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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식의 신 미국유람 <37> 미국의 3대 등산로

  한국에 백두대간이 있다면 미국에는 PCT와 애팰래치안 트레일, 그리고  콘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이 있다. 나라 자체가 크니 등산로도 엄청 많은데 그중 3대 등산로가 이들 세 트레일이다.     3대 등산로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동부의 애팔래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이다. 그다음은 태평양 연안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이다. 보통 줄여서 PCT라고 부른다. 나머지 하나는 로키산맥을 따라 올라가는 콘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Continental Divide Trail)이다.   애팔래치안 트레일은 3대 등산로 중 가장 짧은 데도 도전하는 사람은 가장 많다. 조지아 북쪽 스프링어 마운틴에서 시작되는데 메인주 캐터딘 피크까지 이어진다. 총 길이는 2150마일. 테네시주의 그레이트 스모키 국립공원과 블루리지 파크웨이를 지나 애팔래치안 산맥 정상 양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음미하며 버지니아주의 섀넌도 국립공원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애팔래치안 트레일의 백미로 꼽힌다.       필자는 애팔래치안 트레일 종주는 못 했지만 시작점인 일찍이 스프링어 마운틴과 종착점인 캐터딘 피크에는 올라가 보았는데 지금도 캐터딘 피크에 오를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미국의 다른 높은 산에 비하면 그다지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계절을 잘못 선택한 탓으로 추위에 엄청나게 고생했던 기억은 죽을 때까지 잊히지 않으리라.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은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해 서부 태평양 연안을 따라 캐나다령 매닝 파크(Manning Park)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다. 총 길이는 2050마일. 이 트레일은 필자도 한 번쯤 종주 도전을 해 보고 싶었지만 약 7~8개월간을 산속에서 지내야 하는 그야말로 극한의 지옥과 같은 여정이기 때문에 쉽게 결행하진 못했다.     PCT를 종주하기 위해서는 필히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어렵게 퍼밋을 받은 뒤 종주에 나선 하이커 중에도 절반 정도는 중간에 포기한다고 한다.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겠다.     PCT는 남쪽에서부터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3개 주를 차례로 지나며 시에라 네바다 산맥 정상으로 달려나간다. 도중에 미국 본토에서 제일 높은 휘트니산 정상 옆으로 해서 세쿼이아 & 킹스캐년, 요세미티 국립공원도 통과한다. 이어 오리건 주의 단 하나밖에 없는 국립공원인 크레이터 레이크(Crater Lake) 옆을 지나 스키장으로 유명한 오리건주 최고봉 마운트 후드(Mt. Hood)의 8부 능선을 지난다.  그래도 진짜 험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콜롬비아 강을 건너 3개 주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심하기로 악명 높은 워싱턴주로 들어서면 레이니어 국립공원과 노스캐스케이드 국립공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미국의 국립공원이란 곳은 거의 다 다녀 봤지만 가장 감탄을 많이 쏟아낸 곳이 바로 노스 캐스케이드 국립공원(North Cascades National Park)이다.       필자는 PCT 역시 출발점과 도착점을 모두 가봤다. 출발점은 멕시코 국경 지역캄포(Campo)라는 동네에 있는데 미국 쪽 국경검문소 앞길 비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국경선 상에 목조 표지판이 서 있다. 이곳에서 매닝까지 2650마일(To Manning Park 2,650 Miles)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도착점인 캐나다의 매닝 파크에는 등산로 입구에 PCT 끝이라는 조그마한 표시가 있고 완주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조그마한 오피스도 있다. 이곳에 갈 때는 반드시 여권을 챙겨야 한다. 캐나다로 들어가서 등산로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밀입국자들이 많기 때문에 까딱 잘못하면 미국 재입국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콘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은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까지 이어지는 데 총 길이가 3천 마일이 넘는다. 험준한 로키산맥 정상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라 여간 전문 산악인이 아니면 도전 자체가 어렵다고 봐야 한다. 필자는 몇 년 전 몬태나주에 있는 글리시어 국립공원 안의 세이트 메리 방문자센터 바로 맞은편 구간을 걸으며 살짝 맛만 본 기억이 난다.      이들 세 등산로는 종주하는 데 몇 개월씩 걸리기 때문에 구간별로 나누어 도전하기도 한다.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고 체력이 자신 있어도 혼자서는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럴 땐 마음 맞는 두세 명이 팀을 이뤄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김평식 여행등산전문가김평식 신유 애팔래치안 트레일 등산로 종주 요세미티 국립공원

2022-01-16

김평식 신 미국유람 <34> 치리카후아

애리조나-뉴멕시코 접경 억겁 화산재가 빚은 절경    원주민 흔적 간데없지만 몇번을 가도 색다른 느낌     몇 번을 가도 또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접경에 있는 치리카후아 준국립공원(Chiricahua National Monument)이 그렇다.    필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이곳을 열 번도 더 가보았다. 언젠가는 LA에서 그 먼 길을 자동차로 찾아갔다가 산불 때문에 못 들어간 적도 있었고 눈이 많이 와서 못 들어간 적도 있었으며 관광버스로 갔다가 대형버스 출입금지 규정에 걸려 못 들어가고 초입에서 머뭇거리다가 아쉬운 발걸음으로 되돌아온 적도 있다. 그렇지만 매번 찾을 때마다 한 번도 후회 않고 돌아온 곳이 바로 이곳이다.     치리카후아라는 말은 이곳에 살았던 원주민 아파치 인디언의 한 분파를 말한다. 이 부족은 1400년 무렵부터 이곳에서 평화스럽게 살았는데 16세기 들어서면서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인의 공세에 시달리다가 결국 1886년에는 백인들에게 항복하고 말았다. 이후 그들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는데 그 후손들은 사우스타코다주로 강제 이주시켰다는 얘기가 있다.     이 지역은 2700만년 전 엄청난 규모의 화산이 터지면서 자그마치 2000피트 두께로 화산재가 쌓인 곳이라 한다. 그때 분출된 화산재가 2700만 년 동안 눈과 비바람을 맞으면서 딱딱하게 굳어 돌로 변한 뒤 가로 세로로 균열이 되면서 지금 같은 온갖 형태의 형상으로 변모하게 됐다는 것이다.       공원 입구부터 8마일의 시닉(Scenic) 드라이브 길은 여기가 마치 금강산 골짜기를 미국으로 옮겨놓은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경관이 좋다. 마치 수십만 명의 군인들이 펼치는 열병식 같은 바위의 향연은 이 세상 그 어떠한 형용사를 다 붙여 놓아도 모자랄 정도다. 중국 진시황릉의 병마용 병사 조각들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평양에 있는 김일성 광장에서 장엄한 퍼레이드를 보고 있는 느낌 같기도 하다.   치리카후아엔 여러 등산로가 있지만 가장 볼 만한 곳은 에코캐년과 하트 오브락스 트레일, 인스퍼레이션 포인트 등이다. 에코캐년으로 들어가는 길은 세상에 이럴 수가 싶을 정도로 처음부터 사람의 혼을 빼놓는다. 촛대 바위, 코끼리 바위, 거북 바위, 아이를 등에 업고 있는 모자 바위, 비스듬히 옆 바위에 기대어 마치 연인들이 입맞춤하는 것 같은 모양의 키싱바위, 수백 년 면벽 수도하는 수도승 모양의 바위, 바위에 얹혀 묘하게도 중심을 잡고 서 있는팽이바위 등등. 천차만별 바위들은 제각기 하나하나가 다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유서 깊은 사찰에나 있음 직한 3층 석탑 5층 석탑 모양의 바위들도 빼곡하다.   겨우 두 시간 정도의 에코캐년 등산길도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갈기갈기 흔들어 놓는데 치리카후아 공원의 심장이라는 하트 오브락스 루프 트레일(Heart of Rocks Loop Trail)은 얼마나 더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을까. 한고비 돌면 절경이요, 또 한 골짜기 넘어서면 비경이며 다시 한 고개 넘어서면 선경이다.      빅 밸런스 록 트레일(Big Balanced Rock Trail)도 신기하긴 매한가지다. 저렇게 큰 몸통의 바위가 전혀 어울리지 않게 어떻게 저렇게 중심축을 잘 가늠하여 홀로 서 있는지 이 또한 자연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연출해낼 수 없는 절묘함이 아닐까 싶다. 인스퍼레이션 포인트(Inspiration Point)를 향해 가는 길은 또 다른 맛이다. 청아한 목소리를 자랑하는 이름 모를 산새들이며 인고의 세월을 딛고 바위 틈바귀에 초연히 서 있는 청송들을 보면 저절로 마음이 가라앉고 이름 그대로 무엇인가 영감이 떠오를 것만 같다.   문자가 없었던 탓에 치리카후아 인디언의 역사를 밝혀내기는 쉽지가않지만, 후손들은 지금 자신들의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한다. 손가락도 안으로 접어든다고 그들이 우리와 두상이 같고 홍문반점도 있어 그런지 자꾸 마음이 쓰인다. 이곳이 마치 우리 조상이 머물렀던 땅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그래서인 것 같다.       # 여행메모   치리카후아는 애리조나 동남부 뉴멕시코주 접경지역에 있다. LA에서 가자면 10번 프리웨이를 타고 동쪽으로 애리조나주 투산을 지나 윌콕스(Willcox)라는 마을에서 내려 186번을 타고 40마일 정도 가면 공원 입구에 도착한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 공원 출입이 제한한다. ▶ 주소 : E Bonita Canyon Rd, Willcox, AZ 85643   김평식 여행등산전문가김평식 신유 천차만별 바위들 촛대 바위 바위 거북

2021-12-18

김평식의 신 미국 유람〈32〉 유타주 신들의 계곡

  온천지가 온통 붉은 황톳빛 사암이다. 울퉁불퉁 포장도 안 된 거친 흙과 돌 더미 자갈밭 길을 따라간다.  17마일이나 되는 고행의 길은 마치 예수가 십자가를 메고 험난한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것만 같다.     설마 당국이 돈이 없어 포장하지 않았을까. 예수가 만백성을 위해 험난한 길을 걸었음을 상징하기 위해 그냥 내버려 둔 게 아닐까. 자동차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먼 길의 성지에 왔다는 자부심과 위로는 느낀다.     이곳은 유타주의 숨은 보석 ‘신들의 계곡(Valley of the Gods)’ 이다. 원래 이곳은 아나사지 인디언 원주민들이 살았던 곳이다. 36만 에이커의 광활한 계곡 속에는 수많은 바위가 군상을 이루며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곳은 개발 자체가 안된 곳이어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워낙 유명한 모뉴먼트 밸리가 이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그 명성에 가려진 탓도 있다. 그래도 알음알음으로 알려져 한인들은 꽤 많이 찾는다. 이곳을 다녀간 한인들은 원래 영어 이름에서 나온 ‘신들의 계곡’보다는 그냥 편하게 ‘하나님의 계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마 한인 중에 크리스천이 많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필자 역시 여러 차례 이곳을 방문하면서 함께 왔던 크리스천 일행들로부터 귀동냥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이곳을 하나님의 계곡이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고 털털거리며 계곡 일대를 한 바퀴 돌아보면 성경에 나오는 열두 제자가 일렬로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또 ‘최후의 만찬’ 그림과 비슷한 장소도 있고 사도 바울 상, 성모 마리아상 같은 바위도 보인다. 기기묘묘한 바위 틈새를 헤집고 다니다 보면 어떤 곳은 골고다 언덕이 되기도 하고 어떤 곳은 예수가 태어난 마구간이 된다.     일행은 그런 곳마다 멈춰 서서 사진 좀 찍고 가자고 난리들이다.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생전 처음 성경의 무대 같은 곳에 왔으니 흥분되는 것은 당연할 터이다. 예수의 몸과 피를 의미하는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의식이 성찬식인데 그렇다면 사진만 실컷 찍고 갈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성찬 의식이라도 하고 간다면 그 또한 큰 은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신들의 계곡 바로 옆에는 구스넥 주립공원(Goosenecks State Park)이라는 또 다른 명소가 있다. 유타주 남쪽을 굽이굽이 흐르는 샌 후안 리버 강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인데 멕시칸 햇(Mexican Hat)이라는 곳에서 멀지 않다. 이곳은 구스넥이란 이름 그대로 거위 목처럼 구불구불한 전망이 기가 막힌다. 하지만 이곳 역시 유명한 홀스슈벤드(Horseshoe bend) 보다는 덜 알려져 있다. 그래도 주변 풍광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 계곡은 억겁 세월 동안 깎이고 씻겨 내려가면서 수천 피트 벼랑을 만들었고 그 아래로 마치 커다란 구렁이가 구불구불 기어가듯 깊은 강이 흐르는데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현기증을 자아낸다.       신들의 계곡 서쪽 입구에는 집 한 채가 외롭게 있는데 그런 곳에서 하루쯤 묵어도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다. 숙박비는 10년 전에 170불이었는데 지금은 얼마나 받는지 알아보고 가는 게 좋겠다. 하느님의 계곡은 교통이 아주 불편한 오지 중의 오지여서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대신 어렵게 찾아갈수록 은혜도 더 많이 받는다고 했으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 여행메모 신들의 계곡 멀지 않은 곳에 서부 영화의 성지가 된 모뉴먼트 밸리가 있다. 인디언 원주민들이 관리하는 그곳은 워낙 유명해서 관광객도 많고 입장료도 내야 한다. 이에 반해 신들의 계곡은 모뉴먼트 밸리의 축소판 같은 곳이어서 입장료도 없고 인적도 드물어 색다른 맛이 있다. 유타주 261번 도로와 163번 도로가 만나는 곳 10마일 언저리에 작은 출입구 사인이 있다.            김평식 여행등산전문가김평식 신유 계곡 일대 계곡 서쪽 구스넥 주립공원

2021-12-05

김평식의 신 미국유람 <31> 66번 국도

  ━   전에는 눈물의 길…지금은 낭만과 추억의 길    시카고서 샌타모니카까지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 도로    한때 퇴락했다가 다시 복원 주요 경유지 옛 정취 그대로      66번 국도(Historic Route 66). 이 길은 곧 미국의 역사다. 수많은 사람의 눈물과 애환이 서려 있는, 아픔의 길이자 희망의 길이었다.    출발점은 시카고 다운타운 리처드 토머스 웨이(Richard L Thomas Way)와 조지 솔티플레이스(Georg SoltiPl) 사거리 옆에 있다. 종점은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 바다 끝 피어 위다.     옛말에 서러움 중에 가장 큰 서러움이 배고픔이라고 했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기가 그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클라호마주의 중부지역에는 초대형 토네이도로 모든 농작물과 가축이 모래와 자갈밭으로 뒤덮여 버렸다. 더 이상 인간의 힘으로는 재기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이곳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찾아 서부로 떠나기 시작했다.     이주 행렬은 1950년 후반까지 이어졌다. 그 속에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존 스타인벡도 있었다. 그의 유명한 소설 ‘분노의 포도’는 이 길 위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게이트웨이 아치도 이때의 서부로 간 사람들이 지나갔던 곳이다. 사람은 먹어야 산다. 아기 때는 엄마 젖을 먹어야 하고 그 후에도 엄마가 무엇인가 먹여줘야 살 수 있다. 이 길을 거쳐 간 당시 이주자들도 이 길 위에서 먹고 마시며 버텼다. 그래서 이 길은 일명 어머니 길(The Mother Road)라고도 한다.      66번 국도는 1926년 개통됐다. 총 길이는 2448마일, 비포장 상태였다. 비록 모래와 자갈이 뒤섞인 흙길이었지만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 도로였다. 66번 국도는 미국의 실크로드라고도 불리고 문학과 음악 같은 예술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노벨 문학상 수상 가수 밥 딜런 말고도 엘비스 프레슬리, 넷킹 콜, 폴 엥카, 척 베리 등 많은 가수가 이 길을 노래했다.     66번 국도는 한국으로 치면 서울-부산 간 경부 국도와 같다. 한국도 비포장 시절에는 비만 오면 도로가 움푹움푹 패어 모든 도로에 자갈을 깔아 놓기도 했는데 필자도 학창시절 자갈 부역을 한 기억이 난다. 또 유성온천으로 신혼여행을 갈 때 타고 가던 버스가 타이어 펑크가 나 2시간여 동안이나 흙먼지 길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기다리면서 신랑의 체면이 말이 아닌 곤욕을 치른 추억도 있다.   66번 국도는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뉴멕시코, 텍사스, 오클라호마, 캔자스, 미주리, 일리노이 등 8개 주를 관통한다. 지금은 대부분 프리웨이로 편입이 되었지만 여전히 66번 국도의 정취를 잘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곳 하나가 애리조나주 콜로라도 강 근처에 있는 오트맨( Oatman)이라는 도시다. 이곳은 골드러시로 번성했던 곳이다.      66번 도로는 이 마을 중심을 관통하는데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당시 미국 최고 배우 클라크 게이블이 신혼 여행을 와서 며칠 밤을 묵고 간 호텔이 지금도 잘 보존되어 있다. 현재 영업은 하지 않고 있으나 그들 부부가 사용했던 침대는 문밖에서 볼 수 있다.   아래층 식당 내부 벽에는 방문객들이 자기 사인을 해서 붙여놓은 돈으로 빈틈이 없다. 길거리에는 야생 조랑말들이 여행객들에게 먹이를 달라고 애원하기도 하고 또 어떤 놈은 실컷 얻어먹었는지 길바닥에서 차가 오든 말든 낮잠을 즐긴다. 그러다 해가 넘어가면 산속으로 들어가고 아침에 해가 뜨면 다시 마을로 출근한다.   66번 국도는 별칭도 많다. 앞서 말한 ‘마더 로드’ 외에도 타운과 타운을 잇는 중심 도로라 하여 ‘메인 스트리트’, 피 끓는 정열이 넘치는 도로라 하여 ‘블러디 66’, 길 자체의 대명사란 의미로 ‘더 루트’ 등으로도 불린다.      시카고 방문 길에 출발점에서 사진을 찍었다. 또 66번 국도에 대해 글을 쓰고 쓴다 하니 바쁜 중에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카고까지 날아와 오랜만에 부자지간에 친구도 되어주고 많은 정보도 들려준 아들에게 감사한다.      # 여행메모 66번 국도(US Route 66)는 시카고에서 샌타모니카까지 이어지는 약 2500마일의 대륙 횡단 도로다. 대부분 고속도로에 흡수됐다가 한 시대의 문화적 아이콘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2003년 전 구간이 다시 복원되었다. 애리조나 오트만 외에도 66번 국도가 지나가는 주요 도시마다 기념품 가게나 오래된 상점, 작은 여관 등이 있어 외국 관광객들은 물론 옛날 정취를 맛보려는 미국인들도 일부러 이 길을 이용한다.              김평식 / 여행 등산 전문가김평식 신유 경부 국도 시카고 다운타운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

2021-11-28

김평식의 신 미국유람〈27〉유타주 콜롭캐년

  ━   직접 안 걸어보면 평생 후회할 '숨은 보석'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오고 가는 계절을 확인하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때다. 필자도 이 가을을 그냥 넘길 수 없어 모처럼 지인들과 애리조나주 자이언캐년을 다녀왔다. 더 정확하게는 자이언캐년의 한 부분인 콜롭캐년(Kolob Canyon)이다.    자이언캐년은 더 설명이 필요 없는 유명한 국립공원이다. 그랜드캐년에 버금가는 독특한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간직한 곳으로 절벽과 계곡으로 이루어진 공원 안에는 수억 년 풍상에 씻긴 형형색색 바위와 계곡, 산들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그러나 같은 자이언캐년 국립공원의 한 부분임에도 콜롭캐년이란 이름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너나없이 성격들이 급해 뒤에서 누가 잡아가기라도 하는지 처갓집 벌초하듯 자이언캐년도 대충 휙 둘러보고는 인근 브라이스캐년 쪽으로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바로 옆에 콜롭캐년이라는 숨은 보석이 있는 줄은 잘 모를 수밖에. 자이언 국립공원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인 8933피트 높이의 콜롭피크도 사랑채인 콜롭캐년에 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자면 콜롭캐년은 자이언캐년의 사랑채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들어가는 입구도 달라 안방마님이 기거하는 자이언캐년 본채와는 완전히 분리되어있다. 사랑채는 대감 나으리가 기거하면서 손님도 맞고 친구들과 담소도 하던 곳이다. 그러니까 본채 외에 이 사랑채까지 통틀어서 자이언캐년 국립공원이라 하는 것이다.     유타주를 가로질러 올라가는 고속도로가 15번 프리웨이다. 이 길을 따라가다 27번 출구에서 내리면 본채 격인 자이언캐년으로 들어간다. 콜롭캐년은 조금 더 올라가 40번 출구에서 내려야 한다. 콜롭캐년으로 들어가는 길 이름은  콜롭캐년 로드( Kolob Canyon Road)인데 5마일 정도 끝까지 올라가면 뷰포인트,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건너편으로는 웅장한 거봉들이 시선을 압도하고 화장실 뒤로는 피크닉 장소도 넉넉히 있어 쉬기에 좋다. 맞은편에 보이는 8000피트가 넘는 팀버 마운틴의 위용도 장엄하다.       자이언캐년에는 깎아지른 듯한 준봉들이 즐비하다. 그 사이사이 협곡에는 버진리버라는 강이 흐르고 그 강물이 자그마치 400만년 전부터 깎아 만든 형세가 숨이 막힐 정도다. 콜롭캐년에도 이와 비슷한 협곡이 이어진다. 왕복 5마일의 테일러 클릭(Taylor Creek) 트레일을 걸어보면 협곡의 맛을 알 수 있다.    자작자작 흐르는 냇물을 무려 50번이나 넘나들며 막다른 골목 끝까지 들어가면 더블 아치 알코브가 나오는데 하늘을 향해 붉은 암벽 끝을 볼라치면 목이 아파서 다 올려다볼 수가 없을 정도다. 좁은 계곡 양쪽으로는  암벽이 수직으로 서 있어 눈이 내려도 걸터앉을 자리가 없다. 계곡에는 단풍나무들이 적당한 거리에 사철나무들과 섞여 있어 가을이면 단풍 감상도 나쁘지 않다.       여행과 관광의 차이를 말하자면 여행은 걸으면서 구경하는 것이고 관광은 차 안에 앉아서 편하게 보는 것이다. 어디를 가든 이왕이면 관광보다 여행을 해보자는 말이다. 아무리 명승지라도 직접 속살까지 걸어 들어가 직접 맛을 봐야 짠지 싱거운지 참맛을 알지 않을까 싶다.    콜롭캐년이 정말 그런 곳이다. 바쁜 사람들은 차로 와서 경치만 봐도 좋지만 제대로 보려면 조금이라도 하이킹을 해 보라는 것이 그래서이다. 주변 트레일을 따라 가볍게 걸어볼 수도 있고 팀버마운틴 남쪽 절벽 밑으로 돌아 유명한 콜롭아치(Kolob Arch)까지 왕복 13마일 트레킹을 경험해 보면 더 좋다.    등산의 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자이언캐년깊숙이앤젤스 랜딩(Angels Landing)까지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웬만한 등산 전문가도 하루에는 할 수 없는 고난도 여정이라 잘 계획하고 도전하는 것이 좋다.   #여행 메모   콜롭캐년은 자이언캐년 국립공원의 북서쪽 귀퉁이에 자리한다. 자이언캐년보다 지대가 높아 산세가 더 험하고 절벽도 아찔하다. 이곳에 있는 콜롭아치는 폭이 310피트에 달하는 세계적인 자연 아치로 유명하다. 자이언캐년은 라스베이거스 북쪽 110마일, 차로 2시간 반쯤 거리다. 유타주 첫번째국립공원으로 연간 300만 명이 방문한다.    김평식 / 여행 등산 전문가김평식 신유 김평식 등산여행 자이언 국립공원 국립공원 일부

20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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