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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아노말리

“선생님은 우리 모두가 시뮬레이션 안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난 아무것도 모릅니다. 우디 앨런이 한 말을 약간 비틀어서,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프로그래머들한테 그럴싸한 핑계라도 있길 바랍니다. 그들이 창조한 세상이 어쨌든 개판이니까요. 그렇지만 내가 이해한 바로는, 개판을 만든 장본인은 우리입니다.”     에르베 르 텔리에 『아노말리』   세상에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면? 미스터리한 비행기 사고로 300여명의 승객이 자신과 똑같은 존재들을 만나게 된다. 과학자·철학자·정치인·종교인 등이 이 전대미문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일련의 과학자들은 ‘매트릭스’적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니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프로그램이 거의 확실하다’라면서 말이다.    물론 명백한 답은 없다. 세상은 끝내 미스터리로 남고, 어느 게 원본인지 모르는 ‘나’와 ‘또 다른 나’는 제각각 살아간다. 서로를 통해 삶의 또 다른 진실을 마주하기도 한다.  2020년 콩쿠르상 수상작품. 이상·변칙·모순이라는 뜻의 ‘아노말리’는 소설 속 소설이기도 한데, 소설 안에서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하는 짜릿한 리듬이 있다”는 평을 받는다. 바로 이 작품이 그렇다.  “매력적인 사유실험” “자아와의 대면” “수준 높은 오락과 진지한 문학의 교집합”이라며 전 세계 매체들이 호평했다. 콩쿠르상 수상작 중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기도 하다. 수학자·언어학 박사이기도 한 작가는 국제적 실험 문학 집단인 ‘울리포’ 회장직을 맡고 있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콩쿠르상 수상작품 언어학 박사 우디 앨런

2024-03-20

정혜선 시인 정지용 해외문학상…수상작품 '그믐'

제2회 정지용 해외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재미시인협회(회장고광이·이하 재미시협)와 옥천군과 동행문학이 주관하는 제2회 정지용 해외문학상 수상자로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거주하는 정혜선(사진)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문학상 심사위원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권혁웅 한양여대 교수, 문학평론가인 이형권 충남대학교 교수, 문태준 시인이 맡았다.     재미시협에 따르면 올해 정지용 해외문학상 공모에 24명의 시인이 7-10편씩 작품을 응모했다. 심사위원들이 각자 두 명을 추천하고, 이렇게 모인 여섯 명의 작품을 대상으로 토의를 통해 최종 수상작을 선정했다.     한국 신춘문예에 실린 심사평을 통해  “일차 심사에서 좋은 작품이 너무 많아 두 명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이미 하나의 세계를 이룬 시에 관해서는 우열과 상하를 논할 수가 없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빛나는 세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정혜선 시인의 ‘그믐’ 외 7편에 대해 “동행이란 서로를 읽는 일임을 결구가 매력적으로 보여준다”며 “삶의 행보와 책의 행간과 시의 행과 연이 결구에서 만나고 있다”고 평했다.   재미시인협회, 정지용 해외문학상위원회, 계간지 동행문학은 한국 현대 시의 아버지라 불리며 한국시가 근대화하는 데 기여한 정지용 시인을 기리며 지난해부터 충북 옥천문화원과 연계해 정지용 해외문학상 공모전을 열었다.     제1회 정지용 해외문학상은 텍사스 댈러스에 거주하는 박인애 시인의 ‘버려짐에 대하여’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은영 기자 lee.eunyoung6@koreadaily.com해외문학상 수상작품 정지용 해외문학상 재미시인협회 정지용 정지용 시인

2023-08-06

[문장으로 읽는 책] 아노말리

“선생님은 우리 모두가 시뮬레이션 안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난 아무것도 모릅니다. 우디 앨런이 한 말을 약간 비틀어서,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프로그래머들한테 그럴싸한 핑계라도 있길 바랍니다. 그들이 창조한 세상이 어쨌든 개판이니까요. 그렇지만 내가 이해한 바로는, 개판을 만든 장본인은 우리입니다.”   에르베 르 텔리에 『아노말리』   세상에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면? 미스터리한 비행기 사고로 300여명의 승객이 자신과 똑같은 존재들을 만나게 된다. 과학자·철학자·정치인·종교인 등이 이 전대미문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일련의 과학자들은 ‘매트릭스’적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니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프로그램이 거의 확실하다’라면서 말이다.   물론 명백한 답은 없다. 세상은 끝내 미스터리로 남고, 어느 게 원본인지 모르는 ‘나’와 ‘또 다른 나’는 제각각 살아간다. 서로를 통해 삶의 또 다른 진실을 마주하기도 한다.  2020년 콩쿠르상 수상작품. 이상·변칙·모순이라는 뜻의 ‘아노말리’는 소설 속 소설이기도 한데, 소설 안에서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하는 짜릿한 리듬이 있다”는 평을 받는다. 바로 이 작품이 그렇다.  “매력적인 사유실험” “자아와의 대면” “수준 높은 오락과 진지한 문학의 교집합”이라며 전 세계 매체들이 호평했다. 콩쿠르상 수상작 중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기도 하다. 수학자·언어학 박사이기도 한 작가는 국제적 실험 문학 집단인 ‘울리포’ 회장직을 맡고 있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콩쿠르상 수상작품 언어학 박사 우디 앨런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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