부정하고 일본 명절만 쇠라고 강요했다. 특히 우리 ‘설’을 ‘구정’(옛날 설)이라 깎아내리면서 일본 설인 ‘신정’(양력 1월 1일)을 쇠라고 강요했다. 이때부터 ‘신정(新正)’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구정(舊正)’이란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음력에 맞춰 친척과 만나 제사를 지내고 성묘와 세배를 지냈다.
일본에는 음력설이 없다. 일찍부터 서양 문물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일본은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음력을 버리고 양력만 사용해 왔다. 이때부터 설도 양력 1월 1일로 바꿨고 지금도 양력설을 쇠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선 원래 ‘신정’ ‘구정’이란 개념이 없었다. 이들 이름은 일제가 설을 쇠지 못하게 하기 위해 설을 ‘구정’이라 격하한 데서 유래했다. 따라서 ‘구정’ 대신 가급적 ‘설’ 또는 ‘설날’이라 부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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