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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깨진 벼루의 명(銘)

  ━   깨진 벼루의 명(銘)     최남선(1890~1957)   다 부서지는 때에 혼자 성키 바랄소냐   금이야 갔을망정 벼루는 벼루로다   무른 듯 단단한 속은 알 이 알까 하노라   -백팔번뇌     ━   지식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은 일본 유학을 중퇴하고 귀국한 열여덟 살 때 출판사 신문관을 차리고, 이듬해 종합월간지 ‘소년’을 창간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했다. 1919년 기미독립선언서 기초 책임자로 투옥되었다. 1920년대 중반에 논문 ‘조선 국민문학으로서의 시조’를 발표하고 우리 겨레가 오랫동안 자신들의 모든 것을 담아냈던 노랫가락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일제에 맞서 한민족의 뿌리인 단군 사상과, 한민족 특유의 시가(詩歌)인 시조를 부활시켰다. 1926년에 출간된 첫 개인 시조집 『백팔번뇌』는 육당이 과거의 여러 가지 실험적인 시 형식을 모두 끝내고 택한 최종적 결정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신범순 교수)   깨진 벼루를 보며 다 부서지는데 ‘어떻게 혼자 성키를’ 바라겠느냐, 금이 가도 ‘벼루는 벼루’라는 말, ‘무른 듯 단단한 속은’ 알 이가 있을 것이라는 위로는 훗날 자신이 걸었던 친일의 길을 무서우리 만치 정확하게 예언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해방 후 반민족행위자로 기소됐으나 일체 자기변명을 하지 않았다 한다. 망국과 동족상잔 같은 민족 최악의 수난기를 살다 간 그의 생애는 지식인의 삶의 방식에 대한 준엄한 반면교사라고도 하겠다. 국난의 시기를 지식인으로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우리는 그것을 육당의 생애에서 본다.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벼루 개인 시조집 한민족 특유 육당의 생애

2022-12-29

[시조가 있는 아침] 장안사(長安寺)

  ━   장안사(長安寺)     이은상 (1903-1882)   장하던 금전벽우(金殿碧宇)   찬 재되고 남은 터에   이루고 또 이루어 오늘을 보이도다   흥망이 산중에도 있다 하니   더욱 비감하여라   - 노산 시조집     ━   가곡왕 노산     삼국시대에 창건된 금강산 장안사. 고려 때는 원나라 순제의 황후 기씨가 전국 최고의 사찰로 화려하게 중건하였다 한다. 금으로 된 전각(金殿)이 푸른 하늘(碧宇) 아래 빛나던 그 웅장하던 모습이 몇 차례의 화재로 차디찬 재가 되고 말았다. 그 후 다시 중창을 거쳤으나 기황후가 봉안하였다는 1만 5천 불(佛)의 모습은 찾을 길 없다. 흥망이 인간 세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산중에도 절이 지어지고 쓰러지는 흥망이 유수하니 더욱 슬프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시가 가장 많이 노래가 된 시인은 노산 이은상일 것이다. 가고파, 봄처녀, 옛 동산에 올라, 성불사의 밤, 금강에 살으리랏다 등이 모두 그의 시조를 가사로 했다. 이 시조도 홍난파가 작곡해 1933년 작곡자의 작품집인 ‘조선가요작곡집’을 통해 발표되었다.   노산의 시조가 노래가 많이 된 까닭은 시의 탁월성 때문이겠지만 시조가 갖고 있는 기본 운율의 덕분이 아닐까 한다. 시조는 당초 노래(唱)로 불리워졌다. 시조는 리듬을 갖춘 시이기 때문에 작곡가들이 좋아하는 형식일 수도 있을 것이다.   1982년의 여름, 선생께서 위독하시단 말을 듣고 댁으로 찾아뵌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장안사 금강산 장안사 노산 시조집 가곡왕 노산

2022-12-08

[시조가 있는 아침] 깨진 벼루의 명(銘)

  ━   깨진 벼루의 명(銘)     최남선(1890~1957)   다 부서지는 때에 혼자 성키 바랄소냐   금이야 갔을망정 벼루는 벼루로다   무른 듯 단단한 속은 알 이 알까 하노라   -백팔번뇌     ━   지식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은 일본 유학을 중퇴하고 귀국한 열여덟 살 때 출판사 신문관을 차리고, 이듬해 종합월간지 ‘소년’을 창간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했다. 1919년 기미독립선언서 기초 책임자로 투옥되었다. 1920년대 중반에 논문 ‘조선 국민문학으로서의 시조’를 발표하고 우리 겨레가 오랫동안 자신들의 모든 것을 담아냈던 노랫가락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일제에 맞서 한민족의 뿌리인 단군 사상과, 한민족 특유의 시가(詩歌)인 시조를 부활시켰다. 1926년에 출간된 첫 개인 시조집 ‘백팔번뇌’는 육당이 과거의 여러 가지 실험적인 시 형식을 모두 끝내고 택한 최종적 결정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신범순 교수)   깨진 벼루를 보며 다 부서지는데 ‘어떻게 혼자 성키를’ 바라겠느냐, 금이 가도 ‘벼루는 벼루’라는 말, ‘무른 듯 단단한 속은’ 알 이가 있을 것이라는 위로는 훗날 자신이 걸었던 친일의 길을 무서우리 만치 정확하게 예언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해방 후 반민족행위자로 기소됐으나 일체 자기변명을 하지 않았다 한다. 망국과 동족상잔 같은 민족 최악의 수난기를 살다 간 그의 생애는 지식인의 삶의 방식에 대한 준엄한 반면교사라고도 하겠다. 국난의 시기를 지식인으로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우리는 그것을 육당의 생애에서 본다.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벼루 개인 시조집 한민족 특유 육당의 생애

2022-11-17

깨진 벼루의 명(銘)-최남선(1890~1957)

다 부서지는 때에   혼자 성키 바랄소냐 금이야 갔을망정   벼루는 벼루로다 무른 듯 단단한 속은   알 이 알까 하노라   -백팔번뇌   지식인의 지조   육당 최남선은 일본 유학을 중퇴하고 귀국한 열여덟 살 때 출판사 신문관을 차리고, 이듬해 종합월간지 ‘소년’을 창간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했다. 1919년 기미독립선언서 기초 책임자로 투옥되었다.     1920년대 중반에 논문 ‘조선 국민문학으로서의 시조’를 발표하고 우리 겨레가 오랫동안 자신들의 모든 것을 담아냈던 노랫가락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일제에 맞서 한민족의 뿌리인 단군 사상과, 한민족 특유의 시가(詩歌)인 시조를 부활시켰다. 1926년에 출간된 첫 개인 시조집 ‘백팔번뇌’는 육당이 과거의 여러 가지 실험적인 시 형식을 모두 끝내고 택한 최종적 결정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신범순 교수)   깨진 벼루를 보며 다 부서지는데 ‘어떻게 혼자 성키를’ 바라겠느냐, 금이 가도 ‘벼루는 벼루’라는 말, ‘무른 듯 단단한 속은’ 알 이가 있을 것이라는 위로는 훗날 자신이 걸었던 친일의 길을 무서우리 만치 정확하게 예언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해방 후 반민족행위자로 기소됐으나 일체 자기변명을 하지 않았다 한다. 망국과 동족상잔 같은 민족 최악의 수난기를 살다 간 그의 생애는 지식인의 삶의 방식에 대한 준엄한 반면교사라고도 하겠다. 국난의 시기를 지식인으로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우리는 그것을 육당의 생애에서 본다.   유자효 / 시인최남선 벼루 백팔번뇌 지식인 개인 시조집 한민족 특유

2022-02-09

하버드 교수 시조집 낸다…데이빗 맥켄 한국학연구소장, 내년 3월 '도심의 절간' 출간

하버드대학교의 백인 교수가 영문 시조집 ‘Urban Temple(도심의 절간)’을 출간한다. 하버드대 한국문학과 교수이자 한국학연구소장인 데이빗 맥켄(64·사진) 박사는 영어로 쓴 시조 100편을 내년 3월경 출판사 ‘보리프(Bo-Leaf Books)’에서 발간할 예정이다. 외국인이 창작 시조집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맥켄 교수는 12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히고 “수년간 읽고 연구하고 번역해 왔던 한국 고전문학 형식을 영어로 쓴다는 것이 매우 즐겁고도 신나는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인인 맥켄 교수는 “영문 시조집이 출간되면 영시 시인들은 시조가 무척 유연하고 표현적이며 기민한 형식이라는 사실을 알게될 것”이라며 말했다.” 그는 미 시전문지 ‘포에트리’‘플라우셰어’‘푸시카트상 수상선집 III’ 등에 시를 발표했으며, 2005년 영시집 ‘캣버드 트리(Cat Bird Tree)’를 출간했다. 맥켄 교수는 ‘한국 시의 형식과 자유’를 주제로 한 논문 연구차 한국에 1년 반 머물면서 시조 창을 몇 차례 들었다고 한다. 1966년부터 2년간 평화봉사단원으로 안동에서 지내던 시절의 추억을 돌이키며 시조 형식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가 시조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올 여름 이화여대에서 강의하면서, 여름철 휴가지인 메인에서, 보스턴 하버드스퀘어의 레스토랑 ‘찰리즈 키친’에서도 냅킨 위에 메모를 하며 틈틈히 착상을 가다듬었다. 쓴 것을 모아보니 100편이 넘어섰다. 최근 시애틀에서 열린 학회에서는 아내 앤과의 결혼 40주년 기념 시조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에 평화봉사단으로 파견될 당시 같은 그룹이었던 부인은 서울 창덕여고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했으며 둘 사이에 1남1녀를 두었다. ☞ 데이빗 맥켄=1946년 메인주에서 태어나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릿지에서 성장했다. 암허스트대학교에서 유럽 역사를 전공한 후 하버드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다. 하버드대학원 졸업 후 김소월·서정주·고은 등의 시집과 한국 초기 시선, 현대시집을 번역했다. 지난해 한국문학 전문 연간 문예집 ‘진달래꽃(Azalea)’를 창간했다. 2004년 만해대상 학술부문상, 2006년 문화관광부 보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박숙희 기자 [email protected]

2008-11-14

'학교에 시조 짓는 날 생겼으면'…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장 데이빗 맥켄 교수

데이빗 맥켄(사진) 하버드대 교수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66년 평화봉사단원으로 경북 안동에 머무르면서 시작된다. 안동농고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서점에서 영문으로 번역된 김소월 시집을 발견한 그는 소월의 시에 심취했다. 한국어가 능숙해지면서 직접 시를 번역하기 시작했고, 고국의 부모에게 번역시를 편지에 써 보냈다. 그 후 40여년간 맥켄 교수는 한국문학에 빠져 보낸다. 신라향가·고려속요와 가사 그리고 시조 등 고전을 연구했고, 김소월·서정주·고은·김지하·박재삼 등 근현대 시인의 시를 번역하며 한국문학을 섭렵해왔다. 지난 12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드라마 ‘황진이’ 상영과 토론회에서 맥켄 교수를 만났다. -어떻게 시조를 발견했나. “책을 읽고 번역하면서 녹음된 시조창을 들으며 관심을 갖게됐다. 리처드 러트가 번역해 1971년 캘리포니아대에서 출간했던 한국시조집 ‘대나무 숲(Bamboo Grove)’을 보고 시조에 매료됐다. 1998년 미시간대에서 이 책이 다시 출간되면서 내가 서문을 썼다.” -하버드대에서 시조를 가르치나. “최근 아시아 시작법(詩作法) 강좌를 개설해 한·중·일의 시를 비교 연구하는 수업을 열었다. 중국의 이백과 두보의 시, 한국 윤선도 등의 시조, 그리고 일본의 하이쿠 시인 마츠오 바쇼를 가르쳤다.” -시조와 하이쿠(俳句, 5·7·5의 3구 17자로 된 일본의 단시)의 차이는. “미국 초등학교 4학년에 ‘하이쿠 짓는 날’이 있을 정도로 하이쿠는 잘 알려져 있다. ‘시조 짓는 날’도 생기기 바란다. 하이쿠는 매우 짧다. 운율의 측면에서 하이쿠는 전진과 후퇴 그리고는 ‘쿵’하고 끝난다. 시조는 초장과 중장에서 생각이나 이미지, 혹은 운율이 전개될 수 있는 여유를 준 다음, 종장 도입부에서 약간 반전한 뒤 종결한다.” -시인으로서 황진이는. “황진이는 놀라운 시조를 몇 편 썼다. 그 중 ‘청산리 벽계수…’는 한자와 한글을 병용해 맞서 결판을 벌이는 것을 표현했고, ‘어져 내 일이야…’는 순수하게 한글로만 정(情)을 표현한 시조다.” -번역은 반역인가. “어떤 번역은 반역일 수도 있다. 언젠가 서정주의 시를 번역해서 서정주 시인에게 보였는데, 한편씩 크게 읽더니 ‘실수가 있네!’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는 그의 시를 번역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미당이 ‘번역이 더 낫네 그려!’라고 했다. 이후 그의 훌륭한 시집 3권을 번역 출판했다.” -미국의 한류를 어떻게 보나. “은근하게 때때로 시끌벅적한 방식으로 도처에 한국이 있다. 물론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 내 시조집이 출간되는 것을 계기로 다른 이들도 시조 짓는 것을 시도하기를 기대한다.”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너무도 많다. 2004년 만해대상을 받은 것이 무척 영광스러웠다. 논문 리서치를 하러 아내와 딸하고 함께 만해마을(강원도 인제군 소재)에 갔다. 한국어로 인사말을 했다. 수년간 내가 만난 시인들에 대해 마음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했는데, 모든 시인들 특히 미당(*편집자 주: 2000년 작고)이 기념식에 온 것처럼 느껴졌다.” 박숙희 기자 [email protected]

200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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