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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청동에 불어넣은 예술의 혼

  몇 해 전 스탠퍼드 대학 박물관에 갔었다. 어떤 미술품이 있는지 아들에게 물으니 지금껏 전시관 관람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강의실 오가기도 시간이 바빴을 텐데 한가한 질문을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들은 건물 밖에 있는 ‘지옥의 문’부터 감상하라며 휑하니 떠났다.   그림으로만 보았던 로댕의 지옥문은 높이, 넓이, 두께에 압도된다. 한마디로 아비규환의 장소, 절망의 늪에서 180여 명의 크고 작은 군상이 집합되어 있는 지옥의 축소판이다.     로댕의 지옥문은 처음에는 로렌조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나 후에 미켈란젤로의 최후 심판을 보고 구상이 바뀌었다고 한다.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청동 주조물이다.   지옥문 맨 위에 세 그림자 혹은 세 망령이라고도 하는 조각이 서 있다. 땅을 향해 고개를 떨구며 머리를 맞대고 손을 잡고 있는 세 그림자는 하나의 아담 동상을 만든 후 각도가 다르게 셋으로 배치된 것이다. 인류 원죄의 장본인임을 깨달은 후 머리를 들지 못하고 되돌릴 수 없는 운명을 한탄하는 듯 보인다.   “나를 거쳐서 길은 황량한 도시로,   나를 거쳐서 길은 영원한 슬픔으로,   나를 거쳐서 길은 버림받은 자들 사이로.”   (신곡 지옥 중 3곡)   세 그림자 아래 문설주 중앙 위에 지옥문의 아이콘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되돌아갈 수 없는 종착역에 다다른 군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물 한 모금 찍어 건넬 수 없는 무기력함을 인지하며 고뇌에 빠진 단테의 눈으로 본 것이다. 삼손을 연상할 정도의 팔 근육은 있으나 오른팔을 왼 다리 위로 얹어놓은 지극히 불편한 자세다. 턱을 괴고 하늘의 것이 아닌 땅의 것을 생각하려니 고충이다. 누가 보아도 번민하는 표정이다. “여기 들어오는 자, 일체의 희망을 버려라” (지옥의 3곡)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지상에 발붙이고 숨 쉬고 있는 한 인류는 생각한다.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로 역사는 쓰이고 있다.   오욕칠정에 서려 있는 지옥문의 또 다른 저명인사들, 비극의 연인 파울로와 프란체스카의 얘기, 집안끼리의 잘못된 정략결혼으로 생긴 슬픈 운명의 주인공, 불구의 남편을 저버리고 다른 사람도 아닌 시동생과 불륜을 저지른 후 둘 다 지옥문에 떨어진 육신들이다. 그들의 ‘입맞춤 (kiss)’은 전체 분위기와 동떨어진 감이 있어 독립 작품으로 완성시켜 유명세를 받는 조각품이다.  차디찬 대리석과 청동에 예술의 혼을 불어넣은 대작이건만 내면에 담긴 비극적 이야기와는 다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불꽃 연정만이 드러나는 생동감에 탄성을 하며 조각상 주위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관람객들로 붐빈다.     지옥문 앞 양옆에 아담과 하와의 청동상은 창조주께서 아담을 지으시고 하와를 지으셨듯이 로댕도 아담을 먼저 만들고 하와를 만들었다. 청동 조각에서 보는 하와는 아담을 거짓으로 꾀어낸 후 공범죄로 에덴에서 쫓겨난 책임을 아는 듯 얼굴을 못 들고 두 팔로 가슴을 부여잡고 있다. 불순종의 생각이 머리로부터 가슴에까지 이어지며 저지른 죗값이다. 먹음직스러웠던 과실을 먹고 낙원에서 쫓겨난 인류의 어머니!   아담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고 부른 하와와 함께 죄를 진 후 그 역시 처절한 자세로 지옥문 곁에 서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아담이 다시는 하와의 꼬임에 빠지지 않겠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귀를 막고 싶었는지 한쪽 귀를 어깨에 대려고 하는 모습이다. 아담의 손은 땅을 향해 있을 뿐 천상을 향할 수는 없었다. 200명도 안 되는 지옥문 앞의 군상을 잠시 보는 것만으로도 팔다리의 힘이 빠지는데 그곳에서 영원을 보낸다는 것은 가히 상상하기조차도 힘든 일이다. 지옥문 앞에 서보니 일상에서 예사로 말하는 교통지옥, 입시지옥 등의 수식어는  지옥의 참상을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데 한자가 쓰인 대형 관광버스가 지옥문 앞에 주차하며 40여명쯤 되는 관광객이 앞다투어 내린다. 시간이 바투어 그런지 인증 사진만 찍고는 떠난다.     중국인 관광객뿐이겠는가? 우리도 천국,지옥에 관한 사전조사를 못 하고 지낸다. 디지털 시대에 지옥 이야기는 인기가 별로 없는 주제로 하향선에 머문다. 기독교 안에서도 설마 지옥이? 그런 곳이 어디 있을까? 가상의 장소로 치부되기 쉽다. 지옥 얘기 듣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일부 인본주의 교직자들은 임의대로 추상화를 그린다. 계속 덧칠을 하기에 그 진상을 구별하기 어렵다. 그네들이 듣고 싶어하는 솔깃한 감동의 메시지로 가려운 귀만을 긁어주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랑은 생명의 씨앗이자 모든 창조의 근원”이라고 멋지게 말했던 로댕은 현대 조각의 대부로 탁월한 예술가의 자취를 남기고 떠났다. 지옥문을 구상하는데 30여년의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그 장구한 시간을 그가 지옥 대신 천국을 주제로 택하였다면 어떤 작품을 만들었을까? 아름다움의 극치가 되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 마음이 보물로 간직한 하늘의 거룩하고 성스러운 영역을 내 노래의 줄거리가 될 것이다.” (신곡 천국 1) 하루에도 몇 번을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우리네들.     지옥의 참상을 예술화한 그의 작품을 보고 수많은 이들이 천국.지옥에 관한 사유를 하게 된다. 지옥문 앞에서 서성이는 영혼들을 위해 눈에 잘 띄게 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놓고 싶다. ‘Detour Please! (잘못 오셨어요, 되돌아가세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박물관 구경 잘했느냐고 아들이 묻는다. “한 마디로 충격이네.” “왜요?” “지옥 예고편 같구나.” “사실은 더 비참할 텐데요.”   때마침 자동차 FM에서 오르페오와 유리디체 아리아가 들린다. 사랑하는 아내가 음부에서 살아나오기를 사랑의 신, 아모르에게 간청하는 노래다. 언제 들어도 애절하다. 그곳의 참상을 알기에 청원을 올리지 않을 수 없던 오르페오. 그의 애달픈 마음이 멜로디를 타고 전해 온다.     지옥문 아니면 천국 문, 누구나 한번은 지나가게 될 문이 아닌가? 독고 윤옥 / 수필가문예 마당 청동 예술 지옥문의 아이콘 교통지옥 입시지옥 신곡 지옥

2024-06-27

[문장으로 읽는 책] 사양

'작년엔 아무 일이 없었다./ 재작년엔 아무 일이 없었다./ 그 전 해 역시 아무 일도 없었다.' 이런 재밌는 시가 종전 직후 어느 신문에 실렸는데, 정말이지 지금 생각해 보면 여러 일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역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전쟁의 추억이란 건 말하기도, 듣기도 싫다.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이 죽었는데도 진부하고 지루하다.     다자이 오사무 『사양』   ‘아아, 돈이 없다는 것은 뭐라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두려운, 비참한, 살아날 구멍 없는 지옥 같다는 걸 태어나 처음으로 깨닫고는 가슴속에서 뜨거움이 복받친다. 속이 꽉 메어와 울고 싶어도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인생의 쓴맛이란 이런 느낌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천장을 바라보며 누운 나는 빳빳이 굳어 그대로 돌이 되어버렸다.’ 오래된 소설이 새롭게 또 나왔다. 전후 일본 ‘데카당스 문학’의 아이콘 다자이 오사무의 1947년작. 끔찍한 전쟁을 겪은 이들은 ‘아무 일 없었다’고 능청을 떨며 허무와 불안을 달랜다. 몰락한 귀족의 자제인 주인공 남매는 하나는 자살하고, 하나는 유부남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홀로 키우며 세상의 도덕률에 맞선다. ‘패전 후, 우리는 이 세상 어른들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 혁명도 사랑도, 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고 맛있고, 그러니까 좋은 일이라서 어른들은 못된 심보로 우리에게 설익은 포도라 이르며 틀림없이 거짓말한 거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아름답고 우아한 소설이다. 단, 당대로선 파격적 여성상이겠지만 지금 독자에겐 남성 작가의 한계도 느껴진다.문장으로 읽는 책 사양 다자이 오사무 아이콘 다자이 자제인 주인공

2024-04-03

뉴욕에 시카고 '구름문' 본 딴 조형물 등장

뉴욕 맨해튼에 시카고의 유명 조형물 '구름문'(Cloud Gate), 일명 '콩'(The Bean)을 본 딴 공공미술 작품이 설치돼 눈길을 끌고 있다.   UPI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뉴욕 맨해튼의 57층짜리 고급 주상복합빌딩 '56 레너드 스트리트'(일명 젠가빌딩) 입구에 시카고 구름문을 닮은 대형 물방울 모양의 스테인리스스틸 조형물이 설치 완료됐다.   건물 2층 돌출부 아래에 끼워 넣은 듯 놓인 길이 48ft, 높이 19ft의 이 조형물은 거울처럼 반사되는 스테인리스스틸 단일 소재, 타원형의 모양 등이 시카고 도심 공원 밀레니엄 파크의 아이콘 '구름문'과 닮았다.     다만 크기가 시카고 구름문(길이 66ft, 높이 33ft)에 비해 작고 모양도 사뭇 다르다. 무게도 시카고 구름문(110톤)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이 조형물은 시카고 구름문을 만든 '현대미술의 거장' 아니쉬 카푸어(68)가 제작했다.   800만~1천만 달러로 추산되는 제작비는 빌딩 개발업체 측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젠가빌딩에 직접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도 출신 영국 작가 카푸어는 2019년 2월부터 작업을 시작했으나 영국의 지원팀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미국에 올 수 없어 완공이 미뤄졌다.   UPI 통신은 이 조형물을 시카고 구름문의 "찌부러진 버전"(squashed version)이라고 칭하며 사람들은 차츰 '반쪽콩'(Half Bean), '미니빈'(Mini Bean) 등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식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카푸어는 올봄 작품명 공개 행사를 열 예정이다.   카푸어는 "도시는 열광적이고 빠르고 거세며 수많은 건물과 콘크리트, 소음으로 가득 차있다"면서 "내 작품은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들어졌지만 부드러우면서 시시각각 변화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울은 우리를 멈추게 하고 빨아들이고 끌어당겨 시간을 방해하고 어쩌면 시간의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면서 "새로운 무형의 공간을 창조하는 소재"라고 부연했다.   한편 시카고 구름문은 2004년 제작 완료돼 2006년 밀레니엄 파크에 설치됐다. 카푸어는 액체 수은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작품은 시카고 도심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이 담기도록 설계됐으며 하단에 사람들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거울 터널까지 파여 있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 있는 놀이터이자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았다.   시카고 시 문화당국은 구름문의 연간 방문객 수가 2천만 명에 달한다며 "미 중서부에서 가장 인기있는 명소이자 전국적으로 7번째 인기 많은 명소"라고 전했다.     2015년에는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의 유전지역이자 관광도시인 커라마이(克拉瑪依)에 시카고 구름문을 그대로 본딴 스테인리스스틸 조형물이 설치돼 '짝퉁' 논란을 빚기도 했다.   Kevin Rho 기자•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기자구름문 시카고 시카고 구름문의 스테인리스스틸 조형물 아이콘 구름문과

2023-02-03

“이태원, 비극 극복해 서울의 빛나는 아이콘 되길”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보건위기대응훈련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길버트 번햄 교수가 워싱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번햄 교수는 “한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동료들, 한국에서 현재도  연구하고 있는 동료들은 이번 이태원 참사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큰 충격에 빠져 있다. 우리는 부상당한 모든 이의 빠른 회복을 바라며 가족을 잃은 모든 이들을 하나님이 위로해주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1년 군의관으로 한국 동두천 근처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번햄 교수는 “세계에서 출산율이 제일 낮은 한국이기에 이번 참사는 더 비극적이다. 한국의 미래는 소수의 젊은이들이 짊어져야 하는데, 젊은이가 목숨을 잃을 때마다 한국 미래에 영향이 있다고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참사 직후라 책임소재에 대한 비난 등에 집중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에 유사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훈을 얻는 것”이라며 “지난 몇년간 우리가 얻은 교훈이 있다면 군중이 과도하게 밀집된 환경 자체를 피해야 하고 좁은 길목에 사람들이 밀집되는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 군중이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각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혼란스러운 집단적 운동패턴이 발생하게 될 수 있고, 이런 상황에서 예기치 못하게 군중의 힘이 갑작스럽게 합산돼 전달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번햄 교수는 “서울의 중심인 용산 이태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참 안타깝다”면서 “이런 비극적인 일을 앞으로 예방해 더 안전한 미래를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이태원은 고유의 활기로 한국의 전통적 요소와 21세기를 잇는 서울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태원이라 하면 한동안 이번 참사가 떠오르겠지만, 이 지역 고유의 창의적이고 행복한 분위기가 빠른 시간 내 회복돼 미래에 서울을 더 빛내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한편, 길버트 번햄 교수는 존스홉킨스와 세계 각지에서 매년 진행되고 있는 보건위기대응 훈련프로그램인 HELP(Health Emergencies in Large Population)를 관장했다. 현재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 교수로 과거 8년간 아프가니스탄의 보건체계 재건과 관련해 미 정부가 주도하는 USAID(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을 맡았다.   1971년에 군의관으로 한국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그는 2010년에 한국에 ‘국제 재난대응 전문가 과정’이 개설되면서 강연에 교수로 참여해 관심을 끌었고, 서울의대를 포함해 한국 대학들에서 특별 강연을 하기도 했다.  김정원 기자 kimjungwon1114@gmail.com이태원 아이콘 대한민국 이태원 이번 이태원 한국 미래

2022-11-02

[중앙 칼럼] 피노키오처럼 코가 긴 주류언론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논란으로 빈축을 사고 있는 디즈니가 공교롭게도 최근 실사판으로 리메이크한 ‘피노키오’를 선보였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를 보니 문득 워싱턴포스트(WP)지가 떠오른다. WP는 지난 2008년부터 ‘팩트 체크(fact check)’ 제도를 도입했다. 특정 주장, 발언 등에 대해 사실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인데, WP는 검증 과정에서 피노키오 아이콘을 이용했다. 피노키오 아이콘의 개수는 곧 과장, 거짓의 정도를 나타낸다.   그러한 WP는 피노키오 못지않게 코가 길다. 일례로 지난 2020년 당시 고교생이었던 닉 샌드먼이 트럼프의 슬로건(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이 쓰인 빨간 모자를 쓰고 웃음을 띤 채 베트남전 참전 용사를 노려보는 사진이 인종차별 문제로 확산했다. 이때 WP를 비롯한 CNN, ABC 등은 이 장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트럼프 지지 세력에 대한 비난 여론을 주도했다.   이후 영상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알고 보니 모욕을 당한 건 오히려 빨간 모자의 샌드먼이었다. 나중에 샌드먼은 주류 언론들을 상대로 무려 2억5000만 달러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들의 길어진 코를 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던 WP, CNN 등은 군말 없이 오보에 대한 책임을 인정, 합의금을 지급했다.   한번 길어진 코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지난 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갑자기 “트럼프와 공화당이 미국의 근간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의 주장은 차치하고 이날 특이했던 건 배경이다. 연설장 배경색은 이례적으로 어두컴컴한 가운데 새빨간 핏빛이었다. 이를 두고 ‘섬뜩하다’ ‘지옥을 연상케 한다’ ‘선동적이다’ ‘구소련 같다’ 등 부정적 여론이 일었다.   새빨간 배경이 낳은 역효과를 CNN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타 방송사와 달리 CNN 뉴스에서는 연설장 배경이 핏빛이 아닌 눈에 띌 정도로 완화된 핑크색이었다. 그러자 CNN은 곧바로 배경색을 조작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코가 길어질 대로 길어진 주류언론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ABC뉴스는 지난 7월 19일 ‘방금 들어온 소식(Just In)’이라며 속보를 전했다.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와 일한 오마르 의원이 대법원 앞에서 낙태 권리를 주장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다는 뉴스였다.   그러면서 사진을 함께 공개했는데 경찰이 AOC와 오마르를 연행해가는 장면이었다. 이 사진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분노 지수를 끌어올렸다. AOC와 오마르가 두 팔을 뒤로하고 있어 수갑이 채워져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경찰이 강제로 수갑을 채운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사진이었다. 주류언론들은 ABC가 보도한 이 장면을 그대로 받아 속보로 전했다. 물론 이날 AOC와 오마르에게는 수갑이 채워지지 않았다. 다른 사진과 영상 등을 통해 이들이 수갑을 찬 것처럼 연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주류언론들은 슬쩍 보도 방향을 틀었다.     ‘정치적 쇼’라는 비난 여론에 맞서 오히려 팩트 체크를 들이밀며 ‘체포된 건 사실’ ‘일종의 표현의 자유’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퍼포먼스’라며 논점을 흐렸다.   코가 계속 길어지면 도저히 숨길 수가 없다. 거짓의 속성이 그렇다. 주류언론의 길어진 코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방법은 딱 하나다. 편파, 편향, 오도를 멈추고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     언론은 독자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그걸 자꾸 망각하면 피노키오는 제페토를 영원히 잃을지도 모른다. 장열 / 사회부 부장중앙 칼럼 피노키오 주류언론 피노키오 아이콘 연설장 배경색 비난 여론

2022-09-19

HRCAP 김성수 대표, ‘아이콘 아너상’ 수상

뉴저지주에 있는 글로벌 서치펌 HRCap 김성수 대표가 한인으로는 최초로 ‘NJBIZ 아이콘 아너상(NJBIZ ICON Award)’을 수상했다.   뉴저지 최고의 비즈니스 저널인 NJBIZ는 28일 뉴저지주에서 분야별로 특별한 성과를 내고 영향을 미친 60세 이상 기업인들을 선정해 수상하는 ‘2022 NJBIZ ICON Honors Award Program’ 행사를 개최했다.   이 프로그램은 2017년부터 시작해 매년 30~50명 정도를 ‘아이콘(ICON)’으로 선정해 수상해왔는데, 한인 기업인으로서는 이번 김 대표의 수상이 처음이다.     김 대표는 수상 소감을 통해 “한국인의 도전정신과 열정을 미 주류사회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글로벌 휴먼네트워커로서의 책무와 역량강화에 더욱 매진하겠다”며 “주류사회에서 당당하게 동반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저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특히 고급인재 일자리 창출 및 지역사회 네트워크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을 해서 더욱 뜻깊다”라고 말했다.   HRCap은 지난 2000년 뉴저지주에서 설립됐는데 현재 한국에 지사를 두고, 글로벌 기업들의 고급인재 채용 및 HR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박종원 기자HRCAP 김성수 대표 NJBIZ NJBIZ ICON Award 2022 NJBIZ ICON Honors Award Program 아이콘 아너상

20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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