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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약]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여름 수박

여름은 수박의 계절이면서 동시에 다이어트의 계절이다. 하지만 수박을 먹으면서 살찔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수박 100g이 제공하는 에너지는 31㎉에 불과하다. 한 번에 1㎏을 먹어야 고작 밥 한 공기 칼로리이다. 달콤한 맛으로 인해 수박에 엄청난 당분이 들어있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수박의 당분 함량은 100g당 5.1g 수준으로 사과(10.6g)와 포도(11.9g)의 절반에 못 미친다. 수박이 이렇게 저칼로리인 것은 과육의 90% 이상이 수분이기 때문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 수분 보충을 위해 수박을 자주 먹는 게 좋은 이유이다. 게다가 수박 속의 당분은 대부분 과당으로 당지수가 낮다. 물에 녹은 상태의 과당은 낮은 온도에서 더 강한 단맛을 내는 형태로 존재한다. 냉장고에서 차갑게 하여 먹는 수박이 더 달고 맛있게 느껴지는 현상에는 이런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잘 익은 수박 속살이 빨간색을 띠는 것은 라이코펜 때문이다. 수박에는 토마토 생것보다 라이코펜이 40% 더 많이 들어있다. 항산화물질인 라이코펜의 흡수를 높이려고 굳이 수박을 익혀먹지 않아도 된다. 수박 속에 들어있는 라이코펜은 체내로 흡수가 더 잘 되는 시스 형태 이성질체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박에는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아미노산 L-시트룰린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수박 1㎏을 먹으면 L-시트룰린 약 2g을 섭취하게 된다. L-시트룰린은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낮추며 남성의 발기부전에도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다. 운동능력을 향상시켜 줄 거라는 생각에 운동 전에 L-시트룰린을 보충제로 섭취하는 사람도 많지만,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그런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박을 먹으면 혈압이 떨어진다거나 암이 예방된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하지만 라이코펜, L-시트룰린를 비롯한 다양한 영양물질이 들어있다는 걸 알고 먹는 것만으로도 수박으로 더위를 식힐 때 기분이 조금 더 좋아지는 건 사실이다.   요즘은 수박을 멋지게 써는 동영상도 자주 눈에 띈다. 하지만 과일을 썰 때는 안전이 더 중요하다. 2020년 미국 연구에 따르면 아보카도를 자르다가 칼에 베이는 건수의 절반이 4월부터 7월에 집중된다. 수박을 자르다가 다치는 빈도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지만 수박을 자를 때도 조심하지 않으면 다치기 쉽다. 수박을 자를 때는 도마와 수박 표면 물기를 없애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박을 절반으로 자르고 작은 조각들로 나눈 뒤에 껍질을 제거하는 방식이 다칠 위험이 적다. 깍둑썰기해서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하면 랩으로 씌울 때보다 세균 오염이 적다. 덥고 습한 여름날은 빨리 지나가길 바랄 때가 있지만, 냉장고에 넣어둔 시원한 수박을 꺼내 먹는 행복만큼은 오랫동안 즐기고 싶다.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음식과 약 여름 수박 여름 수박 수박 속살 수박 100g

2024-07-22

놀며 쉬며 걸으며…도시의 속살을 만나다

도시는 두발로 걸을 때에만 온전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준다. 그래서 거리 구석구석을 걷다보면 그동안 몰랐던 도시의 속살을, 예상치 못했던 이면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선셋 정션은 LA를 이해하기 가장 좋은 거리다. 선셋 불러바드와 샌타모니카 불러바드가 만나는 선셋 정션은 LA 대표 핫플로 자리잡은 지 오래. 선셋 정션이라는 사인판 바로 아래 자리잡은 미국 스페셜티 커피 대표 브랜드인 인텔리젠시아 커피(Intelligentsia Coffee)를 중심으로 유명 카페와 레스토랑, 부티크들이 2~3블럭 안에 밀집해 있어 인근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그 재미가 꽤 쏠쏠하다.     ▶뭘 하며 놀까   이곳 구경의 시작은 선셋 트라이앵글 플라자에서 시작하면 좋다. 넓은 의미의 선셋 정션은 선셋 불러바드 선상 실버레이크 불러바드~파운틴 애비뉴 사이를 일컫는데 선셋 트라이앵글 플라자는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어 시작점으로 적당하다. 이곳엔 차가 진입할 수 없어 거리 한 복판에 의자와 테이블, 파라솔들이 펼쳐져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만약 오전부터 길을 나서 카페인 수혈이 시급하다면 커피 메메스(Coffee Memes)에서 라떼나 플랫화이트,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시작하면 된다. 또 이곳엔 선셋 정션을 핫플로 이끈 레스토랑 중 하나인 대만 식당 파인앤크레인(Pine & Crane)이 위치하고 있어 메뉴를 미리 둘러볼 수도 있다.     ▶스페셜티 커피 성지   선셋 정션은 '인텔리젠시아 커피'를 필두로 미국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숍의 성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커피 양과 마시는 시간이 수면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마음에 드는 커피숍들을 방문해 커피 테이스팅을 하기만 해도 이 거리를 방문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선셋 트라이앵글 플라자에서 서쪽 방향으로 걸으면 뉴욕 대표 스페셜티 커피전문점 라콜롬브 커피 로스터(La Colombe Coffee Roasters)를 필두로 인텔리젠시아 커피, 다이노소어 커피(Dinosaur), 타틴 베이커리(Tartine)를 만날 수 있다.   동쪽으로 걸으면 평일 점심시간에도 대기줄을 감수해야하는 밀리스 카페(Millie's Cafe), 알프레드 커피(Alfred), 데이글로우(Dayglow), 싱글 오리진 커피로 유명한 솔리드 커피 로스터(Solid Coffee Roasters) 등 LA 핫플로 등극한 커피숍들이 즐비하다. 또 파조 젤라토(Pazzo Gelato), 솔트 앤 스트로(Salt & Straw), 원더러스트 크리머리(Wanderlust Creamery), 페르시안 아이스크림 전문점 마쉬티 말론스(Mashti Malone's) 등도 들러 볼 만하다.         ▶쇼핑   LA 최고의 핫플답게 쇼핑몰에서는 보기 드문 부티크들도 만나볼 수 있다. 패셔니스타라면 아페세(A.P.C) 방문은 필수. 프랑스 럭셔리 캐주얼 브랜드인 이곳은 트렌드세터들이 애정하는 몇 안되는 LA 단독 매장 중 한 곳. 가을이면 빼놓을 수 없는 트렌치코트부터 데님, 재킷 등 프렌치 시크를 표방하는 다양한 클래식 아이템을 만나볼 수 있다. 또 LA에서 탄생해 실용적인 디자인과 가격으로 사랑받고 있는 클레어V(Clare V.), LA에 딱 2개뿐인 매장 중 한 곳인 메이드웰 멘스(Madewell men's) 등도 들러볼 만하다. 또 향수 러버들이라면 LA에서는 만나기 힘든 단독 매장인 바이레도(Byredo), 르라보(Le Labo)를 지나치지 말자. 니치 향수로 유명한 이들 브랜드에서는 원하는 향을 맘껏 시향해 볼 수 있다.     ▶뭘 먹을까   노포부터 최신 식당까지 다양한 핫플이 미식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선셋 정션을 대표하는 노포는 단연 더블랙캣(The Black Cat). 1966년 오픈한 이곳은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키며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 온 곳이다. 오후 4시에 오픈하는 이곳에선 버거나 샌드위치, 스테이크와 함께 가벼운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선셋 정션을 대표하는 또 다른 레스토랑인 프렌치 비스트로인 카페 스텔라(Cafe Stella)에서는 간단한 메뉴에 와인 한 잔 곁들이기 좋다. 또 트라이앵글 플라자에 위치한 대만 식당인 '파인 앤 크레인'에서는 한인들도 좋아하는 우육탕면을 비롯해 만두, 찐빵, 대만 순대 등을 맛볼 수 있다.     이외에도 쉐이크쉑버거(Shake Shack)나 멕시칸 씨푸드 식당인 플라야타 마리스코스(Playita Mariscos)에서는 부담없는 가격으로 한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글·사진=이주현 객원기자도시 속살 스페셜티 커피숍 선셋 트라이앵글 커피 로스터

2023-09-21

부에나파크 문비치 활어 "문 열면 펼쳐지는 작은 일본"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작은 일본이 펼쳐집니다.”   부에나파크 시온마켓 몰 내 ‘문비치(Moon Beach) 활어’는 활어 전문점이다. 6개월 전, 정통 일식 셰프 문현석 대표가 30년 경력 셰프들을 영입해 옛 비치활어 자리에 마련했다.   시그니처 메뉴는 숯불 민물 장어다. 어른 팔뚝 만한 민물 장어를 즉석에서 손질해 숯에 구워 내간다. 문 대표는 “문비치는 장인들이 참나무를 구워 만든 비장탄만 사용한다. 비장탄에 구우면 그을음이 없고 원적외선이 장어 속살까지 익혀주기 때문에 육즙 손실이 없고 풍미가 살아난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한 점 집어 입안에 넣는 순간 담백한 장어의 맛과 향이 가득 퍼진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숯불 바다 장어(꼼장어)도 잘 팔린다”고 말했다.   제철 해산물로는 도다리와 생새우, 전복, 멍게 등이 인기다. 가성비를 높인 세트 메뉴(사진)도 있다. 해삼, 멍게, 조개 등 해산물과 싱싱한 생선 초밥이 스끼다시(전채)로 제공된다. 문비치의 전채는 덴뿌라, 슈마이, 오코노미야키, 일본식 계란찜인 차완무시 등 정통 일식에 가깝다. 이어 사시미가 메인 요리로 제공되고 세트 메뉴에 따라 영양솥밥과 시원한 매운탕, 디저트가 나온다.   문 대표는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점심시간과 일요일에도 영업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문비치는 고객이 몰릴 때가 많아 예약하는 것이 좋다. 영업 시간은 월~토요일 오후 3시부터 11시다.   ▶주소: 5440 Beach Blvd, Buena Park   ▶문의: (657)255-4049일본 비치활어 장어 속살 문현석 대표 시그니처 메뉴

2023-03-29

[삶의 뜨락에서] 얼굴 바꾸는 낱말

먼 나라 어느 도시에 가 있는 현지 기자들이 전하는 소식은 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산 너머에 혹은 바다 건너 도시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서 좋고 그 도시의 특별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고 여기는 이런데 거기는 그렇게 살아가는구나 알게 하는 기자의 언어가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어느 도시 통신’이라는 같은 이름의 기사가 어제와 오늘이 또 다른 분위기를 전하고 있어 이름도 나이를 먹나 철이 들어가나 혹은 늙어가기도 하는가 생각하게 된다. 50년 전 뉴욕통신의 기사와 오늘의 뉴욕통신 기자가 전하는 말은 지나간 시간의 부피만큼 달라진 얼굴을 내보이고 있다.    첫 여름 같았던 오래전 어느 시절에 말해지던 편지라는 낱말은 제법 운치가 있었고 가슴이 달달해지는 애틋함이 묻어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여름이 가고 뒤에 젊은이들의 여름이 푸른 잎을 살랑거리고, 그때의 하얀 손수건이 손안에 기적 같은 전화기로 바뀌어버린 오늘은 손편지의 정성 같은 것에 겨우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애틋함이나 운치는 이미 너무 느린 속도감으로 눈길을 끌지 못하고 3초를 기다리지 못하는 인내심은 연애편지를 쓰지도 않고 읽지도 않는다. 편지라는 낱말이 그렇게 얼굴을 바꾸고 빨라지는 문화 옆에서 엉거주춤 서 있다.   ‘위대한 개츠비’라는 제목의 영화를 화제로 꺼내면 다른 세대의 사람들은 각자 다른 영화를 떠올린다. 화려한 파티의 풍경도 색깔을 달리한다. 첫사랑을 포기할 수 없었던 사내의 얼굴도 상당히 정직하고 속 깊은 순정남에서 약간 피부적인 욕망의 사내 얼굴로 바뀌어 있다. 개츠비라는 낱말이 세월을 타고 와 얼굴을 바꾸고 우리 앞에 등장한다. 자기의 영화를 떠올렸던 사람들은 산 너머 가버린 혹은 옛날로 흘러가 버린 낯익은 화면을 아쉬워한다. 변해버린 얼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버린 자기의 시간을 실어 내는 달라진 낱말의 낯선 얼굴을 슬퍼한다.    살던 나라를 떠나 오랜 시간 다른 나라에서 살아낸 사람들은 자기가 쓰는 모국어 언어가 얼굴을 바꾸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떠나온 나라에서는 그 오랜 시간을 지내는 동안 살아있는 생물처럼 그때그때 맞추어 성장하고 바꾸고 늙고 또는 아주 죽어버린 언어가 되어 달라진 얼굴을 내밀며 거리를 흘러가지만 그 거리에 함께하지 못한 떠나온 자들은 박제가 되어버린 언어를 붙들고 똑같은 얼굴의 낱말을 소중하게 아끼고 있다. 문득 어느 날 모국어의 많은 것이 낯선 언어가 되어 눈앞에 나타난다, 발전된 통신기술이 있어 가서 살지 않아도 떨어져 살고 있음을 느끼지 못할 만큼 가깝게 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이 다른 삶으로는 얼굴 바꾼 낱말이 서먹하다.    붓으로 한가롭게 써내려던 사랑이나 전쟁 전에 불안정한 삶의 사이사이에 끌어내던 사랑이나 전쟁 후에 살아남은 자들이 다시 세운 도덕 속에 피워내던 사랑이나 상처를 잊고 풍요를 이루어낸 고속도로 위에 펼쳐내던 사랑이나 비록 얼굴이 이만큼씩 달라져 있을지라도 그 안쪽에 깊이 품어져 있는 사랑이라는 원래의 따뜻한 속살은 변함이 없다. 한 세대 30년이라는 세월의 간격으로 느끼던 세대 차이를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조차 먼저와 나중이 느끼게 되었다고 웃으며 말할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의 세상은 너무나 많은 낱말의 얼굴을 제 마음대로 바꾸어 놓고 있다. 가면을 갈아 쓰듯 변하는 겉 얼굴을 좇아가려고 숨 가빠하기 보다는속 얼굴 속살을 잃어버리지 않고 낱말의 제모습을 지키는 지혜로 잘 보듬어주고 싶다. 안성남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얼굴 낱말 사내 얼굴 얼굴 속살 모국어 언어

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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