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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대박 신기루’ 파고드는 투자 사기

언론사에 들어오는 제보 가운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연이 종종 있다. 특히 한평생 일군 소중한 자산을 사기당했다는 하소연을 들으면 먹먹하다. 피해자가 사기를 당한 계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사기범의 수법은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하다.   가장 흔한 투자사기 수법은 ‘돈을 맡기면 원금은 물론 높은 이자(배당금)를 보장한다’ 유형이다. 약속하는 이자 또는 배당금은 은행 예금 금리의 2~10배나 되는 경우가 대부분.   샌디에이고에 거주하는 이씨 부부는 몇 해 전 고액이자 제안에 넘어간 사례. 이씨 부부는 잘 아는 회계사로부터 돈을 빌려주면 연간 이자로 12%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이씨 부부는 이 말을 믿고 두 차례에 걸쳐 총 17만 달러를 건넸지만, 돌려받은 돈은 1만2000달러가 고작이다.  이씨 부부는 “나중에 계약서를 자세히 보니 투자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1~2년간은 그나마 돈을 주더니 지금은 소송할 테면 하라는 적반하장의 태도로 나오고 있다”며 땅을 쳤다.   요즘 한인 사회 투자 사기의 주요 행태 가운데 하나는 가상자산(암호화폐) 설명회 사칭이다. ‘마이닝 채굴, 투자거래소 애플리케이션 개발, 자체코인 상장, 디지털 금광시스템 구축’ 등등 온갖 미사여구로 정보기술(IT)에 낯선 중·장년층 투자를 유인한다.      60대인 김 모씨는 10만 달러를 사기당했다. 그가 투자한 곳은 한인 가상자산 업체. 김씨는 “투자방식은 복잡해서 들어도 몰랐다. 노후를 책임질 수 있도록 매달 배당금을 넉넉하게 준다고 했다”며 “이후 업체는 투자금이 바닥났다고 했다.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고 한탄했다.     역시 60대인 이 모씨도 LA한인타운 한 비트코인 설명회에 참석했다가 지인 5명과 1만~2만 달러씩 사기를 당했다. 이씨는 “사기꾼들은 비트코인 투자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고, 각 나라 언어로 서비스하는 업체라고 소개했다. 홍보 자료도 그럴듯해 믿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기 피해 사례를 접하면 ‘도대체 무엇을 믿고 큰 돈을 선뜻 건넸을까’하는 의아함이 앞선다.  하지만 남의 돈을 노리는 사기꾼들의 설계는 꽤 치밀하다. 먼저 가상자산 최신 정보 설명회를 사칭해 사람들을 유인한다. 설명회 현장에서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을 늘어놓는다. 결국 목적은 ‘정보사회, 기회를 놓칠 것인가. 발 빠른 투자로 대박의 주인공이 되라’는 달콤한 유혹으로 귀결된다.   이들은 첫째, 대중에게 친숙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투자 성공 사례를 내세운다. 둘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투자 대행 또는 컴퓨터를 이용한 채굴 시스템 등을 선전한다. 셋째, 확인이 불분명한 한국 또는 미국 타지역 본사의 거액 투자유치 사례 및 대규모 회원을 자랑한다. 넷째, 자체 코인 등을 발행했거나 상장 계획이라며 투자자에게 매달 5~15%(연이자 50% 이상) 배당금 보장을 선전한다.   사기 현장에는 조연, 바람잡이도 빠지지 않는다. 멀끔한 모습의 이들은 본인 계좌까지 공개하며 대박 투자를 자랑한다. 이면에는 가족, 친구, 지인까지 투자에 유인하면 더 큰 배당금을 주겠다는 다단계 피라미드 수법의 꼬드김이다.   한 변호사는 가상자산 등 투자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확증편향’에 빠지지 말라고 당부한다. ‘대박’이라는 신기루에 빠진 나머지 투자 전 합리적 의심,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신중함이 마비된다는 것이다.     LA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16.4달러, 캘리포니아 한인 가정 중위소득은 약 7만6800달러다. 세금 떼고 생활비 쓰고, 순수하게 모을 수 있는 돈은 많아야 한 달 1000~2000달러다. 일반 직장인이 1만 달러를 모으려면 1년을 꼬박 일해야 한다. 대박 투자 유혹에 혹해 거액을 건네기 전 어떻게 모은 돈인지 곱씹어야 할 이유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신기루 투자 투자사기 수법 투자 사기 비트코인 투자

2024-04-29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뮤즈, 신기루를 찿아서

욕망은 나이 들지 않는다. 늙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고 누그러질 뿐이다. 세월이 욕망의 거품을 걷어낸다. 욕망은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다. 자동차의 엔진이다. 엔진이 꺼지면 자동차는 멈춘다. 꺼지지 않는 힘의 원천으로 생을 지탱하게 하고, 마른 땅에 풀이 돋게 하며, 헛된 욕망의 날개 접고 편히 기댈 수 있는, 사막 같은 메마른 일상에서 신기루를 꿈꾸게 하는 사람.   소매가 치렁치렁한 검정색 이브닝 드레스, 얼굴을 반이나 가린 검은 안경.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홀리(오드리 헵번)가 크로아상과 종이컵에 커피를 들고 보석상 ‘티파니’ 앞에서 윈도우 쇼핑을 한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첫 장면은 뉴욕을 방문하는 전 세계 여성들이 한번쯤 흉내내는 명장면이다.     뉴욕의 아파트에 사는 홀리는 부유한 남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화려한 신분상승을 꿈꾼다.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온 폴(조지 페퍼트)은 부자인 여인의 후원을 받으며 애인 노릇을 하는 가난한 작가다. 홀리는 폴과 달빛 은은한 밤의 낭만적인 서정과 인간적인 사랑을 나누지만 부와 부유층을 상징하는 보석상 ‘타파니’를 동경하며 꿈과 현실의 괴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폴은 창가에 걸터 앉아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자유분방한 홀리에게 마음을 빼앗기지만 그녀는 꿈 같은 상류사회의 삶을 동경한다. 감성적인 사랑 이야기지만 상류사회에 진입하기를 열망하는 이들의 욕망과 애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영화다.     ‘달빛 흐르는, 1마일도 넘는 강을 언젠가 우아하게 건너갈 거야’ 헨리 맨시니가 작사한, 헵번이 직접 부른 주제가 ‘Moon River’의 아름답고 애잔한 곡조는 만인의 가슴을 파고드는 시대를 초월하는 애창곡이다.   은퇴 후 유니세프 대사로서 인권운동과 자선사업 활동에 참가해 제3세계 오지 마을에서 아이들을 껴안고 미소짓는 노년의 헵번이 보여준 모습은 젊을 적 미녀 이미지 못지않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지방시(Givenchy)가 디자인한 홀리가 입은 검정 드레스는 2006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8억 5천만원에 팔렸다. 수익금은 헵번의 뜻을 살려 빈민가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단체에 기증된다.   오드리 헵번과 지방시는 40년간 소울메이트로 사랑과 우정을 나눈다. 헵번은 지방시가 다자인한 수많은 드레스를 영화와 실생활에서 입었다. 헵번과 지방시는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이자 후원자다. 뮤즈는 영감을 주는 존재다.     뮤즈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술과 학문의 여신이다. 춤과 노래, 음악, 연극,  문학에 능하고, 예술가들과 시인에게 영감과 재능을 불어넣는 예술의 여신이다.     오드리 햅번은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도 지방시의 의상을 품에 안고 오랫동안 키스 하며 숨을 거두었다고 전해진다. 위베르 드 지방시도 헵번을 두고 혼자 돌아오는 내내 그녀의 의상들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쏟았다고 한다.   인간은 절망 속에서 신기루를 찿는다. 오아시스를 꿈꾸지 않으면 뜨거운 사막을 걸을 수 없다. 타인으로부터 비롯된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 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영혼의 지팡이가 되는 소울메이트가 있으면 인생길이 외롭지 않다. 절망을 견디게 하고 욕망의 찌꺼기를 걷어주는 뮤즈가 있으면, 평범하고 남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요술병에 몸을 숨긴 달콤한 사랑의 매듭을 풀 수 있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신기루 뮤즈 뮤즈 신기루 지방시도 헵번 오드리 헵번

202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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