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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식 신 미국유람 <34> 치리카후아

무구한 세월이 빚어낸 기암괴석 '미국의 금강산'

애리조나-뉴멕시코 접경
억겁 화산재가 빚은 절경 
 
원주민 흔적 간데없지만

몇번을 가도 색다른 느낌  
 
몇 번을 가도 또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접경에 있는 치리카후아 준국립공원(Chiricahua National Monument)이 그렇다. 
 
필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이곳을 열 번도 더 가보았다. 언젠가는 LA에서 그 먼 길을 자동차로 찾아갔다가 산불 때문에 못 들어간 적도 있었고 눈이 많이 와서 못 들어간 적도 있었으며 관광버스로 갔다가 대형버스 출입금지 규정에 걸려 못 들어가고 초입에서 머뭇거리다가 아쉬운 발걸음으로 되돌아온 적도 있다. 그렇지만 매번 찾을 때마다 한 번도 후회 않고 돌아온 곳이 바로 이곳이다.  
 
치리카후아라는 말은 이곳에 살았던 원주민 아파치 인디언의 한 분파를 말한다. 이 부족은 1400년 무렵부터 이곳에서 평화스럽게 살았는데 16세기 들어서면서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인의 공세에 시달리다가 결국 1886년에는 백인들에게 항복하고 말았다. 이후 그들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는데 그 후손들은 사우스타코다주로 강제 이주시켰다는 얘기가 있다.  
 
이 지역은 2700만년 전 엄청난 규모의 화산이 터지면서 자그마치 2000피트 두께로 화산재가 쌓인 곳이라 한다. 그때 분출된 화산재가 2700만 년 동안 눈과 비바람을 맞으면서 딱딱하게 굳어 돌로 변한 뒤 가로 세로로 균열이 되면서 지금 같은 온갖 형태의 형상으로 변모하게 됐다는 것이다.  
 
치리카후아 내셔널 모뉴먼트

치리카후아 내셔널 모뉴먼트

 
공원 입구부터 8마일의 시닉(Scenic) 드라이브 길은 여기가 마치 금강산 골짜기를 미국으로 옮겨놓은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경관이 좋다. 마치 수십만 명의 군인들이 펼치는 열병식 같은 바위의 향연은 이 세상 그 어떠한 형용사를 다 붙여 놓아도 모자랄 정도다. 중국 진시황릉의 병마용 병사 조각들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평양에 있는 김일성 광장에서 장엄한 퍼레이드를 보고 있는 느낌 같기도 하다.
 
치리카후아엔 여러 등산로가 있지만 가장 볼 만한 곳은 에코캐년과 하트 오브락스 트레일, 인스퍼레이션 포인트 등이다. 에코캐년으로 들어가는 길은 세상에 이럴 수가 싶을 정도로 처음부터 사람의 혼을 빼놓는다. 촛대 바위, 코끼리 바위, 거북 바위, 아이를 등에 업고 있는 모자 바위, 비스듬히 옆 바위에 기대어 마치 연인들이 입맞춤하는 것 같은 모양의 키싱바위, 수백 년 면벽 수도하는 수도승 모양의 바위, 바위에 얹혀 묘하게도 중심을 잡고 서 있는팽이바위 등등. 천차만별 바위들은 제각기 하나하나가 다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유서 깊은 사찰에나 있음 직한 3층 석탑 5층 석탑 모양의 바위들도 빼곡하다.
 
겨우 두 시간 정도의 에코캐년 등산길도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갈기갈기 흔들어 놓는데 치리카후아 공원의 심장이라는 하트 오브락스 루프 트레일(Heart of Rocks Loop Trail)은 얼마나 더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을까. 한고비 돌면 절경이요, 또 한 골짜기 넘어서면 비경이며 다시 한 고개 넘어서면 선경이다. 
 
치리카후아 내셔널 모뉴먼트

치리카후아 내셔널 모뉴먼트

 
빅 밸런스 록 트레일(Big Balanced Rock Trail)도 신기하긴 매한가지다. 저렇게 큰 몸통의 바위가 전혀 어울리지 않게 어떻게 저렇게 중심축을 잘 가늠하여 홀로 서 있는지 이 또한 자연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연출해낼 수 없는 절묘함이 아닐까 싶다. 인스퍼레이션 포인트(Inspiration Point)를 향해 가는 길은 또 다른 맛이다. 청아한 목소리를 자랑하는 이름 모를 산새들이며 인고의 세월을 딛고 바위 틈바귀에 초연히 서 있는 청송들을 보면 저절로 마음이 가라앉고 이름 그대로 무엇인가 영감이 떠오를 것만 같다.
 
문자가 없었던 탓에 치리카후아 인디언의 역사를 밝혀내기는 쉽지가않지만, 후손들은 지금 자신들의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한다. 손가락도 안으로 접어든다고 그들이 우리와 두상이 같고 홍문반점도 있어 그런지 자꾸 마음이 쓰인다. 이곳이 마치 우리 조상이 머물렀던 땅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그래서인 것 같다.    
 
# 여행메모
 
치리카후아는 애리조나 동남부 뉴멕시코주 접경지역에 있다. LA에서 가자면 10번 프리웨이를 타고 동쪽으로 애리조나주 투산을 지나 윌콕스(Willcox)라는 마을에서 내려 186번을 타고 40마일 정도 가면 공원 입구에 도착한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 공원 출입이 제한한다. ▶ 주소 : E Bonita Canyon Rd, Willcox, AZ 85643
 

김평식 여행등산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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