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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중서부의 습지

중서부 지역에 산재한 습지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지대가 낮은 지역에 물을 담고 있는 자연 지형이 사라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대형 농장과 대규모 주택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습지가 하나둘씩 사라지고 나면 홍수 예방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습지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습지(wetland)는 평평한 지형이 주를 이루고 있는 중서부 곳곳에서 쉽게 발견된다. 지리적인 높낮이 차이가 없는 지형에서는 폭우가 쏟아졌을 때 습지에서 큰 물줄기를 잠시 담아두며 홍수방지 효과를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십년새 상업적인 농업 등으로 인해 습지가 사라지면서 경제적인 효과로 따지면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효과를 날려버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일리노이를 포함한 북부 중서부(upper Midwest) 지역에는 모두 3000만 에이커의 습지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일리노이에만 100만 에이커에 달하는 자연 습지가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상업 농경지 개발 등으로 인해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하지만 습지의 경제적 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폭우가 내렸을 경우 습지가 없었다면 한순간에 휩쓸고 지나갔을 물을 잠시 담고 있다가 천천히 배출하는 천연 홍수 방지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또 습지 주변의 토양은 물을 흡수할 수도 있어 홍수 예방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능을 경제적 효과로 따지면 일리노이에서만 연간 230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북부 중서부 지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3230억달러에서 7540억달러로 추정될 정도로 엄청난 금액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습지를 천연 스폰지와 같다고 평가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기후 변화 등의 이유로 인해서 폭우와 홍수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리노이는 지난 1980년 이후 일곱 번의 대홍수가 발생했다. 그중 여섯 번은 최근 16년새 발생하기도 했다. 2019년 홍수 때에는 홍수 피해로 2204건의 피해 접수가 있었고 건당 1만4000달러 이상의 피해액이 신고됐다. 작년 9월 홍수로 연방 정부는 일리노이에 약 2300만달러의 지원금을 보조한 바 있다. 만약 이런 큰 홍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습지가 없었다면 홍수 피해는 더욱 커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연방대법원은 습지 개발권을 허용하는 등 습지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게 되면 이러한 경향이 더욱 도드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우려는 과거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1780년대 이후 전국의 습지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일리노이 역시 90% 이상의 습지가 개발 등으로 없어진 상황이다. 이제는 과거와 같이 곳곳에 작은 규모의 습지가 사라지면서 폭우 발생시 물기를 담을 수 없어 넘친 물이 각 가정의 지하로 새어나가고 있다.     사실 시카고 역사는 습지에서 시작됐다. 유럽 탐험가들이 인디언들이 거주하고 있는 시카고를 처음으로 찾았을 때 현재 시카고 강과 미시간 호수가 만나는 지역이 모두 습지였고 주변에는 온통 한국 사람들에게는 삼마늘로 알려진 야생 양파로 가득했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이야 시카고 다운타운이 모두 고층 건물로 가득 채워져 있고 시카고 강이 미시간 호수로 들어가지 않고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모습은 사라진 상태다.     습지는 이런 홍수 예방 기능 뿐 아니라 그린하우스 가스를 효과적으로 저장하는 또 다른 중요한 역할도 한다. 일리노이 자연보호국은 습지가 연간 6000톤의 그린하우스 가스를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정도 양이면 화력발전소에서 연간 1000가구 이상의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때 발생하는 가스를 대기 상에 배출하지 않고 가둘 수 있는 양이다. 그만큼 환경 보호에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는 것이 습지라는 것이다.     특히 습지는 지구 토양 면적의 6%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토양이 저장하는 탄소의 30% 이상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습지가 사라지거나 파괴되면 여기에 있던 탄소는 메탄이나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등의 형태로 대기에 배출되는데 이들 가스는 모두 온실효과의 주범으로 지적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라지는 습지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연방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개발업자가 습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판결한 바 있다. 지표면에서 강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습지에 한해서라는 단서가 달렸지만 습지 전문가들은 강이나 하천과 떨어져 있는 습지는 사실상 없다며 법원 판결에 동의하지 않았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클린 워터법을 통해 습지를 보호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를 뒤집을 가능성도 크다. 만약 그럴 경우 일리노이와 같이 습지 보호를 주법으로 하지 않는 주는 제대로 된 규제 조치가 없는 상황에 놓인다. 미시간, 위스컨신, 미네소타 등과 같은 중서부 주정부는 종합적인 습지 보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리노이의 경우 주재정이 투입된 경우에만 습지를 보호하고 있다. 듀페이지와 레이크 카운티의 경우 자체 조례를 통해 자체적으로 습지 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주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습지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주의회에 상정된 습지 하천 보호법의 통과 여부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중서부 습지 습지 보호 습지 개발권 중서부 지역

2024-12-11

둘루스에 귀넷 첫 습지 공원 생긴다

귀넷의 첫 습지(wetland) 공원 조성을 위한 공사가 지난 22일 시작됐다.   '비버 루인 습지공원'으로 이름 붙여진 이 공원은 비버 루인 로드, 피치트리 인더스트리얼 불러바드, 뷰포드 하이웨이, 올드 노크로스 로드에 걸쳐 총 86에이커 규모로 조성된다. 귀넷플레이스몰, 파라곤 골프센터 등이 공원에서 가깝다.   내년 말 완공되는 새 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빗물 유출수가 인근 개울이나 강으로 흘러 들어가기 전에 자연적으로 정화되는 습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공원 내 4.5 평방마일 규모의 지역이 빗물을 받아 인근 옐로 리버와 스윗워터 크릭으로 흘러 들어가기 전에 오염 물질을 걸러낼 수 있다.   따라서 공원이 완공되면 집중 호우로 인한 유출수를 처리하고, 인근 수로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을 기대한다고 귀넷 정부 측은 밝혔다. 클레이튼 카운티에는 이와 같은 습지 공원이 있지만, 귀넷은 처음이다.   비버 루인 습지 공원에 대한 계획은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됐다. 카운티 측은 2년 전부터 하천 제방을 안정화하고 야생동물 서식지를 개선하며 자생 식물을 습지공원 지역에 가져오는 '프로젝트 1단계'에 해당하는 작업을 진행해 오는 6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후 2단계는 공원의 산책로 등 여가시설 공사에 들어간다. 산책로, 최첨단 야생동물 관찰 타워, 개방형 잔디밭 놀이터, 지붕이 있는 피크닉 공간, 화장실, 그네 등이 포함된다.   니콜 러브 헨드릭슨 귀넷 카운티 커미션 의장은 22일 착공식에 참석해 "이런 프로젝트는 우리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며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아 기자둘루스 습지 습지공원 지역 습지 공원 둘루스 비버

2024-04-24

[삶의 뜨락에서] 고립 그러나 연결

‘가재가 노래하는 곳’(Delia Owens)을 읽었다. 제목이 암시하듯 아주 특별한 책이었다. 과연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어디일까, 그리고 가재의 노랫소리는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이 책은 이미 뉴욕타임스 180주 연속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렸고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소설은 한 어린 소녀의 성장소설이면서 자연과 동화되어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소녀의 러브스토리이고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추리소설이기도 하다. 작가는 동물행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아프리카 오지에서 7년 동안 야생동물의 행동과 생태를 연구 조사한 후 ‘칼라하리의 절규’ 등 실화 세 편을 발표하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미 명성을 얻은 바 있다.     이 책은 이미 그녀가 나이 70이 되어서 쓴 첫 장편소설로 2018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될 만큼 전 세계를 휩쓸었다. 23년의 세월을 야생동물을 관찰하면서 인간의 행동도 얼마나 그들과 비슷한지 배우게 되었고 혼자서 성장해야 할 상황에 내몰린 어린 소녀의 행동에 고립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는 자세로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생물 중에 유독 인간만이 자립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 어른의 도움 없이 인간이 자연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체험하며 이 소설을 써 내려 갔다.     주인공인 카야는 6살 때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구타에 못 이겨 집을 떠난 엄마를 목격한다. 그 후 두 명의 언니와 두 명의 오빠까지 집을 떠나고 카야만 홀로 폭력적인 아버지와 남게 된다. 얼마 후 아버지마저 집을 나간 후 카야는 혼자 습지에 남겨졌다. 당장 배가 고팠다. 서툴고도 낯설지만, 집에 남아 있는 재료로 무엇이든 만들어 먹었다. 재료가 바닥나자 늪에서 홍합을 캐 먹었다. 어린 카야에게 슬픔이나 외로움, 고독이란 단어는 너무 어렵고 사치스러웠다. 그녀는 홍합을 캐 마을 가게에 가서 생필품과 교환해가며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마을 사람들은 카야를 마시걸(marsh girl, 습지 소녀)이라고 부르며 그녀의 삶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며 고립시킨다. 그녀는 점점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차츰 두려워져 사람만 보면 숨게 되는 보호본능의 자신을 발견한다.     이제 카야는 갈매기, 조개, 반딧불, 습지, 바닷가, 모래와 친구가 된다. 종일 습지와 바닷가에서 그들을 관찰하고 깃털을 수집하고 그림을 그린다. 작가의 아름다운 서정적인 문체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독자에게 갈매기 울음소리를 들려주며 습지 나무 틈새로 새어 나오는 황홀한 빛으로 독자를 감전시키고 가재가 노래하는 곳으로 인도한다. 카야는 습지에서 본능이 가르치는 대로 적응해간다. 카야는 이제 아름다운 소녀가 되었고 습지의 모든 생물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웠다. 카야는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를 갈망하지만, 그들은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카야에게 처음 다가온 소년, 테이트(조디 오빠 친구)가 나타나고 그녀에게 책 읽는 법을 가르쳐준다.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테이트는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시로 떠나게 되고 동네 훈남 체이스를 만난다. 체이스는 결혼을 전제로 카야를 유혹하며 몸과 마음을 다 얻게 되지만 결국 배신한다. 테이트는 박사학위까지 마치고 돌아와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용서를 구한다. 테이트는 그동안 카야가 모아둔 자료들을 보고 완전 감동하여 책 출판을 권유한다. 카야의 자연 예찬과 열정이 책 출판을 성공으로 이끈다.     한편 체이스는 카야를 다시 겁탈하려 하자 카야는 죽을 힘을 다해 그를 제압한다. 며칠 후 체이스는 시체로 발견되고 카야는 범인으로 지목되고 체포당한다. 선량한 변호사의 변론이 배심원의 마음을 움직여 카야는 무죄로 풀려나온다. 카야는테이트와 결혼하고 조디 오빠와 교류하며 습지에서 계속 집필해가며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책을 덮고 눈을 감는다. 나는 과연 카야가 될 수 있을까.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고립 연결 습지 바닷가 습지 나무 술주정뱅이 아버지

2023-07-28

[이 작품과 만났다] 자연과 우리는 하나…가재가 노래하는 곳

 책을 읽고 나면 한동안 그 책의 세계에 빠져 책과 헤어지는 게 안타까운 책들이 있다. 쥐스킨트의 ‘향수’가 그랬고,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가 그랬다. 그런데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읽은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주인공이 누린 완벽한 자유, 야생성을 잃지 않은 한 인간이 자연과 어우러져 풍겨내는 그 과도한 매력에 빠져 다른 책으로 건너갈 수가 없으니 이제는 이 책이 내 사전 최고의 책이 되어버린 것이다.   책은 아버지의 무능과 폭력으로, 여섯살 때 엄마가 곁을 떠나고, 열 살 때는 형제들도 모두 떠나, 외진 바닷가 습지에서 홀로 처참한 가난과 외로움과 차별의 문제에 한꺼번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카야’라는 소녀의 성장소설이면서, 테이트라는 소년과의 사랑 이야기면서, 살인사건이 첨가된 스릴러물이다. 소설의 기본 중에 기본요소인 ‘흥미’ 면에서 그 어떤 소설에도 뒤지지 않으나, 이 책에는 그 어떤 책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맑음’이 있다.     그림처럼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 그 자연과 한 인간과의 완벽한 교감, 우리 인간이 결국 다 같이 하나의 자연이라는 사실, 그리고 계산 없이느릿느릿, 겉치레에 치중하지 않고 내면에만 충실해도 삶은 얼마든지 진화될 수도 행복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조용하고도 품위 있게 알려준다. 그 점에서 비슷한 내용의 다른 통속소설과 완벽하게 구별된다.   책의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70평생 생태학자의 길을 걷다가, 2018년 첫 소설작품으로 이 책을 발표했다고 한다. 평생을 통한 생태계연구로 비할 데 없이 아름답게 자연을 묘사할 수 있었던 점에 경이에 가까운 존경심이 일었다. 한 가지 일로 뿌리를 내리고, 튼실한 열매를 맺게 하는 삶. 이보다 더 부러운 삶이 있을까…언젠가 그런 습지에서, 문명의 이기와 잡다한 관계들을 뒤로 한 채, 외롭고도 외롭게 꼭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경한 소원을 갖게 한 이 책은 다만, 최고의 반전이 있는 마지막 부분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주춤거려지기는 했으나, 이보다 더 매혹적으로 자연 친화적인 우리 본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면서, 나도 모르게 스르르 위로를 받게 하는 책은 글쎄…나의 짧은 독서력 안에서는 없었던 듯하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의 뭉근한 무게로 앞이 뿌연했으나, ‘바람이 분다…살아봐야겠다…’는 기운을 나도 모르는 사이 얻게 해주었다.     그런데, 드디어, 상상 속의 바닷가가 어떻게 실제 모습으로 드러날지 참으로 기대됐던 영화가 올여름 극장 개봉을 했다. 아. 어찌 감히 책 속의 그 아름다움을 영화가 표현해낼 것이라 기대를 했던 것일까. 이 책을 발굴해서 40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는 길을 열어주고, 영화로까지 제작한 배우, 리스 위더스푼의 시도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주인공 선정을 시작으로, 어찌나 편편하고 좁은 시야로 영화가 전개되든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책을 능가하는 영화는 있을 수가 없다는 진리(?)를 새삼 절감하며 책 속에서 품은 나만의 풍광을 더더욱 그리워하게 되었다. 그래도 스토리라인 자체가 튼실하기 때문인지, 나온지 2개월이 지났음에도 영화는 아직 극장 상영 중이다. 박영숙 / 시인이 작품과 만났다 가재가 자연 시야로 영화 바닷가 습지 올여름 극장

20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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