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식의 신 미국유람〈27〉유타주 콜롭캐년
라스베이거스에서 110마일, 억겁 세월이 빚어낸 예술품
자이언 캐년 국립공원 일부, 본채와 떨어진 사랑채 역할
직접 안 걸어보면 평생 후회할 '숨은 보석'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오고 가는 계절을 확인하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때다. 필자도 이 가을을 그냥 넘길 수 없어 모처럼 지인들과 애리조나주 자이언캐년을 다녀왔다. 더 정확하게는 자이언캐년의 한 부분인 콜롭캐년(Kolob Canyon)이다.
자이언캐년은 더 설명이 필요 없는 유명한 국립공원이다. 그랜드캐년에 버금가는 독특한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간직한 곳으로 절벽과 계곡으로 이루어진 공원 안에는 수억 년 풍상에 씻긴 형형색색 바위와 계곡, 산들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그러나 같은 자이언캐년 국립공원의 한 부분임에도 콜롭캐년이란 이름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너나없이 성격들이 급해 뒤에서 누가 잡아가기라도 하는지 처갓집 벌초하듯 자이언캐년도 대충 휙 둘러보고는 인근 브라이스캐년 쪽으로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바로 옆에 콜롭캐년이라는 숨은 보석이 있는 줄은 잘 모를 수밖에. 자이언 국립공원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인 8933피트 높이의 콜롭피크도 사랑채인 콜롭캐년에 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자면 콜롭캐년은 자이언캐년의 사랑채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들어가는 입구도 달라 안방마님이 기거하는 자이언캐년 본채와는 완전히 분리되어있다. 사랑채는 대감 나으리가 기거하면서 손님도 맞고 친구들과 담소도 하던 곳이다. 그러니까 본채 외에 이 사랑채까지 통틀어서 자이언캐년 국립공원이라 하는 것이다.
유타주를 가로질러 올라가는 고속도로가 15번 프리웨이다. 이 길을 따라가다 27번 출구에서 내리면 본채 격인 자이언캐년으로 들어간다. 콜롭캐년은 조금 더 올라가 40번 출구에서 내려야 한다. 콜롭캐년으로 들어가는 길 이름은 콜롭캐년 로드( Kolob Canyon Road)인데 5마일 정도 끝까지 올라가면 뷰포인트,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건너편으로는 웅장한 거봉들이 시선을 압도하고 화장실 뒤로는 피크닉 장소도 넉넉히 있어 쉬기에 좋다. 맞은편에 보이는 8000피트가 넘는 팀버 마운틴의 위용도 장엄하다.
자이언캐년에는 깎아지른 듯한 준봉들이 즐비하다. 그 사이사이 협곡에는 버진리버라는 강이 흐르고 그 강물이 자그마치 400만년 전부터 깎아 만든 형세가 숨이 막힐 정도다. 콜롭캐년에도 이와 비슷한 협곡이 이어진다. 왕복 5마일의 테일러 클릭(Taylor Creek) 트레일을 걸어보면 협곡의 맛을 알 수 있다.
자작자작 흐르는 냇물을 무려 50번이나 넘나들며 막다른 골목 끝까지 들어가면 더블 아치 알코브가 나오는데 하늘을 향해 붉은 암벽 끝을 볼라치면 목이 아파서 다 올려다볼 수가 없을 정도다. 좁은 계곡 양쪽으로는 암벽이 수직으로 서 있어 눈이 내려도 걸터앉을 자리가 없다. 계곡에는 단풍나무들이 적당한 거리에 사철나무들과 섞여 있어 가을이면 단풍 감상도 나쁘지 않다.
여행과 관광의 차이를 말하자면 여행은 걸으면서 구경하는 것이고 관광은 차 안에 앉아서 편하게 보는 것이다. 어디를 가든 이왕이면 관광보다 여행을 해보자는 말이다. 아무리 명승지라도 직접 속살까지 걸어 들어가 직접 맛을 봐야 짠지 싱거운지 참맛을 알지 않을까 싶다.
콜롭캐년이 정말 그런 곳이다. 바쁜 사람들은 차로 와서 경치만 봐도 좋지만 제대로 보려면 조금이라도 하이킹을 해 보라는 것이 그래서이다. 주변 트레일을 따라 가볍게 걸어볼 수도 있고 팀버마운틴 남쪽 절벽 밑으로 돌아 유명한 콜롭아치(Kolob Arch)까지 왕복 13마일 트레킹을 경험해 보면 더 좋다.
등산의 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자이언캐년깊숙이앤젤스 랜딩(Angels Landing)까지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웬만한 등산 전문가도 하루에는 할 수 없는 고난도 여정이라 잘 계획하고 도전하는 것이 좋다.
#여행 메모
콜롭캐년은 자이언캐년 국립공원의 북서쪽 귀퉁이에 자리한다. 자이언캐년보다 지대가 높아 산세가 더 험하고 절벽도 아찔하다. 이곳에 있는 콜롭아치는 폭이 310피트에 달하는 세계적인 자연 아치로 유명하다. 자이언캐년은 라스베이거스 북쪽 110마일, 차로 2시간 반쯤 거리다. 유타주 첫번째국립공원으로 연간 300만 명이 방문한다.
김평식 / 여행 등산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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